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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노 정당이나 안철수 신당은 없다.

by 격암(강국진) 2013. 5. 4.

요즘 신문들이 이따금씩 친노신당이니 안철수 신당이니 하고 제목을 뽑는다. 그렇게 하는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으며 그런 당들을 만들어 내고 싶어할 어떤 이유들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쌀이 없는데 밥을 만든다는 것은 사기를 치겠다는 것이고 1층이 없는데 2층을 짓겠다는 말도 그렇다. 나는 신당의 창당에 반대하지 않으며 노무현과 안철수를 모두 지지하는 사람이지만 신문에서도 사람들의 댓글에서도 찾을 수 없는 고민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걸 넘어서지 않고 만들어 지는 신당은 쌀없는 밥이요 1층없는 2층이 될것이다.


독재를 위한 정당이나 기득권옹호를 위한 정당은 이미 있다.


정당이 뭔지 그 정의를 가지고 다툴 생각은 없다. 그러나 새로 생기는 정당이 어떤 인물의 독재를 지탱해주기 위한 정당이라던가 재벌이나 소수의 부자들을 옹호해 주기 위한 정당일 수는 없다. 그런 정당은 이미 있기 때문이고 그 이전에 안철수 신당이건 친노신당이건 그런 것을 기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당연한 것같지만 이 점을 지적하는 이유는 사실 한국의 역사는 박정희나 전두환 구데타를 통해서 만들어진 정치세력이 주류를 이뤄온 역사가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정당이란 이런 것이다하는 것에 착시를 일으키기 쉽기 때문이다. 


새로 생기는 정당이 한 사람의 독재나 특권층의 이익을 보호해 주기 위한 정당이 될수 없고 진정한 의미에서 대중정당이 되고자 한다면 그 정당의 생존방식은 박정희나 전두환의 계보를 가진 정당과 전혀 다를 수 밖에 없다. 그것이 한국정치의 상식이고 관행이라고 해도 그걸 흉내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지금 민주당을 보면 그것을 잘 알수가 있다.


흔히 과거의 민주당을 김대중 대통령의 보스형정치운운하면서 박정희나 전두환 계열의 정치 파벌과 같은 것으로 분류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거기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박정희나 전두환은 폭력으로 권력을 잡고 그 다음에 그 권력을 합리화하고 공고히 한 세력이다. 그래서 거기에 반대하는 국민들이 민주화 운동을 벌였고 그 와중에 정치적으로 성장한 것이 김대중이고 김영삼이다. 즉 김대중 김영삼의 카리스마가 어떠하고 당내의 분위기가 어떠했건 김대중과 3당합당 이전의 김영삼은 그들이 가진 정치력의 뿌리가 박정희나 전두환 그리고 그들의 후계자들과 전혀 다르다. 


전자는 폭력과 이익으로 권력을 구축한 것이고 후자는 정신과 사상과 명분으로 정치력을 만들어 낸 것이다. 제 아무리 새마을 운동을 찬양하고 박정희 정권이 상징하는 개발독재를 긍정적으로 평가해도 박정희 정권과 그 후계들은 전두환계열과 마찬가지로 국민의 합의로 만들어진 권력이 아니다. 


그런데 역사에서는 자발성과 합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정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제아무리 정치적으로 후진적인 나라라도 외국의 힘쎈 나라가 들어가 진압하고 좋은 헌법하나 만들어 주고 나오면 당장 정치적으로 선진국이 될것이다. 중요한 건 사람이다. 사람은 자발적 선택에 의한 것이 아니면 바뀌지 않는다. 권력과 정치력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어떤 사람들이 그 속에서 득세할 것인가를 결정하고 결국 어떤 명분과 정책으로 가장해도 그 집단의 운명과 정체성을 결정짓고 만다. 


민주당의 문제는 민주당이 뭐하는 정당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민주화라는 사상, 이상을 위한 정당이었으나 그것은 이미 김대중, 노무현 시대에 그 역할이 희미해 졌다. 그래서 민주당은 집권여당의 독재가 심해지기를 기다리는 정당처럼 되었다. 감기약이 감기바이러스가 있어야 쓸모가 있는 것처럼 시대가 수십년전으로 퇴보해야 민주당은 낡은 메세지를 가지고 자신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자신이 뭘하는 정당인지 모른다. 자신들도 새누리당처럼 존재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같다. 새누리당은 새누리당의 존재방식이 있다. 다른 당들은 한국에 대한 자신의 사상과 이상과 비전이 뭔지 내놓고 그것에 공감을 받는 형태가 아니면 생존할 수 없다. 다른 당들은 이성에 기초하고 새누리당은 이익과 무지에 기초하는 정권이다. 그 태생이 그렇게 만든다. 따라서 다른 정당이 새누리당을 흉내내는 것은 거지가 재벌2세흉내내는 것이다. 이명박이든 박근혜든 노무현과 같은 취급을 받았다면 예전에 이미 탄핵되어 물러나야 한다. 같은 게임이 아니다. 자기가 누구인지 모르니 그런 정당들은 결국 남들이 보기에 뭐하는 정당인지 알 수 없게 되고 괜히 민주당처럼 이슈가 생기면 슬그머니 뒤에 끼어드는 일이나 하는 할일없는 사람들의 모임처럼 보이게 된다. 


그렇다면 그 비전이라는 것을 민주당에서 지금부터 만들면 안될까? 힘들다. 비전을 만들고 사람이 모이는 것이다. 사람을 일단 모아놓고 비전을 만들려고 하면 온갖 부조화로 결국 되지 않는다. 노무현이 그것을 실증했다. 결국 노무현을 죽인 뿌리는 민주당이다. 


안철수 신당이나 친노신당에 없는 것


이쯤 되면 내가 안철수 신당이나 친노신당이란게 만들어 지기 위해 결여한 것이 뭐라고 말하는 것인지가 분명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창당자금도 아니고 카리스마 있는 리더도 거기에 참여할 야권의 명망있는 인물도 아니다. 거기에는 정신이 없다. 사상이 없다. 혼이 없다. 그러니 그런게 지금 이대로 가까운 시기에 만들어 진다면 그건 껍데기에 불과할것이고 나는 그런 집단에 아무런 기대도 할수 없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친노신당이 만들어 지려면 노무현의 사상화가 필요하다. 노무현을 신격화하라는 것이 아니다. 그걸 신격화라고 부른다면 링컨이나 케네디도 신격화되었다고 불러야 할것이다. 내가 말하는 것은 인간 노무현이 아니라 역사의 존재로서의 노무현을 사상적으로 평가하고 그 핵심을 뭐로 할것인가를 잡아내어 하나의 사상으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수는 사도바울이 없었으면 잊혀졌을지 모른다. 전태일은 조영래변호사가 없었으면 시대의 상징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정치인 노무현을 사상화하고 그 사상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 사람들이 정치세력화한다면 그것을 우리는 친노정당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에는 그런의미에서의 친노란 하나도 없거나 거의 없다. 적어도 신문지상에서 친노 운운하고 말해지는 정치인들은 대개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여진다. 그들은 그저 노무현과 어떤 관련이 있거나 파벌에서 한편으로 분류되거나 하는 식이다. 그들은 심지어 종종 노무현을 넘어서야 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노무현을 부정할 것을 요구하는 민주당의 다른 당원들의 요구에 화합하기도 한다. 


안철수도 실은 마찬가지다. 안철수는 지금의 야당대 여권의 대립구도가 가지는 허구성을 통찰했다고 생각된다. 즉 민주당같은 정당은 앞에서 설명한 2분법적인 구도에 근거하여 생존할뿐 나름의 비전을 가지고 생존하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여권과 싸우고 있는게 아니라 여권과 싸우고 그를 대체해 나갈 새로운 정치세력의 창출을 알아서 죽여주는 여권의 앞잡이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챈 것이다. 이런 말이 심하다고 생각하면 노무현이 민주당에서 어떻게 대접받았으며 박원순이 서울시장이 되는 것이 어떻게 힘들었는가를 생각해 보라. 본게임보다 민주당과 경쟁하기가 더 힘들었다. 결국 지난 대선도 단일화 이야기로 시작되어 그걸로 싸우다가 끝나버리게 되었다. 한마디로 민주당은 스스로 바람을 일으키지는 못하면서 어떤 변화의 바람이 일어나면 나를 통하지 않고는 여권과 싸울수 없다면서 새누리당에 앞서서 나를 이길것을 요구한다. 실질적으로 누가 정치적 대안세력이 되려고 하든 그들은 민주당과 싸워야 한다. 그래서 정작 새누리당과 싸울 무렵쯤이 되었을때는 힘이 다떨어져도 말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 안철수는 새정치라는 단어말고는 더 함축적이고 구체적인 비전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는 한국의 다음과제는 정치적 구조를 개선하는 일이라고 말하는 것이 비전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앞뒤를 뒤섞은 것이다. 한국의 다음과제는 정치적 구조를 개선하는 일인게 맞다. 하지만 핵심은 그게 아니다. 핵심은 시민들이고 시민들의 미래이며 시민들의 생활양식이다. 뭐를 하기 위한 정치적 구조개선인가, 어떤 사람들을 위한 정치인가. 그런 부분에 있어서 핵심을 찌르지 못하고 있다. 필요한건 부정부패 개선인가? 재벌독과점문제인가? 부동산 문제인가? 남북통일인가? 교육문제인가? 그런데 어떻게 거기에서 돌파구를 찾을 것인가. 어떤 상상력을 보여주는가. 사람들은 안철수는 좋아하지만 아직 그가 날카로운 핵심을 찌를 사상과 무기를 갖췄다고 느끼지는 못하는 것같다. 최근 인기있는 박원순은 바로 그 상상력이 무기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러므로 지금 이대로 안철수 신당이란게 만들어 진다면 그것은 그야말로 껍데기의 모임이나 기회주의자의 모임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다. 모이고 나서 뭘할까를 생각하는게 아니라 무엇을 깃발에 쓸것인가를 결정하고 모여야 하기 때문이다. 


맺는 말


개인도 그렇지만 한국도 매순간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무엇을 위해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생각하지 않으면 살아지는대로 생각하게 된다던가. 한국은 노화되고 있다. 생각하고 선택하지 않으면 노화되는 한국은 노화되는 것에 맞춰서 생각하는 나라가 될것이다. 결국 약간 천천히 죽기는 하지만 확실히 죽는 길로 가는 것이다. 


한국이 언제나 되어야 이익보다는 행복을 택하는 나라가 될 것인지 나는 모른다. 배부른 돼지가 되는게 아니라 인간다운 감수성을 갖추는 쪽이 인간답게 사는 것이라는 것을 언제 다시 기억해 낼런지 모른다. 어쩌면 그런날은 영영 오지 않을 것이며 이익이 곧 행복이라는 지금의 대중적 믿음은 끝없이 계속될지 모른다. 대중매체를 보면서 점점 노골화되어가는 이익에 대한 중독은 힐링이 대세라는 요즘도, 자살률은 높고 출산율은 낮다는 요즘도 깊어만 지는 것같다. 


노무현이건 안철수건 결국 한국은 하나다. 의사가 여럿이라도 환자가 하나라면 제대로된 진단은 하나일 것이다. 그걸 친노신당이라 부르건 안철수 신당이라 부르건 뭐라고 부르건 그런 정치세력이 나타났으면 한다. 바로 이익보다는 행복이 소중하다는 것을 기억하는 세력이다. 인간과 사회에 대한 고민에 깊이가 있어서 인간을 그저 사료를 주면 살아가는 원초적 동물처럼 파악하지 않는 문화적 깊이가 있는 세력이다. 좌파니 우파니 뜻도 고민하지 않고 함부로 개념을 무기삼아 휘두르는 그런 무신경함이 없는 세력이다. 감수성과 상상력이 있는 인간들이 모인 세력이다. 그런 세력이 나타난다면 나는 그때 친노신당은 있다라던가 안철수 신당은 있다라고 기쁜 마음으로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때를 정말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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