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베스트셀러인 책, 조정래의 정글만리라는 책을 보고 있습니다. 아내가 베스트셀러라면서 전자책으로 구매한 책인데 중국이라는 주제는 매우 흥미로운 것이지만 솔직히 그리 책에 빠져드는 느낌을 받을 수는 없어서 진도가 그리 잘 나가는 편은 아닙니다.
책을 보면서 소설이란 무엇인가, 작가의 시점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끝없이 떠올랐습니다. 아마도 그런 부분에서 껄끄러움이 느껴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는 단순히 우리가 보고 듣는 것을 그대로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순히 우리가 보고 듣는 것을 그대로 말하겠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주장이며 목표이고 그것이 그대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배고픈 짐승의 눈에는 먹이가 보이기 마련이고 욕정에 눈이먼 남자의 눈에는 여자만 보이기 마련이며 재물에 눈이먼 사람의 눈에는 재물만 보이기 마련입니다. 소설에는 주인공이 있지요. 그 주인공이 어떤 사람인가에 따라 그 주인공이라는 필터를 통과한 세상만 소설속에서 그려지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1권을 절반정도 읽은 지금 시점에서 말하자면 소설의 주인공은 지극히 평면적이고 단순한 사람이며 그 주변인물도 다 그렇더군요. 그렇다고 이 책이 흥미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고, 유익할수도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지금까지의 소감은 그렇습니다. 소설을 읽다가 떠오르는 생각때문에 이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할 정도니까 사실 가슴깊은 곳에서 깊은 공감을 하지는 못하면서 읽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런 경우에도 참고 읽다보면 제가 오히려 중요한 것을 알게 될수도 있기 때문에 참고 읽고 있습니다. 재미있어질수도 있고 말이죠.
소설속에 등장하는 중국의 이야기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마도 일본사람이나 미국 유럽사람이 한국에 대해 소감을 쓰라면 비슷할것이고 2-30년전의 한국에 대해서 쓰라면 더더욱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한국의 묘사를 볼때 우리는 그 모든 묘사가 옳더라도 한국에 대해 지극히 틀린 묘사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 보통이며 종종 한국에 대한 비하라고 화도 나게 됩니다. 한국도 중국도 세계적으로 보아서 예외적인데가 있는 나라입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모든 사람이 다 다른 데가 있듯 모든 나라가 예외적인데가 있는 것이죠. 그런데 한국과 중국을 예외적인 나라로 만드는 어떤 점이 과연 한국의 술집이나 성문화를 묘사하는데서 잘 나타날까요?
한국이나 중국을 무시하건 찬양하건 중요한 것은 그속을 꽤뚫어보는 눈일것입니다. 물론 그건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이것이 한국이다라던가 이것이 중국이다라던가 하고 깨끗히 그 나라들을 정리한 통찰력이 있으면 더 좋겠지만 그건 대개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다면 결과이전에 어떤 공감이 가는 정직한 눈으로 그 사회를 보는 것이라도 이루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것도 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리 좋은 작품이라고 할수는 없을 것입니다. 인디오 부족이 원시적으로 사는데에 가서 그들이 얼마나 더럽고 가진게 적고 우스꽝스럽고, 엽기적인 성문화를 가지고 있는가를 떠드는 것은 그 부족을 이해하는데 사실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시 돌아가서 그 사회를 보는 관찰자가 어떤 사람인가가 그래서 항상 중요합니다. 그것이 그저 돈돈돈 하며사는 남자 이상의 것이 없다면 중국에서 돈과 욕망밖에는 보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돈과 욕망밖에 없는 사회가 어떻게 하나의 국가로 정치적으로 통합되어 사회개혁을 추진할수 있으며 G2가 될수 있겠습니까.
비슷한 이유로 전여옥의 일본은 없다류의 책도 그래서 문제입니다. 사람들은 대개 저기 남의 나라에는 자신들의 어두운 욕망이 이뤄지는 세계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기 좋아합니다. 남자들의 경우 그것은 여자들이 예쁘고 정조관념도 없는데다가 얼마 안되는 돈만 뿌려도 그들이 다 자기것이 될수 있는 그런 세계가 저기 바다건너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기 좋아합니다. 그러나 그런 판타지에 빠지고 싶으면 반지의 제왕같은 판타지나 무협소설을 읽는것이 훨씬 더 괜찮은 선택이 아닌가 합니다.
그러나 중국은 흥미로운 주제인 것이 사실입니다. 중국에 대해서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일본에 대해서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하는 것은 뻔한 질문인 것같으면서도 별로 진전이 없는 어려운 문제입니다.
이 모든 이야기는 소설 정글만리를 약간 밖에 보지 않은 상태에서 한 이야기 이므로 그 소설의 정당한 평가라고는 할수 없습니다. 작품을 다 읽고 나서야 그 평가를 하던지 말던지 할수 있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쓴것은 실은 중국이전에 한국이라는 사회는 어떻게 볼것인가 하는 문제가 무겁게 제 가슴에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는 한국을 어떤 사람으로 볼것인가. 이것은 중요한 문제입니다. 한국은 객관적으로 바위나 원자가 존재하듯이 존재하는 게 아닙니다. 오직 어떤 사람이 될것인가라는 것을 결정하고 나서야 그걸 볼수 있습니다. 그럴때 한국은 자랑스러울수도 있고 치욕스러울수도 있고 문제투성이일수도 있고 아주 잘굴러가는 사회일수도 있습니다.
불행한 것은 한국을 어떤 사람으로 볼것인가하는 문제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나누는 공감대가 붕괴된 것이 사실이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언론에서 상식이 실종되어 있다고 느끼는 것도 그런 일의 원인이자 결과일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너무도 오래동안 너는 어떤 사람이고자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진지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슬픈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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