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작 에세이들/경호에게

경호에게 : 과학과 법칙

by 격암(강국진) 2012. 12. 14.

2012.12.14

과학과 법칙

경호에게

 

이제까지 과학에 있어서 근사가 뭔지, 개념이 뭔지 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그러다보니 단지 여러가지 개념 혹은 여러가지 이름들을 만들고 그것들을 단순히 이리저리 합치는 것만으로는 우리가 많은 것을 알기 힘들다는 이야기도 했지. 공통점을 찾고, 규칙을 찾고, 법칙을 찾아서 더 작은 수의 개념들만으로 더 많은 것을 잘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생각하고 생각해서 규칙을 찾고 그래서 더 간단하게 더 정확하게 많은 것을 알려고 하는 것, 그게 바로 공부하는 것이고 그게 바로 과학이다.

 

과학은 기본적으로 세상에 대한 것이고 시간에 따라 변하지 않은 법칙을 찾는 것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사람의 이름이나 역사는 과학에서 중요하지 않다. 아버지는 이미 뉴턴의 법칙을 이야기를 하면서 뉴턴같은 사람의 이름을 이야기했지만 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그걸 발견했나 하는 것보다는 어떤 법칙이 세상에 있는가 하는 것이지.

 

아버지는 이 글들을 쓰면서 이야기를 간단하게 만들고 싶어서 사람들의 이름을 말하는 것을 일부러 피했지만 이 글에서는 몇개의 이름들을 쓰게 될 것이다. 그것은 이 글이 어느 정도는 과학의 역사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지. 과학이 시간에 따라 변하지 않는 법칙을 찾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은 과학은 발전해 왔고 과거의 많은 과학은 현대에 와서는 간단한 근사이거나 완전한 엉터리라고 말해지곤 한다.

 

여기 현대 과학이라는 이름을 가진 건물이 있다고 하자. 나는 너에게 그 건물의 구석구석을 데려가서 그 건물을 잘 보여주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각각의 부분이 어떤 역사를 가졌는가를 자세히 설명하려고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 것은 이런 짧은 글에서는 힘들고 짧은 시간에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무엇보다 현대과학이라는 건물은 너무도 크고 넓어서 아버지도 여기저기를 다 잘 설명해 줄 수가 없다. 각기 다른 부분은 더 잘 아는 사람들이 따로 있고 게다가 자세하게 이런 저런 부분이 어떤가 하는 가에 대해서는 이미 노력해서 잘 정리한 책들이 많이 나와 있다.

 

그러니까 나중에 네가 관심이 생기면 스스로 공부해야 한다. 나는 다만 건물의 전체 모습을 보여주면서 현대과학이라는 건물은 왜 이렇게 지었을까에 대한 한두가지 설명을 주려고 하는 것이다. 내가 느끼기에 자세히 보여주는 것은 사방에 많지만 한꺼번에 보여주는 것은 별로 없기 때문이지. 나는 특히 과학을 하기 위한 과학뿐만 아니라 네가 과학같은 것을 공부하지 않는 어른이 되더라도 네가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만한 것을 말해주려고 한다. 그런걸 삶을 위한 지혜라고 하는데 말하자면 기회가 되는대로 과학이 주는 삶을 위한 지혜를 더하여 말해주고 싶은 것이다. 사실 과학자가 될 것이 아니라면 그게 과학을 배워야 할 주된 이유다.

 

티코 브라헤, 요하네스 케플러 그리고 아이작 뉴턴

 

물론 세상에는 여러 과학자들이 있어왔다. 그리고 이 사람들은 훌룡한 과학자들이지만 이 사람들만 훌룡한 과학자인 것은 아니다. 그런데 내가 이 사람들을 골라서 이 세사람의 이름을 연속해서 쓰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바로 이들이 현대과학이란 어떤 것인가를, 어떻게 발전하는가를 잘 보여준 예이기 때문이지. 

 

티코브라헤는 16세기의 돈 많은 부자였는데 자기 섬에다 하늘을 관찰하는 장소를 설치하고 금성이나 화성같은 행성들의 위치를 정확히 기록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요즘 말로 하자면 천문학자라고 할수 있겠지만 예전에는 수학자니 물리학자니 천문학자니 하는 구분따위는 정확히 없었다. 하늘의 별은 누구나 볼 수 있는 것이지만 당시로서는 티코브라헤 만큼 오랜동안 정확히 행성들의 위치를 보고 기록해 둔 사람이 없었다.

 

요하네스 케플러는 수학자였는데 티코 브라헤가 태양주변을 행성이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정확히 기록한 것을 가지고 거기서 수학적인 규칙을 찾아낸 사람이지. 그것을 케플러의 3법칙이라고 한다. 그것이 정확히 뭔지 궁금하다면 나중에 더 찾아서 공부해 보도록 해라. 여기서는 필요한 만큼만 이야기하겠다. 사실 별로 어려운 것은 아니다. 중학교정도의 수학이면 되지만 여기서 나는 중학교 수학도 필요없는 부분까지만 이야기할 것이다.

 

케플러의 3법칙중의 하나는 행성이 움직여간 위치를 쭉 이은 것을 궤도라고 하는데 바로 행성의 궤도가 타원의 모습이 된다는 것이었지. 타원이란 둥근 원을 한쪽을 눌러서 찌그러 뜨린 것같은 원이다. 다른 두개의 법칙은 행성이 타원의 어느 부분에 있을 때 얼마나 빨리 움직이는가 하는 것과 한바퀴 돌 때 걸리는 시간이 타원의 크기와 어떤 관계를 가지는가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아이작 뉴턴은 케플러의 3법칙이 더 일반적인, 그러니까 더 많은 것에도 적용되는 법칙으로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을 보였다. 중력의 법칙이란 모든 물건들은 중력이라는 힘으로 서로를 서로에게 당기며 그 힘의 크기는 각자의 무게에 따라 늘어나고 거리의 제곱에 따라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 중력의 법칙과 전에 말한 뉴튼의 운동 3법칙을 쓰면 케플러의 3법칙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지.

 

티코 브라헤에 대해 중요한 것은 바로 티코 브라헤가 정확히 행성의 위치를 측정했다는 것이다. 정확히 보고 정확히 측정한다는 것이 바로 현대 과학의 시작이다. 우리는 여러가지 개념을 가지고 레고 블럭을 조립하듯이 세상을 설명하는 거라고 했지? 레고 블럭들이 서로 잘 들어맞는지 안 맞는지, 그 레고블럭으로 어떤 다리를 만들수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해 보자. 그런데 가만히 보니까 레고 블럭을 고무로 만든 거야. 누르면 들어가고 당기면 늘어나는 고무라면 좀 크기가 서로 안맞아도 억지로 집어넣으면 서로 들어 맞게 할 수 있고 다 만들었는데 틈이 있어도 좀 잡아당기면 틈을 메꿀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식이라면 지금 가지고 있는 개념들로 세상이 설명이 잘되는 건지 안되는 건지 잘 알 수가 없겠지. 그리고 그 개념들을 복잡하게 연달아 쓰면 설명이 엉터리가 되기 쉽다. 고무로 만든 레고블럭을 높이 쌓아서 건물을 만들면 그 건물은 흔들거리다가 무너지지 않겠니? 실제로 현대과학을 만든 과학혁명시대 이전에는 사람들이 정확히 관찰하고 측정한다거나 실험을 정확히 해서 알고 있는 것을 확인하는 일을 별로 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대충 만든 말과 개념을 이리저리 이어붙여서 세상에 대한 설명을 만든 것이지. 여기서 말하고 있는 세 사람은 바로 그것이 바뀌면 어떻게 되는 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그렇게 하는 것의 힘을 깨달은 이후에는 지금까지 열심히 그렇게 해오고 있지.

 

정확한 개념을 사용한다는 것은 우리가 뭘 아는지 뭘 모르는지를 아는데 중요한 것이지. 티코 브라헤가 행성의 위치를 정확히 측정했기 때문에 케플러는 행성의 궤도가 원이 아니라 타원이라는 것을 믿게 되었다. 아래의 그림을 보렴.

 

 

이 그림에서 작은 원들은 티코 브라헤가 측정한 행성의 위치를 상징하는 것이다. 이건 실제 관측된 숫자를 써서 그린 것은 아니고 그저 설명을 위해서 내가 그린 것이다. 서로 다른 날에 행성이 어디에 있었나를 관찰한다면 이렇게 점들로 나타나게 되겠지? 케플러의 법칙이란 말하자면 아래의 그림처럼 이 점들이 이렇게 어떤 선위에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지.

 

 

여기서 실선으로 그려진 것이 바로 타원인데 케플러가 찾아낸 궤도라고 할 수 있다. 티코 브라헤는 측정만 했으니까 몇월 몇일에 행성은 여기에 있었고 몇월 몇일에는 저기에 있었다라는 기록만 있었다면 케플러는 그 점들을 이어 주는 궤도를 찾아낸 것이다. 법칙을 찾아낸 것이지.

 

그러나 만약 티코 브라헤의 측정이 엉터리라서 그 행성은 여기에 있었다라고 하는게 아니라 여기 어디쯤 이라고 밖에는 말할 수가 없었다면 케플러는 그 궤도가 원인지 타원인지 말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실제로 케플러는 행성의 궤도는 원이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수년동안 계산을 아주 여러번 반복했다고 해. 원이어야 한다고 믿어서 계속 원을 가지고 숫자를 맟춰보려고 했지만 아무리 해도 잘 맞질 않았던 것이지. 그런데 두번째 그림을 보면 알겠지만 사실은 작은 원들이 타원을 그린 실선 위에 정확히 있지 않다. 그것은 우리가 뭔가를 잴 때 아주 정확히 잴 수 있으면 좋겠지만 우리가 측정한 값에는 항상 오차 즉 진짜 값과 우리가 잰 값과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지. 그러니까 원으로 그림을 그려서 차이가 있어도 오차가 아주 큰 경우라면, 오차가 커서 그렇겠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아래의 그림을 봐라.

 

 

그림이 이렇게 되도, 이 정도면 거의 원이군, 잘 안맞는 것은 티코 브라헤가 더 자세히 잴 수 없었기 때문일꺼야라고 한다면 틀린 건지 맞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사실 여기서 그린 경우에는 타원과 원의 경우 차이가 워낙 많이 나서 이건 분명히 타원이네라고 쉽게 말할 수 있지만 차이가 잘 나지 않는 경우에는 선을 그어놓고 보면 종종 더 좋은 답이 있어도 그렇게 그어놓은 선이 어느정도 잘 들어맞는 것처럼 보인다.

 

케플러는 오랜동안 원을 가지고 계산을 했지만 자기 계산 결과를 버리고 다른 것을 생각했던 것은 티코 브라헤가 정확히 측정했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건 들리는 것처럼 간단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 당시 누구나 티코 브라헤의 결과같은 정확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었다면 케플러가 티코 브라헤의 결과만 가지고 계산을 했을 리가 없지. 다시 말해 다른 사람이 잰 더 부정확한 결과를 가지고 보면 원인지 타원인지 구분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확한 측정이 있었기 때문에 법칙을 찾을 수가 있었던 것이지. 그때는 망원경이 아직 발명되기 전이었다. 티코 브라헤는 별들의 위치를 맨눈으로 관찰하고 기록했던 것이지.

 

케플러의 법칙이 있으면 이게 어떤 행성의 궤도이며 몇월 몇일에는 어디에 있게 될 것이라는 것을 정확히 말할 수가 있다. 바로 법칙을 찾았기 때문에 행성들의 위치를 일일이 점으로 찍어서 말하는 대신에 케플러의 법칙으로 티코 브라헤가 오랜동안 측정한 것들을 줄여서 말할 수 있게 된 것이지. 법칙이나 공통점을 찾으면 우리는 작은 수의 개념을 가지고 세상을 설명할 수 있다고 했지. 바로 그것이다. 티코 브라헤가 행성의 위치들을 알고있었다면 케플러는 그걸 선으로 이어서 티코 브라헤가 보지 않았던 것까지 말할 수 있게 했는데 이것을 일반화라고 한다. 케플러는 티코 브라헤의 결과를 일반화 한 것이지.

 

아이작 뉴턴은 이것을 다시 다른 모습을 가진 수학식으로 혹은 다른 법칙들로 나타냈다. 중력의 법칙과 뉴턴의 운동법칙들로 말이다. 하나의 수식이나 법칙을 다른 형태로 나타내는 것 자체는 언제나 가능하다. 예를 들어 2x = 10y라면 이걸 x = 5y로 쓸 수도 있겠지. x/y = 5로 쓸 수도 있을 것이다. 하나의 법칙을 다른 형태로 바꾸는 것은 그 두 개의 법칙이 같으면 그 자체로는 큰 의미는 없다. 그냥 같은 이야기를 하는것이니까. 빵 두개에 이천원이라는 이야기나 빵하나에 천원이라는 이야기나 같은 이야기다. 그런데 물리 법칙은 종종 어떤 법칙을 그렇게 다르게 적은 다음에 이것이 원래의 법칙보다 더 강력한 법칙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는데서, 즉 더 일반화 해 보는데서 찾아진다.

 

케플러의 법칙은 하늘의 행성들이 태양 주변을 어떻게 도는가에 대한 법칙이었지. 그런데 뉴튼은 중력법칙과 운동법칙을 적고서 그것이 단지 행성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무게를 가진 모든 것에 적용된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멀리 있는 행성뿐만 아니라 달에도 적용되는 것이고 사과 나무에서 땅으로 떨어지는 사과에도 적용되는 것이다. 행성이 움직이는 것과 우리의 몸이 무게를 가지는 것은 같은 힘에 의해서 그렇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뉴턴의 법칙은 엄청나게 강력한 것이 되었다. 뉴턴의 중력법칙은 만유인력의 법칙이라고도 부르는데 그건 우주에 있는 모든 것이 서로를 잡아당기는 힘에 대한 법칙이라는 뜻이다. 개미든 사람이든 돌멩이든 물컵속의 물이든 다 서로를 똑같은 법칙에 따라서 잡아당긴다는 것이지.

 

물론 일단 이런 법칙이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 다음에는 이 법칙을 다시 시험해 본다. 마치 위에서 우리가 타원을 죽 그어본 다음에 정말 행성이 어떤 시간에 저기에 나타날까를 확인해 보는 것처럼 뉴턴의 법칙들도 시험해 본 것이지. 그리고 그 법칙은 수많은 시험을 통과했다. 정말 그런 법칙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지.

 

법칙이 만들어 내는 변화

 

강력한 법칙 즉 많은 것들이 이 법칙을 따른다고 말해지는 법칙은 그만큼 더 많은 것을 간단하게 만든다. 유령이나 귀신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나무에서 가지를 잘라내면 원래의 나무가 가지를 돌려받고 싶어서 그 가지를 잡아당긴다던가, 사과가 땅으로 떨어지는 것은 사과는 원래 자신이 있었던 고향인 땅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기 때문이라던가 하는 식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럴 듯하다고 생각하거든. 유럽사람들은 하늘의 행성이 움직이는 이유는 천사가 그것을 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뉴턴이 말한 것이지. 세상에는 그런 것은 없다. 이 세상 모든 것은 중력의 법칙에 따라 서로를 당기는 것이다. 이건 마치 뉴턴이 세상에 있는 유령이나 귀신을 모두 없애버리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대단한 일이었다.

 

실제로도 어느 정도는 그래. 요즘 사람들은 현대과학 덕분에 천둥번개가 뭔지 알아서 하늘에 있는 신이나 귀신이 천둥 번개를 만든다고 생각하지 않지. 그러나 과거의 사람들은 현대과학이 보여주는 정확한 개념같은 것이 없이 애매하고 잘 왜곡할 수 있는 개념들만을 써서 세상을 보고 있었기 때문에 세상에는 그런 것이 실제로 있는 것처럼 보였단 말이야.

 

우리가 보는 것은 모두 우리가 가진 개념들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일단 법칙을 알고 세상을 보면 세상은 다르게 보인다. 그 개념을 바꿨을 때 우리 눈에는 전혀 다른 것이 보이거나 전에 보이던 것이 안보이게 될 수도 있는 것이지. 그리고 뉴턴시대에 그런 일은 바로 정확한 측정을 하는 실험과 정확한 개념을 다루는 수학을 써서 만들어 진 것이다. 사실 정확한 개념을 써서 세상을 봐야 한다고 믿은 것은 현대과학 혁명이 있었을 때만 그랬던 것은 아니다. 수천년전의 유럽 그리스에서도 그렇게 믿어서 유클리드 같은 수학자들이 작은 숫자의 개념들을 가지고 삼각형이나 원같은 도형의 관계나 성질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을 보였다. 지금도 중학교에 들어가면 그런 문제들을 푸는 법을 배우지. 그러나 고대 그리스 이후의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믿지 않은 것이지. 대충 대충 생각하고 계산한 그들은 그렇게 정확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적어도 현대과학을 만들어 낼 정도는 아니었지. 유럽사람들은 그래서 현대과학을 만들어 내는데 옛날 그리스 사람들의 생각이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믿고 고대 그리스가 현대 과학의 아버지나 어머니라고 말한다.

 

과학자처럼 생각하기

 

사람들은 초등학교뿐만 아니라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에서 과학과 수학을 배운다. 그러나 만약 네가 과학자가 될 것이 아니라면, 혹은 시험을 보거나 퀴즈대회에 나가서 답을 맞추는데 쓸 것이 아니라면 현대 과학에 대한 대부분의 지식은 사실 별로 쓸 데가 없는 것 처럼 보일 수 있다. 과학을 모르면 책을 읽거나 신문을 읽으면서 나오는 많은 이야기들을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티코 브라헤나 케플러가 누군지 모른다고 해서 혹은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수학을 모른다고 해서 대부분의 경우 그것 자체가 큰 문제를 만들지는 않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왜 그것들을 배우는지 생각해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말이다.

 

그러나 과학은 매우 성공적인 것이었기 때문에 사실은 우리 주변에서 브라헤, 케플러 그리고 뉴턴이 한 것과 같은 일은 매일 같이 일어나고 있다. 먼저 한가지 이야기를 해보자. 네가 아직 그런 말을 듣지 못했다면 앞으로 계속해서 사람들이 정확한 사실의 확인이 중요하다라는 말을 계속 하는 것을 듣고 보게 될 것이다. 신문기사나 텔레비전의 뉴스에서 대통령이 서울에서 무슨 일을 했다라는 이야기가 있을 때 사람들은 아주 정확히 대통령이 뭘 했고 무슨 말을 했는지를 말해 주려고 한다. 바로 티코 브라헤가 행성의 위치를 정확히 기록했듯이 말이다. 정확한 사실의 확인만이 정확한 개념을 만들고 오해를 하지 않게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위의 타원 그림에서 보면 알겠지만 더 많은 점들이 있다면 그 점들이 타원을 그린다는 것이 더 알기 쉽겠지? 현대인들은 과학이 매우 성공적이었기 때문에 그 방법을 따르는데 익숙하다. 정확한 정보를 되도록 많이 모을 것. 그것이 세상을 정확하게 보게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이것은 맞는 말이지만 사실 오해를 사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그래서 모든 것이 종종 지루해 지거든. 과학책 뿐만 아니라 세상의 많은 책들이 끝도 없이 무슨 백과사전처럼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하면서 여러가지 사실을 많이 늘어 놓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들은 훌룡한 티코 브라헤처럼 되려고 하는 것이지.

 

정확히 관찰할 것, 그리고 그렇게 관찰한 결과가 많이 생기기 전에는 서둘러 일반화를 하지 말것. 이게 바로 티코 브라헤와 요하네스 케플러가 가르쳐 준것이고 분명히 이게 바로 과학적 사고 즉 과학적으로 생각하는 법이라고 하는 것이지. 그러나 모든 것은 근사라고 하는 이야기를 기억하기 바란다. 이게 과학적 사고의 전부는 아니다. 이런 생각도 너무 믿으면 스스로가 과학자처럼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가장 바보 같은 일들을 하게 된다. 과학적 사고는 중요한 것이고 너도 그렇게 해야 한다. 주로 그걸 위해서 학교에 다니고 있는 것이고. 분명히 정확히 관찰하고 서둘러서 어떤 법칙이 있다고 믿고 일반화를 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다.

 

너는 모든 것이 근사라는 것을 기억하지만 동시에 자기 자신을 기억해야 한다, 자기가 믿는 것을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이게 무슨 말일까. 너는 아이작 뉴턴의 앞에는 요하네스 케플러가 있었다는 것, 그리고 앞에서 아버지가 배우는 일에 대해서 말한 것을 기억하고 있니? 배우는 일이란 처음부터 복잡한 자동차를 하나 하나 조립하는게 아니라 장난감 자전거를 먼저 만들고 그걸 키워서 자전거로 만들고 그걸 키워서 자동차로 만드는 것이라고 했지? 만약 케플러가 행성의 위치만 본게 아니라 온 세상의 물건들을 전부 한꺼번에 보고있었다면 어떨까? 그 사람이 단번에 뉴턴의 법칙들을 발견할 수 있었을까? 무작정 많이만 보면 우리는 더 훌룡한 법칙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일까? 그럴 수 없었을 것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우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법칙이 있어야 세상을 더 잘 볼 수가 있다. 그런 개념들을 통해야 더 세상이 잘 보이기 때문이지. 네가 장기를 어떻게 두는지 모르더라도 일단은 빨간 장기말과 파란 장기말이 서로 반대편이라는 것 정도는 알아야 그 다음에 더 복잡한 규칙을 배우기 쉬운 것이지. 카탄같은 보드게임을 할 때도 가장 쉬운 게임을 하는 법을 알아야 더 복잡한 보드게임법칙을 이해하기 쉽지 않니? 우리가 처음부터 가장 어려운 규칙을 가진 게임부터 시작한다면 게임의 규칙을 알기가 훨씬 더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항상 한발 한발 작은 법칙을 알고, 그것을 더 일반화해보고 그래서 다시 더 큰 법칙을 알고 그리고 다시 확인을 하고 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더 잘 알게 된다. 그러니까 누군가 뭔가 많이 아는 사람 혹은 단지 그렇게 보이는 사람들이 뭔가 복잡한 이야기를 하는 것에만 너무 신경을 쓰면 너는 뭐가 뭔지 영원히 알 수 없을 것이다. 자기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가지고 항상 왜 그럴까를 스스로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이지. 스스로 생각하고 정리하는 것이 없으면 책이나 선생님이 하는 말을 줄줄 외워도 뭔가를 아는게 아니다.

 

세상을 자기가 믿는 대로 느끼는 대로 보는 것을 주관적으로 본다고 한다. 반면에 세상 사람들이 보는대로 보는 것을 객관적으로 본다고 하지. 주관적이냐 객관적이냐 하는 것은 뭘 믿고 있는가, 어떤 개념을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많은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객관적으로 보라고 말하지만 이 말도 근사적으로만 맞는 말이다. 어른들도 뭐든지 다 알고 있지 않다고 말했지? 어떤 똑똑한 사람도 뭐든지 다 알고 있지 않다. 뉴턴같은 천재도 살아있었을 때 물론 현대의 과학은 모르고 있었다. 미래의 누군가가 보면 지금 살아있는 사람중 가장 똑똑한 사람도 모르는게 많은 사람으로 보일 것이다.

 

이 말은 우리는 결국 모두 주관적으로 세상을 본다는 것이지. 아는게 적은 아이들만 주관적으로, 자기가 믿고 있는 것으로 세상을 보는게 아니라 어른들도 아버지도 누구도 다 주관적으로 세상을 본다는 것이다. 다만 어른들은 대개 서로 이야기를 많이하고 책도 신문도 읽기 때문에 대충 같은 것을 믿을 뿐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사이좋게 살려면 그 사람들이 뭘 믿고 있는가를 알아두는 것이 좋다. 그러나 어른들이 원래 이런 거다라고 말하는 것도 시간이 좀 지나거나 다른 나라에 가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도 많다.

 

자기 생각이 없으면 우리는 아무 것도 배울 수 없다. 남이 한 이야기를 그저 외우는 것이 뭘 배우는게 아니다. 남이 하는 이야기가 안 중요하다는 게 아니다. 자기가 법칙을 발견해야 한다는 것이지. 자기가 스스로 생각해서 이해를 해야 한다. 그러려면 자기가 믿는 것, 알고 있는 것을 너무 쉽게 포기해서도 안된다. 우리는 절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지 않다. 그러나 항상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써야만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