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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생활에 대하여

바보와 욕망

by 격암(강국진) 2015. 3. 19.

2015.3.19

세상은 바보로 가득차 있다. 나도 바보지만 세상사람들도 그렇다. 바보가 그저 바보인 것으로 끝나면 슬프고 화나는 일이 적겠지만 바보도 욕망이 있다는 것이 문제다. 바보가 원하는 것이 있다라는 말만큼 우리를 슬프게하고 화나게 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바보는 바보니까 자기 일을 잘 못한다. 자기 일을 잘 못하는 것은 애초에 바보의 바보짓중에 별로 큰 일도 아니다. 바보의 진짜 답답함은 자기가 뭘해야 하는 지를 모르고 뭘 해서는 안된다는 것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자기 일을 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잘 못하는 것은 둘째치고 엉터리 같은 짓을 해서 문제를 만들어 내거나 작은 문제를 터무니 없는 큰 문제로 만든다. 그리고 그 문제에 빠져서 허우적대면서 괴로워 하는 것이다. 

 

스스로가 그런 바보짓을 했을 경우에도 마찬가지이지만 가족이든 혹은 그저 약간 아는 사람들이든 아니면 신문이나 방송에서 보여지는 사람의 경우이든 바보짓을 하는 것을 보면 어처구니가 없고 화가 난다. 저런 바보 같은 이라는 말이 가슴에 가득 찬다. 스스로가 그런 바보짓을 했다는 것을 자각할 때도 물론 마찬가지다. 

 

그런 화난 마음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지만 한가지 생각에 미치면 분노는 슬픔으로 변하고 곧 다시 더 큰 분노로 변한다. 그 한가지 생각이란 것이 바로 바보도 원하는 것이 있다는 것이다. 바보도 욕망이 있다. 바보도 사람들에게 칭찬 받고 싶고 바보도 연애도 하고 싶고 바보도 가지고 싶은 것이 있고 하고 싶은 것이 있다. 그런데 바보니까 그런 걸 하기가 어렵다. 스스로도 그런 걸 느끼는 바보는 점점 더 자신의 욕망 자체를 두려워 한다. 욕망해도 이뤄지지 않으니까. 나같은게 연애따위를 할 수 있을리가 없어, 나같은게 칭찬을 받을 수 있을리가 없어, 나같은게 행복할 수 있을리가 없어 하는 식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왜 바보인 주제에 욕망도 있는가 말이다. 그러니까 더 슬프고 어렵지 않은가. 분노는 분노지만 그 분노는 이제 더 이상 그 바보를 향한 것이 아니다. 분노는 있는데 방향은 없다. 사람들은 바보 같은 짓을 반복한다. 지겹도록 반복하면서 혼나고 풀이 죽고 꾸중을 듣거나 잔소리를 들을 일이 계속 만들어 진다. 그런 일들을 잘 견디어 낼 정도로 사람이 튼튼한 경우라면 그저 그것이 인생이라고 웃어 넘길 수 도있지만 바보들은 종종 몸이 약하거나 나이가 많거나 나이가 너무 어리거나 상처가 너무 많다. 일상의 상처가 너무 많이 쌓여서 사람이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상할 것이 염려된다. 

 

그래도 바보는 바보짓을 계속한다. 그래도 바보는 욕망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래서 보는 사람이 가슴은 화가 나게 하고 눈은 눈물로 뜨거워 지게 만든다. 물론 스스로의 바보짓이야 최대한 교정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고 남의 바보짓에 대해서도 내가 할수 있는 한도내에서 도와주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노력을 그만두는 일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노력하고 충고한다고 간단히 고쳐질것 같으면 바보라는 단어가 나오지도 않는다. 그걸 못알아들으니까 기억하지 못하니까 바보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 조금은 더 지혜로워지기를 막연히 바라는 정도일 뿐이다. 

 

그러고 나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나 자신이건 아들이건 아내건 부모님이건 이웃이건 그저 안아주는 정도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말이 무슨 소용있겠고 시시비비 따지는 일이 무슨 소용있겠는가. 또 화내고 따지는 일은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결국 당장 할수 있는 일이란 자신을 안아주던 타인을 안아주던 안아주는 것밖에 없다. 그게 무슨 뜻인지는 나도 모르지만 그건 다 괜찮을 거다. 언젠가는 이런 때도 지나갈 거다라는 의미정도일까. 

 

세상은 바보를 낳고 또 그 바보에게 욕망을 주어 슬픈 드라마를 만든다. 그것은 언제까지고 변하지 않을 현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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