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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명종이 사람을 게으르게 만든다

by 격암(강국진) 2013. 7. 7.

자명종이 사람을 게으르게 한다. 자명종은 우리로 하여금 시간을 잊지 않도록 해주는 고마운 발명이지만 역설적인 일은 항상 일어난다. 그래서 세상은 어렵고 인위적으로 뭔가가 성취되지 않는 것같다. 


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것중에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많다. 우리는 산소가 없으면 얼마살지 못하고 죽고 물이 없으면 굶어죽는것 보다 훨씬 빨리 죽지만 공기와 물의 고마움을 잊고 산다. 그 이유는 물론 그것들이 우리 주변에 항상 있기 때문이다. 


산소와 물이란 사실 생명의 본질이다. 우리는 산소를 이용해서 에너지를 발생시켜서 살고 본래 물에서 태어난 우리는 몸안에 바다를 가지고 살아간다. 그렇게 소중한 것들이다 보니까 우리는 그것들을 얻기 위해서 노력하고 마침내 산소와 물을 그다지 걱정하지 않고 살게 되었다. 그러나 그렇게 되고나면 이제 마치 산소나 물이 없어도 상관없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것이다. 


자명종은 어떻게 우리를 게으르게 하는가. 자명종이 없으면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가에 대해 신경쓰면서 살아가야 한다. 그런데 이제 시계가 있고 자명종이 있으니 우리는 시간의 흐름을 느낄 필요가 별로 없어졌다. 자명종이 있으니 그래도 시간을 지킬수 있다고 하지만 그 자명종같은 문명의 이기들이 우리의 어떤 능력을 빼앗아 가버린 것은 아닐까. 그래서 우리는 보다 더 시간에 둔감해지고 보다 더 멍하니 낭비하는 시간이 많이진 것이 아닐까. 그런 거 없어도 저절로 일어날수 있는 사람이 이제는 일어나지 못하면서 시끄러운 자명종만 미워하게 된다. 


자동차는 우리를 어딘가로 빨리 가게 만들어 주는 기계다. 그래서 우리는 어딘가로 빨리 갈수 있게 되어 시간을 절약하게 되었을까? 날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자동차때문에 보내는가. 우리는 빨리 갈수 있게 되자 보다 멀리까지 가는 것을 당연시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차안에 앉아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여기에 교통 체증이 발생하고, 자동차를 관리하느라 들이는 시간이며 자동차에 들어가는 돈을 노동시간으로 환산한 시간, 자동차를 유지하기 위해 확보해야할 도로며 주차장같은 것을 생각하면 어떨까. 과연 자동차는 우리 모두에게 있어서 시간을 절약하게 해주고 어딘가로 빨리가게 만들어 주는 기계가 맞을까? 


뭐가가 행해지면 세상에는 항상 그 반대의 효과가 존재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모든 역설은 어느 정도 진리다. 밥은 우리를 배고프게 만들고, 사랑은 우리를 슬프게 하고, 뜨거운 햇살은 우리를 비에 젖게 만든다. 운동은 우리를 빨리 죽게 만들고, 술은 우리를 멀쩡한 정신이 되게 만든다. 죽음은 우리를 살아있게 만들고 추위는 우리를 땀흘리게 만든다. 익숙함은 우리를 외롭게 만들고 강한 것은 우리를 약하게 하고 그리움은 우리를 멀어지게 만든다. 시간을 절약하는 것은 우리를 바쁘게 만들고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우리를 한가하게 만든다.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 사이에 서서 그 양쪽을 모두 보면서 살아가는 사람만이 이 역설에서 벗어날수가 있다. 이것은 이것이고 저것은 저것이라고 단정짓지 않는 사람만이 자유롭고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적어도 덜 낭비할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절약이 내일보면 다 낭비가 아니라고 확신할수가 있겠는가.


2013년이 간다. 나쁜 일들은 점점 줄어간다. 그래서 나는 슬퍼해야 하는 것인지 모른다. 우리가 세상에서 살아있다는 것은 세상이 썩을 세상이기 때문이다. 세상이 정말 살만한 곳이 되면 우리는 그 이후로 행복하게 살았답니다가 아니라 더 큰 비극을 만들어 내고야 말것이다. 적어도 세상에는 그런 일을 해줄 사람이 넘치고 넘친다. 여름이 오면 겨울이 올것이고 추위에 떠는 날씨에 따스함을 그리워하게 되기 전까지는 시원해진 날씨가 고맙기만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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