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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장례는 언제 끝날 것인가.

by 격암(강국진) 2014. 8. 28.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지 이미 4개월, 그럴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세월호 참사가 만든 상처는 아물어 지지 않고 오히려 더 썩어가는 느낌이다. 장례는 끝나지 않고 있다. 장례식은 살아있는 사람을 위해서 하는 것이다. 이제 다시는 그 사람을 만날 수 없다는 상처를 치유하고 살아 남아 있는 사람이 죽은 사람없이도 잘 살아갈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다. 장례식은 살아남은 사람들의 마음을 위한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세월호사건의 피해자를 위한 장례는 제대로 치뤄지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사건이 일어나고 그 사건의 내용이 알려지고 그 이후에 사람들이 대처하는 모습에서 종종 나타났듯이 통상 상식으로 말해서 '인간으로서는그정도는 아닐 것이다'라는 우리의 기대치가 무너지는 모습이 여러번 있었기 때문이다. 


세월호 사건으로 가장 가슴아프게 피해를 입은 사람은 물론 그 가족일 것이다. 그러나 세월호 사건은 대다수 국민에게 그저 우연히 일어난 교통사고나 하늘에서 떨어진 벼락때문에 우연히 죽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이 세상이 이정도는 될거라는 믿음에 큰 상처를 줘서 우울증과 공포에 빠지게 만드는 사건이었다. 선장이며 해경이며 구조책임을 맡았던 민간회사, 언론 그리고 물론 정부, 정치인들까지 관련된 사람들의 언행은 대한민국 시민들을 계속 우울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계속 우울한 현실과 정보와 마주쳐야 했고 그걸 삼키기 위해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애초에 민주국가에서 대통령이란 자리는 국민 화합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전문적인 지식이라면 전문가가 있고 국민들이 모두 한뜻이라면 그 일은 그냥 실행되어야 한다. 국민 모두가 왼쪽으로 가기 원하는데도 오른쪽으로 가게 만들 권력을 휘두르는것, 그런 권력을 휘두르는 것을 즐기는 것, 그런 것들을 위한 자리는 아니다. 국론이 분열되었을 때는 적합한 절차에 따라 뽑힌 대통령이 서로 다른 의견을 조정하고 국론이 한쪽에 있을 때는 그 국론을 따라야 하는 것이 대통령의 의무다. 국민을 위해 대통령이 있는 것이지 대통령을 위해 국민이 있는게 아니다. 


그런데 지금의 국론에 만약 분열이 있다면, 그 분열이라는것이 소수의 언론들이 만들어 낸 환상이 아니라 실재로 존재한다면 그 분열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분열이 아니라 인간과 괴물사이의 분열처럼 보인다. 멀쩡한 자식이 물에 빠져 죽는 것을 본 부모에게 매몰찬 존재가 소통가능한 인간일 수가 있는가. 한국 사회는 물론 인간 사회의 가장 바닥에 있는 감정은 부모와 자식간의 유대감이 아니었던가. 그런 감정조차 공감대가 없는 존재를 인간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가. 어디 부모없는 인간이라도 있다는 말인가. 


이런 분열이 실제로 존재하던 아니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게 환상을 만들었던 지금 그 책임은 상당부분 대통령에게 있다. 국민에게 봉사해야 한다는 의무를 저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설사 정말 누구의 잘못도 아니게 대지진이 일어나서 참사가 일어났다고 해도 당연히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은 상처받은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국민을 통합하는 것이 그 임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런 참사를 견뎌나갈 것이다. 우리는 다시 행복하게 살아갈수 있을 것이다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데 도움을 줘야 하는 것이 대통령의임무다. 


그런데 피해자 가족이 오히려 경찰한테 사찰을 당하고, 단식농성끝에 사람들이 병원에 실려가는데도 대통령은 항상 바쁘다. 그 바쁜 이유가 우리나라의 다른 사람들을 만나기 위함이다. 그러는 가운데 피해자 가족들에게 막말을 하는 괴물들이 나타나고 그 괴물은 다시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어 상처는 점점 더 벌어지기만 한다. 그 괴물들의 뒤에서 웃음짓고 있는 것이 집권여당이나 대통령이라면 국민을 분열시키고 상처를 더 만드는 게 대통령이 아니라고 할수 있을까?


사람의 의견이란 갈리기 마련이다. 특별법에 대한 의견도 반드시 같을 수만은 없고 관점에 따라서 유족의 의견이 옳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세월호 사건에 있어서 그 핵심은 모두 인간의 마음에 대한 것이다. 죽지 않아도 되었을 아이들이 죽었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기가 힘든 것이다. 피해자 가족은 물론 온 국민이 이걸로 상처를 입었으니 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진상조사도 하는 것이고 법도 그것을 위해서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마음은 계속 외면만 당한다. 인간의 마음따위가 어디에 있냐고 외치는 물질주의자라도 되는 것 같다.  


수백의 피해자는 다 가슴아프지만 그 대다수가 아직 어린 학생들이었다는 사실은 더더욱 가슴아프다. 그 앞에서 온 나라가 내게도 책임이 있다면 책임을 지겠다는 겸허하고 부끄러워 하는 마음으로 고개를 숙이고 묵념하는 것이 진정한 장례식이다. 그리고 그것이 살아남은 사람들이 계속 살아갈 힘을 주는 것이다.


그런데 상처입은 보통 국민들은 오히려 부끄럽다, 좀 더 신경쓸 것을 그랬다라고 하면서 고개를 숙이는 상황에서 정작 이 사고와 이래저래 관련되어 더 큰 책임을 져야 할 자들은 뻔뻔하게 책임회피에만 골몰하다. 서로 서로 증거를 감추는 데 도움을 주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만 증폭되게 만든다. 국민들이 모두가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가해자들이나 대통령만 뻣뻣이 고개를 들고 있는 모양새다. 이따금씩 돈이나 특혜 이야기같은거나 해서 자식잃은 부모들을 더더욱 욕되게 한다. 


피해자 가족을 만나서 위로하고, 설사 그들의 요구를 들어 줄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들을 설득하고 극단적인 상황에 되지 않게 하는 것, 그걸 시도도 못하는 사람이라면 그게 무슨 대통령인가. 우리는 어디 아무데서나 나이든 아주머니 하나 청와대에 보내서 앉혀만 둔 것인가? 이러면서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그려놓은 그림같은 것은 부끄러운 그림인가?혹시 그게 진실이라고 믿기에 부끄러운 거 아닌가. 


장례식은 끝나지 않았다. 이러다가 단식끝에 비극적인 사고라도 생긴다면 장례식은 끝나기는 커녕 더 커질 모양이다. 우리 인간이기를 포기하지 말자. 인간으로서의 예의를 지키자. 인간이 아니라면 사회를 유지하고 나아갈 수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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