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제별 글모음/젊고 지친 사람들에게

진짜는 거의 공짜로 얻게 된다.

by 격암(강국진) 2014. 3. 12.

2014.3.12

요즘은 더더욱 많은 것이 상품이되고 그때문에 더더욱 돈이 모든 것의 가치척도가 되는 시대다. 그래서 신문방송도 언제나 경제 경제하면서 돈 이야기에 집중하게 만든다. 그러나 진짜로 소중한 것은 종종 공짜로 얻게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우리는 어떤 것이 공짜고 어떤 것은 비싼 것이니 비싼 것이 당연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사실은 그 반대인 경우가 많다. 

 

물론 개개의 경우마다 상황이 다르기는 하지만 우리가 뭔가를 해준다던가 받는다던가 하는 일은 크게 말해서 두가지 종류로 나뉘어진다. 하나는 그걸로 돈을 벌어서 이득을 취하겠다는 것이고 또하나는 당신을 동료로 삼고 가족으로 만들어서 공동의 이익증대를 가져오겠다는 것이다. 당신이 돈을 지불할 때 당신은 누군가의 고객이 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누군가가 당신에게 뭔가를 공짜로 준다면 그것은 종종 당신을 가족이나 친구로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다. 동료가 되자는 뜻이다. 과연 장사치가 당신에게 중요한 것을 줄까 아니면 가족이나 친구가 당신에게 중요한 것을 줄까. 

 

역시 예가 중요하다. 예는 여러가지 차원과 방면에서 많은데 친숙한 것으로 우선 핸드폰에서 시작해 보자. 스마트폰이나 무선인터넷은 진정으로 굉장한 것이다. 불과 20년쯤 전에 지구반대편의 사람과 통화를 하고 심지어 얼굴을 보는 행위는 영화에서나 그렇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상상만 되던 것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거리에서 그런 핸드폰을 공짜로 나눠주는 경우도 보고 가끔은 아예 돈을 더 줄테니 가져가 달라고 하는 경우까지 본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그들은 하나의 생태계,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 사람들이 그 생태계안에서 살게 되면 그 공동체가 커지면 이익이 창출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굉장한 기계를 싼 값에 쓰라고 권하는 것이다.  물론 일단 공동체의 성장이 더이상 불가능해져 보이거나 당신이 그것에 가입하지 않는 것이 불가능하게 독과점이 성립되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이제 당신은 포섭의 대상이 아니라 더많은 돈을 빼내야할 먹이감이 된다.  돈을 더 많이 내고 있다고 해서 당신이 더 좋은 서비스를 받게 된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일 수 있다.

 

교육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비싼 교육비를 내면 과연 우리는 좋은 교육을 받게 되는 것일까? 교육이 돈을 버는 수단이 될 때 학생들은 그저 고객이 될뿐이다. 그걸 교육이라 부르건 서비스라 부르건 그 행위를 하는 교육기관의 기본적 목적은 이익창출이다. 그러니 비싼 돈을 받는 교육기관이 과연 그 학생들이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을 줄지는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들은 그저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감을 이용해서 큰 돈을 버는 보험회사 직원과 다를바 없을 수도 있다. 비싼 학원에 초등학교 3학년생을 데리고 가면 그런다고 하지 않는가. 어머님 아이를 너무 늦게 데려오셨군요. 돈 잘버는 학원선생의 첫번째 임무는 학부모와 학생을 공포에 빠뜨리는 것이다. 그래야 돈이 되니까. 그래야 학생이 선생을 잘따라오니까. 

 

반면에 누군가가 공짜로 지식을 나눠주고 있다고 해보자. 그 사람은 왜 그런 일을 하고 있을까. 그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그런 지식을 가짐으로서 자신과 문화적으로 동지가 되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원하는 것은 사람들의 돈이 아니라 공동체다. 사람들이 동지가 되어 살기 좋은 세상이 오기를 바라는 것이다. 내가 잘살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도 잘살아야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나 그녀는 기꺼이 공짜로 때로는 자신의 돈과 시간을 들여서 그 일을 하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들이 궤변처럼 느껴진다면 누군가가 돈받고 강의를 할 때의 태도와 자기 자식에게 조언을 줄 때의 태도가 과연 같은지, 누군가가 돈받고 글을 쓸 때와 그런 것과 상관없이 글을 쓸 때의 태도가 과연 같은 지를 생각해 보라. 돈을 위해 강의를 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강의를 듣는 사람을 고객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진짜로 중요한 것은 거기에서 고객만족이지 진정으로 그들을 위하는 마음이 아니다. 

 

물론 세상에 마약같은 궤변을 팔아먹는 사람만 있다는 것은 아니다. 사실 돈을 위해 강의를 하는 사람도 대부분 강의를 듣는 사람을 위한 이야기를 해주기 위해 노력한다. 적어도 대개는 스스로도 그렇다고 굳게 믿는다. 그 마음에 거짓은 없다. 그러나 그것은 적고 많게 사실 위선적인데가 있다. 그 위선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바로 돈과 상관없이 자신의 자식에게 조언을 주어야 할 순간이다. 다른 학생에게 하는 말과 자신의 자식에게 하는 말이 인위적인 노력없이 한치도 틀리지 않는 사람이 진짜로 학생을 위하는 사람들이다. 그 차이가 크다면 알아야 한다. 당신은 학생들을 위하는 것보다는 주로 돈을 위해 그 일을 하고 있다. 인기를 얻고 직위를 얻고 돈을 얻겠다는 목적에 당신의 말과 행동을 맞추고 있으면서 스스로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방송에 나가서는 이렇게 말을 하고 사적으로는 저렇게 말을 한다. 나는 사람들을 위해 이것을 한다고. 사람들에게도 이건 좋은 일이라고. 진짜로? 얼마나 확실한가. 모든 위험과 불확실성에 대해 당신은 얼마나 솔직한가. 

 

요즘은 돈안되는 일이면 시간낭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책을 읽어도 돈이 되는 일이어야 읽고 글을 써도 돈이 되는 일이어야 쓴다. 인기가 있고 돈을 잘버는 사람일수록 바쁘고 대개는 그사람의 모든 일정들이 돈에 관련되는 것으로 채워진다. 그러나 사실 스스로를 위해 우리는 때로 돈과 상관없는 일을 할 필요가 있다. 자기최면에 빠져있지 않은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모든 행위가 돈과 연결되어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자기최면에 종종 빠진다. 물론 이것들은 다 돈을 위해 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을 위해 하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것이 어느정도의 위선인가는 진정으로 돈문제를 빼버렸을때 정말 차이가 없는가를 볼 때 알게 된다. 이제 모든 것을 돈과 상관없이 선택한다고 하자. 당신은 같은 말을 하고 같은 책을 읽고 같은 글을 쓰는가? 같은 식으로 시간을 쓰고 같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같은 단체에 참여하는가? 그 차이가 어마어마하다면 솔직히 당신은 오로지 돈을 위해서만 그렇게 하는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정말로 당신은 그리고 우리는 중요하고 가치있는 것을 사람들에게 주고 있는 것일까? 당신은 그저 자기가 스스로 만든 꿈을 꾸고 있는 것뿐이 아닌가? 사람들을 위해서도 나 자신을 위해서도 어느새 우리는 어딘가에서 길을 크게 벗어나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고 할 때 입장을 뒤집어 놓아보면 이제 다시 알게 된다. 진짜는 거의 공짜로 얻게 된다. 부모도 부모나름이기는 하지만 대개의 부모는 자식을 사랑하고 그래서 진짜로 소중한 많은 것을 우리는 부모로 부터 얻는다. 그것이 보통사람들이 첫번째로 얻는 공짜 선물이다. 물론 그것은 공짜다. 부모는 단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유대를 가지고 살아가기를 원할 뿐 돈을 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개 한국에 대해 불만이 많지만 그건 사안사안마다 전세계 최고와 비교했을 때 그런 것일뿐 전체적으로 봐서 한국처럼 살기 좋은 나라도 드물다. 지구상에서 한국보다 못한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그것도 한국이라는 공동체에 애착을 가졌던 누군가가 공짜로 그 일을 해줬기 때문에 우리가 받는 공짜 선물이다. 누군가가 재산을 바치고 심지어 생명을 바치면서 까지 그것이 소중하다고 지켜왔기 때문에 우리가 받는 공짜 선물이다. 사실 내가 지금 이 글을 쓰는 한글만 해도 공짜가 아닌가. 한글이 없었다면 우리가 얼마나 많이 불편했겠는가. 한국사람은 김치없이는 밥을 못먹는다고 하는데 김치만드는 법은 어떤가. 그것도 공짜다. 

 

진짜는 거의 공짜로 얻게 된다. 너무나 돈위주로 돌아가는 요즘 이것을 기억하지 않으면 우리 눈에 돈밖에 안 보이게 되고 정작 귀하기 짝이 없는 것을 짓밟거나 무시하고 버리게 된다. 그러면 장기적으로 우리는 망하는 것이다. 

 

이것은 누구나 기억해야 하는 말이지만 특히 젊은이들이 알아둬야 할일이라고 생각한다. 대개의 젊은이들은 돈은 없고 가진 것은 자유와 가능성을 가진 자기 자신뿐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당신들의 미래와 가능성을 돈과 바꾸려고 할것이다. 그런데 비싼 것이 좋은 것이라는 생각에만 너무 빠지면 젊은이들은 너무나 가치없는 것과 그들의 자유와 미래 그리고 그들이 받는 세상으로부터의 사랑을 맞바꿀 수 있다. 

 

이미 사람이 가득차서 태울수 없는 버스 운전사가 비싼 요금을 부르고 있다고 하자. 그런데 옆에 새로이 영업을 개시한 택시가 나는 거의 공짜로 태워주겠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택시를 타는 것은 바보지만 현실적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버스에 못타서 야단이고 버스 운전사가 아무리 비싼 요금을 불러도 돈을 내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비싼 것이 좋은 것이라는 생각때문에 새로운 서비스인 택시를 보려고도 하지 않는 것이다. 대학교 등록금은 날로 오른다. 대기업의 사원이 되어서 얻게 되는 혜택과 미래에 대한 보장은 날로 줄어든다. 그런데 사교육비는 날로 비싸지고 학생들은 그저 취직이 잘되는데 필요하다는 스펙쌓기에 열중한다. 물론 그런 행위들은 모두 가치있는 것이다. 다만 돈만 보고 있다면 우리는 정작 아주 중요한 것을 아예 무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남들이 우르르 몰려가서 시끄러운 곳에 반드시 황금이 있는 것은 아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