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제별 글모음/세상보기

이번 선거와 국민 통합

by 격암(강국진) 2012. 12. 19.

대선의 날이다. 많은 사람들이 투표소로 가고 이번 대선의 결과가 어떠할까하는 생각에 조마조마하다. 하지만 우리는 그 결과가 나오기 전에 먼저 생각해 봐야 할 것이 있다. 결과가 나오면 승자는 승리감에 취하고 패자는 패배감에 분해서 생각이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간에 사퇴한 안철수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 -여기에는 노무현도 포함되고 심지어 문재인이나 박근혜도 포함된다-이 국민통합을 말한다. 어떻게 하는가하는 의견은 다를지 몰라도 국민통합은 그야말로 시대적 과제다. 그렇다면 가장 큰 정치적 과정이라고 할수 있는 대선을 통해서 우리는 국가의 장래를 위한 비전을 찾을 뿐 아니라 이 국민통합을 위한 길을 찾아냈는가? 본래 대선이란 통합을 위한게 아니라 분열을 조장하고 더 상처나게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인가? 


불행하게도 이번 대선은 그 결과가 어찌나오건 결코 성공한 대선이라고는 할수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것은 아무리 후하게 평가해도 시대적 과제라는 국민통합에 별반 기여한 바가 없기 때문이다. 박하게 평가한다면 오히려 그 분열을 더 심하게 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분열은 어떻게 치유하는가라는 질문에 관련된 큰 문제중의 하나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너무 빨리 그 답이 뻔하다고 생각하는데 있다. 질문의 답은 이거 아니면 저거로 정해져 있다고 생각을 고정시킨다. 그런데 그 답들은 이미 수십년전부터 알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국민통합이 안되고 있다. 그러니까 그런 태도는 국민통합은 애초에 불가능하다라고 단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 뻔하다고 말해지는 답은 뭔가, 그건 바로 분열된 양쪽이 서로 양보하고 화해하자는 말이다. 서로를 비방하지 말고 신사적으로 경쟁하자는 말이다. 이것 이외에 분열의 치유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건 분열의 치유가 아니다. 분열을 당연시 하는 사고다. 


통합이란 이쪽과 저쪽을 잘 붙여서 화목하게 만드는게 아니다. 애초에 이쪽과 저쪽이란게 없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진보와 보수가 화목하게 지내는게 통합이 아니고 진보니 보수니 하는 구분이란게 애초에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분열의 본질이 뭔가를 보는 한가지 방법은 바로 한국과 외국을 비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유엔사무총장선거가 있는데 모든 사람들이 투표권이 있다고 하자. 그리고 그 후보는 한명은 한국사람이고 또 한명은 일본사람이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이 서로 대화를 한다.


'넌 이번 선거에 누구 뽑을꺼지?'


'그거야 물론 한국사람 뽑아야지. 우리가 한국사람인데. 당연한거 아냐?'


'그렇지? 역시 한국사람 찍어줘야겠지?'


이 대화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들렸다면 이 대화속에는 유엔사무총장 후보로 나온 그 한국 사람이나 그와 경쟁하는 일본사람의 능력, 인품, 과거에 대한 이야기가 하나도 없다는 것에 주목하기 바란다. 한국사람이면 모두 천사고 일본사람이면 모두 악마인가? 그렇지 않다. 유엔이 한국이나 일본만을 위해 일하는 곳인가? 그렇지 않다. 그러나 그런 것에 대해 하나도 언급하지 않는데도 이런 대화가 자연스럽게 들린다. 너는 일본 나는 한국이라는 분열의 코드가 애초에 바닥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가 한일간에 화해를 하자는 소리를 하면 이 대화가 어디까지 무력화 될것인가? 한국과 일본이 사이좋게 지내도 역시 한국사람은 한국사람을 찍어야 한다는 사고가 그대로 남지 않을까?


그런데 이게 많은 한국 사람들의 정서다. 


'넌 이번 선거에 누구 뽑을 거지?'


'그거야 여기가 경준데, 당연하지 YY 뽑아야 하는거지.'


'그거야 여기가 광준데. 당연하지 XX 뽑아야 하는 거지.'


이렇게 흘러간다. 그리고 당연히 여기에는 도대체 후보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관심자체가 없다. 아니다 우리는 문재인도 칭찬한다 혹은 우리도 박근혜도 칭찬한다라고 생각한다면 물을 수 있다. 당신은 만약 새누리당 후보가 문재인이면 누굴 찍을 것인가. 사람을 칭찬하다가 그사람을 찍기 보다는 찍을 사람을 먼저 정해놓고 그 사람 칭찬하고 있는거 아닌가? 당신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많은 사람이 그렇게 한다는 것을 부정할수 있을까? 그 사람이 흉악범이건 파렴치범이건 무식쟁이건 폭력범이건 그저 그게 누구편인데 하는 것으로 판단은 끝난다. 


이런 대화의 본질에는 우리가 우리라는 개념이 없다. 즉 우리는 모두가 서로를 필요로 한다는 생각이 없다. 지역감정이나 열린우리당-민주당 구도에 극단적으로 몰두한 사람들, 그걸 당연시하는 사람들은 경상도는 경상도만 있으면 살수 있고,  전라도는 전라도만 있으면 살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혹은 새누리당 지지자들은 자기들끼리만 살아남을수 있고 민주당 지지자들은 민주당지지자들만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아예 적극적으로 그런 사람들은 이민 가거나 어디 구석에 박혀서 세상에 안나왔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한다.  나는 한국에 차라리 없었으면 싶은 사람들이 세상에 있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국은 모두를 필요로 하고 서로에게 의지하면서 살고 있다. 젊은이들은 나이든 사람에게 의지하고 나이 든 사람들은 젊은이들에게 의지하면서 살고 있다. 기업가는 국민들에게, 국민들은 기업가들에게 의지하고 살고 있다. 지역은 또 다른 지역에 의지한다. 서로 믿고 의지하고 함께 살아가는 것을 그칠때 우리는 약해지고 가난해 지기만 할 뿐이다.


왼쪽 코구멍이 숨을 마시면서 이 산소는 어디에 보낼까 하고 누가 말하는데 그거야 당연히 왼쪽 몸이지, 여기가 왼쪽인데 당연하거 아냐?라고 말하는 것은 바보짓이다. 그게 바보짓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은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 아 싸우지 말아야 겠다, 사이좋게 지내야겠다 같은 말을 들어서가 아니다. 그런건 맞는 말이지만 피상적인 것이다. 그게 바보짓인 것을 진심으로 깨달으려면 왼쪽과 오른쪽이 같은 몸이라는 것을 자각하는데서 애초에 왼쪽과 오른쪽몸이 있는게 하니라 몸이 하나라는 것을 자각하는데서 나온다. 이런걸 누가 몰라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번 위의 대화를 읽고 정말 우리나라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걸 진심으로 알까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한국의 정치구도는 오랜 동안 서로를 악으로 규정하는 것으로 이어져왔다. 즉 한국에 무슨 문제가 생기는 이유는 바로 반대편때문이라고 설명하는 것이다. 경제건 정의건 무슨 문제가 생기면 어떤 사람들은 이게 다 종북세력이나 빨갱이 때문이라고 한다,그러니까 그 종북세력만 없으면 세상은 천국이 될것이다. 반여당 사람들도 이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그들은 마치 정권만 교체하면 좋은 세상이 올 것처럼 말한다. 그것이 좋은 세상 만드는데 핵심이다. 반대편을 무력화시키는 것, 실질적으로 세상에 없는 사람처럼 만드는 것이 좋은 세상만드는 방법의 가장 핵심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나는 정권교체를 지지한다. 그러나 역시 좋은 세상이 오는 것의 핵심은 더 많은 시민들이 자신들의 욕망을 마구 추구하지 않는 정신적 각성을 하는데서 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는 어떤 구분이 없다. 그런 시민적 각성이 없다면 누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결국 조삼모사식으로 피해가 오늘올것인가 내일 올것인가 식이 될 뿐이다. 또 누구탓이라고 말하고 순교자를 만들 뿐이다. 


그러니까 이번 대선은 응당 시대적 과제인 국민통합을 위해서 정말 국민이 모두 합쳐져야 한다는 메세지를 전하고 국민들이 그걸 느끼게 하는 선거여야 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결국 그런 선거가 되지는 못했으며 앞으로 또 노력해야 하겠지만 대선이라는 기간동안 그걸 하지 못했기에 선거가 끝나고 화해의말을 하고 몸짓을 해도 그 효율성은 크게 떨어질 것이다. 패자는 패배감에서 이제 승자가 틀렸다는 것을 증명할 기회만 노릴 것이다. 실패하기만을 기대할 것이다. 이번 대선은 그런 의미에서 겸허하게 평가되어야 한다. 시대적 과제의 해결이라는 점에서 결과가 어찌나오건 이미 점수가 별로 좋지 않다. 승자도 패자도 마치 모두 패한 것처럼 고개를 수그려야 할 선거다. 우리는 지금 국민통합이 시대적 과제인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은 이렇게 끝난다. 하지만 계속 우리가 모두 한 몸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 지체된다면 한국은 더욱 더 큰 댓가를 치뤄야 할 것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