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스런 선택을 위한 한가지 원칙

2014.7.1

일전에 임대할 집을 찾아보려고 인터넷에서 물건을 보던 날이 있었습니다. 사진들을 보면서 이 집이 좋군 저 집이 좋군하고 막연히 집들을 보다가 곧 저는 몇가지 기준을 마련해서 집들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즉 좀 엉성하게나마 가격과 구조와 주변환경과 인테리어 같은 여러 항목을 정해서 각각에 대해 이건 몇점 이건 몇점 하는 식으로 집을 봐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는 어떤 집의 일부 특징에 눈이 빼앗겨서 기본적인 평가를 망각하게 되기가 쉽습니다. 다락방이 따로 있는 집에 눈이 멀어서 다락방만 찾다보면 다른걸 다 잊게 되는 것이죠. 

 

그러나 삶이란 선택의 연속이라는 점에서 선택이 곧 삶이고 따라서 선택에 필요한 요령이나 원칙은 이 정도가 다 일 수는 없습니다. 평가와 선택에 관련하여 그보다 더욱 기본적인 원칙이 하나 있습니다. 그걸 잊으면 아무리 자세한 평가를 열심히 작성한다고 해도 우리는 스스로에게 속게 됩니다. 

 

그 원칙이란 이렀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모르는 것이 있고 세상에 공짜는 없다. 

 

우리는 공평한 거래를 하려고 노력해야지 로또복권에 당첨되려고 노력해서는 안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집을 고르다보면 여러 항목을 정해서 선택을 하건 아니면 그저 통채로 점수를 매기건 점수를 매겨서 제일 좋은 집, 더 좋은 집을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물론 우리는 각각의 집을 어떻게 평가하건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고 최대한 좋은 방법으로 평가하려고 할 것입니다. 이러한 노력은 말하자면 더더더 많은 것을 얻으려고 하는 노력인데 이런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이 당연한 노력도 위에서 말한 우리의 무지와 공짜의 원칙을 잊으면 문제를 일으키게 됩니다. 

 

예를 들어 어떤 평가를 해서 총점이 90점인 집이 1등을 하고 있었다고 해봅시다. 그런데 영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우리는 100점짜리 집을 구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이 상상 속의 100점짜리 집은 반드시 행운의 집일까요? 평가라는 것은 항상 상호모순되는 것을 가지기 마련입니다. 예를 들어 가격과 위치를 무시하고 집을 고를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거의 없습니다. 대개의 집들은 집은 좋은데 너무 비싸거나 가격은 마음에 들지만 집이 너무 나쁘다는 식이기 때문에 만점을 못받았던 겁니다. 

 

그러므로 계속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서 만점짜리 집을 찾으려고 하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환상을 쫒는 것에 가깝습니다. 성실하게 저축하고 일해서 돈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도박이나 복권당첨으로 한번에 부자가 될 길을 계속 쫒는 것에 가깝습니다. 그러다가 우리는 스스로를 속입니다. 누가 성같은 커다란 집인데 월세 5만원이라고 한다고 해서 당장 너무 좋다고 뛰어가는것은 바보죠. 물론 우리가 복권당첨이 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건이 지나치게 좋으니 그 이유가 뭘까를 생각하는 사람이 정상이라는 겁니다. 우리가 만점짜리 집을 계속 고집하는 것이 이런 속임수에 넘어가는 길이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우리는 대개 욕심이 있고, 대개는 스스로의 정보에 대한 과신이 있으며 스스로를 지나치게 똑똑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종종 누가 이건 확실히 절대 안전하다고 하면 진짜로 안전하다고 믿습니다. 이건 겨울에 아무 문제없습니다라고 하면 그걸 믿습니다. 사는데 너무 좋다고 하면 그걸 믿습니다. 주인이 너무 좋은 사람이라고 하면 그걸 믿습니다. 즉 자신이 모든 것을 알고 있고 똑똑하기 때문에, 노력을 해서 물건을 찾았기 때문에 복권당첨을 할 수 없는 능력없고 어리석은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자신은 대박을 맞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물론 그럴 수도 있습니다. 노력은 댓가를 가져옵니다. 그러나 대개의 사람들은 자신의 노력를 과대평가하기 마련입니다.

 

우리는 위험한 투자를 하는 사람에게서 이런 모습을 봅니다. 남들도 그렇게 투자하면 이익이 많이 난다는 것을 알지만 그러다가 한번 위험이 현실화하면 치명타를 맞기 때문에 그렇게 안하는 것인데 남들보고 어리석다, 겁쟁이다라고 하면서 자신은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들은 자신이 투자를 위해 공부한 시간이면 순식간에 몇억을 벌기에 충분한 댓가를 치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대개 남들과 아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만족스런 선택의 원칙을 기억하고 자신의 선택과 자신을 한번 더 바라봐야 합니다. 자신이 욕심에 눈이 멀거나 지나친 자신감에 도취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무지와 공짜의 원칙은 우리로 하여금 거래의 기본으로 돌아가게 만듭니다. 즉 우리가 뭔가를 얻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댓가를 치룬다는 것이죠. 이러한 태도는 특히 인간의 심리때문에 우리가 만족스런 삶을 살기 위해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선택에 대해서는 심리학자들이 말한 것에는 이런 것이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것을 비용으로 생각할 때 그것은 참을 만한 것이 되지만 그것을 손실이나 패배로 생각하면 그것은 참기 어려운 것이 된다. 

 

어느 4층에 있는 다가구 임대집이 있다고 해봅시다. 이 집은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걸어올라가야 합니다. 물론 불편합니다. 그러나 그때문에 물론 가격이 그만큼 쌉니다. 즉 우리는 4층까지 걸어올라가는 고생을 하는 대신에 생활비를 절약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몸을 움직여야 하는 것을 돈을 절약하는 비용으로 생각할 때 우리는 고생을 고생으로 생각하는 것을 적어도 조금 줄일 수 있습니다. 

 

반면에 우리가 완벽한 집에 들어갔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런데 어느날 그 집에는 벌레가 나온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실은 그 집이 가격이 그렇게 쌌던 것은 벌레가 나오기 때문이었던 것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모르고 그저 완벽한 집을 발견했다고 생각하고 그 집에 들어갔던 것이죠. 

 

이렇게 되면 적어도 두가지가 나쁩니다. 첫째로 우리는 우리가 발견한 그 단점을 가격이 싼집에 살기위해 비용으로 생각하는게 아니라 우리의 선택이 가져온 손실이나 스스로의 패배로 인식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사실은 완벽한 집에 살 수 있었는데 잘못된 선택으로 터무니 없는 손실을 입게 되었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죠. 사람은 이럴 때 그런 손실을 참을 수 없어합니다. 더 불행해 지는 겁니다. 같은 사람이 애초에 이 집에는 벌레가 좀 나오지만 그대신 값이 싸다라는 말을 듣고 들어왔을 때 보다 더 실망하는 겁니다. 우리가 스스로의 앞에 있는 문제를 비용으로 생각하냐 손실로 생각하냐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둘째로 완벽한 집을 사려고 했다가 예상밖의 문제를 가지게 되었을 때는 우리는 우리가 뭘 선택했는가를 몰랐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무엇대해 비용을 치르는지도 모르고 비용을 치루게 된 셈입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에게 벌레가 좀 나오는 것은 별일 아닐수 있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벌레가 나오는 집은 공짜로 준다고 해도 절대 살고 싶지 않은 집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뭘 선택하는지도 모르면서 선택을 했다는 위험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운동을 하고 싶어하고 건강한 젊은 사람에게 엘리베이터가 없다는 것은 큰 단점이 아니니까 그런 단점때문에 집값이 싸다면 그 사람에게는 그리 문제가 아닐 것입니다. 반면에 노인이나 신체장애가 있는 사람같이 그런 문제가 치명적인 경우는 그것은 집값이 약간 싼것으로 위안을 받을 문제가 아니겠지요. 

 

이제까지 저는 집에 대해 말했습니다만 사실 꼭같은 선택의 문제는 배우자를 선택하고, 진학할 학교나 회사를 선택하고 사소하게는 주말에 놀러갈 펜션을 선택하고 옷을 선택하는 등 모든 선택에서 등장합니다. 완벽한 남편이나 완벽한 아내를 원하는 사람은 그런 사람을 열심히 구하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더 열심히 평가하고 노력할수록 오히려 그들은 스스로를 궁지에 몰아넣고 있는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결혼후에 대개 충격에 빠집니다. 아니 대개가 아니라 모두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완벽한 인간이란 없는데 완벽을 바라기 때문이죠. 그들은 현실에 존재하는 배우자를 구한게 아니라 복권당첨을 원했기 때문입니다. 

 

완벽을 바라지 마라, 인간은 모두 불완전하다라는 말은 흔한 말입니다. 다만 이 말을 앞에서 했던 선택의 문제의 측면에서 다시 곱씹어 본다면 그 말은 새로운 의미를 가지는 말이 됩니다. 이 사람은 이런 쪽은 사실 좀 모자라지만 저런 장점이 있고 그게 내게는 최고로 중요한 일이지라고 생각하면 행복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해 봅시다. 하지만 그들이 왜 내 배우자에게 저런 단점이 있어야 하는거지. 이건 말도 안돼라고 하면서 새롭게 자각한 단점때문에 모든 것을 다 던져버리게 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완벽한 배우자를 찾는게 아니라 그들의 단점과 장점을 인정하고 그 단점을 장점에 대한 비용으로 파악하는 쪽이 우리의 마음을 편하게 하며 무엇보다 지나친 허상을 쫒다가 오히려 망하는 경우를 피하게 합니다.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쓴 심리학자 빅터 플란클은 유명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나온 유태인입니다. 그는 이 비용과 실패의 문제를 또 다른 문맥에서 이야기 합니다. 플란클은 전쟁이 끝난후 인간에게서는 인생의 의미를 발견하고 그것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인간은 인생의 의미를 아는 동안에는 여간해서 죽지 않는다는 것을 그는 죽음의 수용소에서 실제로 체험했기 때문입니다. 고통과 행복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 고통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아이나 연인을 위해 기꺼이 힘들고 고생스러운 일을 즐겁게 하는 사람을 발견하는 것은 쉬운 일입니다. 그들이 그런 일들 자체를 즐기는게 아니라 그 일이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그일을 할 수 있는 것이죠. 

 

위에서 말한 비용과 손실의 심리는 의미의 문제와 직접적 연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우리가 우리의 선택을 하는 방식에 따라 똑같은 것이 비용으로도 실패로도 해석되게 되고 그 의미가 우리를 행복하게도 불행하게도 만드는 것입니다. 빅터 플란클은 자기가 상담했던 아내를 잃은 남자의 이야기를 합니다. 아내를 사별한 남자는 우울증에서 괴로워 하고 있었는데 그는 말하자면 아내의 죽음을 그의 인생에서의 상실과 손해로만 파악하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에게 빅터 플란클은 만약 그가 먼저 죽고 아내가 살아남았다면 그것은 좋은 일이었겠냐고 묻습니다. 그러자 죽은 아내를 사랑하고 있던 그 남자는 살아남아 홀로 외로워지는 것의 고통을 그대신에 그녀의 아내가 겪는 다는 것은 너무나 나쁜 일이라고 대답합니다. 빅터 플란클이 한 일은 죽음을 마치 선택의 상황처럼 만들고 과거로 돌아가게 만듬으로써 그의 외로움과 상실을 다르게 보게 한 것이었습니다. 그때문에 이제 그의 고통과 외로움은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그것은 단순한 그의 손실이 아니라 그의 아내로 하여금 그가 지금 겪고 있는 외로움을 겪게 하지 않기 위한 댓가 혹은 비용이 된 것이죠. 남자는 빅터 플란클에게 감사하고 돌아갑니다. 객관적인 상황은 바뀐게 없는데 그는 큰 고통에서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객관적으로 상황이 같아도 우리가 어떤 시야를 가지게 되는가에 따라 우리의 삶, 우리의 상황은 어떤 다른 선택지대신에 선택한 비용이 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외국도 한국보다 모든 면에서 좋지는 않습니다. 그러므로 한국의 어떤 면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우리는 그것을 외국대신 한국에 태어나는 것에 대한 비용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걸 반대로 적용하면 우리는 스스로의 행운도 저주로 만들게 됩니다. 로또복권 2등에 당첨되었어도 사실은 1등에 당첨되었을수도 있다는 생각에 빠진 사람은 자신의 '잘못된' 선택에 괴로워 합니다. 손실을 봤다고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이런 것때문에 인생의 슬픔은 따지고 보면 우리가 어디를 '본전'으로 생각하는가 같은 눈높이, 바로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러므로 나는 아무 노력도 안해도 대박이 터져야 마땅한 사람이라고 믿으면서 인생의 선택을 해나가는 사람은 압도적으로 대부분의 경우 자신의 선택에 불만족스러워 하게 될 것입니다. 세상에는 우리가 모르는 것이 있다는 것, 그리고 공짜를 바래서는 안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어떤 선택을 내리든 우리가 만족할 가능성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 마음가짐일때 우리는 우리에게 별로 필요하지 않을 것을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과 바꾸는 좋은 선택을 하는데 우리의 힘과 시간을 집중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좋은 거래고 잘 쓴 비용이므로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