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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작 에세이들/경호에게

경호에게 : 하고 싶은 것과 해야만 하는 것

by 격암(강국진) 2012.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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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9

경호에게

 

경호야. 아버지가 너에게 항상 이런 저런 말을 하기는 하지만 말로 하는 것과 글로 하는 것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오늘은 너에게 해줄 말을 글로 적어 보기로 했다.

 

특별하고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너를 혼내주려는 것도 아니고. 아버지도 어머니도 겉으로 어떻게 보이던 너를 걱정하는 마음이 크단다. 네가 여러모로 힘들어 하는 것도 알고 있다. 사실 아버지를 포함해서 누구나 살아가는 것은 쉽지만은 않다. 항상 걱정할 일, 어려운 일, 하기 싫은 일이 있다. 게으름 피우지 않고 적어도 남이 하는 것만큼은 노력하는 것같은데도 나보다 훨씬 쉽게 살아가는 것 같은 사람들, 나보다 재미있게 사는 것 같은 친구들을 보게 된다. 그런 건 누구나 마찬가지다.

 

아버지가 하고 싶은 말은 그러니까 더 열심히, 하기 싫어도 해야하는 일 하면서 노력하면서 살라는 것만은 아니다. 이해가 좀 어려운 이야기 일지 모르지만 하기 싫은 일을 한다던가, 하고 싶은 일만 한다던가 하는 것과는 좀 다른 것이다. 사람은 하기 싫은 일도 하고 살아야 한다는 말이나,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아야 한다는 말은 때에 따라 모두 맞는 말이고 모두 틀린 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너에게 들리기에는 둘중의 하나로 항상 들릴 것이다. 어떻게 서로 반대되는 말이 둘 다 맞거나 둘 다 틀릴수 있다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 살라는 말을 너는 자주 듣는다. 물론 아버지가 너에게 시키는 일이나, 학교에서 너에게 시키는 일은 종종 네가 별로 하고 싶지 않은 일들이고 그래도 너는 열심히 그것들을 해야 한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너에게 그렇게 말하고 있다. 반면에 어른들은 종종 너에게 너는 커서 뭐가 될건지, 꿈이 있냐고 묻는다던지 할 때가 있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고. 그럴 때도 나나 어머니는 혹은 선생님이나 주변 친구들은 이런 직업이 좋고 저런 직업이 좋다고 말하기는 하지만 결국 우리가 묻는 것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는 것과 자기가 하고 싶지 않은 일도 해야 한다는 것, 이게 둘 다 옳고 둘 다 틀릴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너는 잘 생각해 봐야 한다. 꼭 정답이 뭔지 지금 알아내지 못해도 좋다. 계속 기억하면서 생각하면 나중에는 점점 다른 뜻이 나타날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 말의 의미가 그러니까 결국 나중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자면 지금은 하기 싫은 일도 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 말도 틀리지만은 않다. 그리고 아버지도 너에게 이렇게 말하는 일이 종종 있다. 적어도 그때는 그렇게 말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지. 하지만 이건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이란다.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문제는 네가 지금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일과 하기 싫다고 생각하는 일이란 건 지금의 너의 생각이라는 것이다. 아버지도 어렸을 때 그랬지만 너도 먹는 걸 가려먹는 일이 많다. 더 어렸을 때는  먹지 않던 것이 더 많았지. 하지만 지금은 아주 좋아하게 된 것도 있지 않니? 당근이라던지 피자라던지, 오징어라던지 뭐든지 그렇지. 네가 기억하지 못할 만큼 어릴 때에는 너는 세상의 음식이 어떤게 있는지도 몰랐고 대부분의 것에 대해 시도도 해보지 않고 먹지 않으려고 했거나 적어도 처음에는 약간 맛만 보고는 종종 난 이런건 싫어라고 말하곤 했다. 그러다가 아버지나 어머니가 너에게 자꾸 먹어보라고 한 끝에 좋아하게 된 것이지.

 

이것저것 먹어본다고 모든 음식을 다 좋아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럴 필요도 없고. 그러나 지금 참치를 싫어한다고 해서 난 평생 참치는 절대로 안 먹을 거야. 난 참치가 싫으니까라고 한다면 큰 실수일 수도 있다. 사실은 싫지만 조금 먹어보다보면 참치를 먹는 일이 너무나 즐거운 일이 될지도 모르니까. 특히 먹어본것이 얼마 없어서 세상에 음식이 얼마나 다양하게 있는지, 그것들이 얼마나 맛있는지도 모르는 어린 아이가 일찌감치 나는 이거 이거만 먹고 그밖의 것은 먹지 않겠어.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만 먹고 살테야라고 한다면 어떨까. 그건 분명 실수겠지.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이나, 하고 싶지 않은 일도 우리가 살아가면서 바뀐다. 아는 것이 바뀌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해본 것이 달라지면서 생각이 바뀐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는게 뭔지에 대해 생각도 안해보고 그저 남들이 시키는 것만 하는 것도 문제지만 나는 이런 것이 좋아라는 생각을 너무 믿는 것도 좋지 않다. 그건 지금의 너의 생각일 뿐이니까. 너는 바뀐다. 그리고 네가 생각하는 것도 바뀐다. 지금 네가 싫어하면서 했던 일,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하고 있는 일이, 나중에 네가 어른이 되면 정말 다시 하고 싶은 일이 될 수도 있다. 왜 그때 더 많이 더 재미있게 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하게 될 수도 있다.

 

복잡하지? 그래서 나는 네가 적어도 질문만은 기억해 두었으면 한다. 바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는 것과 자기가 하고 싶지 않은 일도 해야 한다는 것, 이게 둘 다 옳고 둘 다 틀릴 수 있다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

 

하는 질문이다. 그리고 네가 직접 답을 생각해 보기 바란다. 

 

여기 누군가가 눈을 감고 있다고 하자. 그러면 눈을 뜨고 있는 사람에게 그 사람의 모습은 때로 슬프고 때로 우습고 그럴 것이다. 너에게는 탁자며 벽이며 전등 스위치가 다 보이는데 그 사람은 사방을 손으로 더듬고 다니느라고 바쁘고 때로 여기저기 부딛히면서 아프기도 하기 때문이지. 그런 사람이 방청소를 한다고 한다면 열심히 해도 얼마 하지 못할 것이고 힘도 엄청나게 들 것이다.

 

대개의 사람은 자기가 눈을 뜨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우리는 모두 어떤 의미에서는 눈을 감고 있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세상에서 봐야 할 일이 아주 많은데 그것의 아주 일부밖에는 보지 못하기 때문이지. 어떤 사람은 더 많이 보고 어떤 사람은 더 적게 보지만 그래봐야 모든 것을 볼 수는 없다.

 

그래서 사는게 슬프고 힘든 것이지. 그래서 어린 딸이나 아들을 가진 부모는 슬프고 힘든 법이기도 하다. 눈을 감고 더듬거리는 것을 보기는 하는데 자기가 눈을 뜨기 전에는 어떻게 해줄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기가 어떤지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은 다르다. 그러니까 너는 이것도 기억해 둬야 한다.

 

나는 모든 걸 보고 있지 않다. 나는 눈을 감고 더듬거리면서 살고 있다.

 

너만 그런게 아니다. 우리 모두가 그렇다. 지금 우리 눈에 보이는 것만을 너무 믿어서는 곤란하다. 우리는 눈을 감고 더듬거리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지금 너에게 보이는 것만 너무 믿고 너무 빨리 이건 하고 싶은 일, 이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저건 하고 싶지 않은 일, 저건 나쁜 일이라고 믿지는 말아라. 세상은 아주 넓고 세상에는 네가 아직 보지 못한게 많아서 나중이 되면 그것들이 달라 보이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런 글이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 또 다 이해가 되지도 않을 거야. 하지만 기억하라는 것은 기억해 두고 나중에 또 기회가 있을 때 읽어보면 다르게 읽게 될지도 모른다. 나는 경호가 이걸 좀 기억해 주었으면 하는 구나. 아버지의 경험에 따르면 그럴 때 사는 게 좀 더 쉬워지기 때문이다. 실수나 손해가 조금은 줄어들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사랑하는 아버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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