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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의 기원과 이명박

by 격암(강국진) 2013. 12. 19.

나는 오늘날의 한국 사회를 있게한 가장 큰 기둥은 대통령 직접 선거의 공정성이라고 믿는다. 바로 87년에 국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쟁취한 대통령 직선제다. 


내가 역사학자라면 나는 한국사회의 기원을 좀 다르게 말했을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역사학자의 책무중 하나는 바로 집을 지을 때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덮고 벽을 세우듯 한국이라는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 구조를 구성해 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사학자가 아닌 나는 일종의 관찰자로서 한국사회를 쳐다보게 되고 거기에서 한국사회를 하나로 뭉치게 만드는 구심력의 기원을 생각해 보게 된다. 구심력이 되어야만 하는 것이나 구심력이 되어야 마땅한 소재가 아니라 실제로 힘을 발휘하는 한국 사회라는 집을 버티는 기둥을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대통령 선거의 공정성이다. 


아직 젊은 사람들은 80년대의 혼란상을 직접 겪거나 그 여파에 대해 경험해 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요즘 대학생들은 이미 김대중이나 노무현 시대가 당연한 그런 나라에서 성장했기에 한국 사회가 얼마나 불안했는지 알지 못한다. 그들은 왜 나이든 사람들이 대학가에 붙은 종이 쪼가리 대자보 몇장에 그리 호들갑을 떠들어 대는지, 나이든 교장이 대자보 한장을 보고는 경찰에 고발을 하는 사태가 벌어지는지 잘 모를 것이다. 


당시 한국에서 데모가 얼마나 심했던지 90년대 초반에 이르기까지도 외국에서 만난 외국인이 나에게 한국여행은 안전한가를 물어볼 정도였고 데모때문에 신촌이 외신을 많이 타서 외국인들이 나 여기 봤다고 말하곤 할 정도였다. 


그리고 그 혼란은 전두환의 구데타로 증가되어 진다. 권력이면 뭐든지 다 하던 시절에 불법적으로 그 권력을 차지하고 그걸 그냥 받아들이라고 말하는 것을 그냥 받아들이면 그건 개나 노예가 되라는 말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전두환은 그냥 대통령이 아니라 한국에서 가장 부자인 사람이 되었다. 요즘식으로 말하면 이건희에게 삼성전자 달라고 하면 가져다 바쳐야 하는 그런 식이니까 말이다. 그런 시대였다. 요즘돈으로도 몇천억이 큰데 추징금이라고 전두환과 노태우에게 내놓으라고 한돈만 수천억이었다. 


세상이 그렇게 돌아갔기 때문에 이승만이 쫒겨났고 박정희가 유신으로 장기집권하려고 하는 것에 국민들이 분노했었다. 그때 박정희가 총에 죽지 않았더라면 우리나라는 지금 북한같은 세습장기 독재하에 살거나 국민궐기로 87년의 역사가 80년에 일어났을 것이다. 역사로 봤을때는 국민이 이겼을거라고 믿는다. 이승만도 쫒겨났고 결국 전두환도 국민궐기를 이길수 없었으니까. 그러나 그는 국민궐기가 아니라 총탄에 쓰러졌고 그래서 안타깝게도 전설로 남았다. 이것은 조선의 독립이 자력이 아니었기에 조선이 분할되고 내부적 정체성 문제로 고생하면서 지금에 이른 것과 같은 이치다. 무력으로 정권을 차지하는 시대는 민주공화국시대가 아니다. 왕국시대의 영토전쟁이나 마찬가지고 지는 자는 노예가 된다. 


국민궐기로 민주주의의 역사를 쓴 한국인들은 물론 자랑스러운 사람들이지만 따지고 보면 그런 궐기의 역사는 그만큼 사람들이 그 문제가 먹고사는 생존의 문제와 아주 밀접하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기 때문이다. 부모에게 스마트폰압수당하면 억울하다고 우는 세대는 통금으로 길에 다니지 못하고 그냥 끌려가 두들겨 맞아도 항의하지 못하고 이건 보지 마라 저건 생각하지 마라고 명령을 듣는 시대의 암울함을 충분히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제정신을 가진 사람은 사는게 쪽팔린 시대일수 밖에 없다. 그러니 누구보다 대학생들이 일어났던 것이다. 대단한 학문이 아니더라도 이건 굴종을 요구하는 것이고 그걸 그대로 들어주면 민주공화국이 아니라 북한이 그러하듯 왕국의 비굴한 백성으로 살아야 할판이니까. 


그런 혼란을 가라앉힌 사회적 합의가 무엇인가. 바로 대통령 선거의 공정성이다. 전두환은 대통령 직선제를 약속했다. 그랬기에 삼당야합으로 노태우와 김영삼이 바로 그 게임의 룰속에서 대통령으로 뽑혀도 국민은 다들고 엎어버리지 않았다. 직선제의 약속은 지켜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가 이기든 이제 국민들의 소리를 전처럼 무시할 수는 없었다. 대선에서 이겨야 하니까. 국민들이 뭐라고 하건 대의원 모아다가 체육관에서 만세 부르고 권력을 차지할 수는 없으니까. 


광화문을 가득 덮었던 노무현 탄핵 정국의 촛불집회는 단순히 노무현 지지자들이 그렇게 많다는 뜻이 아니다. 대통령이 선거로 뽑힌다라는 이 단순한 게임의 룰이 얼마나 한국사회에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게 뽑힌 대통령을 그렇게 쉽게 무력화 시키는 것은 게임 자체를 파괴한다고 생각하여 국민들이 거리로 뛰어 나온 것이다. 그때 노무현이 탄핵되었었다면 또다시 한국사회의 기둥은 파괴되고 한국은 어디로 갈지 모르는 혼돈으로 빠져들었을 것이다. 이제 선거따위 하나마나니까. 모두가 거지가 되고 재벌회사들이 망하도록 그래서 또다시 모든 사람이 납득할수 있을 정도의 초법적인 합의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사회는 혼돈으로 빠져들었을 것이다. 


내가 보기에 이명박의 출현은 한국 사회의 여러가지 기둥을 근본적인 수준에서 파괴했다. 4대강공사로 대표되는 자연파괴가 하나고 심각한 재정적자로 나라의 경제적 기둥이 파괴되는 것이 하나이며 한국사회의 윤리적 수준을 파괴하여 부패가 만연하게 한 것이 하나지만 이명박은 선거법위반과 범인도피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자신의 전력을 보여주듯 국정권과 군을 동원해서 대통령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한다. 


대통령 선거의 공정성 홰손은 한국사회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그 근본을 무너뜨린 것이다. 나는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사람들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주장이 섯부른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도 동의한다. 그만큼 대통령이 선거를 통해서 권력을 만들어 낸다라는 게임의 법칙은 어떻게 말하면 한국 그 자체다. 그걸 무너뜨려서 게임이 파괴되면 무슨 일이 있을지 앞이 보이질 않는다. 명분과 정통성이 희박한 한국에서

그나마 한국 사회를 떠받치는 명분과 정통성의 근원이 무너지는 것이다. 그게 무너진다면 누가 무슨 명분으로 사회적 분란에 조정자로 참여할 수가 있을 것인가. 한국사회에 조금이라도 애착과 충성심이 있는자라면 여야를 막론하고 이 게임의 법칙을 무너뜨리는 일을 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이명박은 그걸 했다. 그래서 이명박의 출현은 한국 사회를 근본적인 수준에서 파괴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앞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사퇴하는 일이 있을 수도 있고 아무런 일이 없이 임기를 마칠수도 있지만 어떤 미래가 펼쳐지든 그 피해는 내년이나 내후년 정도에서 멈추는 것이 아닐 것이다. 박근혜대통령의 정당성이 의심받는 상황에서 모든 피해와 양보는 굴종과 침략으로 이해될 것이다. 찬탈당한 권위라고 생각될 것이기 때문이다. 겨우 그정도라고 말하는 여당 지지자가 있다면 과연 그사람은 다음 대선에서 반대로 군과 국정원을 동원해서 야권을 지지해도 그것이 공평한 게임이며 그 결과를 받아들일것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역사는 전진하거나 후퇴하는가. 그게 아니라 역사는 혹시 요리같은거 아닐까. 멋진 해물탕을 끓이고 있는데 누가 거기에다가 가래침을 뱉었다. 이게 후퇴인가. 이명박정권이란 역사는 한국 역사에 영원한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12월 19일은 박근혜정권이 탄생한지 1년되는 날이다. 나는 그녀가 당선될 때 그녀는 아마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나는 내가 옳았다고 느낀다. 아직도 그리고 한번도 창조경제가 뭔지 알았던 사람은 아무도 없다. 본인도 자기가 알고 있다고 착각할 뿐이다. 이 정권은 게임을 중독물질처럼 생각하면서 싸이의 저질 삼류 문화를 창조경제라고 부르니까. 싸이의 저질 삼류문화가 나쁘다고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나라에 충성하는 것이 기본인 군에서 아리랑이나 우리의 소원은 통일 같은 노래를 금지곡으로 만들만큼, 일제에 침략당한 나라에서 총리가 우리가 침략당했는지 아닌지 생각해 봐야하고 명성황후를 시해할수 밖에 없는 일본의 입장을 생각해 보자 같은 말이 나오는 교학사 교과서를 학교에서 가르쳐야 한다고 말하는 나라만큼,  박근혜 정권은 개념이 없다. 얼마전에 나온 기사처럼 그녀는 아마 철도민영화가 뭔지도 모를 것이다. 성인들인 철도공사 직원들에게 감히 스스로 어머니를 자처하며 여러분을 해고시켰다고 주장하는 철도공사사장만큼 생각이 없을 것이다. 박근혜는 전두환만큼의 결단력도 없다. 따라서 그녀는 또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고 정국은 점점 더 극단적으로 변할 것이다. 아마도 그녀는 소고기 파동때 벌어졌던 데모처럼 적당히 누르면 끝날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대통령 선거에 대한 일이다. 바로 한국 사회의 기원이다. 이것이 그렇게 누를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은 역사가 보여주고 있다. 누르면 결국 폭팔할 것이다. 한국인들이 살아있는 한은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훼손당한 대선으로 당선되었다. 하야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권력의 상당부분을 내려놓고 임기에 임하고 다음 대선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일에 주력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게 하지 않을 때 이 일은 치유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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