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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살고 싶은 마을

작은 집과 마을 만들기

by 격암(강국진) 2013. 10. 27.

들어가며

 

최근 작은 집에 대한 EBS EIDF다큐, 작은 집에 산다는 것을 봤습니다. 트레일러 위에 작은 집을 짓는 한 청년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잡고 작은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곁들인 다큐였습니다. 이 다큐를 어떻게 보는가 하는 것은 여러가지 방식이 있을 수 있을 것이나 저는 대안적 삶의 방식이라는 측면에서 보게 되었고 한두가지 생각나는 것을 기록에 남깁니다. 특히 마을만들기라는 측면에서 말이지요.

 

작은 집의 의미

 

현대인의 삶에 대한 비판은 많습니다. 현대인의 삶에 뭐가 문제인가를 많은 사람이 지적합니다. 그런 비판은 물론 가치있는 것이지만 그 비판이상으로 소중한 것은 그래서 대안적 삶의 방식을 발굴하고 그것을 실천하는 일일 것입니다.

 

작은집이라는 것은 현대인의 삶이 가진 사치와 방만 그리고 그로 인한 노예적 삶을 직접적으로 비판합니다. 작은 집보다 큰 집이 좋은 것은 어떤 의미에서 당연합니다. 그것은 천만원짜리 차와 1억원하는 차를 비교한 후 1억원하는 차가 쾌적하고 힘도 좋지 않냐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좀더 길고 크게 볼때 반드시 더 많이 쓰고 더 큰 것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 하지 않다는 것을 쉽게 느끼게 됩니다.

 

그 핵심은 환경이든 우리가 가진 돈이든 한계가 있다는 자각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자원을 함부로 낭비한다면 그 결과 우리는 소중한 자연환경을 파괴하며 그 파괴는 얼마지나지 않아 우리의 삶을 경제적으로 그리고 정신적 육체적 건강의 측면에서 가난하게 만듭니다.

 

돈의 문제도 있습니다. 다큐에서는 어릴적에 커다란 집에 사는 친구집에 놀러갔었던 사람의 인터뷰가 나옵니다. 그는 말합니다. 집은 아주 크고 좋았지만 자신은 그 집에서 부모가 붙어있는 것을 거의 보지못했다는 겁니다. 왜냐면 그 큰집의 가격을 치루기 위해 항상 일하느라 바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돈을 지불하고 뭔가를 사는 것은 기본적으로 그것을 통해 더 행복해지고 풍요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인데 뭔가를 사기위해 바쁘게 사느라 그렇게 사들인 것을 즐길 시간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말을 부정할 수 있는 현대인은 극소수일 것입니다. 현대인들은 많은 것을 소유하지만 사실 너무 바빠서 자기가 가진 것을 즐길 시간은 거의 없습니다. 그저 자신이 그것을 가졌다는 것을 기억할 뿐입니다. 그것을 즐기는 사람이 있더라도 그것을 사는 사람과 그것을 즐기는 사람은 각각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래서는 결국 다른 사람의 노예로 사는 것밖에 안됩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작은 집을 택합니다. 작은 집은 실제로 돈을 직접적으로 절약해 주기도 하고, 그 작은 공간때문에 간접적인 절약, 무소유를 실천하게 합니다. 열평도 안되는 집에 살면서 커다란 탁자나 비싼 소파, 60인치 티비를 사용하기는 어렵습니다. 물건을 둘때가 없기 때문에 꼭 필요한 물건이 뭘까를 고민하게 됩니다. 현대인들은 종종 그것을 고민하지 않습니다. 즉 돈을 더 많이 벌어서 남들이 가지는 것을 다 가지는 것에만 바쁠뿐 과연 뭐가 꼭 나에게 필요한 것인가를 고민하는 일은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기회가 되어 자기를 돌아보면 쓸데없는 것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느라 소중한 삶이 너무나 많이 허비되었다는 느낌을 가지게 만듭니다.

 






작은 집과 마을 만들기

 

이런 모든 메세지는 물론 훌룡한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다큐를 보면서 공감하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아쉬움을 느끼게 되기도 했습니다. 왜냐면 작은 집짓기운동은 일종의 개인주의적 운동처럼 보였기에 대안적 삶의 방식에서 중요한 것이 빠져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는 진짜 대안이 될 수없을 것입니다.

 

다큐에 나오는 사람들은 트레일러위에 올릴만한 작은 열평이하의 집을 가지고 살지만 대개는 뚝뚝 떨어져서 홀로 사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그렇지 않다고 해도 어떤 사회적 조화의 부분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작은 집짓기란 어떤 의미에서 그저 무작정 현대사회에서 탈출하라고 권하는 것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인간은 서로 돕고 사회를 이루기에 편하게 삽니다. 그러기에 어떤 선택이 사회적인 측면이 있지 않으면 그것은 미흡한 것이 될것입니다. 예를 들어 작은 집짓기 운동은 작은 집으로 만들어진 마을 만들기 운동이 되지 않으면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작은 집으로 된 마을을 상상해 보기로 했습니다.

 

전국에는 여기저기에 택지를 개발해서 분양하는 일이 많습니다. 그리고 전원주택을 짓고자 하는 사람은 대개 대지가 백평이상 어떤 때는 4-5백평씩 되는 땅을 차지하고 그 위에 근사한 전원주택을 짓습니다. 그리고는 그것이 어떤 마을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하지만 마을 만들기라는 것은 대개 어떤 철학과 개성과 주제가 필요합니다. 즉 술만드는 마을이라던가, 음악학교가 있는 마을이라던가, 온천마을이라던가, 농촌체험마을이라던가 하는 식입니다. 작은 집 마을이라는 것은 그 자체가 하나의 훌룡한 개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제 생각에는 작은 집으로 된 마을에는 20평정도로 구획하여 열평짜리 집들을 지으면 어떨까 합니다. 나머지 열평정도의 땅은 밭이나 화단으로 가꾸거나 각자의 주차공간으로 쓸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꼬마집들이 죽 늘어서 있는 것이 작은 집으로 된 마을입니다. 물론 이런 집들은 몇천만원대로 지을 수 있겠지요.

 

적응은 해야겠지만 열평정도의 공간이면 부부는 꽤 넉넉히 살 수 있습니다.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좀 곤란하겠지요. 그런 경우 더 큰 집을 짓는게 아니라 집을 두채를 쓰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쓰다가 아이들이 집을 떠나면 작은 집 하나는 팔아 없애는 겁니다.

 

작은 집으로 된 마을은 기본적으로 적은 주거비용만 들이는 마을이지만 돈절약을 위해 작은 집에 산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작은 집의 개념은 제가 이해하기로 작게 집을 지으면 더 큰집이 된다는 역설을 포함합니다. 즉 주거공간을 작게 가져가니까 환경속에서 주거공간이 차지하는 부분을 줄이고 환경이 넓어질수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백평짜리 대지가 있을때 여기에 50평짜리 집을 지으면 마당공간은 50평만 남지만 10평짜리 집을 지으면 마당이 90평이 남겠지요. 이런 의미에서 작은 집은 더 큰집이 되는 겁니다. 이것을 마을만들기로 확장해서 말하자면 백가구의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 있다고 해봅시다. 그 마을은 만평짜리 부지위에 있습니다. 다들 50평짜리 집을 지으면 5천평의 공간밖에 남지 않지만 10평짜리 집을 지으면 9천평의 공간이 남을 겁니다. 그렇게 절약한 공간에 우리는 공용시설을 지어서 같이 쓸수 있는 것들을 같이 쓰면 더더욱 공간을 절약할 수 있고 쾌적해 질 것입니다. 물론 건설비를 절약하면서 말입니다.

 

마을 회관은 다른 집과는 달리 크게 짓는 겁니다. 그래서 그 마을회관에는 목욕탕도 만들고, 커다란 티브이를 설치하기도 하고, 독서관을 운영하거나, 공동으로 식당을 운영하고 찻집을 운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한다면 공유할 수 있는 것을 모두가 쓸데없이 각자 마련하는바람에 낭비가 심했다는 것을 알게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작은 집 마을이라는 것은 공동체의 형성을 돕습니다. 작은 집으로 만들어진 마을이기 때문에 그것은 사람들이 모두 성처럼 큰 집에 높은 담을 쌓고 각자의 공간에 틀어박히는 마을이 아닙니다. 아파트처럼 각자의 박스속으로 숨는 구조가 아닙니다. 사람들은 집 바깥공간을 사용하게 되고, 만나게 됩니다. 즉 사람들이 집에 사는게 아니라 마을에 살게 됩니다.

 

작기때문에 공동체가 탄생되고 그 생명이 유지됩니다. 예를 들어 공유공간이 있기 때문에 그것은 일자리를 창출하게 될 것입니다. 열평짜리 집에 아이를 두고 혼자 씨름하지는 않겠지요. 아이는 마을 회관에 모여서 공동으로 키우게 될것입니다. 뭘 하든 열평짜리 집안에서 나만해서 나만 즐기고 먹는게 아니라 자연스레 바깥에 나와서 같이하고 같이 나누게 될 것입니다. 앞에서 마을회관사업을 말한 것처럼 여러가지 것들을 마을 사람들을 위한 사업으로 할수 있을 것입니다. 전부 집에 다 갖춰놓고 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보면 결국 현대의 공동체 붕괴란 우리의 주거가 주로 일으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우리는 과거의 소위 달동네라고 불리는 곳에서 이런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가난한 달동네라고 그것을 무시하기 때문에 그것의 장점을 잊어버립니다. 확실히 강요된 가난으로 인해 달동네에 사는 마을은 그 나름의 단점이 큽니다. 다들 궁핍하기에 즐기는 부분이 적어지는 것이지요. 하지만 제 생각에는 절제하기 위해 스스로 작은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사람들은 작은 집들로 이뤄진 마을의 장점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현대인들이 잃어버리고 있는 공동체의 덕을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작은 집으로 된 마을은 집바깥 공간이 소중하기 때문에 집 바깥 공간을 꾸미고 가꾸는 일에 자연스레 집중하게 될것입니다. 더운 여름이면 의례 집안에 있기보다는 집앞에 놔둔 평상에 가서 시간을 쓰던 시대에는 사람들은 바깥으로 나왔습니다. 그 길에서 아이들이 놀고, 사람들은 수박을 먹습니다. 자연스레 마을은 으슥한 곳이 없어집니다. 지금처럼 우리집바깥의 문제는 내 알바가 아니며 기본적으로 내가 쓰지도 않는 공간이라는 식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한때 제가 살고 싶은 마을이라는 것을 상상해 본적이 있습니다. 이 마을에다가 그것을 모두 실현시키고 싶지만 상상의 그런 부분은 작은 집으로 된 마을이라는 개념에는 필수적인 것이 아니므로 여기에 쓸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저는 이 마을이 아름다운 마을, 문화적으로 풍요롭고, 맛있는 것도 있고, 산책로도 있는 그런 마을이 되었으면 합니다.

 

동네사람들이 모두 열평남짓한 집에 살고 몇천만원이면 집을 소유하며 마을 회관을 통해서 일자리도 만들고 공동체도 만들어 저렴한 생활비를 실현하는 그런 마을. 그러면서도 모두가 풍요롭게 살수 있는 마을. 이런 마을을 실제로 만들고 싶다라고 느낄만큼 이 상상은 그럴듯합니다.

 

모르죠. 언젠가 제가 이런 마을 만들기를 시작해 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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