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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살고 싶은 마을

조용한 혁명 마을 만들기 2

by 격암(강국진) 2013. 10. 9.

일전에 조용한 혁명 마을만들기 라는 글을 쓴 적이 있었습니다. 그 글의 요점은 마을만들기라는 것이 전국적으로 왜 벌어지는가하는 것이었고 리더의 중요성이 크다는 것으로 마쳤습니다. 


최근에 어떤 계기가 있어서 그 글을 다시 읽어본 결과 저는 그 글의 다음이 있어야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글은 모든 사항을 담을 수 없는 법입니다. 그러다보니 저는 당연하고 핵심적인 부분을 거기에 이어붙여서 쓰지 않았던 것입니다. 물론 제 생각이야 언제나 비슷한 것이라 여기저기 쓰기는 했습니다만 그런 생각은 아내와의 대화속에서 보다 구체적이 되어 졌고 그래서 여기에 기록으로 남기고자 합니다. 


제가 쓰지 않은 것은 말하자면 지킬 것이 없으면 잘 지킬 수가 없고 키울 것이 없으면 잘 키울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마을 만들기를 하는데 있어서 리더나 리더그룹의 비전 그리고 헌신적 노력은 중요합니다. 그런데 그 전의 당연한 질문이 있습니다. 그들은 왜 마을을 발전시키거나 만들고 싶어할까요? 뭔가를 사랑하기 때문이겠죠. 그런데 그게 뭘까요. 그들은 뭘 지키고 뭘 키우고 싶어하는 것일까요. 이것은 너무나 당연한 질문입니다. 당연하기에 많은 분들이 알고 있지만 또 당연하기에 너무나 잘 잊혀지는 출발점입니다. 


실제로 마을만들기란 현실적으로 돈이나 편의라는 주제와 떨어지기 힘듭니다. 일자리가 생기고 아이들 키우기도 좋고 살기도 좋은 그런 마을을 누가 싫어하겠습니까? 따라서 마을만들기를 하시는 분들이나 그에 대해 이야기하는 분들은 자연스레 그런 부분에 주목합니다. 뭐가 이득이 되는가 하는 것이죠. 어떤 마을은 농촌체험사업으로 돈을 이렇게 벌었다더라, 어떤 마을은 아이들 유학사업을 했다더라 하는 식입니다. 어떤 마을은 이런 축제를 해서 사람들을 끌어모았다더라 하는 것입니다. 


제가 자주 하는 반복입니다만 좋은 반복이기에 어쩔수 없이 맹자와 양혜왕의 이야기를 씁니다. 


유세를 다니는 맹자가 양혜왕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데 양혜왕이 묻습니다. 


선생님처럼 고명하신 분이 우리나라를 찾아주셨으니 장차 우리나라에 어떤 이익이 있겠습니까.


이에 대해 맹자가 대답합니다.


왕께서는 어째서 이익에 대해서만 말하십니까. 진정 중요한 것으로는 인의가 있을 뿐입니다. 만약 한나라의 왕이 어떻게 하면 나의 나라를 이롭게 할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면 그 아래에 있는 대부는 어떻게 하면 내집안을 이롭게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고 선비와 서민들은 어떻게 하면 내 한몸을 이롭게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됩니다. 이처럼 위아래가 다투어 자신의 이익을 취하려 하면 나라는 위태로워집니다. 


만승의 부유함을 지닌 나라에서 그 임금을 시해하는 자는 반드시 천승의 부유함을 지지닌 가문에서 나오게 마련이고 천승의 부유함을 지닌 나라에서 그 임금을 시해하는 자는 반드시 백승의 부유함을 지닌 가문에서 나오게 마련입니다. 임금이 지닌 만승의 부유함 중에서 천승의 부유함을 봉록으로 받거나 임금이 지닌 천승의 부유함 중에서 백승의 부유함을 봉록으로 받았다면 결코 적은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만약 의리를 뒤로 돌리고 이익을 앞세운다면 더 많은 것을 빼앗지 않고는 만복해 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람됨이 어진데도 자기의 어버이를 버리거나 의로운데도 자기의 임금을 경시하는 자는 없습니다. 왕께서는 인의를 말씀하셔야지 어째서 이익에 대해서 말씀하십니까?


저는 유교적 도덕이니 인의같은 것을 특별히 강조하려고  하는게 아닙니다. 우리는 어떤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공동체 의식이 있는 만큼만 부유한 마을을 만들고 유지할 수가 있다 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고리타분하고 당연하게 들립니다만 마을만들기의 바른 방법은 공동체를 만들고 혹은 사랑하는 것을 결정하고 발전을 도모하는 것입니다. 그 반대로 해서는 금전적으로 성공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실패일수 있고 나아가 금전적 성공이 실패를 불러 오게 됩니다.


앞에서 마을만들기에 있어서 핵심적으로 중요한 것은 리더나 리더그룹이라고 했습니다. 제말이 맞다고 해봅시다. 그런데 그분들은 왜 마을만들기를 할까요? 돈을 벌고 싶어서? 돈이 벌고 싶어서 마을만들기를 하는 리더가 정말 마을만들기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요? 진짜 능력이 있다면 돈을 잘버는 방법은 마을만들기같은 것의 리더가 되는 길말고도 많이 있을 것입니다. 


돈을 버는게 잘못되고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돈을 벌었다고 해봅시다. 그럼 그 마을의 목적은 돈벌어 부자되자는 것이니 돈벌기 위해서는 뭘 해도 그 마을의 취지에 별로 어긋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할 때 그 마을이 돈을 벌어서 신참자들이 그 마을에 참여하면 그 마을은 성공과 동시에 쇠락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예술적인 분위기가 좋아서 사람들이 잘 찾는 동네에 분위기가 안 맞는 가게를 만들고 장사를 해도 누가 뭐랄 수 없습니다. 어차피 다 돈벌자고 하는 일 아닙니까? 그러니 그 취지와 가치에 대한 공감이 굳지 않으면 싸움이 벌어질 것이고 그 싸움은 그 마을을 해치겠지요. 신참자들은 원칙없는 텃세가 심하다고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래서 성공과 동시에 무너지는 곳은 너무나 많습니다. 힘들어도 흩어지지 않고 뭉쳐있던 사람들은 자신들이 성공만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초기의 멤버가 암묵적으로 소중히 생각했던 어떤 가치가 신참자들에게 제대로 전수되지 못할 때 성공과 동시에 망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많은 재개발 사업은 왜 마을만들기 사업이 아닙니까? 그것은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이 더 행복해 지는 사업이 되는데 실패하기 때문입니다. 멋진 건물이 들어서지만 정작 거기에 살던 사람들은 그곳을 떠나야 하고 정들었던 동네의 풍경은 파괴되고 낯선 새것만 만들어 지는 일이 종종 일어납니다. 그러니 그런 사업이 성공하고 설사 거기서 새로이 살게 된 사람들이 행복해도 그것은 이상한 마을만들기 사업이지요. 원래 거기 살던 사람들이 불행해 졌기 때문입니다. 본래 돈 말고는 아무 목적이 없는 사업이었기 때문입니다. 


장일순 선생등이 1989년에 발표한 한살림운동 선언문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글 맨 아래에 첨부하겠습니다) 거기에 보면 인류문명사를 논하는 정도의 가치와 취지를 이야기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런 말들이 공허하다고 말할 것이며 저는 그 선언문에 나타난 뜻이 절대적 진리라고 말하려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말들이 그렇게 공허하지만은 않다는 것입니다. 미국이 영국과 독립전쟁을 할때 단순히 우리는 영국에서 독립해서 자유롭게 살래라는 것에서 멈췄으면 지금의 대강국미국이 될수가 없었습니다. 독립선언문에서 그 이상의 가치를 선언했기에 미국이란 나라가 지금의 번성을 누릴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마을이던 나라든 큰 뜻을 가지고 세우지 않으면 크게 될수가 없습니다. 임실치즈마을을 번성케한 분은 내가 잘먹고 잘살자는 사람이 아니라 한국과 비교할수 없이 잘살던 벨기에의 귀족출신 사제였던 지정환 신부였습니다 (지정환신부 이야기는 여기를 참조). 한국이 아프리카보다 못살기에 왔다는 분이셨죠. 사치스럽게 사는게 아니라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를 바랬기에 가난한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내려온 분이셨습니다. 


한국에서 성공사례로 말해지는 한드미 마을의 이장을 움직였던 것은 애향심이었죠. 자신이 살던 고향을 바꿔보겠다는 마음이 있었던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아주 큰 뜻을 가지고, 어떤 사람은 조금은 작은 뜻을 가집니다. 그러나 어떤 리더건 지키고 싶은 가치가 있습니다. 그 가치를 위해서 리더건 그냥 평범하게 참여하는 사람들이건 노력합니다. 꼭 큰뜻이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사람이 다 대단한 뜻이 있는 건 아니고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대단한 뜻은 누군가 대단한 분이 생각하시면 보고 배워도 충분합니다. 예수님이나 부처님이나 공자님이 마을만들기의 대가입니다. 말은 허망한 것같지만 그분들의 말의 힘으로 엄청난 규모의 마을만들기가 가능했었습니다. 이게 가치의 힘입니다.


대단한 뜻이 없는 소시민은 대단한 마을만들기에 성공하려고 할 필요없습니다. 그저 친구한둘이랑 어울려 살아가는게 즐거워 그 생활을 소중히 여기는 정도로 살아가는 것도 좋습니다. 다만 자기가 생각하는 뜻보다 더 성공하면 그 마을은 붕괴합니다. 왜냐면 커진 몸집을 유지할 뜻과 가치가 거기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마을만들기의 성공담도 가려들어야 합니다. 작은 뜻으로 시작했는데 대성공을 거둔 마을만들기의 이야기는 슬픈 이야기일수도 있습니다. 그 마을의 몰락이 시작되었다는 이야기일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가치는 우리를 지켜주는 보호막입니다. 


그래도 나는 아무것에도 별 애착이 없다면? 나는 아무 뜻도 없다면 뭐하러 고생하며 한곳에서 얽매입니까. 그냥 자유롭게 떠돌면서 살지. 그것도 반드시 나쁘게만 볼것은 아닙니다. 자신의 선택이니까요. 


그런데 뜻이란 넓게 보고 자세히 보는데서 생기는 것같습니다. 넓게 보니까 세상에 이런 저런 나쁜 일이 있더라 나는 그것에서 좀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죠. 넓게 보니까 다른 사람들과 공존하면서 살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수 있습니다. 좁게만 보면 세상의 변화에 따라갈수가 없으니까요. 다른 사람이 왜 불편한지 모르고 자기만 생각하는데 남들이 내 생각해 줄리가 없습니다. 


자세히 보는 것은  자기 주변에서, 자기가 스쳐지나가는 곳에서 뭔가 애착을 가지는 부분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나는 음악이 좋더라 음악감상을 전파하고 싶다. 나는 빵이나 커피가 좋더라 그런 가게와 함께 살고 싶다. 나는 제주 애월의 바닷가가 좋더라 휴식이 있는 삶을 설계해 보고 싶다. 나는 아이들이 크는 걸 보는게 좋더라. 아이들을 위해 뭔가 해보고 싶다. 나는 철학을 연구하고 가르치고 싶다. 그런 연구집단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나는 뭔가를 좋아하게 되니까 뭔가를 하게 되겠죠. 자세히 안보고 민족이니 국가니 하는 이야기만 하고 있다면 그건 민족만들기나 국가만들기 일것입니다. 그런데 보다 작은 것들이 보이고 애착을 가지게 되었다면 그것은 마을 만들기가 될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것에 애정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깊어지면서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것, 그것이 마을 만들기 일것입니다.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입니다만 세파에 시달리면 잊혀지는 것이 또 이것이라 글이 완전성을 위해서 다시 한번 정리해 봅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실은 제가 기억하기 위해서죠. 저는 기억력이 나빠서 항상 다시 정리해 두려고 합니다. 


한살림선언.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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