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809 AI 규제란 환각이다. AI는 위험할 수 있다. 따라서 AI는 규제해야 한다. 이 같은 말은 언뜻 들으면 당연한 것같다. 사실 AI가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가에 대한 경고를 수 없이 들은 사람들에게는 이는 꼭 기억하고 실행해야 하는 일처럼 생각될 것이다. 그러나 AI 라는 말에 다른 보통 명사를 집어넣어보면 이런 논리가 가지는 문제를 느끼게 된다. 기계는 위험할 수 있다. 따라서 기계는 규제해야 한다.문자는 위험할 수 있다. 따라서 문자는 규제해야 한다. 과학은 위험할 수 있다. 따라서 과학은 규제해야 한다. 이런 예들을 살피면 느끼게 되는 것은 기계, 문자, 과학같은 단어들은 굉장히 쓸모가 다양하고 범위가 넓은 말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단어들을 말하면서 그게 위험할 수 있다라는 말을 들으면 우리는 그것을 부정할 수 없.. 2025. 11. 17. 한국의 컨텐츠가 정말 특별한 이유 나에게는 오랜간 가졌던 질문이 있다. 서구 문화컨텐츠 안에서 중세 봉건 질서가 반복되는 일이 왜 이렇게 많을까? 이 질문을 처음 나에게 던지게 한 것은 SF 장르인데 예를 들어 스타워즈 같은 작품을 보면 미래인데도 세계가 기본적으로 왕국이다. 아쉬모프의 파운데이션도 SF지만 본래 로마흥망사에 영감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마찬가지며 허버트의 듄도 그렇다. 지금의 근대 사회에서도 세상은 공화제인데 은하계 문명이 봉건제라고? 말도 안된다. 일단 이런 질문을 가지고 서구 컨텐츠를 살피면 그런 의문은 커진다. 판타지는 어떤가? 당연하게도 봉건제다. 그리고 언뜻보면 상관없는 것처럼 보이는 마블코믹스류의 미국 영웅담도 결국은 봉건제적 신화다. 혈통이 중요하고, 보통 인간들의 힘이 아니라 결국 특별한 인간이 세상을 바꾸.. 2025. 11. 16. 선한 인간, 신뢰할 수 있는 인간 세상에는 사람을 보는 서로 다른 두가지 관점이 있다. 하나는 선함의 관점이고 하나는 신뢰의 관점이다. 이 두가지는 결코 서로 배타적은 아니다. 그러니까 사람은 선한 동시에 믿을만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관점은 서로 같지 않고 이걸 혼동하면 괴로움을 겪게 된다. 그리고 살아보면 볼 수록 권장할만한 관점은 신뢰의 관점이지 선악의 관점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문제는 우리가 선함과 신뢰를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누구나 처음에는 세상을 선악의 관점으로 보게 된다. 이는 부모님이나 학교 선생님을 비롯한 많은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어떤 규칙을 주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누가 나쁜 사람이고 누가 좋은 사람인지를 세상은 아이들에게 가르쳐 준다. 그들은 좋은 사람, 착한 사람이 되라고 .. 2025. 11. 15. 서구는 왜 기계인간에 불안해 하는가? 21세기 현재에는 동양도 근대화 서구화되었다. 따라서 서구와 동양의 차이를 흑백론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동양인으로서 우리는 서구를 볼 때 그들이 기계 인간에 대해 지나치게 불안해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불안에는 역사적 철학적 이유가 존재한다. 기계 인간의 불안에 대한 뿌리에는 이 세상의 것들은 접촉에 의해서 움직이는 기계처럼 설명되어질 수 있다는 서구의 기계철학이 존재한다. 이에 따르면 이 세계의 모든 것들은 혹은 거의 모든 것들은 기계다. 그러나 서구에서도 이 기계철학을 완전히 받아들일 수는 없었는데 그렇다면 자유의지같은 것은 설명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데카르트는 기계가 아닌 마음과 기계적인 육체로 인간이 이뤄져 있다는 심신이원론을 주장하면.. 2025. 11. 14. 대기업 김부장 이야기를 보고 최근에 서울자가에대기업다니는 김부장이야기를 3편정도 봤다. 이 드라마는 괜찮은 드라마라고 생각하지만 이 글에서는 드라마 자체의 평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이 드라마는 낡지만 더욱 중요해진 문제를 지적하는 드라마라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그것은 근대사회에 대한 비판이다. 근대사회는 사람을 하나의 조직의 부속품으로 만든다. 그래서 교육은 취업하려고 하는 것이고 대기업의 사원은 대기업이라는 조직의 훌룡한 부속품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고질적인 문제가 적어도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조직 내부의 경쟁이다. 다른 하나는 세상의 변화다. 먼저 경쟁을 보자. 부속품은 계속 평가받고 교체되거나 보상받는다. 기업의 경우는 더 높은 이윤을 올리기 위해 지속적으로 평가에 대한 압박을 높이는데 그것은 그 안에서 일하.. 2025. 11. 13. 제주 한달살기를 돌아보며 1 이제 내일이면 나는 다시 육지로 돌아가게 된다. 지난 한달동안 제주에서 여러가지 일들을 했었고 초반에는 매일 매일의 일을 포스팅했으나 나중에는 굳이 그러지 않았다. 그렇게 글을 쓰는게 나를 너무 바쁘게 만들어서 제주를 즐길 수 없게 했기 때문이다. 이제 한달 살기를 끝내면서 내가 기억하는 것중에 인상깊었던 것을 추가로 몇가지 남겨두고자 한다. 혹시 제주 여행갈 분들은 참고하면 좋겠다. 카페들 제주의 많은 카페들중 내가 가장 인상깊게 간 곳은 해지개 카페로 우리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이다. 이곳은 빵도 커피도 비싸다. 아메리카노가 7천5백원인가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정도의 가치가 있다. 빵도 맛있다. 비싸도 재방문의사가 있는 곳이며 내가 이렇게 표현하는 집은 그 집은 나에게 맛집이라는 뜻이다. 그밖의.. 2025. 11. 11. AI의 미래 미래는 누구도 정확히 예언할 수 없지만 AI에 대한 미래는 흔히 오해되는 것같다. 사람들은 그냥 더 강력한 AI가 등장할 것이고 그 AI가 역사를 끝장낼 거라고 생각하는 식이 많다. 흔히들 말하는 AGI의 등장으로 AI의 미래를 말하는 방식이 그렇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와 다르게 진행될 것이다. 1. 가까운 미래 (1-2년)openAI나 구글같은 거대 회사가 만드는 범용 AI가 더 발달하지만 사람들은 AI의 실질적 응용을 늘리려고 더 집중한다. 이것은 그냥 멋진 그림을 그리는 식의 신기한 서커스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AI가 돈을 버는 것을 증명하는 단계다. 이 단계에서는 몇 가지가 아주 중요한데 그 중 하나는 물론 AI에 대한 기반 기술의 발달이다. 멀티 모달 AI라던가 월드 모델 AI라던가.. 2025. 11. 8. AI 거품이란 진짜 일까? 최근에 미국과 한국에서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는 일이 있었다. 이 일의 배경에는 2008년 경제위기를 예언했던 미국 경제학자 루비니가 AI 거품을 이야기하고, AI가 실제로는 그렇게 잘 사용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한 일이 있다고 한다. 그의 주장은 사실일까? 결론적으로 말해 나는 일부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AI의 가능성이 과장되었다기 보다는 우리가 AI를 잘못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이런 역사적 상상을 해보자. 마차 회사가 자동차 산업을 지배하고 있었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자동차가 마차를 대체할 수록 마차라는 상품은 팔리지 않게 되기 때문에 마차 회사로서는 자동차를 빨리 보편화시킬 이유가 없을 것이다. 이것은 반드시 역사적 상상이 아니다. 지금도 전기차 산업에 투자하는.. 2025. 11. 6. 다가오는 AGI의 시대 AGI는 오늘날 AI 업계의 잃어버린 성배같은 것이 되고 있다. 즉 무한한 권능을 가진 마법의 기계로 그것을 발견하는 순간 우리는 전혀 다른 세상에 살게 된다는 것이다. AGI는 Artificlal General Intelligece의 약자로 일반인공지능으로 번역되기도 하는데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그 정의가 애매모호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인공지능으로 이해되고 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인간의 지능을 넘어선 초지능을 가진 존재라는 것이다.그런데 AGI에 대한 이러한 이해에는 한가지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그것은 AGI를 정의하는 기준이 인간이 되어야 할까 아니면 지능이 되어야 할까 하는 것이다. 인간을 지능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동시에 불합리.. 2025. 11. 2. 제주 한달살기 10 : 고등어회와 차귀도 이제까지 살면서 제주에서 내가 가장 실망한 음식이 갈치구이라면 가장 맛있게 느낀 음식은 고등어회였다. 그래서 우리는 모슬포항으로 차를 몰았다. 약간 점심 시간보다 이르게 도착한 우리는 바람이 거세게 부는 모슬포항 거리를 산책했다. 그러다가 보인 동네 슈퍼에 들어가 보았다. 항구앞의 슈퍼라 해산물이 남다르다. 대방어 회가 2만원짜리 팩으로 판다. 매우 매력적이었지만 오늘의 주인공은 고등어였으므로 참고 산책을 12시 까지 계속 했다. 모슬포항에는 여러가지 횟집이 있었고 모두가 다 맛있어 보였지만 우리는 고등어회전문점이라는 미영이네라는 집에서 고등어회를 먹었다. 길거리에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가게의 첫손님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왠걸 가게는 이미 손님으로 거의 가득 차 있었다. 미영이네는 근처의 다른 집보다 약.. 2025. 10. 29. 어떻게 살 것인가? 1 : 기초의 문제 우리의 삶은 어느 정도 건물을 올리는 것과 같다. 건물을 지을 때 우리는 기초를 다지고 기둥을 세우고 한 층을 완성하면 그 위에 다시 또 한 층을 쌓아 올린다. 문제는 살다보면 진도가 나가지 않는 것같다거나 우리의 삶이 마치 부실건물처럼 무너지려고 하거나 실제로 무너지는 일이 있다는 것이다. 그럴 때 우리는 애초에 기초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흔히 깨닫는다. 1층이 이러저러하니 2층이 이럴 수 밖에 없다는 식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능한 한가지 선택은 모든 건물을 허물고 처음부터 다시 기초를 세우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능력은 유한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다시 건물을 짓는다고 해도 반드시 그 결과가 더 좋을지 모르고, 새로만든 기초도 시간이 지나면 분명히 어떤 부분이 아쉬울 것이다. 그럴때마다 전체.. 2025. 10. 29. 제주 한달살기 9 : 용천길과 제주 재즈 페스티벌 금요일에는 함덕해수욕장에서 삼양해수욕장까지 걸었다. 이 길은 18번 올레길의 끝과 19번 올레길의 초반부로 우리는 그 길을 거꾸로 걸은 것이다. 다만 해변길을 선호하는 관계로 항일 기념관대신 해변쪽으로 걸었다. 이제 무료주차장을 찾아 차를 세우는 것에 익숙해진 우리는 함덕의 무료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다시 해수욕장을 둘러 보았다. 몇일전에 찾은 곳이지만 함덕의 바다는 참으로 아름답다. 다른 곳도 다 아름답지만 해변의 아름다움으로 함덕만큼 인상적인 곳이 없다. 여러가지 색깔로 변하는 바다를 보며 아내는 마치 물감을 풀은 것같다고 감탄했다. 그 함덕 해변을 따라 계속 길을 걸으면 신흥 해변이며 관곶으로 이어지는 해변길을 따라 계속 걷게 된다. 오늘 길의 제일 문제점은 출발하는 함덕은 번화한데 중간은 그다지.. 2025. 10. 26. 제주 한달살기 8 : 엄마를 그리워하는 노인 수요일은 휴일로 정했다. 하루 종일 쉬다가 오후에는 탐라도서관을 방문하고 롯데시네마에서 원배틀 애프터 어나더라는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왔다. 최근에 리모델링했다는 탐라도서관은 꽤 괜찮았고 저녁으로 먹었던 대관원의 볶음밥과 간짜장도 괜찮았으며 영화는 워낙 기대를 많이 해서인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렇게 쉬고 나니 걷는 게 훨씬 괜찮아졌고 우리는 목요일에 다시 17번 올레 코스의 일부를 걸었다. 이 길은 외도 월대에서 이호테우 해수욕장을 지나 어영공원과 용담포구를 지나서 용두암에 이르는 길로 약 15km쯤 된다. 사실은 이것보다 좀 짧은데 우리는 중간 중간 구경과 식사를 위해서 길을 벗어나 걸었기 때문이다. 찾아보면 제주에는 여기 저기 무료로 주차할 곳이 꽤 많은데 월대 근처에도 그런 곳이 있었다. 그.. 2025. 10. 23. 제주 한달살기 7: 조난의 경험과 함덕의 감동 19번 올레길은 본래 제주항일 기념관에서 시작해서 김녕항까지 이어지는 19.4km나 되는 긴 길이다. 하지만 우리는 동복포구를 잠깐 들린 후 북촌포구에서 함덕해수욕장까지만 역방향으로 올레길을 걸었다. 오늘은 짧은 거리지만 뜻하지 않은 이벤트 덕분에 원하지 않는 스릴과 감동을 맛본 날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일단 먼저 점심을 먹기 위해 우리는 함덕해수욕장에서 멀지 않은 선이네밥집에 들렸다. 착한가격업소이기도 한 가게에 들어서니 친근하게 말을 걸어주시는 할머니가 다른거 먹지 말고 정식을 먹으라고 권해주신다. 세련된 가게는 아니지만 분명 싸고 푸짐한 집이기는 하다. 만원짜리 정식이 상을 가득 채운다. 이 집은 벽 가득히 방문한 사람들이 쓴 포스트잇 메모가 걸려있다. 유명할만한 곳이며 제주 식사는 비싸다는 생각을.. 2025. 10. 22. 인간의 조건 인간은 어떤 조건 속에서 태어나고 살게 되어 있는가? 이같은 질문은 누구에게나 자연스럽고 당연해 보이지만 반대로 그렇기에 종종 잊혀지고 있는 질문이다. 우리는 대개 우리는 뭐든지 될 수 있다는 낙관론을 펴거나 우리의 운명은 정해져 있다는 숙명론에 빠진 나머지 인간의 삶이 가진 조건을 질문하지 않는다. 인간의 조건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게 아니라고 하더라도 인간의 조건이란 너무 다양하고 많아서 뭘 이야기할 지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의 조건 중에는 잊어서는 안되지만 종종 잊혀지는 세가지가 있다. 그것은 유한성, 특수성 그리고 의존성이다. 유한성이란 인간이란 유한한 존재라는 걸 의미한다. 우리 인간은 모두 유한하다. 알 수 있는 것도 느끼는 것도 기억하는 것도 이해하는 것도 .. 2025. 10. 22. 제주 한달살기 6: 쇠소깍과 소라의 성 6번 올레길은 올레길 쇠소깍에서 시작해서 서귀포시까지 이어지는 10km 정도의 길이다. 지도상으로는 시내에 들어가기 전까지 내내 바닷길이지만 중간에는 나무로 터널처럼 되어 있는 꽤 긴 구간이 있어서 바닷길도 있다가 숲길도 있는 그런 산책길이라고 할 수 있다. 쇠소깍이라는 어색한 이름에서 쇠는 소를 의미하고 소는 웅덩이, 연못을 의미하며 깍은 작은 끝트머리같은 의미가 있다고 한다. 쇠소깍은 미니어처 그랜드캐년처럼 생겼다. 돌이 많은 제주지만 그 안에서도 나름 신기한 구조인데 돌이 깊게 물길로 파여서 흐르는 길을 만들었다. 그 길은 결국 바다와 만나는데 쇠소깍의 입구부분에 해당하는 곳은 물이 거의 없었지만 바다와 만나는 쪽에 가면 바닷물이 들어와 깊은 물이 채워져 있는 작은 협곡이 된다. 물론 이 모든 것.. 2025. 10. 21. 이전 1 2 3 4 ··· 17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