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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수준, 국민수준

by 격암(강국진) 2012. 12. 20.

박근혜가 다음번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는 개인적으로 매우 실망이다. 나는 이번 대통령 선거가 한국인 모두의 패배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단순히 문재인의 패배나 안철수의 패배가 아니고 문재인을 찍었던 사람들의 패배가 아니고, 이번 대선에서 야권에서 나서서 바람잡았던 여러 유명인들의 패배가 아니고, 한국인 전부, 적어도 박근혜를 지지했던 사람들의 대부분까지 포함하는 대부분의 한국인의 패배다. 미력한 사람이어서 따로 이름을 호명할 필요는 없지만 물론 한국인의 한사람으로서 나의 패배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국민수준이라는 말을 자주한다. 그런데 그 국민수준이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뭘 말하는 것일까.  예를 들어 고작 몇%의 차이로 패배한 문재인이 이겼다면 어떨까. 이겼으면 역시 우리 국민수준은 높아라고 말해야 하고, 지난 대선에서 우리는 모두 옳은 선택들을 한것일까. 내가 그게 아니라고 말하면 역시 너는 안철수를 지지했구나, 안철수를 선택했어야 하는거라는 거지 라던가 하지만 그건 지난 일이야,최선을 대했는데 진걸 어떡해, 지난일 이제와 말하면 무슨 소용있어라고 말할지 모른다. 국민수준이란 문재인대신에 안철수를 택했어야 한다는 뜻일까. 그래서 그걸로 박근혜를 이겼어야 한다는 뜻일까. 나는 그렇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과거를 이야기하는 것은 물론 그 과거를 바꿀수 있어서가 아니고 그 과거를 통해서 지금의 뭔가를 바꾸기 위해서다. 그런데 지난일 이제와 말하면 뭐해라고 대답하는 것은 그 과거에서 배울것이 없다고 생각한다는 뜻이다. 지금 앞에서 말한대로 생각하고 반응하는 사람들은 과거에서 배운 것이 없었던 것이다. 그들은 이명박의 당선에서도 배운것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이번 한국인의 패배에서도 배운 것이 없다. 그래서 한국인은 패배한 것이다. 이대로라면 앞으로도 계속 패배할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 패배를 말하는 한가지 방법 혹은 한가지 키워드는 국민통합이지만 나는 그 이야기는 이미 몇번했으므로 이번에는 이런 식으로 말해보고 싶다. 국민수준이란 한국의 현재와 미래가 국민의 손에 달려있다고 믿는가, 국민의 책임이라고 믿는가 아니면 대통령의 손에 달려있고, 대통령 한사람의 책임이라고 믿는가에 따라 결정되어진다고. 이게 무슨 뜻인가를 고민하는 속에 이번 대선이 왜 패배인지, 이번 대선에 실망하고 좌절했다면 왜 그러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있다. 

결과론적으로 누가 이겼으면 됐을거라고, 즉 문재인이 이겼으면 됐다, 안철수가 이겼으면 됐다라고 생각하는 사고의 밑바탕에는 한국을 문재인이나 안철수 개인의 손에 맡기고 나는 내 할일 하겠다는 식의 왕같은 대통령을 상상하는 사람들의 기본인식이 깔려있다. 이번 대선이 끝나기 전에 나는 문재인을 찍겠다고 말하면서 이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을 가끔 봤다.

이번에는 문재인을 찍습니다. 찍기는 찍지만 찍고나면 가열차게 비판하고 잘하는지 감시할 것입니다.

나는 이런 말을 보고 화가 치밀었다. 대통령 뽑아줬으니 이 나라개혁을 위해 니가 잘해봐라고 말하는 이런 태도라면 개혁이 될리가 없다. 노무현 정부를 겪고도 이런 말을 아직도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었다고 하자. 그 대통령은 이 사회가 가진 거대한 관성, 거대한 힘과 싸워야 한다. 겨우 절반의 지지로 당선되는 대통령, 그것도 자세히 보면 각자 다른 생각하는 누더기 이합집산이 모여서 만들어 낸 대통령을 대통령 만든 사람들이 계속 도와줘도 개혁이 가능할지 못할지 알수 없는데 대통령에 당선되면 대통령을 두들기는데 합류하겠다는 것이다. 정말 사소한 말한마디했다고 탄핵에 들어가 대통령 직무가 중지되었던 노무현 대통령, 관습헌법이니 뭐니하는 말도 안되는 일로 방해를 하는 그의 반대자들을 보았으면서, 그의 비참했던 결말을 보면서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개혁의 본질을 모르는 것이다. 

개혁의 본질은 이 개혁이 누구의 책임도 아니고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것, 우리가 해야 할것이라는 것 우리가 깨어있는 시민이 되어야 한다는 것,한국 사회의 미래는 대선때건 아니건 한국인 모두의 손에 달려있는 것이라는 점을 깨닫는 것이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개혁의 주체가 아니라 한국시민들의 도구다. 숟가락으로 산을 옮기는가, 포크레인으로 산을 옮기는가의 차이는있지만 어느 것이든 결국 수단에 불과하며 한국사회를 움직여나가야 하고 움직이는 것은 언제나 한국시민이다. 그것은 박근혜가 당선된 지금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은 우리의 어머니도 아니고 우리에게 명령을 내려야 할 사람도 아니다. 대통령은 한국인을 위해 봉사할 하인중에서 가장 직급이 높은 자일 뿐이다. 하인의 임무는 주인의 명령을 듣는 것이다.

사람들이 대통령이 문재인이 될것인가, 박근혜가 될것인가, 안철수가 될 것인가라는 질문에 빠져있다면 혹은 새누리당이 이길것인가, 민주당이 이길것인가 하는 질문에 빠져있다면 그런 질문이 그들로 하여금 국민들의 상당수를 손놓아버리게 만든다. 즉 암묵적으로 이런 태도가 들어가 있다. 박근혜가 되면 한국은 박근혜가 책임지는 것이고, 문재인이나 안철수가 되면 문재인이나 안철수가 책임지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되면 새누리당이 책임지는 것이고 민주당이 되면 민주당이 책임지는 것이다. 이건 거의 정복자 논리다. 이런 말의 그림자 속에는 문재인을 뽑고 나면 문재인이 책임지라고 할거라는 태도, 민주당이 되거나 새누리당이 되면 이제 이나라는 니들이 책임져라라고 할거라는 태도가 깔려있다. 바로 그렇게 선긋기를하는 동안에 한국은 분열되고 마치 이 나라를 빼앗긴 것같은 한국인들을 양산하여 결국 대선에서 올바른 선택을 하지도 못하고 한국에서는 되는 일도 없는 그런 미래가 펼쳐진다. 이게 왜 이번 대선이 한국인 전체의 패배인가 하는 이유다.

왜 세상을 계속 해서 새누리당대 민주당의 구도나 보수대 진보의 구도같은 어떤 틀로 봐야만 하는가, 왜 입으로는 정권교체를 위해 뭐든지 하겠다고 했으면서 진정으로 자기를 놓지 못했는가. 예를 들어 안철수가 국민지지로 봐서 단일후보가 되면 박근혜를 이길수 있다는 결과가 나오자, 야권에서는 안철수를 구세주보듯이 했다. 이번에 아깝게 진 문재인은 한때는 유시민보다도 지지율이 낮았으니까. 그런데 어떻게 이리 저리 상황을 구부려서 다시 말해 민주당후보를 뽑고 안철수를 압박해서 민주당에 들어오라고 하고 하는 식으로 게임을 해서 안철수가 아니고도 게임에 이길수 있을것같으니까 그렇게 상황을 만들었다. 이 뒤에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욕심이 없었다고 할수 있는가. 안철수는 안철수의 능력부족이라는 책임이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렇다면 왜 그를 돕지 않았는가, 거기에 정말 정권교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한다는 그 말그대로의 자기를 놓아버리는 행동이 있었는가? 결국 되돌아 보면 그 욕심을 버리지 않았기에 대선의 결과가 이렇게 된 것이다. 

나는 사람들이 안철수같은 사람의 입에서 결국 나는 다음번 정권에서 아무 직함도 맡지 않겠다고 선언하게 해놓고 좋아하는 사람, 그리고 그렇게 선언하는 안철수를 이해할수 없었다. 우리 나라의 장래를 위해서라면 있는 사람 없는 사람 다 불러다가 다 힘을 합해도 될까 말까 하는 판에 이제 이건 네 판이니까 니가 해라고 선언하는 것이 한국을 위하는 길인가? 안철수가 티비에 나와서 지지연설을 했어도, 다음번 정권의 총리는 안철수가 할거라고 했어도 이번 대선의 결과는 이랬을까? 이나라는 민주당의 나라인가 새누리당의 나라인가, 안철수의 나라인가? 모두의 나라 아닌가?

안철수만 그런게 아니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욕심은 버리지 못하고 욕심없는 사람들에게 나는 앞으로 일 안하겠다는 선언을 하라고 한다. 그리고 그 욕심없는 사람들이 그렇게 하면 좋아한다. 이제 남은 사람들은 모두 욕심이 있는 사람들인데 말이다. 아마 문재인이 당선되었으면 이번에는 누가 한자리 맡아서 다음번 대선주자로 자리를 굳히는가 가지고 알력이 있었을 것이다. 노무현때 정동영이 있었다. 그리고 그 정동영이 지난번 대선에서 져서 이명박이 당선되었다. 

정리하자면 국민수준이란 한국을 색안경을 쓰지 않고, 마치 남의 일보듯이하는 태도로 보지 않는 것에서 결정된다. 이번에 문재인을 지지한 사람들은 박근혜를 지지한 사람들을 보고 국민수준 운운할지 모르지만 단지 문재인에게 한표던졌다고 해서 국민수준이 높고 박근혜를 지지했다고 해서 낮다고 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상당히 많은 사람들은 그저 관성대로, 그저 지역감정의 구도대로, 그저 주변에서 떠들고, 뒤틀어진 언론이 말해주는대로 믿었을 뿐이니까. 그리고 그런 뒤틀림을 만들어 내는 것은 바로 한국인을 그저 한국인으로 생각하지 않고 새누리당이니 보수니 경상도니 하는 관점에서 민주당이니 진보니 전라도니 하는 관점에서 보는 그 틀이다. 그런 틀에 매달릴때 우리는 산을 옮겨야 하는데 티스푼을 도구로 선택하는 일이 벌어진다. 그게 박근혜가 훌룡한 대통령감이 못된다고 생각하는 내가 말하는 한국인 전체의 패배다. 박근혜는 자신이 할수있다고 나섰으니 책임을 져야 할것이다. 문재인도 민주당도 모든 사람도 자신이 할수 있다고 나섰던 사람은 자신의 책임이 뭔지 생각해 봐야 할것이다.  

절망적일수도 희망적일수도 있는 소식은 대선전에도 그랬고 지금 이순간도 마찬가지듯이 한국사회가 살기 좋은 사회가 된다는 것은 여전히 한국 시민들이 깨어있는 시민이 되는 것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자본주의나 자유시장이 좋은 세상을 만들어 주는게 아니라 그것은 그저 사람의 도구들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대통령도 한국인의 명령을 듣는 한국인의 수단일 뿐이다. 주인이 강하고 깨어있어야 한다. 그러면 된다. 노무현이 부동산 값 잡으려고 하니까 잡아지던가, 이명박이 부동산 값 유지하려고 하니까 유지되던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 국민수준이란 정말 무엇인가. 우리 모두 고민을 더해야 하는 새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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