이제 11월이 코앞이다. 대선은 12월 19일이고 12월 5일이면 재외 투표소에서 투표가 시작된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대선은 그다지 내용이 없어 보인다. 대선은 단순히 누가 뽑히는가 하는 결과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모두 시간과 돈을 들여서 함께 생각하는 시간이다. 대선에 가까워지면 여러 논객들이 한국의 문제에 대해 논하고 그것에 투자되는 국민적 시간과 관심도 증가한다. 그런의미에서 아직 너무 늦지는 않았는지 몰라도 이번 대선은 내용없이 흘러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사실은 실망스럽다.
물론 각각의 대선후보들은 각자 내가 열심히 정책발표하고 여러가지 미래구상을 발표했다고 말할지 모른다. 그런 것들이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지 않는 것은 반드시 그들만의 책임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그들이 국가가 필요한 핵심적 문제를 지적하는데 실패한 때문이건 필요한 개혁의 문제에는 무관심한 국민의 문제이건 큰 화제가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사실인것처럼 느껴진다. 이것은 정치가의 덕목중에는 국민의 관심을 끌어 모으고 단합된 힘을 끌어 모으는 것이 포함되야 마땅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대선후보들의 부진으로 말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미래구상을 그저 이것저것 발표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과녁에 적중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새누리당은 결국 박정희 옹호와 빨갱이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도 엉거주춤한 모습이다. 차라리 박근혜가 속시원히 우리 유신시대로 돌아갑시다. 그게 한국이 사는 길입니다라고 말한다면 그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건 일종의 비전이라고 말할수는 있겠다. 그러나 박근혜는 충격적 역사관을 실토하는 발언과 그걸 사과하는 발언 사이에서 오락가락하고 있으며 내부적으로도 정돈이 된 모습이 아니다. 지금봐서는 새누리당의 비전이란 지금 이나라가 힘든건 다 빨갱이 때문이니까 빨갱이를 잡으면 한국이 잘될거라고 말하는 것같다. 도대체 안철수나 문재인을 빨갱이라고 밀어부치고 NLL의혹 같은 것으로 정권을 잡으려고 한다는 것은 너무 치졸하지 않은가. 그것도 의혹도 아니다. 국정원에서 의혹이 없다고 확인해 주었다고 하니까.
기대도 안하는 새누리당은 물론 안철수와 문재인도 아직까지는 실망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문재인이 민주당 후보가 되고 안철수가 대선에 참여하기로 한 이래 많은 사람들이 단일화문제를 거론한다. 그런데 지금의 모습을 보면 문재인은 끝없이 단일화 문제를 거론하고 안철수는 그걸 어느 정도 피하는 모습이며 이때문에 안철수에게 실망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그저 단일화에 빠져 든다는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 왜 모든 것이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가. 왜 선거판의 핵심적 의제를 단일화로 만들어서 소중한 대선의 의미를 홰손해 버리는가. 우리 사회가 어떤 사회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각 후보들의 그림이 확실한가? 그리고 우리는 답도 확실히 알고 있는가? 그런건 생각해 볼 필요도 없나?
무조건 단일화라는 주제에 빠져드는 것은 잠재적으로 이번 대선에 있어서 선과 악, 이뤄내야할 목표따위는 다 결정되어 있다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태도 자체가 오만이다. 그런 태도는 기득권 지키기에 불과하다.
이런 걸 생각해 보자. 파란 마차와 노란 마차가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가운데 사람들이 마차 색깔이 파래야 하는지 노래야 하는지를 가지고 격론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누가 노란 자동차를 가지고 가서 마차 대신에 자동차를 타야 한다고 주장하려고 하는데 노란 마차파가 그러니까 파란게 옳은가 노란게 옳은가를 따지는데 있어서 너는 노란파구나, 우리 같이 노란색을 위해 싸우자라고 주장한다면 이러한 주장은 자동차와 마차라는 것 사이에 구분선을 그으려고 하는 신참자를 억누르는 행위다. 그런 행위자체가 자동차 도입을 막으려는 기득권 지키기에 불과하다. 대중에게 자동차라는 개념을 알리기도 전에 노란색 파란색 구분에 매몰되게 하는 것이다.
나는 반드시 안철수는 자동차고 문재인은 마차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단일화라는 주제에 일찌감치 매몰되는 것은 중립적인 행위가 아니라는 점을 말하려는 것이다. 그것은 분명 기득권에 유리한 것이고 나는 분명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민주당이 서둘러 단일화에만 매달리는 태도를 보이는 것에는 이런 이유가 어느정도 있다고 생각한다.
문재인은 보다 확실하게 자기 색깔을 보여주는 일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런 노력은 물론 하고 있겠지만 성공하고 있는 것같지는 않다. 잔재주를 피우라는게 아니라 나의 본질이 뭔지를 고민하고 대통령이 되는것에만 신경을 쓰는게 아니라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면 정말 어떤 대통령이 될지를 솔직하게 고민하고 그걸 고백하는게 좋지않을까. 그저 단일화하고 어영부영 세력구도에 의한 대통령이 탄생한다면 사실 그는 많은 일을 하지 못할 것이다. 대통령의 힘은 그 개인에 대한 지지도에 크게 의존할수 밖에 없다. 그저 민주당의 후보라는 이유로 당선된다면 인적 장벽에 둘러쌓인 민주당의 허수아비, 어떤 계파의 허수아비가 될 것이다. 그게 지금 대다수 국민이 원하는 일일까? 그렇게 생각한다면 심지어 문재인으로 단일화가 되도 위험도가 높지 않을까?
반면 안철수는 대선의 경기장에 들어선 이래 별로 제대로 과녁을 맞추는 일이 없는 것같다. 재벌개혁도 좋고 정치개혁도 좋지만 안철수에게 동의하건 동의하지 않건 깊은 통찰력으로 핵심을 짚어낸다는 느낌을 주는 일에 실패하고 있다. 물론 안철수측은 그것이 언론의 비협조라던가 기성정치권의 술수에 넘어간 때문이라던가 우리는 열심히 하는데 국민이 몰라준다던가 캠프가 안정화되지 않아 아직 어설픈 때문이라던가 하는 식의 여러가지 변명을 할수 있지만 대선이 한달반도 안남은 상태에서 변명하면 그것으로 끝일까.
문재인이건 안철수건 통찰력과 결단력을 보여주는 일이 필요하다. 사실 그게 대통령이 가져야 할 미덕이다. 그저 눈치보기만 계속하는 것으로 현실 유지에 급급한 사람은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암적인 요소와 정면으로 부딪히기 보다는 그저 현상유지나 하다가 엄청나게 키우고만 말것이다.
자기 패를 먼저 까면 그것때문에 실패할수도 있지만 이렇다할 패를 내놓는 일없이 모두 눈치작전만 하는 것은 대선이라는 사회적 기회를 낭비하는 일이며 궁극적으로는 모두 대통령감이 못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 되어버릴 수 있다. 이제 슬슬 승부수를 좀 던질때도 되지 않았을까. 아니면 아이디어가 벌써 고갈인가?
앞에서 말했듯이 나는 대선후보들이 한국 사회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 좀 더 생생한 그림을 그려주었으면 한다. 예를 들어 우리의 살길은 한반도 평화정착과 경협에 있다는 주장이 가능하다. 나는 이것이 절대적 진리라는게 아니라 예를 들어 그렇다는 것이다. 우리의 살길은 협동조합의 활성화, 중소기업의 발전, 지방자치단체의 발전을 통해 일자리를 확보하는 데 있을수도 있다. 우리의 살길은 무엇보다 학문적 발전을 위해 투자하고 국민교육에 투자하는 일에 있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 대학을 개혁하고 공공도서관같은 서비스는 물론 인터넷을 통한 지식보급측면에서 힘을 더하는것이 필요할수 있다. 그러기 위해 통신서비스를 수도사업처럼 어느정도 공공사업으로 전환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한중일의 역사문제, 외국인 노동자가 크게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사회의 정체성문제를 어떻게 할것인가에 대해 확실한 비전이 있을수 있을까? 이것저것 두루 살펴야 하지만 나의 비전의 뼈대가 어디에 있는지 밝혀야 할것이다.
이것저것 좋은건 다하겠다고 해봐야 설득력도 없다. 예를 들어 안철수는 IT전문가다. 문재인은 노무현의 적자다. 나는 뭐뭐뭐에 불과하지 않다고 자기를 부정하는데서 시작해봐야 별로 얻는 것도 없다. 결국 자기가 누구인지, 자기의 대중적 사회적 주목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에서, 처음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말에 힘이 실리고 국민들이 주목할 것이다. 안철수가 한국의 미술진흥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공약해 봐야 그것이 안철수를 뽑는 핵심적 이유가 될수는 없다. 안철수는 미술전문가가 아니니까. 이제와 살았던 인생을 고칠수는 없다. 자신이 살았던 인생을 걸고 말해야 설득력이 있다.
물론 이런거 대선후보들이 말하고 있다. 다만 막연하고 딱딱한 것보다는 취사선택과 집중 그리고 생생한 세부사항이 필요한것같다. 지금은 그렇지 못하기에 그리 큰 화제가 되지 못하고 있는것이고 대선이 지루해 지고 있다 -물론 주관적인 이야기지만. 대선후보들이 좀 더 선전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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