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이 끝나가는 와중에 4대강의 부실에 대한 감사결과가 나왔습니다. 그와 동시에 신문기사들이 뜨고 있는데 4대강찬동인사들이 이제와서 발뺌을 하거나 말을 얼머부린다는 것입니다. 이런 말을 들으니 전에부터 느끼던 지식인의 양심이란 것에 대한 한마디가 하고 싶어졌습니다.
틀린 걸 인정하라
지식인의 양심은 여러 문맥에서 여러가지를 말할 수 있지만 오늘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단 하나입니다. 그것은 틀렸으면 틀린 것을 인정하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누구에게도 너는 왜 틀렸냐고 비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만약 그런 식으로 비판하겠다면 그것은 오히려 모든 상상과 주장을 가로막고 세상을 그저 하던대로만 하는 극한의 보수적인 세계로 끌고 가겠다는 말밖에는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문제는 누군가가 틀렸다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어떤 형식으로 틀렸는가 하는 것, 그리고 틀리고 나서 뭘 해야 할것인가가 중요한 것입니다.
어떤 형식이라는 말로 제가 지적하려는 것은 책임의 문제입니다. 요즘 공장에서 물건을 생산할때 누가 그걸 생산했는가 하는 이름이 붙어있는 경우가 있더군요. 누군가가 의견을 내고 말을 한다면 응당 해야 할 것은 물건을 만들 때 그런 것처럼 자신의 말과 주장에도 이름이 붙어서 영영 지워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걸 인정해야 합니다. 그게 지식인의 책임입니다.
제가 지식인이라고 부르는 것은 학계의 사람만도 아닙니다. 사실상 모든 종류의 전문가이며 특히 사회적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전문가, 공인들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4대강만 그런게 아니라 요즘 전국에 거대하게 벌려 놓은 사업들이 줄줄이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것들이 수조원의 돈을 들이고도 쓸데가 없는 것을 넘어 막대한 이자비용과 관리비용을 만들어 내면서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4대강공사를 하면서 수자원공사의 빚은 무려 8조원대로 올라섰다고 하더군요. 만약 훗날 수자원공사가 이 빚때문에 민영화를 한다던가 소중한 자산을 팔아치워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하면 4대강공사가 만들어 낼수 있는 악몽은 이제 시작도 되지 않은 셈이라고 할수 있겠습니다.
물론 4대강공사에는 이명박대통령의 이름은 잘 써있습니다. 그러나 그에 찬동한 사람들의 이름은 어떨까요. 벌써 다들 딴소리한다고들 들었습니다. 다른 거대 공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천을 망하게 했다고들 말해지는 안상수 전시장은 이제와 그건 다 내책임이 아니라고 한다고 하더군요. 그가 사실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누가 그걸 결정한 걸까요. 왜 결정난 것에 이름이 없을까요. 결국 지식인이 양심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이런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책임지지 않을 거면 결정을 하는데에 영향을 미치지 말았어야죠.
사회적 결정과 책임감
저는 특히 틀렸다고 하는 사람들 중에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했던 사람들의 경우, 그 처신에 있어서 양심과 염치를 거론하고 싶습니다. 글의 맨앞에서 말했듯이 사람은 틀릴 수 있고 틀린 것자체를 가지고 무조건 비난할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공직에 있었거나 사회적인 영향력을 발휘한 수준의 사람이라면 자신의 언행에 대해 더욱 큰 책임을 느끼는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여기서 저는 소위 변절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을 말하는 것입니다. 제가 변절자라는 이름을 거론했다고 해서 세상을 둘로 갈라서 이쪽편이면 이쪽편이지 저쪽편했다가 이쪽편했다가 박쥐처럼 굴지 말라. 충성해라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은 주사파였다가 맹렬한 반공주의자가 될수도 있고, 자유시장을 맹렬히 주장하다가 계획관리를 강조하는 경제론자로 바뀔수도 있습니다. 4대강공사가 좋은 건줄 알았는데 나중에 다시보니 참 나쁜거더라라고 뒤늦게 깨달을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사회적으로 책임질 정도의 위치에 있던 사람이 자신의 생각이 크게 변했다면 생각이 바뀐 것을 말하고 그 다음에는 적어도 상당기간동안 공적인 언급을 안하는 것이 양심있는 지식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평생침묵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정말 스스로도 남이 보기에도 자기에 대한 재확인이 충분했다는 생각이 들기 전에는 침묵해야 합니다.
왜냐면 책임질 자리에서 크게 틀렸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했으면 또다시 틀릴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일단 침묵해야죠. 그런데 한국에는 이런 태도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정권이 바뀌면 정반대로 말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박근혜 당선자가 노무현 대통령이 개헌을 거론하자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했다가 최근에 와서는 오래된 나의 소신이라고 했다는 말은 유명합니다. 공인이 이러면 안되는 것이죠. 공인이 반값등록금이 나의 소신이라고 해놓고 몇년뒤에는 그런 말한적없다라고 하면 안되는 것이죠. 독재를 반대한다고 실컷 떠들어 유명세를 날려놓고 나중에 그쪽에 붙어서 영화를 누리거나 해서는 안되는 것이죠. 저는 심지어 그 반대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독재는 어쩔수 없었다고 생각하는 소신이 있었는데 틀렸다고 인정한다면 그 사람은 민주진영으로 와서 책임자 자리를 맡아도 안되는 겁니다. 적어도 사람들이 인정할 만큼의 긴 공백이 있어야 합니다.
맺는말
이인제시대부터였던가요. 정치권에서 이리저리 마구 뛰어다니는 것이 보편화가 되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도 박근혜를 한화갑이 지지하는 진기명기가 벌어지더군요. 야권승리를 위해서는 박근혜가 민주당에 입당해서 정권교체하면 되겠네 라는 식의 발상이 농담만은 아닐지도 모르는 기괴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제가 여기서 말하는 지식인의 양심이란 세상에 상식이 존재하기 위한 최소한의 게임의 법칙같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정도의 상식도 무너지면 이성이니 논리니 하는 것은 사라지고 그저 개싸움같은 말싸움을 잘하거나 억지를 잘부리는 사람이 승자로 사회적 결정을 독식하는 사회가 될것입니다.
그러니까 이런 상식을 무너뜨리는 지식인이야말로 진영에 상관없이 가장 먼저 공적인 발언권을 박탈하고 침묵시켜야 할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4대강 공사를 가르켜 잡음없이, 반대없이 결정된 경우라고 할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강력한 소신으로 그 결정을 만들어 낸 사람들이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들이 책임을 얼마까지 질수있는가 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이지만 미래를 위해서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또다른 공사는 얼마든지 미래에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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