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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 대한 선입견 세상의 말들은 다 어느 정도 선입견이 붙어 있지만 한국에서는 유독 글쓰기라는 말에 나쁜 선입견들이 붙어 있다.  그 선입견들 중의 하나는 글쓰기가 인문학에 대한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글쓰기란 국어선생님이 가르치는 것이라던가 소설가나 시인이 가르치는 거라는 느낌이랄까. 만약 여러분이 복지센터에서 글쓰기 교실이라는 것을 보게 된다면 많은 분들은 아마 그 강사가 소설가이거나 인문학자라고 생각할 것이고 글쓰는 요령이 이러저러하다는 방법을 배우는 것을 생각할 것이다. 글쓰기와 과학자와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글이 곧 사고이고 사고가 곧 글이다. 인간의 사고는 적어도 대부분 언어로 만들어 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쓰기가 인문학이라는 생각은 마치 사고는 인문학적으로만 하는게 당연하다는.. 2025. 1. 31.
자동차로 생각해 보는 AI 대중화의 조건 세상의 물류는 철도가 나온 이래 크게 변했다. 그때까지는 물길을 따라 배에 물건을 싣고 물건과 사람을 나르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었다. 육로 수송은 느리고 비쌌다. 그래서 물길이 없으면 상업이 번성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철도가 들어서자 사람도 물건도 혁신적으로 빠르게 흐르기 시작했고 물류가 달라지자 도시의 번성 조건도 달라졌다. 한마디로 제약이 줄어든 것이다. 19세기 철도 대중화는 엄청난 철강 수요를 만들었고 영국이나 미국은 전국을 철도로 뒤덮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러한 제약의 감소는 자동차 시대를 맞이하여 다시 한번 극적으로 일어난다. 자동차는 도로를 따라 개인들이 각자 원하는대로 움직인다. 기차처럼 정해진 길만 가지 않을 뿐더러 정해진 시간표대로 움직이는게 아니다. 기차는 말하자면 집단으로 움직이.. 2025. 1. 30.
경제학의 짧은 역사와 미래 세계의 경제 역사를 요약하는 한가지 방식은 그것을 생산과 소비의 문제로 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 문제의 세부사항이 달라짐에 따라 그걸 다루는 방식인 경제학의 입장도 달라져 왔다. 우리는 경제학의 역사를 전근대- 산업혁명 시대 -제국주의 - 복지국가의 시대로 나누고 우리가 지금 어디로 달려가는가를 고민할 수 있다.  먼저 전근대의 농업 기반 사회를 생각해 보자. 우리는 이때를 언제나 생산이 부족했던 시대라고 말할 수 있다.  이때의 생산은 주로 농산물이었고 전쟁이나 가뭄, 질병등으로 사람들이 대량으로 죽고는 했기 때문에 과잉생산이라는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때는 인구를 늘리고 농산물을 더 많이 생산하는 것만이 유일한 경제 문제였다고 할 수 있다. 경제학이라는게 이때 있었다면 경제학은 그냥 생산을.. 2025. 1. 28.
철학의 부재 그 자체가 위기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이런 질문에 대해서 지금의 삶의 방식 즉 근대적 삶의 방식이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지적은 많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런 지적들은 대개 뭔가 잘못되어있다는 것에 멈출 뿐 대안을 제시하는 것에는 이르지 못했다. 예를 들어 생태주의라던가 포스트모더니즘이라던가 실존주의라던가 하는 20세기이래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던 사상들은 근대적 삶의 방식이 문제를 가졌다는 지적을 하기는 하지만 근대 사회를 대체할 대안적 사회를 제시하는 것에는 실패하고 있다. 이런 사상들은 대개 개인들의 내적 성찰과 윤리적 반성을 촉구하는데 그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새로운 사회가 올 것인가? 그럴 리가 없다.  예를 들어 문명 사회 이전에 존재했던 수렵 채집 사회를 생각해 보자. 인구가 증가하고 수렵 채.. 2025. 1. 27.
거대 AI의 개발이 가장 급한 일일까? 챗GPT3.5의 등장이래 세계는 핵경쟁을 이야기할 정도로 AI에 대한 치열한 경쟁에 들어섰다. 그야말로 가장 먼저 AGI라고 불리고는 하는 슈퍼 AI의 개발에 도달하는 나라나 회사가 지구 정복이라도 할 것같고 나머지는 식민지가 될 것같은 분위기다. 몇백조의 투자를 발표하는 일이 계속되는 가운데 경제 규모가 작은 회사나 나라는 이런 경쟁에서 가망이 없어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도 AI 투자에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이 많이 있는데 이런 주장이 꼭 틀린 것은 아니겠지만 나는 지금 세계가 좀 잘못된 투자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우리는 조만간 AI에 투자한 사람들이 큰 낭패를 보는 걸 보게 될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AI 개발을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회사의 성공 사례와 혼동하는 것같다. 즉 AI를 개발한 선점.. 2025. 1. 25.
사상은 옳거나 그른게 아니다. 식당에서 줄을 서면 당연히 집단적으로 말해 가장 효율적으로 일이 이뤄진다. 하지만 알 수 없는 건 내가 줄을 서도 다른 사람도 줄을 설 것인가하는 것이다. 내가 줄을 섰는데 다른 사람들은 줄은 안서면 나만 손해볼 것이다. 이같은 문제는 일찌기  죄수의 딜레마라는 문제로도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이 협력하면 두 사람 다 좋은 결과를 얻지만 한 사람이 배신하면 나는 나쁜 결과를 얻는 상황에서는 사람들이 서로를 믿을 수 없어 서로 배신하게 되기 쉽다는 것이다.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경험이다. 우리는 어떤 식으로던 정보를 모으고 그 정보에 기반해서 우리의 판단을 결정하므로 과거에 어떤 경험을 했는가 하는 것이 우리의 판단을 결정할 근거가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일종의 학습모델을 상상할 수.. 2025. 1. 25.
일본의 근대화, 한국의 근대화 한국과 일본의 역사에 있어서 일본이 근대화에 성공하고 조선을 식민지로 삼은 사건만큼 크고 무겁게 느껴지는 일도 없다. 그런데 왜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 그 이유는 당연히 복잡할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를 우리가 찾는 방향과 규모에 따라 답도 다를 것이다. 나는 일본과 한국의 근대화라는 주제로 몇가지 생각을 했는데 그것을 여기에 기록할까 한다.  일본이 근대화에 성공한 이유는 가장 큰 이유는 일본은 에도시대에도 상업이 번성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에도시대란 도쿠가와 막부 성립때인 1603년부터 메이지 유신이 일어난 1863년까지의 시대를 말한다. 일본의 진정한 근대화는 미국의 페리제독이 일본에게 통상조약을 강요하기 시작했던 1853년정도부터 시작되지만 일본의 근대화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었던 바탕은 일본은 .. 2025. 1. 25.
가부장제와 남자들의 좌절 가부장제는 대가족 제도에서 가장 연장자인 남성이 가족을 이끌고 대표하는 관습을 말한다. 이제는 가부장적이다라는 말이 쓸데없는 권위를 부리려고 한다는 말의 대표가 될 정도로 가부장제는 시대에 뒤진 것으로 여겨지지만 이 가부장제의 흔적속에서 고통받는 것은 결코 여성뿐만이 아니다. 가부장제가 낡은 것이 된 시대에 남자도 이때문에 크게 고통받고 있다.  전통적으로 남자는 대표이고 책임지는 사람이 되라고 교육받았다. 그러니까 남자와 여자 한쌍이 있으면 나서서 일을 처리하고 책임지는 사람은 남자가 되어야 할 때가 있다는 선입견이 있달까. 이러한 선입견이나 관습으로 인해 여성들이 기분이 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제는 거의 그런 것이 사라졌기는 하지만 여전히 남자가 대표 여자는 보조라는 식의 관습은 많이 남아.. 2025. 1. 23.
안다는 것의 구조 일찌기 미국의 철학자 화이트헤드는 껍질을 깨고 성장하는 유기체처럼 교육을 파악하면서 교육을 로맨스-세밀화-일반화의 3단계가 반복되는 과정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로맨스의 단계는 어떤 새로운 분야에 눈뜨고 관심을 가지게 된 단계다. 세밀화의 단계는 그렇게 눈 뜬 새로운 분야에 대한 구체적 지식들을 빠르게 쌓아가는 단계다 그리고 마지막 일반화의 단계에서 사람은 잔뜩 쌓아올려진 지식들을 일반화과정을 통해서 압축하는데 그렇게 되면 수많은 지식들은 어떤 일반화된 규칙의 여러 예들에 불과하게 되므로 새로운 지식들은 더이상 신기하거나 새롭지 않게 된다.  예를 든다면 우리는 살다가 어떤 새로운 것에 눈을 뜬다. 그것이 과학일 수도 있고, 이성교제일 수도 있으며, 요리일 수도 있다. 아니면 야구나 문학일 수도 있다. .. 2025. 1. 22.
미디어의 흥망성쇠와 우리가 사는 세상 우리가 사는 세상은 왜 이럴까? 이에 대해서 답하는 한가지 방법은 이 세상을 주도하는 미디어를 관찰하는 것이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미디어란 사람들이 각자의 혹은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정보를 나누고 협력을 하게 해주는 시스템을 말한다. 이렇게 미디어를 말하면 사실 상당히 많은 것들이 미디어라는 말속에 들어오게 되는데 예를 들어 언어는 물론 사회도 하나의 미디어라고 할 수 있다. 인간들이 어떤 주어진 사회에 모여살기 때문에 살아가는 방법이 달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사회 시스템이라는 것이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특정한 형식을 가진 미디어인 것이다.  중요한 것은 모든 미디어는 흥망성쇠를 겪는다는 것이다. 이는 일찌기 문명의 붕괴라는 책에서 조지프 테인터가 말한 바 있다. 다만 그는 문명에 대해서 말했지만 .. 2025. 1. 22.
나의 나라, 그들의 나라 서부지법이 폭도들에게 공격당했다. 유튜브 영상이며 공중파 뉴스에서 나오는 그 공격의 장면들은 영화속 장면같았다. 유리창을 깨고 난입한 폭도들은 서버를 부시고 문을 부시고 영장을 내준 판사의 이름을 부르며 죽이겠다고 서부지법 내부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직원들은 공포를 느끼고 옥상으로 피신했었다던가? 윤석렬계엄내지 내란으로 시작된 지금의 사태는 결국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헌법에 비추어 보면 이 일은 분명히 윤석렬의 잘못이다. 이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공화국의 근간인 법치주의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건 단순히 누가 법을 어겼다의 문제가 아니다. 나라가 둘로 쪼개져서 서로의 법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렬은 오히려 자신을 처벌하는 것이 법치주의가 망한 증거라고 주장한다. 그.. 2025. 1. 20.
다시 철학의 시대가 올까? 제목 그대로 질문해 보자. 다시 철학의 시대가 올까? 우리는 철학은 물론 인문학이 죽었다고 말하며 대학의 인문학과가 폐과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따라서 이 질문은 누군가에게는 턱도 없는 소리로 들릴 것이다. 하지만 AI 시대처럼 새로운 시대가 오면 인문학을 비롯한 철학의 중요성이 다시 커질 거라는 주장도 그럴듯하다. 그러니 다시 철학의 시대가 온다고도 할 수 있을 것같다.  나는 다시 철학의 시대가 온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런 말에는 큰 오해의 소지가 있다. 오늘은 이걸 생각해 보자. 먼저 이걸 생각해 보라. 오늘날 우리가 과학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사실 한때 철학으로 여겨졌던 것이다. 박사를 말하는 ph. D는 Doctor of Phylosophy이며 Doctor는 본래 지도자이고 Phylosophy는 .. 2025. 1. 19.
취업학교가 된 대학과 시대의 희생자 요즘 대학은 취업학교가 된지 오래라고 합니다. 물론 정도의 문제이기는 하겠으며 40년전이라고 해서 대학진학에 있어서 취업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는 점차로 심해지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먼저 대학의 이름보다는 과가 중요해졌습니다. 예전에는 과에 상관없이 서울대고 그 다음이 고대 연대라는 식으로 서열이 있어서 고등학생들은 정말 전혀 관심없는 과인데도 서울대라는 이유로 진학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요.  취업율이 좋으면 대학이름따위는 중요하지 않고 대표적인 것이 의대입니다.  이같은 변화는 사회적 변화가 빨라진 때문이기도 합니다. 즉 비지니스 환경이 워낙 빨리 변하니까 예전처럼 회사가 인재라고 생각되는 사람을 전공과 상관없이 뽑아 놓고 천천히 일을 가르치면.. 2025. 1. 17.
철학을 하지 않는 닭 2 철학을 하지 않는 닭2 % 이 이야기는 닭의 생리와 닭을 기르는 법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1. 철학하지 않는 닭, 교촌2호 한 마을의 닭장에는 철학하지 않는 닭, 교촌2호가 있었습니다. 교촌 2호는 성격이 유순하고 몸이 약한 닭이어서 주변 닭들의 주목을 끌지 않고 조용히 살아가는 닭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교촌 2호는 모든 게 서툴렀고 어리석은 일을 많이 했습니다. 눈치가 빠르고 사교성이 좋은 닭들은 다른 닭들이 하는 것을 보고 알아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잘 배웠습니다만 교촌 2호는 그렇지가 못했습니다.  예를 들어 교촌2호는 먹이를 먹기전에 물을 먼저 먹는 일을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 그를 보고 이웃 자리에 있던 닭이 괴상한 닭이라면서 소리를 질러 댔습니다. 자신은 평.. 2025. 1. 17.
AI 시대를 함께 사는 법 1장 (2) 과학적 사고의 특징 우리는 다양하게 근대의 특징들을 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정치적 예술적 철학적 분야에서 각각 어떻게 근대가 시작되었는가를 논할 수 있고 그렇게 하면서 민주주의제도의 발전이나 개인주의라던가 인간 중심적 예술의 시작에 대해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하려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 오늘날 뒤를 돌아 보았을 때 우리는 계몽주의 시대에 나타났던 한가지 요소가 근대로의 변화를 되돌릴 수 없는 것으로 만드는데 있어서  매우 눈에 띄는 역할을 했던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바로 뉴턴의 고전역학이다. 뉴턴의 고전역학은 근대 정신의 핵심인 과학적 사고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과학적 사고는 근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과학연구의 한계를 넘어서 경제, 정치등 사람들의 일상생활속으로.. 2025. 1. 15.
한국이 AI 선진국이 될 수 있을까? 소버린 AI라는 단어와 함께 한국이 AI 분야에서 뒤쳐지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있다. 이같은 주장은 당연히 부정하기 어려운 것이기는 하다. 하지만 1990년정도부터 AI를 공부했던 나로서는 그러므로 우리도 열심히 하자, 미국처럼, 중국처럼 하자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이런 주장을 너무 쉽게 받아들이면 AI 분야에서 한국이 선두를 차지하게 되는게 아니라 한국이 가진 작은 희망마저 불태우게 되기 쉽다.  일단 부정적인 입장에서 말해보자면 사실 한국이 AI 선진국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나같은 오래된 AI 연구자 세대로서는 쓴웃음이 나오는 이야기다. 도대체 한국이 이제까지 AI 분야에서 뭘 했길래 AI 분야에서 선진국이 된다는 것인가? 20년 정도 전의 일이기는 하지만 AI와 관련된 해외학회에서 나는 한.. 2025. 1.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