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선후보 사퇴를 보면서

방금 안철수가 대선후보를 사퇴한다는 속보를 보고 적습니다. 이제 이것은 누구의 승리이고 누구의 패배일까요. 이제와 승리니 패배니 말할것 없다고 점잖게 말할사람은 많을 것이되 나는 그들을 비난하고자 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들을 포함한 한국 사람들 모두는 각자의 선택에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하며 사는 길이 죽는 길이고 죽는길이 사는 길이라는 것도 기억했으면 합니다. 

새누리당의 죽음

새누리당은 죽었습니다. 앞으로대선에서 패배하여 죽는게 아닙니다. 제가 보기엔 이명박을 뽑으면서 절반은죽었고 박근혜에게 기대면서 거의 다 죽었습니다. 다음 대선의 승패와 새누리당의 생명과는 무관합니다. 왜냐면 박근혜가 당선되면 당선되는 대로 죽을 것이며 박근혜의 패배가 되면 패배가 되는대로 죽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왜 승리해도 죽는가. 박근혜로 이땅의 사람들이 만족할만한 정치를 할수 있을거라고 믿는 것은 제가 보기엔 4대강 공사이상의황당한 일입니다. 그들은 이명박에 이은 2번의 정권이 만들어 내는 참상에 대해 아무 변명도 하지 못할 것이며 사실 임기초에 일어날것이 뻔한 경제위기속에서 무슨일이 일어날지도 모릅니다. 그들은 거의 아무런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입니다. 공주는 자신이 철권통치라도 할수있을 것을기대하지만 공주는 이명박 처럼도 못할 것입니다. 현실감각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패배해도 죽습니다. 사실 박근혜가 후보로나올정도면 새누리당의 인재풀은 끝장이 났다고 봐야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외골수로 변해버린 새누리당은 쇄신할수없을것입니다. 새누리당이 그나마 살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면 이회창이 졌을때 이회창이상으로 개혁이미지를 가진 피를 수혈하는 것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쉬운 길을 걸었습니다. 박정희 유령에게 기대고 이명박처럼 공인의 이미지가 없는 후보에게 기댔습니다. 그결과 이제 새누리당은 돌아올수 없는장소에 서있는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렇게 생각해 봅시다. 이번 대선에 안철수가 새누리당후보라면 야권에게 희망이 있을까요? 과연 10년전부터 새누리당이 비전을 달리해서 길을 달리했을때 기업가출신의 안철수나 중도적 성향을 띤 박원순이 새누리당의 중심이 되는게 불리했을까요? 그러나 물론 이런 가정이나 질문은 무의미합니다. 역사는 다르게 흘렀고 새누리당은 결코 돌아갈수 없는 장소에 서있습니다. 

민주당의 죽음

민주당은 안철수를 사퇴시키고 야권 단일후보가되는데 성공했습니다. 민주당이나 그 지지자들은 우리가 사퇴시킨게 아니라고 할테지만 그런 표현의 미묘함을 제쳐놓으면 사실 말장난에 불과합니다. 중요한 것은 나는 할수 있다고 나섰다는 겁니다. 민주당으로 할수 있다고 문재인이면 할수 있다고. 저도 사실이길 바랍니다. 

 그럼 이제 민주당은 사는걸까요? 다시 말하지만 저도 정말 그렇길 바랍니다. 저도 문재인을 좋아하고 기대하기 때문에 그렇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떤 식으로건 다음정부는 어려운 시간을 보낼것입니다. 김대중도 그랬고 노무현도 그랬습니다. 그리고 지지도나 영향력에서 보면 당선된다고 해도 문재인은 김대중이나 노무현보다 적어도 지금 시점에서훨씬 약한 것이 사실입니다. 더 잘하냐 더 못하냐는 비교가 아니라도 문재인은 어려운 시간을 가질 것입니다. 

그러나 노무현말기에 모든게 노무현 탓이라고 욕했던 것을 상기하면 어떤 정부도 대개는 실망을 줄것이 뻔합니다. 대중의 기대치는 항상 현실보다 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중이 자연스레 추대해내는 후보가 중요한 것입니다. 후보가 권력의지가 있어서 대통령이 되는게 아니라 대중이 억지로 시키는 모양새를 가진 사람이 되는게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더 심각한 책임을 가지게 될것이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민주당은 대선에 패배하면 말할것도 없고 대선에 성공해도 다음 정권동안 그리고 그말기에 가서 잘할거라고 나선 책임을추궁당할확률이 매우 큽니다. 그런 만큼 더 열심히 해서 정말 기대를충족시키는 대통령이 되기를 바랍니다. 

맺는 말

저는 사람들이 너무 쉽게 이기고 보자는 생각에 빠진다는 생각을 합니다. 안철수의 사퇴는 그게 아니라는 이유때문일거라고 생각합니다. 안철수는 억지로 이겨서 아무것도 안된다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물론 그런 판단이 무조건 옳은거라고 할수 만은 없겠지만 시켜만 주신다면 누구나 대통령 자리를 수락할거라는 식으로 대통령 자리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은 물론 말이 안됩니다. 문재인과 민주당은 물론 충분히 생각한 끝에 조연에 그치지 않고 주연을 내가 할수 있다고 행동하고 말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생각이 정말 옳기를 바라며 그 책임을 꼭 기억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또한 모든 한국 사람들은 이제 하나의 선택을 한셈이되었습니다. 이건 안철수의 선택만은 아닙니다. 그런 선택이 내려지게 만든 모두의 선택이기도 합니다. 그선택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