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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떤 대통령을 뽑았는가.

by 격암(강국진) 2013. 3. 12.

대통령이란 왕이 아니다. 이말은 여러가지 의미를 가지는데 그중 하나는 대통령의 임기란 5년으로 정해져 있다는 것도 있다. 5년이라는 임기는 왕이 종신토록 권력을 가지고 움직이는 때와는 달리 권력자의 인격과 가치가 자연스레 국가로 퍼진다는 식의 애매한 통치 방침으로는 아무 것도 할수 없는 기간이다. 


따라서 대통령은 결국 시대의 문제는 무엇이고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것인가에 대한 보다 구체적 구호와 시각이 필요하다. 모든 사람들이 그것에 동의하지 않기에 모든 사람이 한명의 후보에게 몰표를 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게 무엇이든 그런게 필요하다. 그걸 선택하는 것이 바로 대통령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대에 대한 하나의 진단과 반응이랄까. 

김영삼 대통령은 문민시대를 말했다. 즉 한국정치가 더이상 군대문화를 추구해서는 안되겠다는 것이며 실제로 하나회를 척결하는 행동을 보였다. 

김대중 대통령때는 자기 정권의 이름을 국민의 정부로 불렀다. 아이엠에프 직후로 경제살리기가 가장 큰 문제가 될수 밖에 없었지만 민주화운동을 자기 정체성으로 한 김대중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개방, 투명성을 말하고 한반도 평화정착에 기여하여 노벨상까지 받았다. 결국 김대중의 진단과 처방이란 투명하고 민주적인 사회가 아니라서 한국이 고통을 겪는다는 것이며, 한반도 평화의 정착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라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자기 정부를 참여정부로 불렀다. 대개의 사람들은 노무현 정권시절의 치적으로 권위주의타파를 말하며 노무현 정부의 사람들은 직접적인 국민의 참여를 강조하는 편이다. 바로 그것이 시대의 문제에 대한 처방이라는 것이다. 

이명박대통령이후 한나라당/새누리당 계열의 대통령은 자기 정부를 그저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라고 부른다. 그렇다고 해서 이명박 대통령의 시각이 뭔지 알아보기 어려웠던 것은 아니다. 결국 서울시장때부터 뉴타운 정책을 말했으며 스스로가 건설사 사장출신이듯이 토건을 통해서 경제부흥을 이루고 문제를 해결할수 있다는 것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였던 셈이다. 많은 사람들은 아파트 값을 올려달라고 이명박을 찍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김영삼시대부터 이명박에 이르기까지 짧게 나마 정권의 모토와 특징을 나열한 것은 구체적으로 그런 정리가 정확한 것이라고 주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 정권이다. 우리는 질문을 던질수 있고 던져야 한다, 바로 이말을 하기 위해서다. 무슨 질문일까?

우리는 도대체 어떤 대통령을 뽑았는가?

내가 생각하기에 우울하고 슬프게도 이것에 답다운 답을 내놓을 사람은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박근혜라는 정치인에게서 박정희의 딸이라는 딱지를 떼어내고 나면 박근혜가 무엇일까를 답하기가 어렵다. 있는거라고는 결국 우리 살던대로 살게 해줘의 보수주의다. 

 보수주의가 대통령의 정체성이라고 말한다면 사람들이 아무것도 바꿀 것이 없으며 지금 세상이 좋은 세상이라고 믿는다고 말해야 한다. 

본인은 그럼 자신의 구호가 뭐라고 생각할까. 나는 그저 잘하자라던가, 국민을 생각한다라던가 하는 식의 표현을 거둬내고 나면 눈에 띄는 별것이 없다. 그런 가운데 기억나는 것은 미래창조과학부라는 애매한 부서의 좌초다. 과학부를 없앤 이명박 정권 다음에는 과학부가 부활하는가 했으나 그 부서의 장으로 지명되고 사퇴한 사람을 봐도 그렇고 통신 사업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미래창조과학부는 만들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것만해도 그렇고 결국 미래창조과학부란 IT 산업을 그 기반으로 미래를 펼치는 부서라는 느낌이다. 

어쩌면 박근혜의 미래구상이란 오늘날 가장 중요한 상품으로 여겨지는 핸드폰, 태블릿등의 IT기기를 만드는 회사들 즉 삼성이나 LG같은 회사를 팍팍 밀어주면 그들이 성공을 거둬서 그런 힘으로 한국의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것일지 모른다. 그리고 그런 그림은 처음부터 크게 무너지고 있다. 사실 정부라고 해서 시장에 함부로 개입할수 있을 만큼 시장이 간단한 곳이 아니다. 

이 정권들어서 자꾸 나오는 발언들을 보면 박근혜 정부란 독재정권을 꿈꾼다라는 생각이 든다. 자기들은 그게 독재인줄도 모르는 것같다. 담배값 인상의 문제를 보자. 그 논리란 이렇다. 담배는 해롭다. 우리가 줄여주겠다. 값을 올려서 즉 흡연자들을 경제적으로 처벌해서 흡연을 줄이자. 얼마전에는 술에 대해서도 장관지명자가 비슷한 발언을 해서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었다. 자기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음주문화가 문제다. 주세를 올려서 음주를 줄이자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나는 흡연이 좋다거나 과도한 음주가 좋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이런 것들에 대한 반응을 통해서 보이는 사고방식이다. 좋은 것이건 나쁜 것이건 국가를 위해서라는 이름으로 국가가 규칙을 정해서 국민의 선택을 제한하고 강제하겠다는 것이 문제다. 그건 좋은거니까라는 생각이 들면 할 수 있는거 아니냐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다. 그게 독재인데 그게 독재인줄도 모른다. 

담배도 술도 큰 문제지만 이런 사고방식이 국내 방송 통신문제를 비롯한 여러 경제문제에 적용된다고 생각해 보자. 현대 경제는 아주 복잡한 컴퓨터와 같다. 사소한 규칙만 바뀌어도 그 규칙을 이용해서 더 큰 이득을 잡으려는 사람들의 반응이 아주 빠르기 때문에 큰 파문을 일으킬수 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는 힘으로 밀어부쳤다. 그것에는 그나마 찬성할수 있는 것이건 없는 것이건 이명박 정부가 토건정부라는 정체성이라도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게다가 전임정부가 물려준 경제상황도 지금보다 훨씬 좋았다. 지금은 언제 어디서 폭탄이 터질지 알수 없다고들 말하는 상황이 아니던가. 남북관계도 전쟁불사 직전에서 오락가락한다. 

박근혜 정부는 불도저처럼 밀어부칠 어떤 정체성이 없다. 진단도 없고 따라서 대안도 없다. 그러는 가운데 섬세한 감수성이나 창의성도 없어보인다. 그러므로 독재할 능력도 없는 독재자처럼 보인다. 정권이 시작하기도 전에 레임덕 기간이 시작되는 것같은 대통령은 처음이다. 우리가 이번에 뽑은 대통령은 결국 아무것도 안하고 청와대에 앉아있다가 욕이나 먹을 희생양이라고 정리하는 것이 가장 진실에 가깝다는 생각조차 든다. 

결국 한국은 지난 대선을 통해서 개혁 그만하고 손놓고 그냥 되는대로 흘러가자는 것을 선택했다. 그건 폭포에서 떨어지면서 그저 눈을 감아버리자고 한게 아닐런지. 개혁의 아픔이 싫다고 눈만 감으면 문제가 사라질까.

하지만 공평하게 말하면 박근혜의 반대편에 선 사람들이 말하는 변화가 국민의 마음을 잡지 못했다고 말해야 한다. 배는 아프다. 그런데 아무 약이나 먹으면 더 아프기만 할뿐 도움이 안되지 않을까. 그래서 아무 약도 안먹고 눈감고 기다리기로 선택했다는 것이 전혀 말이 안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이명박 5년은 내맘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사람들의 고민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결국 시대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부족해서 아무것도 하지않는 다음5년이 선택된 것이다. 다음 5년도 아마 가시밭길일 것이다. 다음 대선 앞에가서 누가 누구에게 선거에 이기자는 생각만 하지 말고 미리 미리 고민하고 한국을 위한 길이 뭘까를 생각하는 5년이 되어야 하겠다. 도대체 우리 문제가 뭘까. 그 답은 뻔하다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하는게 문제일지 모른다. 한국은 한국인 모두의 나라지 박근혜 지지자의 나라도 그렇다고 야권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나라도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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