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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들 하십니까.

by 격암(강국진) 2013. 12. 16.

여러분 안녕들 하십니까. 한 고대생이 쓴 대자보 때문에 안녕하십니까라고 묻는 것이 요즘 인사말이 된 것 같습니다. 그 대자보의 내용도 잘 쓴 것이겠지만 그 대자보에서 유독 안녕하십니까라는 말이 사회적 파문을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이러저러한 것이 옳다라고 말하는 메세지에는 반응하지 않던 사람들이 안녕들하시냐라는 말에 반응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것은 아마도 안녕하십니까라는 말이 소위 사회적 정의라고 불리우는 일들이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일이라는 것을 함축적으로 일깨우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 단어 하나의 힘으로 반향이 일어난 것은 아닐테고 숲이 바짝 마르면 산불이 나듯이 요즘 시국과 사회적 현실이 대학생이든 일반 시민이든 고등학생이든 민감하게 만들어 놓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안녕하냐고 묻는 것은 일견하기에 단순한 것같지만 뭐가 안녕한 것인가라는 것에 대해 말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나름 복잡한 말이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최근에 읽은 블로거 지니의 글은 좌파와 우파는 모두 경제밖에 모르는 속물들 이라고 비판하고 있는데요 그글을 제가 좀 다르게 표현해보면 우리가 수입이 없고 배가 고프면 안녕하지 못한 것이지만 수입이 있고 배가 부르면 안녕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자명한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인간의 삶과 가치란 그 이상의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그런 것들에 대해 무지하거나 나쁜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이 안녕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라는 것이죠. 


물론 경제환경이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것중의 하나라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경제적으로 하강하는 시대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인구감소가 예고되고 있고 부동산 거품이 파열하기 직전이라는 말이 가계부채 역사상 최고치 경신기사와 함께 연일 쏟아지고 있습니다.  물론 미래는 모르는 거니까 또 어떤 대박이 터지고 세계적 정황이 바뀔지 모르지만 따지고 보면 그 변화는 꼭 한국에 유리하게만 일어나리라는 법도 없기에 오히려 추락이 더더욱 극적인 것으로 바뀔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우리가 다시 경제 이외의 것에 대해 시야를 넓혀 볼 시기이며 경제 환경이 상승에서 하락으로 바뀌는 이시대에 일어날 파괴적인 일들 즉 불어난 탐욕이 제살깍아먹기로 우리 자신을 공격하는 일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영원히 계속 올라가는 아파트 가격이 불가능하듯이 투기적으로 올라가는 경기는 하락을 가져올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경기는 상승과 하락을 반복한다는 순환론도 있지요. 그것은 탐욕의 붕괴과정입니다. 다만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하락은 인구구조를 포함한 더 커다란 사회적 모순의 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몇년 나쁘다가 좋아질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말하자면 더 거대한 탐욕의 붕괴입니다. 이것은 바로 이웃나라 일본이 보여줍니다. 1990년대초 최정점을 지난후 이날이때까지 다시는 호시절이 돌아오고 있지 않습니다. 삼성이 소니를 이긴것은 우리에게 자랑이지만 일본인에게는 충격이겠죠. 하이얼같은 중국브랜드가 삼성을 이기는 날이 온다면 우리가 그렇게 느낄 것처럼 말입니다. 일본에서 토요타까지 무너진다면 일본은 그야말로 전설의 국가가 될지 모릅니다. 


역사적 스케일에서 세상을 보면 인간은 지나친 탐욕으로 어리석어졌기에 댓가를 받는다는 사실이 분명해 보입니다. 돌아보면 광란의 파티의 정점에서 했던 짓들은 모두 미친짓처럼 보입니다. 경제의 변곡점에 있는 우리는 우리가 지금 미친 짓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봐야 합니다. 멀리갈 것도 없이 4대강이 미친짓이었고 수없이 많은 백층이상의 고층빌딩 프로젝트가 미친짓입니다. 지금도 국방에 소중한 서울공항을 가로막으면서 롯데빌딩이 착착 올라가고 있습니다. 경인운하가 미친짓이고 동대문 플라자가 미친짓이죠. 


무엇보다 미친짓은 국민 자살률이 전세계 최고이며 출산율은 전세계 최저라는 경보음이 울리는데도 미친짓을 그만두지 않고 탐욕을 계속 부린다는 점입니다. 출산율이 왜 낮겠습니까. 교육비가 비싸고 부동산값이 비싸며 사람들이 가족을 이루고 그 가족과 살아간다는 가족에 대한 가치가 망각되기 때문입니다. 돈이 없으면 말할 것도 없고 돈이 있어도 맞벌이로 둘다 돈벌면서 멋지게 소비하고 사는 삶이야 말로 가치있는 삶이라고 믿으면 아이를 낳을 사람이 없겠죠. 인간의 삶에 대한 가치가 소비에 매몰 된 것도 미친짓입니다. 


이쯤 되면 바다위에 떠있는 뗏목위에서 자기 배의 목재를 잘라다가 모닥불 태우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뗏목이 줄어들어 바다에 빠져죽는 사람이 있어도 모닥불을 태웁니다. 결국 그 불이 배를 가라앉힐 지경이라도 불을 지핍니다. 물론 그래서 선거때마다 여야가 할것없이 반값등록금이야기나 반값아파트같은 주거안정대책을 내놓고 이명박씨처럼 고도성장의 약속을 합니다만 그거 생각이 있는 사람들은 안믿습니다. 


안녕들하십니까라는 말의 핵심적 의미는 우리가 공동체라는 것입니다. 저게 계속 남의 아픔만 되는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으며 특히 경제적 팽창이 끝나거나 느려질수 밖에 없는 요즘 결국 변화의 핵심은 더 많은 세금을 거두고 교육비와 주거를 포함한 사회적 기본서비스를 안정시키는 나라 즉 보다 사회주의적인 나라가 되는 수밖에는 없는데 한국은 그렇게 하기는 커녕 반대로만 갑니다. 부자감세에 민영화가 대세입니다. 대학도 너나할 것없이 회사로써 경영되어야 한다고 주장됩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의 핵심은 돈을 더 빌려줄테니 집을 팍팍 사라는 것이죠. 등록금이 비싸다고 해도 등록금을 직접 내리기 보다는 등록금을 빌려주겠다고 합니다. 공동체를 강조하는 박원순시장이 있는 서울의 서울시립대만 빼고 말입니다. 이건 뗏목위의 모닥불을 더 크게 활활 태워보자는 이야기입니다. 


젊은이의 좌절은 비싼 등록금때문에 늘어나는 빚, 게다가 어렵게 들어간 대학인데도 그것이 취업으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는 생각, 거기에 결혼이며 신혼집 마련이며를 생각하면 까마득한데 사회는 그들에게 온갖 소비를 하라고 부추키고 있으며 그들은 대개 외롭기 때문입니다. 빌딩가진 할아버지라도 있기 전에는 말이죠. 


제가 자주하는 말입니다만 뭔가를 얻을 때는 그게 별거 아니게 느껴져도 그걸 상실할때의 아픔은 매우 큽니다. 그러니 옛날에 힘들던 때도 살았다라는 말을 쉽게 해서는 안되지요. 물론 박정희때도 전두환때도 우리는 살았습니다만 그리로 돌아간다면 사는 것이 참 쉽지 않을 것입니다. 


사실 이명박시대는 한국인 모두는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에게 모욕적인 시대였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랬습니다. 이명박이 당선되고 한 반년은 그 분을 삭힐 수가 없더군요. 끔직한 일입니다만 그 시대를 겪고도 박근혜가 당선되는 것을 보고 저는 일본처럼 실질적으로 자민당이 영구집권하는 나라로 천천히 혹은 빠르게 침몰해 가는 역사를 피할수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박근혜 정권말엽에 내각제로 바꾸고 사람들은 늙어가면서 정치적 개혁의 동력은 이제 더이상 생기기 어려우면 그렇게 되는 겁니다. 더이상 안녕들하시냐는 말에도 반응하지 않는 나라가 되는 겁니다. 후쿠시마 원전사태가 벌어져도 정부가 괜찮다라고 하면 괜찮다고 믿는 다수의 일본인들 같은 그런 한국인들로 채워진 나라가 되는 것이죠. 이명박 정부를 겪고도 정신을 못차렸으니 박근혜정부들어서도 사회적인 대오각성이 없다면 우리는 분명 그렇게 될 것입니다. 그럼 조선시대 말엽처럼 뜻있는 사람은 어디 산중에나 숨어서 입을 닫고 살지 않으면 분통이 터져서 살 수가 없는 나라가 되겠죠. 


이미 국회의원이 박근혜대통령하야하라고 하면 마치 그 국회의원이 한국 그자체를 공격한 것처럼 펄펄 뛰는 나라입니다. 짐이 곧 국가다의 왕조입니까? 왜 대통령 하야하라고 주장못합니까? 노무현 대통령의 일화를 기반으로한 영화 변호인의 시사회를 보고 한 외국인이 분명 노무현에 관련된 영화인데 노무현을 모두 언급하지 못하는 그 분위기가 기괴해 보인다고 썼더군요. 마치 해리포터의 볼데모트같은 취급을 받는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주연인 송강호에게 계속 괜찮냐는 질문이 들어갑니다. 벌써 우리는 이렇게 공포에 익숙해져있는 쪽팔린 인생들이 되었습니다. 


요즘 삼성핸드폰이 세계에서 제일 비싼 곳이 한국이고 현기차가 세계에서 제일 비싼 곳이 한국이라는 말때문에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다마스같은 서민 자영업자가 쓰는 차를 현기차가 판매하질 않아서 이제 그런 게 없어질 판입니다. 사람들은 재벌에 분노합니다. 트위터에 보니 이런 트윗도 돌고 있더군요. '노무현때 국제유가 140불에 국내휘발류값 1300원대, 이명박근혜 국제유가 100불에 국내휘발류값 1900원대 아무도 신경안쓰고 잘도 당하며 산다.' 이런 걸 감시하고 견제하자고 있는 것이 언론이고 국민이 뽑은 정부일텐데요. 자본의 하수인으로 국민등치는 것에 도와주자고 있는게 아니라 말입니다. 


여러분, 안녕들 하십니까. 정말 안녕들 하십니까. 인생살다보면 종종 선택의 마감시한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선택은 최대한 천천히 내리는 것이 좋기는 하지만 영구히 미룰수는 없는 것이며 어떤 때는 아무것도 안한 것이 바로 선택을 한것이나 마찬가지가 되기도 하기때문에 결국 선택을 한게 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렇게 생각합니다. 김대중-노무현 시대를 살았고, 이명박 시대와 박근혜 시대의 일부를 살았습니다. 이제 그 과거를 기반으로 하나된 한국으로 미래를 설계해야 합니다.  자신이 정말 안녕한가 생각해 보시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곳에서는 목소리를 내고, 행동을 할 수 있는 곳에서는 행동을 해야 할 때입니다. 이명박시대가 끝나듯 박근혜시대가 끝나면 아마 선택이라는 것이 실질적으로 거의 불가능해 질 것입니다. 적어도 다수의 한국인들은 거의 영구히 안녕하지 못하게 되겠지요. 거울을 보고 나는 정말 안녕한가를 물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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