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제별 글모음/세상보기

박원순이 한일에 대한 소감

by 격암(강국진) 2014. 6. 6.

박원순이 다시 서울 시장에 당선되었다. 요즘 세상에서 내가 칭찬하고 싶은 정치인이다. 선거기간에는 굳이 선거 운동하는 것처럼 칭찬하지 않았다. 만약 박원순 대신 정몽준을 서울 사람이 뽑는다면 나는 그게 서울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뽑히는 거라고 생각했다. 서울 사람의 다수가 나와는 다르다는 점은 슬픈 일이지만 사람은 그리 빨리 바뀌지 않으니 자기 선택의 결과를 받아들여야 할 터이다. 


이제 선거가 끝났으니 오히려 나는 그의 행보 즉 그의 실천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누가 선거에 이기는가 지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가치관과 철학을 생각해 보기 위해서이다. 어떤 사람의 가치관은 역시 그의 행적에서 들어나기 마련이니 박원순의 행보에서 그의 철학을 생각해 보고 그 의미를 느껴보고 싶었던 것이다. 


아이엠피터가 이미 그가 한일을 정리해 두었다고 해서 그것을 기초로 삼았다. 





박원순이 한일의 목록을 보면서 내가 느낀 것은 무엇보다 명망가 중심이 아니라 대중 중심으로 사고 한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 정치인치고 국민을 위한다고 말안하고 대중을 위한다고 말안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진짜로 그렇게 생각하는 정치인은 정말 드물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역사를 쓴다고 하자. 그 사람이 역사를 쓰면서 무슨 왕이 뭘 공격하여 패배하고 나라가 이렇게 바뀌고 하는 것만 쓸 수도 있고 그 사람은 그 시대에 무슨 기술이 나왔으며 외국과의 무역이 어떻게 확대되었다라고 쓸수도 있으며 또 그 사람은 그 시대에 무슨 유행이 돌았으며 사람들이 이러저러한 이유로 집을 이러저러하게 짓고 살았다라고 쓸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이 역사라고 할 것이나 이제 상식이 된 말이 있다. 역사는 사실의 총합이 아니라 사실의 선택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시대를 움직여가는 중심 요소가 뭐라고 생각하는가에 따라 그것에 주목한다. 역사는 사실 과학기술자가 만든 기술적 진보에 따라 바뀐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궁중에서 벌어지는 권력암투따위는 그저 오고가는 바람소리정도로 밖에 보지 않는다. 알고 보면 왜 싸우는가, 누가 이겼는가가 애초에 기술적 발전의 결과에 의해 결정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 시대 역사는 총의 발명에 의해서 결정되었다로 끝인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사람들 중에는 한국 사람 몇십명 아니 몇명만 남기면 나머지 4천 5백만 한국 사람 모두 없어지고 나머지는 전부 베트남 사람이나 중국인으로 채워도 나라는 그럭저럭 굴러갈 것이며 여전히 한국이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이 역사를 쓰면 당연히 그 몇명이 뭘했는가에만 모든 관심이 쏠린다. 박정희가 그때 술만 안먹었으면 역사가 바뀌었을 것이다 뭐 이런 식의 역사기술을 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수천만의 나머지 한국사람들은 허수아비고 존재의미가 별로 없으며 그 몇명의 사람에게 보살핌을 받는 자식같은 사람들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번에는 아예 박정희는 반인반신이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나왔다고 들었으니 이것은 과장이 아니다. 


이 문제는 사실 정치를 논하는데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문제중의 하나다. 자원의 배분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즉각적으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자주 이야기하는 낙수효과란 철학적으로 세상을 움직이는 기본 동력을 소수의 부유층이나 엘리트로 생각하는 엘리트 주의에 기반한다. 부자가 더 부자가 되어야 그 돈이 흘러넘쳐서 세상이 살기 좋아진다는 주장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 주장의 신봉자들은 미래를 위해 투자를 받아야 하고 두번 세번 실패해도 계속 기회를 얻어야 하는 쪽은 부자들이라고 주장한다. 꼭 부자만 그런 것은 아니다. 기업으로 말하면 대기업이지만 유명대학, 유명 교수, 유명 체육인등 소위 엘리트로 뽑힌 사람들이 더더욱 많은 기회를 얻어야 한다고 주장된다. 그들이 잘되야 나머지도 잘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니까 이런 걸 믿는 사람이 정치가가 되면 큰 건축회사가 큰 토목 건설을 하게 한다던가 유명 대학이나 유명 금융회사 같은 곳과 연합하여 무슨 센터를 세우고 분교를 세우고 하는 일을 주로 하려고 한다. 서울시의 부동산 값이 엄청나게 올라서 엄청난 부자가 등장하게 되면 그게 발전이다. 만나고 다니는 사람도 물론 주로 유명인들이다. 그들에게 있어서 유명하지 않은 대중은 그저 보살핌을 받는 수동적인 존재다. 정몽준이 박원순을 비판하면서 박원순이 하는 일이 없다는 말은 이런 시각에서 나온 말이다. 이 세상을 주도하는 것은 기득권인데 기득권을 위해 무슨 잔치를 벌여주었냐는 것이다. 그런게 없으니 한게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정몽준은 자신은 국민을 위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들은 의식적으로는 그들이 대중을 위한다고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은 중요한 점이다. 그러나 그들은 기본적으로 대중의 적이다. 나는 여자나 장애인들의 경우를 자주 예로 든다. 여자는 연약하니까 성격이 우유부단하니까 잘 보살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남자는 여자에게 친절해 보여도 여자의 적이다. 왜냐면 그는 기본적으로 여자를 자기와 같은 존재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신체장애인들을 동정하면서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심지어 일할 곳을 마련해 주는 사람도 그가 동정에 의해서 그렇게 한다면 그는 신체장애인들의 적이다. 왜냐면 그는 기본적으로 신체적 장애를 가진 사람을 모자란 사람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엘리트 주의에 빠진 사람들은 정몽준의 아들이 솔직히 말하고 그의 아내도 다시 확인해 준것처럼 대중을 미개하다고 생각한다. 미개한 머슴들이 이정도 대접 받으면 됬지 한것도 없으면서 욕심도 많네. 이정도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스스로 머슴같은 대중을 위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대중중심으로 사고하지 않는 인간들의 사고 방식이다. 자기들도 종종 자기가 그런줄도 모른다. 그저 정당하고 공평하게 군다고 생각한다. 


대중중심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에게 대중에게 투여되는 돈이란 비용, 지출, 적선에 불과하며 생산적으로 투자되는 돈이 아니다. 오세훈이 학생들 무상급식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하면서 그 난리를 피던것을 기억하는가? 지금 물이 썩어가고 배도 안다니는 경인운하에 3조의 돈이 들어갔으며 둥둥섬이라던가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같은 것들에 몇천억의 돈을 쓸때는 하나도 안아깝다. 왜냐면 그것은 생산이니까. 그런데 학생들에게 밥을 주는 것은 지출이며 비용이고 그런 일을 하면 나라가 망하는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어리석다못해 거의 미쳤다고 생각한다. 지금 한국은 전세계 최초로 역사적으로 빠른 노령화 현상으로 사라지는 첫번째 나라가 될거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런 나라에서 아이들에게 더 확실한 투자를 하지는 못할 망정 겨우 밥주는 것을 가지고 나라가 망하니 마니 생각한다는 것은 미친짓이 아닌가. 


아이는 정말 생명과 사회의 원천이다. 아이가 있어야 지역공동체라는 것도 있고, 지출도 있고, 미래도 있다. 부모들은 학교를 중심으로 소통하게 되고, 아이를 위해서 지출하고, 아이를 위해서 기꺼이 사회를 위해 나선다. 우리나라 최고 부동산 인기지역인 강남 이야기하면 항상 학군 이야기나오는 것만 봐도 알수 있다. 아이가 사라진 사회는 사망 예고를 받은 것이다. 아이가 없으면 그 다음에는 청년이 없고 그렇게 되면 나라가 망조가 든것이다. 그런데 겨우 급식가지고 아이에게 투자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펄펄 뛰니 이게 미친게 아닌가.


박원순의 행보를 보면 그는 말 그대로 서민의 시각에서 세상을 보고 있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생활에서 직접 부딛히는 어려움이다. 반값등록금이 그렇고 치과치료가 그렇다. 밤에 다니는 버스가 그렇고 가로등 밝기가 그렇다. 정몽준은 이런 것은 그저 저 아랫사람이 별로 안중요한 사람이 챙겨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왜? 별로 안중요한 일이니까 그렇다. 중요한 개발 정책같은 것을 윗사람이 결정해 줘야 하는 것이다. 


박원순의 행보는 거꾸로다. 일반대중이 잘 살면 그들이 뭔가를 할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회사를 세우건 재개발을 하건 좋은 서울은 대중이 알아서 만들테니 그들에게 기회를 줄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정치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농부로 치면 엘리트주의자는 밭도 안갈고 비료로 안주고 소위 농사일이라고 부르는 것은 하나도 안하면서 비싼 종자를 사모으는 것에 몰두하는 사람과 같다. 대중중심의 사고를 하는 사람이란 기본적인 농사일을 열심히 하면 수확은 저절로 나온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생각을 못하는 채소나 나무를 키워도 이렇게 보면 누가 진짜 농사꾼인가가 뻔한데 하물며 사람으로 이뤄진 사회를 상대하면서 엘리트 주의 운운하는 것은 사실 시대에 뒤져도 한참 뒤진 것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정몽준의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우리는 많이 봤다. 그의 모자란 듯한 자식과 아내의 실언도 봤다. 그들이 스스로를 엘리트로 생각하면서 한국 사회는 우리같은 사람이 결정해 나가며 다른 사람은 안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가. 그걸 그런 사람들만 모른다. 


박원순은 실천하는 사람이다. 개개인의 일상의 삶의 현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가 그렇게 생각한다에서 멈춰서는 기껏해서 서울 시민이 새로 뽑은 시장의 행보를 다시 되새긴 보람이 없다. 그것 자체가 철학이다. 우리는 일상을 보살펴야 겟다. 뭔가로 한방에 떠서 해결하려고 투기나 하지 말고 남편에게 사소한 것 하나 해줬는지, 아내에게 사소한 보살핌을 하나 해줬는지, 무엇보다 자기 자신의 사소한 것은 잘 챙겨주고 있는지 살펴야 겠다. 대단한 아이디어나 사업이 모든 것을 해줄 것이며 그 바깥의 일은 누군가 한가한 사람이 신경써주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엘리트주의적으로 생각하는것이다. 당신의 일상이 건강하고, 당신의 몸이 건강하고 당신의 마음이 건강하고 당신 가족이 건강하고 당신의 친구며 주변 사람들이 건강하다면 좋은 결과는 저절로 나올 것이다. 그것이 개인차원에서 잊지 말아야 하는 일이 아닐까. 


박원순의 서울 시장 당선을 축하합니다. 개인적으로 기쁘게 생각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