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제별 글모음/세상보기

엽기적인 그들 그리고 그에 대한 반응

by 격암(강국진) 2015. 1. 29.

최근에 인천유아원폭행사건이 벌어져서 국민들이 분노하고 아이를 유아원에 보내는 부모들을 걱정하게 만드는 일이 있었다. 관련동영상을 나도 본 적이 있는데 거구의 여성이 정말 어린 아이를 전력으로 때리고 있었다. 아이는 마치 날아가듯이 쳐박혔다. 사람들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가 하면 일베 사이트에는 친구먹었다라는 엽기적인 글이 올라와서 대서특필되기도 했다. 그 내용인 즉슨 단원고 학생 교복을 입고 어묵을 먹는 사진을 올리고서 거기에 친구먹었다라는 글을 추가한 것이다. 다시말해 친구들이 물고기밥이 되었는데 그 물고기로 만든 어묵을 먹었으니 친구를 먹었다라는 것이다. 이것역시 상상하기도 싫은 일, 엽기적으로 반상식적인 표현이다. 


분노는 당연한 것이지만 이런 상황들에 대해 나오는 반응을 보면서 나는 그 것들의 합리성에 종종 의문감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예를 들어 유아원선생님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겠다거나 CCTV를 설치하겠다거나 유아원선생님 임용시험을 국가고시로 만들겠다거나 하는 반응이 그것이고 그 글을 올린 일베의 회원을 강력히 규탄하는데 집중하는 것이 그것이다.


그런 반응들은 모두 있을 수 없는 반응은 아니지만 어딘가 핵심을 빼먹었다는 느낌을 준다. 이런 예를 생각해 보자. 우리가 모두 압력을 넣어서 현대자동차가 한대에 백만원 하는 자동차를 만들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그렇게 만든 자동차중 하나가 어이없는 안전사고를 만들어 냈다. 바퀴가 주행중 빠져버렸다던가 핸들이 부서졌다던가 했다고 하자. 


그럴때 우리는 자동차 검사를 더욱 철저히 하는 것에 집중하고 자동차를 만드는 직원들을 고용하는 시험을 국가고시로 만들면 될까? 그것이 합리적인 대안일까? 그 특정한 사고차량을 조립한 직원을 찾아다가 구속하면 되는 것일까? 문제는 싸구려 자동차가 문제다. 싸구려로 만들려고 하니 좋은 부품을 쓸 수가 없는 것은 뻔한 것이고 그러다가 보면 수많은 자동차 가운데 엽기적인 안전사고를 내는 자동차가 나올 수 밖에 없다. 


기사의 댓글에서도 지적되고 있고 나도 인천 유아원 선생님 사건을 접하고 제일 먼저 한 생각 이지만 문제의 중요한 측면은 유아선생님의 처우수준이다. 처우가 낮으니 그런 짓을 해도 된다는 것이 절대 아니다. 그리고 나는 꼭 돈을 말하는 것도 아니다. 유아선생님에 대한 사회적 시각과 보수의 수준이 어떤가. 그것에 존경심은 얼마나 있는가. 누군가가 나는 유아선생님이라고 하면 혹시 무시하는 시각으로 보고 말하지는 않는가? 그런 현실에서 그 수없이 많은 유아선생님중에 이상한 선생이 나오는 것이 아주 이상한 것일까?


돈도 돈이지만 흔히 봉급수준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무시하는 그런 풍토가 한국에 있는한 즉 비민주적이고 불평등한 분위기가 한국에 있는한 인천 유아원 사건같은 종류의 사건은 계속 될 것이다. 본래 자존감이 없고 무시당하는 인간은 그렇게 행동하기 쉽다. 사회가 그들에게 인간적인 존경심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은 당신들은 그런 사람이라고 계속 말하고 있는 셈이니까 그렇다. 우리가 자신의 소중한 자식을 돌보는 사람이 유아선생님이며 그래서 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그들에 대한 민주적이고 평등한 시각을 가져야 한다. 그러면 사실 보수수준도 올라가게 될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요즘 갑질 이야기가 한국에서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한국 사회가 그렇다. 단순히 부모 잘만나면 봉건영주시대의 공주처럼 굴려고 한다. 결국 땅콩한공 조현아 사건과 인천 유아원 사건은 같은 뿌리에서 생기는 것이다. 


물론 그 유아원 선생은 처벌받아야 하고 개인으로서 책임져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 사회적인 부분이 망각되어져 있다. 사회적인 부분을 생각할때도 이상하게 한다. 열악한 환경에서 양심적으로 일하는 수없이 많은 유아원선생들을 더 힘들게 만드는 것을 대안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아마 그러면 더더 직업환경은 나빠지고 더더 엽기적인 인간들이 유아원 선생을 하게 될 것이다. 이게 대안이고 처방인가? 잘못은 한 사람이 했는데 모든 유아원선생들에게 돌을 던지는게 대안인가? 이것은 유아원의 문제만도 아니다. 우리 사회에는 수많은 직종의 사람들이 있다. 우리가 서로 서로 존경심을 가지고 대우하는 문화를 가지지 못한다면 우리는 어이없는 일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후진국이 후진국다운 일을 겪게 되는 것이니 충격을 받을 것도 없다. 


일베사건에 있어서도 사회적인 면이 망각된다. 내가 보기에 일베사건의 핵심적 부분은 일베라는 사이트를 보수 사이트나 친여사이트 정도로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면서 부끄러운 줄도 모른다. 사람들의 주장은 여러가지 일 수 있다. 그러니 의견이 다르다는 것으로 부끄러움을 느낄 필요는 없다. 그러나 합리성의 가장 공통적이고 기초적인 요구조건은 일관성이다. 그리고 휴머니즘도 마찬가지다. 그런 기본이 일베같은 곳에는 없다. 한마디로 대중적 주류적 문화의 사이트가 될 기본도 안된 곳이다. 그렇지 않다면 문제의 글 같은 것은 자체적으로 억제되었어야 한다.  


이 세상에는 언제나 여러가지 사람들이 있고 그 기준을 뭘로 하건 아주 극단적인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극단적이라는 것만으로 그들을 비난할 필요도 사실 대부분의 경우에 없다. 극단적이라고 해도 그들이 그들의 문맥속에 있는한 그것은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오히려 건전한 다양성의 원천이 되기 때문이다. 


그들이 그들의 문맥에 있다는 것은 그들이 스스로 아직 전체 시스템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지는 못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제한된 범주안에서 그것을 표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마니아나 오타쿠 문화다. 록콘서트에서 미친짓을 하건, 나이트 클럽에서 미친 짓을 하건, 거기서도 미친 짓의 정도에 따라 상황은 다르겠지만 어떤 범주안에서 제한을 주면서 또 다른 문화를 시도한다면 그것이 통상의 사회적 도덕이나 법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해도 어느 정도 우리는 관용을 가질 이유도 있다. 그것이 게임이나 영화라면 칭찬하고 권장은 못한다고 해도 통상의 사회에서 허용되는 수준보다 더 폭력적이고 야한 면이 있다고 해도 어느 정도는 우리는 관용을 가져야 한다. 앞에서 말했듯이 그것은 사회에 건전한 다양성을 제공하는 원천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일베문제의 핵심은 정말 극단적인 소수 문화가 어쩌다가 마치 한국이라는 사회를 운영하는 주류의 사고방식인것처럼 지나친 조명을 받았다는데 있다. 이건 마치 자기 벗은 몸을 동영상으로 찍어서 올리는 변태들이 청룡영화제 작품상을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흥분한다. 이러다가 텔레비전에서 변태동영상이 상영되고 이게 작품이라고 부르는 일이 벌어질것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이건 농담만은 아니다. 노무현에 관련된 일베 그림들이 몇번이나 방송에 나가는 일이 벌어졌다. 일베가 만든 속어를 그대로 생각없이 쓰는 아이돌가수도 나왔다. 


능력없는 자가 지나친 주목을 받는 것은 모두에게 좋지 않다. 스스로에게도 그렇다. 누군가가 만약 청와대를 향해 총을 쐈다면 그는 무력 쿠데타를 시도한 것이다. 그 정권이 옳은 정권이건 나쁜 정권이건 일단 일이 이렇게 되면 쿠데타에 성공해서 대안적 정권이 되거나 아니면 사회적인 암적 존재로 철퇴를 맞는 수밖에 없다. 


일베가 지나치게 사회적으로 조명받게 되었다는 것은 주류문화에게 총탄을 쏜거나 마찬가지다. 그들은 변태적인 일을 하더라도 자기 범주내에서 해야했다. 유명해지는 걸 좋아할 일이 아니었다. 자기 범주를 넘어서면 선택은 둘중의 하나다. 주류를 대체하는 대안 문화가 되던가 아니면 사회적인 암적 존재로 철퇴를 맞아야 한다. 문제는 일베사이트가 지나친 주목을 받게 되는 현실 그 자체다. 거기서 글 올리는 이상한 사람 몇사람이 문제가 아니다. 


몇번이나 그랬듯이 그들을 잡아와 물어보면 또 눈물흘리면서 재미로 그랬다고 할 것이다. 그게 진실이라는 것이 문제다. 차라리 그들에게 사람들에게 설득을 진지하게 할 수 있는 자기 나름대로의 고민과 논리라도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가 못하다. 그냥 재미로 분풀이로 그렇게 하는 것이다. 그러니 대안이 될수 없다. 그런데도 지나치게 대중적으로 알려진다. 주류문화인것처럼 행동한다. 그러니 일반시민들은 한국사회를 보면서 마치 제트기나 버스 조종석에 원숭이가 앉아있는 것처럼 느낀다. 


안타까운 것은 무엇보다 이 글에 적은 이런 상식적인 이야기를 적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국민들이 축구선수가 될 수 없듯이 모든 사람들이 합리적이고 지적일 수는 없다. 그러나 존경할만한 사회, 상식적 사회라면 이런 상식적인 이야기는 내가 하고 싶다는 욕망도 느끼지 못해야 맞다. 이미 언론매체에 의해서 그렇게 알려졌어야 한다. 그리고 그 다음 이야기를 했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 그런 사회가 못됬다. 슬픈 일이다. 











'주제별 글모음 > 세상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장님과 박사님  (0) 2015.03.20
세상과의 거리  (0) 2015.03.18
세상으로 부터 받을 빚  (0) 2015.01.27
'아버지'에 댓글 달아주신분들께  (0) 2015.01.09
아버지   (0) 2015.01.03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