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제별 글모음/과학자의 시선

과학이란 열심히 하는 것일까.

by 격암(강국진) 2012. 10. 19.

2012.10.19

과학이란 무엇인가 같은 질문은 너무 무겁고 커서 쉽게 던지고 답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어떤 한 측면에 대해서만은 이야기 해둘 수 있는 것같다. 그것은 과학이란 창조적인 작업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이런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 않냐고 말할 것이다. 과학이란 창조하는 행위인거 누가 모르나 같은 이야기말이다. 그러나 현실을 가만히 보면서 과학자로 일 해온 나의 인상을 말하자면 이 문구를 외우고 있으되 이 문구의 의미를 알고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적다. 

 

이 문구의 의미를 다르게 표현하자면 과학자란 소설가나 화가나 음악가 같은 예술가라는 것이다. 그런데 과학이란 집단 창작보다는 개인의 창작이 주가 되는 예술분야와는 달리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하나의 프로젝트에 매달리는 일도 많기에 단순히 과학이 이것이다라고 말하면 오해도 있고 맞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분명 과학이란 예술이란 것도 맞으며 이 점이 잊혀진다는 것은 슬픈 현실이기도 하다. 

 

이렇게 말해보자. 여기 아주 멋진 건축물이 있다. 그것을 세우기 위해서는 물론 벽돌이며 유리를 만들어 납품하는 사람에서 나무를 자르고 벽을 시공하고 미장일을 하는 사람도 필요하지만 결코 빠질 수 없는 부분은 건축물 전체의 구조와 아름다움을 상상할 건축설계다. 건축설계사라는 것을 무시하고 생각하는 건축이란 어떻게 보면 맨날 짓던 건물을 반복해서 짓는 일이거나 누군가의 설계가 있으면 그것을 하청받아서 짓기만 하는 것을 건축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성실하게 건물을 짓는다고 하고, 그렇게 흘리는 땀의 소중함을 찬양한다고 해도, 어떤 건물을 지을까 하는 부분은 중요하지 않다라고 말할수가 있을까. 

 

우리는 공학에서도 마찬가지 이야기를 할수 있다. 애플이 파는 아이폰의 부품들은 다 한국이나 중국등 외국에서 만든다. 조립도 그렇다. 그렇게 땀흘려 만드는 부품들의 가치와 의미를 우리는 무시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스마트폰 제작이란 cpu나 메모리를 만들어 납품하고 누가 주는 설계도 따라서 성실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은 뭔가 가장 핵심적인 것이 빠져 있는 것아닐까? 누가 가장 많은 부가가치를 가져가는가? 가장 창의적인 사람이다. 

 

여기까지 말해도 아 그런거 다 알아라고 말하는 사람은 너무나 많을 것이다. 그러므로 과학자에는 여러 종류가 있어서 이런 단순화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과학자는 예술가라는 등식을 세운후에 과학자를 다시 보기를 권한다.

 

여러분은 소설가가 9시에 출근해서 성실하게 5시까지 소설쓰고 쉬면서 소설쓰는 사람이 얼마나 될거라고 생각하는가. 화가가 월화수목금금금으로 하루도 빼지않고 많이 그리기만 하면 과연 명작이 탄생한다고 생각하는가? 무엇보다 예술가가 성실하게 학교의 모범생으로 살아서 특별한 작품을 만들어 낸다고 믿는가? 이런 면도 거짓은 아니지만 오히려 진정한 예술가는 지금의 시스템에 반항하는 사람, 남이 못보는 것을 보는 사람의 이미지가 있는거 아닌가?

 

그런데 과학자의 이미지, 적어도 한국에서의 과학자의 이미지는 이와 크게 다르다. 과학자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연구실에서 산다. 많은 연구소들은 성실한 셀러리맨처럼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고 정해진 시간에 퇴근하는 체계를 과학자에게 요구한다. 보고서도 쓰고 계획서도 쓴다. 과학자란 반항아의 이미지보다는 성실한 우등생의 이미지가 있다. 과학자는 남들이 못보는 것을 보는 사람의 이미지가 있다기 보다는 무슨 특수부품처럼 특별한 것은 잘하지만 대개의 것에 대해서는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무지하여 오히려 일반인들보다 시야가 좁은 사람으로 종종 생각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과학자를 일종의 자동차처럼 생각하고 과학자가 폭탄을 만들면 그 폭탄을 윤리적으로 사용할 권리와 지혜는 인문학을 공부한 비과학자들이 더 잘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과학자는 삶이나 세상에 대한 통찰력이 오히려 일반인보다도 떨어지는 전문가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과학자는 예술가다라고 말하는 것은 수없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 그것은 건축을 설계라고 말하는 것보다 더하다. 왜냐면 단일 건축을 세우는 것과는 비교도 않되는 규모로 거대하게 프로젝트가 벌어지는 것이 과학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과학이라는 세계에서 성실하게 수없이 많은 잡일을 해주는 사람이 있기에 과학은 전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자와 예술가의 이미지, 공학자와 예술가의 이미지가 이토록이나 커다랗게 벌어지는 것에는 그 나름의 문제가 있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히 과학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문제이기도 하다. 오늘날 스마트폰산업이 세계경제의 핵심적 산업으로 자라나 있으므로 스마트폰의 예를 들어보자. 여러분은 모범생이 아이폰을 만든다고 생각하는가? 그 답이 그렇지 않다는 것은 오늘날 IT분야에서 유명해진 사람들의 이력에서 잘 들어난다. 그들은 주류로 편입하고 싶어서 남들과 똑같이 산사람이라기 보다는 되도록 남과 다르게 산 사람이었다. 고 스티브잡스도 형편없는 비규격형 인재라서 취업이 안되던 시절이 있었다고 들었다. 

 

얼마전에 노벨상의 기간이 있었다. 노벨상을 받는 것이 훌룡한 과학자임을 증명하는 유일한 길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과학자에 대해 가지는 이미지가 오늘날과 같이 유지된다면 한국에서 진정한 노벨상급 수준의 과학자를 만드는 것은 더더욱 힘들것이다. 왜냐면 남들이 생각한 것을 그대로 반복하고, 남들이 간길을 그대로 따라가라고 할때 노벨상급의 결과가 나오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지금, 국민들이 가지는 공학이나 과학에 대한 이미지는 노예의 이미지, 싸구려 인력의 이미지에 지나지 않으며 그것은 적어도 부분적으로 오랜기간 한국의 과학과 공학이 실제로 하청업자같은 역할을 했던 것에 기인한다. 그런데 그런 과학, 그런 공학이 지금의 한국에 걸맞는 것이고 사람들의 기대를 채워 줄 수 있는 것일까.

 

나는 예술이라고 해서 열심히 안하고 어느날 떠오른 영감하나만으로 걸작이 탄생한다고 믿지는 않는다. 그러나 걸작이 그저 열심히 한다고 해서 탄생하는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다. 미술학원 열심히 다니고 미술대학 강의 열심히 들으면 그것만으로 걸작을 그려낼수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과학에 대해 똑같은 질문을 던질수 있지 않을까 한다. 

 

과학이란 열심히 하는 것일까? 그게 과학일까?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