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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과 애정

by 격암(강국진) 2014. 8. 15.

나는 한국을 사랑한다. 그러나 만약 한국에 내 부모님과 장인장모가 안계신다면 한국의 의미는 매우 많이 희석될것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내가 외국생활하기 이제 15년이 넘었는데 그간 일본에서는 물론 멀리 이스라엘이며 미국에서 가난한 살림에도 반드시 돈을 내어 매년 한국을 방문하곤 했던 것은 첫째로 그 한국에 부모님들이 계시기 때문이고 둘째로는 아직 어린 아이들이 자기가 한국 사람인 것을 모를까봐, 또 한국에도 이렇게 친인척이 있다는 것을 모를까봐 그랬던 것이다. 산천이 좋다지만 역시 사람이 첫째고 사람중에서도 가족은 가장 중요한 것이다. 그 덕인지 그간에 외국에 살면서 아이의 이름을 외국어로 부르고 아예 한국어를 가르치지 않는 한국사람도 만났었지만 우리 아이들은 한국에 대한 문화적 유대를 가지는 사람으로 컷다고 생각한다. 머리만 검은 외국인이 아닌 것이다. 


산천이 그대로라도 거기에 사람이 없다면 고향은 더 이상 고향이 아니다. 그러나 산과 시내 풀과 나무에도 정은 깃드는 법이다. 사람들은 개발을 한다고 하면 '좋은게 좋은거다'라는 식의 생각을 많이 하는데 문제는 거기에 그대로 사는 사람들은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모른다는 것이 문제다. 


고향을 떠나고 고국을 떠나야 우리는 비로소 그 곳에 대해서 알게 된다. 다른 나라를 모르면 한국에 살아도 한국을 모르는 것이다. 다른 나라를 모르면 누가 봐도 너무나 아름다운 해변에 살면서 바다는 원래 그렇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 그 바다가 귀한 줄을 모른다. 그래서 손에 든 보석을 버리고 똥같은 것에만 관심을 가지게 된다. 


우리는 흔히 높은 건물이나 기다란 다리, 유럽이나 미국에나 있을 것같은 화려한 음식점을 보면서 그런 것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만약 좋은게 그게 전부라면 우리는 응당 한국을 버리고 외국에 가서 살아야 한다. 결국 어디 외국에 있다는 뭔가를 부러워 하는 것이니까 말이다. 


나는 반드시 그런 것들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개발이니 발전이니 해도 기본을 잊어서는 안된다. 기본이란 무엇인가. 개발은 결국 인간이 하는 것이고 인간은 후진 동네, 못난 나라에 애정이 있으니까 개발을 하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제일 좋다는 곳으로 떠나면 그만이지 발전에 뒤쳐지고 돈도 별로 없는 구석을 뭐하러 고생해서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 것인가. 개발의 근본은 사람의 애정이라는 것이다. 애정이 없는 개발이란 마치 밀가루 없는 빵이나 냉기가 없는 아이스크림과 같이 자체 모순적인 말인데 사람들은 이점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질 않아서 이것을 잊는 것같다. 좋은게 좋은 거니까 애정이 없어도 좋은 것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애정없는 사람이 들고 오는 좋은 것은 좋은 것일수가 없다. 그들의 마음속에 있는 생각이란 동네에 부동산 바람이라도 일으켜 동네에 있는 돈을 다 쓸어모으겠다는 심보고 일단 그렇게만 되고나면 그 동네를 떠서 자기가 진짜로 사랑하는 동네로 가서 살겠다는 생각일 뿐이다. 자기가 뜨고 나면 그 동네가 폐허가 되든 말든 무슨 상관이냐는 생각이다. 그런데 좋은 것일수가 있는가. 


그렇다면 다시 애정으로 돌아가서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애정을 가지는가를 생각해 보자. 사람들의 애정도 대개는 허공에 매달려 있는게 아니다. 그것들은 산봉오리나 강변의 풍경처럼 파괴하기 어려운 것에서 동구밖의 나무나 골목앞의 문방구같은 사라지기 쉽고 종종 실제로 사라지는 것들에 달려 있다. 우리가 살면서 그런 것들을 하나도 바꾸지 않고 살수는 없고 살아서도 안되겠지만 어쩔수 없이 그렇게 한다고 해도, 그렇게 하나 하나를 없앨때 마다 우리가 없애고 있는 것은 거기에 대해 애착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그래서 그렇게 모든 것을 지우고 깨끗이 해버린 다음에 머릿속에 꿈꾸던 멋진 도시를 만들어 봐야 그 도시는 모든 사람들에게 낯선 도시가 될 뿐이다. 어떤 곳이든 살면 정이 들기 마련인 것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물자 풍족하고 경기가 좋을 때면 몰라도 살기 좀 나빠진다 싶으면 사람들은 낯선 도시를 미련없이 떠날 것이다. 


그것은 마치 애정없는 부부와도 같다. 과시욕이나 계산 속으로 만나서 부부인체 하는 사람들은 이런 저런 풍파가 오면 견뎌내지 못하고 바로 결혼이 깨질 것이고 그래서 풍파가 오기전에도 별로 행복하지 않다. 그 행복은 상당한 무리와 사치위에서 가능해진 것이라 조금만 상황이 나빠지면 깨지고 말것이라는 공포가 저밑에 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부터 솔밭을 걷기를 좋아했다거나, 집의 한쪽으로 보이는 산에 가는 것을 좋아했다거나, 마을의 찻집에서 시간쓰는 것을 좋아했다거나, 만화방에서 놀던 기억이 있던 사람들은 남들이 보기에 마을이 좀 상태가 안좋아도 나름의 행복과 애정을 가지고 거기서 살수가 있다. 그래서 그들은 자기가 사는 곳과 애정으로 얽혀있고 풍파를 넘을 수가 있는것이다. 


한국의 지방은 많이 개발되고 있다. 전국 방방곡곡이, 부산이며 통영이며 전주며 제주도가 전과는 달라졌다. 그런 개발은 좋은 것도 있고 나쁜 것도 있다. 제일 나쁜 것은 바로 애정이 죽는 것인데 돈에 눈이 먼 사람들이 마치 5년만 살고 그동네 뜰것처럼 개발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 동네를 지킬 애정을 유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손님이 많이만 오면 얼마든지 와도 좋다는 식으로 개발을 한다. 정체성도 잃어버리고, 술집수와 고성방가만 높아져서 분명 이대로 가면 폐허가 될 판이다. 그렇게 되면 손님들도 발을 끊는다. 술집거리나 까페거리라면 서울에 더 많다. 


이것은 애정의 중요성을 아는 사람에게는 두번 말할 필요가 없이 분명해 보이는 것인데 불행하게도 이 시대에는 애정이 뭔지 모르는 한국사람이 너무 많다. 교육을 못받은 사람만 그런게 아니라 높은 교육을 받고 높은 자리에 올라선 사람들도 그런다. 그러므로 그들은 그런 걸 보지 못하고, 그런 이야기를 하면 다 안다고 손을 젓거나 코웃음을 치면서 도대체 뭐가 있다는 거냐고 어리둥절해 한다. 그들에게 사람은 보이지 않게 된지 오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뭐든지 안다고 자신만만하다. 실은 아무것도 알지 못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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