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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살고 싶은 마을

3의 법칙

by 격암(강국진) 2013. 10. 8.

나는 나 스스로를 보면서 이따금 3의 법칙같은 것을 발견할 때가 있다. 3이란 숫자를 기반으로 이건 그냥 생기는 일이 아니다라던가 이건 안심할수 있겠군하고 생각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는 누군가가 나에게 마음 상하는 일을 해도 바로 바로 반응하지는 않는다. 그런건 대개 애매함 속에 있다. 누군가가 나와의 약속시간에 늦었다고 하자. 그에게는 물론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면 약속시간에 늦는게 아니라 아예 나오지 못했다고 한들 화낼만한 일이 아니다. 문제는 그 사정이 뭔지 알수 없거나 그 사정이 이렇다고 이야기를 들어도 우리는 결코 그게 정말 그럴만한 사정인지 아니면 그 사람이 성의가 없거나 생각이 없어서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인지 확신할수가 없다는 것이다. 



앞에서 나는 누군가가 나에게 마음상하는 일을 해도 라고 말했지만 사실 어떤 일이 벌어졌을때 그게 마음상하는 일인지 아닌지 자체가 해석의 문제다. 그러므로 나는 대개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3의 법칙을 적용해서 좀 이상한 일이 있어도 그러려니 하지만 그것이 비교적 짧은 기간에 3번이 일어나면 화를 내거나 그 사람에 대한 나의 평가를 완전히 바꿔버리는 것이다. 3이란 더이상 우연이기 어려운 숫자다라고 느낀다.


여담이지만 이것은 수학적으로 말해서 모든 사건을 이분법적으로 해석하고 확률이 1/2이라고 느껴서 그런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럴때 3가지 사건이 일어날 확률은 1/8이 된다. 0.1에 가까워지므로 나는 이게 우연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은 아닐까. 물론 왜 기준점이 0.1이 되는가는 또 알수 없는 문제고 의식적으로 여러사건이 일어날 확률이 1/2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왜 1/2이라고 느끼는지는 설명할수 없는 것이니 그저 잡담에 불과하다. 


애초에 3의 법칙은 어떤 논리적 결과는 아니다. 또 어떤 절대적 원칙이거나 한 것도 아니다.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원칙으로 생각해서 그렇게 행동한다기 보다는 내가 나를 보니까 3이란 숫자에 맞춰서 행동하더라는 것을 거꾸로 발견하게 된 것이다. 


나는 어딘가를 놀러갈때도 이 3의 법칙이 작동하는 것을 느낀다. 우리가 어떤 마을에 놀러가기로 한다고 하자. 나는 대개 거기에 3가지의 기쁨이 있기를 바란다. 예를 들어 청도에 놀러갈까를 고려하는데 가면 뭘하지 라고 생각다고 하자. 그러고 보면 거기에는 안가본 좋은 찜질방이 있다. 그러니까 거기 가면 찜질방에 갈수 있겠군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거 하나만 가지고는 충분히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음. 이번에 가면 청도코메디 극장에서 코메디를 볼수 있기도 하다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괜찮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보면 요즘에 거기가면 일루미네이션 전시가 있다던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제 괜찮다고 생각되는 것이 3이 되면 머리에 불이 켜지는 것이다. 


거기에도 비슷한 심리가 있는 것같다. 물론 청도에는 따지고 보면 아주 많은 것들이 있다. 그러나 그 모두가 지금 내게 큰 매력이 있는 것은 아니고 매력적으로 들리는 것이 있다고 해도 실제로 가보면 별로 일수 있다. 여행은 항상 어느정도 복권을 사는 것과 같고 그게 여행의 매력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그럴듯한 복권이 3장은 되야 '야 이정도면 이중의 하나는 성공적이지 않겠어? 실패할 가능성이 거의 없을거야'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나 개인을 관찰한 결과지만 이것이 일반론적으로 옳다라는 전제하에 생각하면 3의 법칙은 기억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어떤 마을을 개발하려고 한다고 하자. 같은 돈을 들여서 모든 것을 하나의 사업에 전부 투자하는 것이 가능하고 반대로 돈을 여기저기 들여서 아주 많은 것을 좀 저렴하게 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이 양극단은 3의 법칙에 따르면 옳지 않다. 왜냐면 제아무리 멋져도 한가지 뿐이면 나로서는 가봤는데 별로면 어쩌지 라는 생각에 빠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그럭저럭인것이 백개가 있으면 번잡하기만 할뿐이다. 나로서는 이건 괜찮은데 라는 생각이 드는 3가지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마을을 개발하는 사람은 거기를 찾는 사람에게 비교적 확실한 3가지 이유를 제시할수 있어야 한다. 3가지쯤이 나오면 방문하는데 일종의 일정이 쭉 그려진다. 그러면 가봐도 실패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가기를 결정하기가 쉽다.


이 법칙은 나 개인의 법칙이며 사람의 개성에 따라 1의 법칙이 통하거나 7의 법칙이 통하는 경우도 있을지 모른다. 1의 사람은 한가지만 확실하면 결정하는 사람이며, 한가지만 기분나쁘면 당장 반응하는 사람이다. 7의 법칙이 통하는 사람은 적어도 7가지 이유는 있어야 그걸 결정하는 사람이니 나로서는 엄청나게 반응이 느리고 우유부단한 사람이라는 느낌이다. 3의법칙은 기억의 문제와도 연결이 있을지 모른다. 한꺼번에 고려할수 있는 숫자가 3-4가지라면 그것을 넘어가게 되면 이제 늘 혹은 항상 그런 것으로 느껴질것이다. 그러니 마술숫자가 7인 사람은 기억력이 엄청나게 좋은 사람일것이다. 적어도 나같이 기억력이 나쁜 사람은 아니다. 


내가 보통이라고 했을때 우리는 스스로에게 그리고 남에게 3가지 이유를 주는 것에 익숙할 필요가 있다. 왜 나는 대학에 가야하는가. 여기에도 3가지 이유쯤이 있으면 그걸 쉽게 믿을 것이다. 내가 이식당에 가야할 이유가 3가지가 있다. 그정도면 나는 이 식당을 단골로 할지 모른다. 


제주도가 한때 신혼여행지로 유명하더니 인기가 떨어졌다. 그러더니 요즘은 다시 인기가 크게 올랐다. 내 주관에 따르면 그것도 3의 법칙으로 설명할수 있을지 모른다. 육지사람들은 제주도에 왜 갔는가. 많은 사람들이 제주도 한라산 구경하고 제주도 바닷가 구경하러 간다. 그리고 전국에서 신혼여행에 어울릴 특급호텔이 있는 곳은 무주와 설악산의 극소수를 제외하면 제주 뿐이었다. 어떤 사람은 골프를 치러가고 어떤 사람들은 식물원같은 곳을 보러간다. 겨우 겨우 3가지랄까. 


그런데 해외여행이 쉬워지자 이런 특징들은 별로 경쟁력이 없어졌다. 그런데 올레길이 생기고 맛집열풍이 불자. 제주는 전혀 다른 곳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제주는 휴식을 위해 걷는 곳이고 맛있는 제주 음식을 즐기는 곳이다. 멋진 호텔이 아니라 제주의 마을을 강조하기 시작하자. 3가지를 헤아리기가 훨씬 쉬워졌다. 나는 일전에 제주에 다녀왔는데 위미리 근처에서 숙박하고 건축학개론 카페를 방문하고 올레길을 걸어서 포구의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것으로 충분히 즐거웠다. 이후 다른 곳도 많이 갔지만 한몇일 위미리 근처에서만 있다가 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것을 표준화하는 것에서 멀어지자 3가지를 헤아리기가 훨씬 쉬워졌다. 각 동네의 개성이 느껴져서 제주 전체가 아니라 제주의 일부분만 봐도 좋은 시간이 된다고 느껴졌다. 


결국 마을도 사람이 들어가 사는것이다. 그러니 사람의 만족은 사람의 심리에 달린 것이고 사람이 어떤 심리적 법칙을 따른다면 그 마을의 설계도 그 법칙을 고려해야 할것이다. 앞에서 말했듯 이법칙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고 사람에 따라서는 더 많은 숫자를 선호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간단한게 좋다. 3가지 개성이 있으면 그 마을은 가볼만한 곳이 되고 살만한 마을로 보일거라고 생각한다. 


한주일의 일정을 생각할때도 하루의 일과를 생각할때도 내가 오늘 일을 3개나 했다던가 이번주에는 좋은 일이 3가지가 있다고 하면 그걸로 뿌듯하지 않을까? 주말에는 영화를 한편, 수요일에는 맛집에 가기로 하고 금요일에는 술한잔 하기로 했다면 이미 한주가 꽤 괜찮아 보이지 않을까. 


생각해 볼만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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