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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사는 사람의 생각 : 전주 맛집 단상

by 격암(강국진) 2014. 5. 17.

전주 한옥마을에 부모님과 함께 놀러다녀온 이후 저는 이 도시에 관심이 많이 생겼습니다. 전주는 비교적 한국의 중심에 자리해 전국 어디서나 가기 가깝고 문화적 자원이 풍부하며 작은 시골마을이 아니라 60만 이상의 인구가 사는, 있을 것은 다있는 도시이기 때문에 소위 편의시설도 잘 되어 있는 도시입니다. 


그러나 오늘은 문득 일본 동네 역전의 가게들을 보다가 전주가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는 사람들의 지적이 떠오르더군요. 일본은 한국의 미래라고 불릴 만큼 한국이 겪을 것을 미리 겪는 면이 있는 나라입니다. 그 중에는 마을만들기라던가 체인점 확산같은 문제도 있고 전국의 지자체가 경쟁하면서 관광진흥에 힘쓰는 모습도 있습니다. 말하자면 일본은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지자체 활성화가 이미 완숙한 경지에 들어선 나라라고 할까요. 


그런데 그렇게 해서 살아남은 크고 작은 도시들을 돌아다녀보면 오늘날의 전주가 변하는 모습이 매우 걱정스럽게 느껴지는 것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지역적 정체성이랄까 도시의 주제랄까 하는 것이 분명한 것이 오래 살아남는 지자체 관광지의 특징인데 전주는 깨끗한 환경이라던가, 전통문화라던가, 오락도시라던가 뭐하나 주제가 분명한 것이 없는 것같습니다. 지금 느낌으로 보면 전주가 원하는 것은 작지만 문화적으로 금전적으로 풍요롭고 살기 좋은 도시, 지속적으로 오래 오래 가는 도시가 되려고 하는게 아니라 평균적으로 가난하고 불쾌하고 살기 나쁜 도시로 변하려고 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정도입니다. 난개발로 도시를 소진시키고 종국에는 불쾌한 곳이 되어버릴 것같은 걱정을 하게 하는 면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 것을 보여주는 것중의 하나가 음식점의 난립 혹은 음식문화의 혼재입니다. 전주의 한옥마을은 전국에서 지명도를 가진 곳이 되어 요즘은 아주 난리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그런 만큼 한옥마을의 주변에 카페며 음식점이 끝도 없이 들어서서 한옥마을의 향취는 줄어들고 음식점 구경하는게 80%가 되었다는 한 전주시민의 한탄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늘어나고 있는 음식점들에 대해 블로거들이 소개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안타까울 정도로 무차별한 난립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주던 어디던 한 5년 장사 잘하고 망하는 도시가 될 것이 아니라면 특색있고 맛있는 음식을 개발하고 전주 하면 그걸 떠올리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지나치게 이것저것 많이만 팔고 있을 뿐이어서 오히려 그런 면에서는 퇴보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일본의 음식하면 여러가지가 있습니다만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음식은 돈까스나 라면 그리고 카레, 우동같은 음식들입니다. 물론 일본에는 지역에 따라 이런 것말고도 많은 음식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은 전국 어딜 가나 이런 음식점이 있고 거기에 약간의 지역색을 더해서 팔고 있는 것입니다.


앞에서는 특색있는 음식을 말하고서 일본 어디나 있는 음식을 말하니 앞뒤가 안맞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조연배우들이 무대를 만들어 주지 않는 데 주연 혼자서 훌룡한 영화를 찍을 수는 없습니다. 싸고 맛있으며 계속 먹게 되는 친숙한 음식을 기본으로 잘하면서 그 위에 특색있는 음식이 있어야 그 지역에 가서 먹을 걱정이 없는 것입니다. 중요반찬도 좋지만 한국 사람은 맛있는 김치가 있는 식당이 계속 가는 식당이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돈까스, 라면이나 우동, 카레는 모두 가격이 쌉니다. 거기에 이 지역특산 돼지고기를 썼다던가 이 지역 특별 야채를 썼다던가 이 지역의 토산 밀가루를 썼다고 하면 보편적 음식이 토산음식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음식들은 가격이 부담없고 중독성이 있기 때문에 사실 기억에 잘 남게 됩니다. 


이런 음식의 최대장점은 일본국민전체가 익숙할 뿐만 아니라 널리 알려진 음식인 만큼 그만큼 그 질이 안정적이라는 것이죠. 다시말해 낮은 위험도를가진 음식이랄까요. 특이한 음식들로만 채워진 거리에 가면 사실 먹을 걸 찾기가 힘듭니다.


한국에서 대중적인 음식은 아마도 라면이나 칼국수, 찌개류, 한정식이나 설렁탕, 짜장면, 삽겹살 같은 것일것입니다. 제가 전주를 많이 둘러 본것은 아니지만 전주는 이런 기본음식에 있어서 홍보나 음식개발이 충분히 좋다고 느껴지질 않습니다. 기본은 빼고 특기만 살리려는 느낌이랄까요. 화려한 서구적 인테리어로 장식한 가게에서 파는 달기만한 비싼 커피 같은 것만 말입니다. 왜 그럴까요.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특기에 이르르면 유명한 콩나물국밥이나 비빔밥같은 것이 있습니다. 아쉬운대로 콩나물국밥은 좋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지역민도 먹는 음식입니다. 하지만 비빔밥에 이르면 한숨이 납니다. 전주 비빔밥은 고기를 사먹는 값에 이를정도로 고급화 되었기 때문에 전주사람들도 자기들은 비빔밥을 안먹는다고 비판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전주 하면 비빔밥을 말할 정도의 지명도를 가진 고장에서 왜 비빔밥을 이렇게 극상의 고급음식으로만 남겨서 고사시키고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분명히 실력있는 요리사들이 고민하면 전통을 살리면서도 일반인이 쉽게 즐길만하게 만들수 있을 것인데 말입니다. 전주에 놀러가면 누구나 전주비빔밥을 먹어보자는 생각이 드는데 그걸 포기할 정도로 전주비빔밥은 사람들에게 멀리 있습니다. 저렴한 음식점들이 잘돼야 더 비싼 음식점들도 손님이 오는 것이지 비싼 고급음식점이 소수의 손님만 받고 있다면 결국 그 음식은 점점 고사되어 사라질 것입니다.


전주는 4-5년전부터 개발붐이 불어서 엄청나게 많은 집들을 지었습니다. 그 개발에는 전주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기색은 부족해 보이더군요. 인터넷에서 전주를 검색하면 딱 두종류밖에 없는 느낌입니다. 전주 한옥마을에 다녀온 외지인들의 평가와 전주의 아파트며 원룸들을 팔겠다는 부동산 광고입니다.  


전주에서 산책로를 검색해도 한가지 밖에 나오질 않습니다. 전주 덕진 공원의 연꽃은 매우 아름다웠습니다만 거기서 전주 한옥마을에 이르는 볼거리의 연속성이 없달까요. 예를 들어 일본같은 경우는 인구 10만이 안되는 작은 도시에서도 이 도시를 어떻게 걸으면 뭐가 나온다는 것을 연구하고 기록해서 지역 도서관에 비치해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힐링의 섬으로 거듭난 제주는 주제의식을 가진다는 것이 그 지역을 어떻게 다르게 보일 수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예입니다. 전주도 아무쪼록 정체성이 있는 더 좋은 고장으로 발전해서 전주시민에게도 한국사람들 전체에게도 좋은 곳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무엇보다 결국은 사람입니다. 문화적 식견이 있는 분, 자기들이 즐겨먹는 것을 손님에게 파는 전주가 있어야 전주는 오래 갈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전주시민들이 즐겨찾는 산책로가 있어야 손님들도 그 산책로를 걷게 되는 것이죠. 전주가 한국의 자랑으로, 사람들의 큰 기쁨으로 남는 도시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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