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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애플이 보여주는 한국

by 격암(강국진) 2012. 8. 16.

요즘 애플의 아이폰을 삼성이 베꼈는가 여부를 가지고 재판을 한다고 그 결과가 속속 보도되고 있습니다. 최근에 보도된 한 삼성내부문건에 의하면 삼성은 대놓고 아이폰의 여러기능을 하나하나 참조해서 개선점을 만들었고 그것이 대부분 아이폰이 하는대로 하라는 식이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습니다. 


그러나 과연 삼성이 애플을 베꼈는가 하는 것은 법으로 따질때와 일반 상식으로 따질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시장선도자가 하는 것을 보고 좋길래 우리도 배웠다라고 하는 것을 모두 베꼈으니 허용할수 없다라고 엄격히 말한다면 지금 이 세상에는 자동차건 비행기건 핸드폰이건 단 하나의 회사들만 만들고 있어야 할것입니다. 베낀것과 참조한것, 배운것사이에는 회색지대가 있을수 밖에 없다는 것이죠. 음악을 도용한 것도 불법이 되려면 몇소절 이상이 똑같아야 그렇게 판정되듯이 선은 어디엔가 긋겠지만 일반상식으로는 항상 애매한 회색지대가 남습니다. 


사실 법으로 따지는것을 별도로 하면 삼성은 대놓고 남을 베낀다고 스스로 공언합니다. 그걸 가르켜 스스로 패스트 팔로워니 뭐니 하지만 말장난일 뿐입니다. 우리는 원천적인것을 스스로는 못만들던 안만들던 안하지만 남이 뭔가를 만들어 내면 빨리 쫒아간다는 것을 스스로 전략이라고 대놓고 공언합니다. 


그러나 이런 전략이 바람직한 것인가를 넘어서 이런 전략이 유지되는 것은 애초에 왜 가능한가를 생각해 보면 그것이 한국의 현실을 보여주고 한국이 변해가려고 하는데 있어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를 보여주기도 하는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복합기의 문제점


말을 좀 바꿔서 소위 복합기기라고 하는 것에 대해 몇마디 이야기해 봅시다. 팩스도되고 복사기도 되고 프린터도 되는 다양한 기능을 하나에 가진 복합기는 매력이 있습니다. 공간도 덜차지하는데다가 대개 각각 하나씩 따로 살때보다 싸니까요. 그런데 복합기의 문제는 그 여러가지 기능중 하나라도 고장이 나면 고장난 기계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복합기를 사는 것은 언제나 현명한 일은 아닙니다. 


그런데 기계들은 점점 더 복잡해 집니다. 지금은 스마트폰의 시대입니다만 이 시대이전에는 길던 짧던 pmp의 시대가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몇몇 동영상 포맷을 플레이했던 pmp는 재생할수 있는 동영상 포맷이 마구 늘어나더니 오락기능까지 더해져서 매우 다기능의 기계로 변했습니다. 


그런데 다기능의 기계는 위에서 말한 사무 복합기기와 똑같은 문제가 있습니다. 하나만 고장이 나도 공식적으로는 고장난 기계이며 -비록 다른 기능들이 돌아가고 있더라도- 소비자로 부터 항의와 수정요구가 옵니다. 그래서 수많은 기능이 있는 기계는 팔때는 선전하기 좋지만 -우리는 팩스도 보낼수 있습니다! 처럼- 팔고나면 관리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지속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력과 돈을 투입해야 합니다. 그러다보면 이문이 남아나질 않는 일이 발생하기 쉽습니다. 대응이 늦어지면 제품과 회사에 호의적이던 소비자층이 이젠 안티로 돌아서서 불매운동을 벌일 지경이 됩니다. 결국 쉽게 시작해서 망하는 길을 걸은 것입니다. 


이와 비슷한 길을 걸은 회사는 아이리버도 있고 삼성도 말하자면 이길을 걷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리버와 애플이 걷는 길, 삼성과 애플이 걷는 길이 갈라지는 지점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생태계와 최소한의 기능


초기에 애플이 아이포드로 경쟁했던 회사는 아이리버였습니다. 삼성은 mp3 플레이어 세계에서는 적어도 초기엔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돈만 엄청나게 낭비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아이리버와 아이포드는 아주 크게 다른 점이 있었습니다. 아이리버는 엄청나게 많은 기능을 집어넣었으며 다양한 포맷을 지원했습니다. 아이포드는 그에 비하면 너무 간단한 기계라서 아이리버팬들은 아이리버를 사지않고 아이포드를 사는 사람들은 좀 바보가 아닌가, 사람이 둔하니까 스타일이 어쩌고 하는 것에 넘어가는게 아닌가 하는 말들을 하고는 했습니다. 심지어 교육수준이 낮은 사람이 아이포드를 산다고까지 말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애플은 최소한의 필요한 기능에 집중했습니다. 예를 들어 애플기계의 터치감이 그랬죠. 애플은 쉽고 빠르게 반응하는 기계를 만들었습니다. 기능은 많지 않지만 있는 기능은 편리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물론 아이튠즈를 만들어서 음원을 팔고자 하는 사람과 소비자를 이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아이포드는 아이폰으로 아이패드로 진화해 나갔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선견지명일수도 있고 어쩔수 없는 선택일수도 있습니다. 위에서 복합기에 대해 말했던 것을 기억한다면 복잡한 기능을 가진 기계를 만드는 것이 결국 부머랑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알것입니다. 그러므로 그길을 피했던 것입니다. 애플은 1년에 한번씩만 다음 기기를 발표합니다. 즉 아이폰3가 나왔으면 다음번 아이폰은 1년뒤에 발표합니다. 게다가 삼성같은 회사와는 달리 굉장히 오랬동안 OS 업그레이드를 통해 기기를 업그레이드해줍니다. 애플이 이렇게 할수 있는 근본적 이유는 뒤집어 말하면 애플이 간단한 기능만을 자신이 스스로 관리하는 기능으로 하고 나머지 기능은 독립개발자나 소비자가 추가하는 방식을 택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앱에 대한 불만은 이제 애플로 오지 않습니다. 그 개발자에게 몰려갑니다. 삼성은 수십개의 모델이 있고 업그레이드가 가능해 보이는 상황에서도 그걸 외면하는 일이 많습니다. 따라서 결과도 다릅니다. 


그러나 기능이 단순하면 경쟁력이 있을리 없습니다. 그 부족한 경쟁력을 어떻게 메꾸는가. 그것이 바로 생태계의 조성이었던 것입니다. 즉 애플이 아니라 다른 독립된 개발자들이나 소비자가 직접 부족한 기기의 성능을 업그레이드해서 쓰게 만드는 것입니다. 


결국 복잡한 기능을 가진 기계는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가 대표적인 것인데- 그 복잡성의 저주에서 나올수가 없기때문에 한 회사가 모든 것을 책임지고 다 해내려고 할때 그걸 책임질수가 없습니다. 그런 부분을 회사 외부로 돌리고도 애플은 이미 주가총액에서 세계최고의 기업이 될정도로 커졌습니다. 


한국의 많은 사람들은 경제와 민주주의란 서로 한쪽을 살리기 위해서는 한쪽이 희생되어야 하는 것으로 이해합니다. 그래서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독재도 좀 참아야 한다 이런 식으로 주장합니다. 그런데 그건 왕이 중앙독재를 해도 그 나라를 운영할수 있을 정도로 나라가 단순한 구조를 가졌을때나 통하는 말입니다. 나라가 복잡해지면 중앙독재 시스템은 책임을 감당할수 없습니다. 그래서 권력을 분산시키는 국민직접 선거시대가 오고 지방자치시대가 오는 것입니다. 나라가 복잡해지면 민주주의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오히려 꼭 필요한 일이 되며 그렇지 못할때 어리석은 중앙의 판단으로 전체 국가가 몰락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삼성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그렇지만 삼성은 잘나가고 있지 않은가. 삼성은 또한번 애플을 추격해 가고 있지 않은가라고 말할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애플처럼 높은 마진으로 물건을 팔지는 못하지만 박리다매로 팔더라도 물건을 잘 팔고 있지 않은가 라고 말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가솔린 자동차가 기름이 없는데 앞으로 가는 마술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어딘가에서 개솔린이 있으니까 자동차가 앞으로 가는 것입니다. 우리는 아이스테이션이라는 pmp계의 선두회사가 상장폐지되어 있으며 아이리버가 한때 세계적 브랜드였지만 엄청나게 시장을 상실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규모가 크다고 해서 삼성은 같은 길을 걷지 않는다면 왜 그럴까요?


즉 전체적인 구도로 봐서 삼성이 경쟁력을 가지기 어려운데도 경쟁력을 가진다면 그것은 영명하신 삼성의 지도부의 탓이 아니고 실질적으로는 경쟁력이 없거나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희생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오히려 반대죠. 지도부가 택한게 바로 애플이 택한 길이 아닌 혼자 독식하는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지도부는 엄청난 적자나는 길을 택한것입니다. 그걸 만회하고도 남을 만큼의 에너지와 경쟁력은 어디서 나오는가 하는 것이 질문입니다. 


답은 자명합니다. 한국사회와 한국 인력입니다. 세상이 민주화하지 않으면 안될정도로 복잡해 졌는데 왕조를 유지하고 있다면 그때 피흘리는 것은 힘없는 민중이죠. 위에서 눈감은 어리석은 판단을 해도 아래에서 엄청나게 피흘려서 나라가 돌아가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삼성이 미국이나 어느 다른 나라로 간다면 한국사회에 큰 문제가 되는건 사실이지만 한국은 삼성없이 살아남을지 몰라도 삼성의 경쟁력은 절대로 살아남지 못할것입니다.  남의 것을 잘베끼는 힘은 베껴라라고 말하는 수장에서 나오는게 아니라 남이 몇년에 걸쳐 한걸 1년에 걸쳐 하라면 해내는 한국인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물론 이것은 매우 비효율적이고 에너지가 낭비되는 일이죠. 


삼성이 우리는 곧 애플을 쫒아간다고 자랑할지 모르지만 과연 요즘 젊은 세대에게 너 삼성취직할래 애플취직할래라고 하면 삼성에 가겠다고 하는 사람이 많을까요? 특히 최고 인재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그렇게 할까요? 일본이 그렇게 되었듯이 한국도 미국도 평생직장개념은 무너졌습니다. 시장의 변화가 너무빨라서 특히 엔지니어가 개발사업에 종사하면서 수십년간 쓸모있는 역할을 하기는 불가능합니다. 삼성이 미국가서 유학생들 데려오려고 하지만 잘 되지 않아서 고생한다는 말을 들은적이 있습니다. 똑똑하다면 그렇게 하겠습니까? 애국심에 삼성에 입사하는 시대도 이젠 아닙니다. 


삼성은 반도체같이 다기능을 가진게 아니라 기본부품을 생산하는 분야에서는 더 버틸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진짜 마진률이 높은 쪽은 다 복잡한 기능을 가진 상품들이죠. 그 상품들을 만들어서 경쟁력을 가지는데에는 민주화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생태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삼성은 그길을 거꾸로 걸었고 인터넷에는 삼성안티가 엄청나게 많습니다. 그길을 걸으면 걸을수록 소비자들이 배신감에 젖습니다. 삼성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이 많이 팔려도 그것들은 별 마진이 높지 않거나 시간간격을 두고 안티를 생산해 내는 기계가 되는 것입니다. 패스트팔로워 운운하지만 사실 그런건 중국도 합니다. 아니 인구많은 중국이 더 잘할것입니다. 지금 못한다고해도 금방 더 잘하게 될것입니다.


아직도 삼성은 몇몇 인재만 있으면 나머지가 똘똘뭉쳐 회사를 살린다는 식의 발상에서 벗어나 있질 못합니다. 그럴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들이 생각하는 인재라는게 인재일까요? 그들은 말하자면 왕조에 살면서 더 좋은 왕이 있으면 나라가 산다는 생각을 계속하는 것입니다. 필요한 혁명이 공화정이라면 그들이 더 좋은 왕을 찾으려고 노력을 하면 할수록 그들은 한방에 망할길로 가는 것일수 있습니다. 엄청난 인재처럼 보이는 사람이 와서 모두와 함께 절벽으로 뛰는 것이죠. 그리고 물론 그와중에 많은 희생자가 나겠지요. 바로 한국사회가 이명박 대통령을 인재로 인식하고 대통령으로 뽑았듯이 말입니다. 


맺는 말


지금 세계의 중심적 과제는 단연 공동체요 생태계라고 생각합니다. 경제난도 그렇죠. 경제난이 몰려오면 세계는 다시한번 경제적 능력이상으로 공동체의식을 테스트 받을 것입니다. 한국이 IMF 위기때 금모으기 운동하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놀랐다고 하죠. 금 자체가 한국을 구한것이 아니라고 해도 한국 사회의 사회적 응집력이 살아있었다는 이야기고 결국 한국사회에 희망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것입니다. 너도 나도 외국으로 도망가기 바빴다면 희망이 없었겠죠.


이제 삶은 복잡해졌기 때문에 강력한 군주의 모습을 한 리더쉽으로 그 공동체나 생태계가 유지되지 않습니다. 지금 필요한 건 박정희가 아니라 박원순이나 안철수입니다. 제가 말하는 것은 박원순, 안철수 개인을 말하는게 아닙니다. 민주주의를 이해하는 철학을 가진 리더쉽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결국 생태계를 키워낼수 있는 리더쉽이 필요합니다. 여러 사람들에게 우리 다 같이 잘살수 있다는 확신을 주고 설득을 해서 공동체를 키워낼수 있는 리더쉽이 필요합니다. 그 핵심에는 강력한 중앙집권이 아니라 공동체 자치가 가능하게 만드는 비전이 있습니다. 그게 필요합니다. 


공동체를 키워내는 수단들은 적선이 아닙니다. 그건 애플보고 자기들이 시장막아서 다 독점해 먹지 왜 다른 사람들이랑 파이를 나눠먹나 어리석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태도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인터넷에 댓글쓰면 고소당하는 시대, 엄청난 토목공사와 부채증가의 시대를 맞이했습니다. 혼자서 하니까 다 잘하던가요? 


삼성은 그 자체가 거대한 제국이니 당장 내년에 망하지야 않겠지요. 또 세상에는 무슨 또다른 변수가 발생할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그 허울좋은 패스트 팔로워 운운하는 전략은 결국 한국 사회의 민주화를 막고 한국의 인재유출을 막는 가운데에서나 유지가능할까 말까 하는 것입니다. 사실 삼성이 지금의 삼성이고자 노력하는 가운데 그것은 거꾸로 한국을 왕조상태의 나라로 지체시키는 효과가 있을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큰 실적을 낸다면 모르지만 이대로라면 전망은 어둡다고 생각합니다. 급격히 만인의 공적이 될수 있습니다. 복잡성의 저주는 영원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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