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정권이 끝날 무렵 내각제 개헌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나는 그런 생각을 한적이 있다. 박근혜까지 나와서 대통령을 한 여권은 이제 더이상 대선주자를 내놓을 사람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길수 없으니 대선자체를 안하는 것이다.
그런데 안철수신당창당에 참여하는 윤여준씨가 내각제개헌을 해야한다고 말한 모양이다. 바로 여권에 있다가 나와서 다시 안철수 신당으로 간 윤여준씨가 말이다. 그러니 한마디 뻔한 이야기라도 써놓고 싶어졌다. 바로 나는 왜 내각제 개헌에 반대하는가하는 것이다.
나는 내각제가 대통령제보다 절대적인 의미에서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내가 본 지금의 한국에서 내각제란 북침 전쟁이라도 벌여서 돈좀 벌어보자거나, 우리나라를 외국에 팔자고 하는 식의 말도 안되는 생각만큼 대재앙적인 발언이라고 느낄뿐이다. 한마디로 말이 안되는 이야기중에서도 가장 말이 안되는 이야기로 나는 지금의 한국에서 내각제를 입에 담는 정치인은 정치인으로 보질 않는다. 정치인으로 정말 부끄러운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왜 그런가. 정치의 핵심은 책임이다. 다른 말로 신뢰다. 책임과 신뢰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정치다. 어차피 우리는 모두 인간일뿐 누구도 어떤 정책이나 결정이 반드시 성공한다고 말할수 없으며 우리는 모두 생각이 다르고 인생이 다르니 성공의 의미도 서로 다르다. 두명이서 동업해서 한쪽이 이득의 99,99%을 가져가도 어떤 생각에 따르면 그건 부당한 일이 아니다. 그는 말할지 모른다. 넌 한게 아무것도 없잖아라고. 그러니 그런 분배는 그런 사고방식위에서는 성공적인 분배인 것이다.
모두가 실패할 수 있는게 인간이고 모두가 상황과 생각이 다른 인간이 모여서 살아야 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니 정치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뭔가를 합의하고 약속하고 그걸 지킨다. 십만원짜리라고 생각해서 신발을 십만원주고 샀는데 사고 보니 나에게 백원어치 값어치도 없더라고 해도 무조건 항의할수는 없다. 교환에 있어서 우리는 합의한 만큼 그 교환조건에 들어가지 않은 어떤 손해를 남탓을 할수는 없기 때문이다.
나는 왜 내각제 개헌에 반대하는가. 바로 정치인들이 책임질수있는 세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을 뽑는 것을 나는 반대하지 않는다. 지방자치단체장은 그 지역의 일에 대해 결정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기 쉽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국에서 국회의원뽑아서 국회로 가서 집단으로 일을 결정하는 국회의 모습을 보라. 거기에 어디 책임의 구조가 있는가.
대통령제는 책임질 인간을 뽑는 제도다. 물론 모든 선거가 다 그렇지만 국회의원선거에 비하면 훨씬 더 그렇다. 우리는 몇명의 후보들을 모아다가 질문하고 그 인생을 살피고 공격하고 방어하는 모습을 보고 그렇게 해서 대통령을 뽑는다.
왜 그렇게 고생해서 중앙집권적이라는 대통령을 뽑는가. 그만큼 약속의 약속을 받아내기 위해서다. 나중에 딴소리하면 최소한 욕이라도 듣게 하기 위해서다. 그렇게 해도 이명박과 박근혜는 공약을 완전무시하며 토론회는 거부하고 애매모호한 말로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다. 그렇게 고생해서 뽑는데도.
여기까지 읽은 사람은 그렇다면 언제나 내각제보다는 대통령제가 옳다고 하는것인가라고 질문할지 모른다. 물론 제도 자체가 우위를 가진 것은 아니다. 단지 뚱뚱한 사람에게 맞는옷과 마른 사람에게 맞는 옷이 있을 뿐이다.
유럽은 이데올로기의 고향이고 미국은 수백년의 공화정의 역사가 있다. 우리나라의 정당들이 무슨 잘 정돈된 정체성이 있는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은 새누리당이나 민주당뿐만이 아니라 생겼다 사라진 열린우리당이 그렇고 이제 생기려고 하는 안철수신당도 보여준다. 우리나라 정당은 잘 정돈된 이념이 없다. 있을수가 없다. 결국 서구 선진국 정치체제를 그져 베껴온 것뿐이기때문이다. 서구에게 정치는 곧 그들의 역사지만 우리는 어떤 의미에서 정치자체가 없다. 공화정자체가 우리의 역사가 아니니까. 공화정 하자고 프랑스혁명같은 거 일으켜서 왕을 몰아낸게 아니지 않은가.
그러니까 우리나라는 책임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여전히 인물검증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일수 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무책임하게 돈과 권력의 유혹에 따라 나라를 팔아먹는 매국노만 양산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영구히 이렇게 되어야 할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미래에도 정치가들이 모두에게 사랑받지는 못하겠지만 사람들이 그래도 한국사회는 아주 기본적인 상식은 지켜진다는 믿음이 생겨난다면 그때쯤에는 대통령제의 단점을 이야기하고 내각제를 고려해 볼수 있을지도 모른다. 즉 의견이 달라도 기본적인 상식적 수준의 선은 넘어가지 않는 것이다. 나라가 망하지 않을 정도의 선 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그런가? 지난 대선 부정선거에 대해 제대로 조사도 못한다. 신문과 SNS에는 연일 법도 언론도 불공정하다는 증거가 넘쳐난다. 무엇보다 지난 이명박 시절에 저질러진 몰상식들을 보면 한국 사회가 기본적 상식은 지켜지고 있다는 것은, 즉 그정도로 국가적 통일, 융합이 이뤄져있다는 것은 도저히 믿을수 없다. 나는 손석희 뉴스가 아니면 볼 가치를 못느껴서 아예 다른 방송은 보질 않는다. 그런데 얼마전에 손석희 뉴스가 편파적이라고 제재를 받는다고 들었다. 무엇보다 별것도 아닌 일로 탄핵당해서 얼마간 대통령직을 수행하지 못했던 노무현전대통령의 경우와 이명박 박근혜를 비교하면 우리나라가 모두에게 통하는 상식이지켜지고 있다는 말은 농담처럼 들린다.
나는 내각제 이야기를 들으면 분노하게 된다. 할아버지가 총리하고 아들이 총리하고 그 손자가 총리감으로 키워지는 일본같은 나라를 보면서 그래 정치는 저래야해라고 박수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을지 모르지만 말이다. 한번에 수백명씩 뽑는 국회의원선거를 통해 어어어 하는 동안에 정치인들이 국회로 입성하고 그들끼리 나라를 좌지 우지 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정치는 지금 6.29선언으로 만들어진 대통령직선제위에 서있다. 국민이 들고 일어나서 대통령직선제를 요구했기에 우리나라는 북한이 아니라 지금정도라도 살만한 나라가 되었다. 내각제를 하자는 말은 그걸 뒤집자는 말이다. 지금처럼 한심한 시국에서. 나는 안철수를 높이 평가하지만 내각제를 표방하거나 내각제 주장을 하는 사람이 당의 중요인물로 있는 어떤 당도 반대한다. 새정치고 헌정치고 그런 현실 판단을 하는 사람들은 정치인으로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모두 정치권에서 몰아내야 한다. 스스로가 바보거나 국민을 바보로 아는 자가 아니면 할 수 없는 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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