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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야키와 붕어빵

by 격암(강국진) 2015. 3. 31.

어제는 길을 가다가 보니까 타이야키를 판다고 하는 집이 있었다. 붕어빵이란 말이 있는데 굳이 타이야키라고 하는 것은 마치 국수를 안팔고 멘이나 누들을 판다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같아서 좀 기묘해 보였다. 물론 일본식 붕어빵이 한국의 것과 똑같지는 않다. 그러니까 일본식 붕어빵을 타이야키라고 하면서 파는 것이 설사 내맘에 안들더라도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우리가 가진 것을 너무 쉽게 포기하고 남의 것을 쉽게 들여오는 태도를 상징하는 것같아서 입맛이 썼다. 지금의 한국은 조선말엽의 쇄국론 운운하던 시대와는 다르다. 우리는 외국의 것을 이미 많이 들여왔다. 개방도 많이 되어 있다. 오히려 한국에 들어온 것, 들어오는 것을 잘 소화하지 못하는 것같다. 그러니 지금의 한국에 정말 필요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의 것을 개량하고 그것이 괜찮은 것이라는 점을 깨닫는 일일 것이다. 남의 것을 더 많이 배우기 위해서라도 우리 것이 튼튼히 뿌리박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저질의 짝퉁 흉내만 내게 된다. 


일본의 면요리로 가장 유명한 것중의 하나는 라면이다. 라면은 본래 대만 요리사가 일본 요코하마에서 팔기 시작한 것이 그 출발이라고 한다. 그러나 라면은 국민음식처럼 되었고 수많은 개량이 이뤄져서 이제 이걸 중국음식이라고 부를 수 없다. 그것은 라면을 사랑하면서도 메밀국수와 우동에 대한 사랑도 식지 않았고 라면은 원래 이런 것이니 외국식대로 먹자는 생각은 안했기 때문이다. 아직도 여전히 일본에서 라면은 중화소바라고 종종 불리지만 중국에서 라면을 어떻게 파는가 진짜 라면을 먹어보자는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는 외국에 좀 나가 봐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세계를 알아야 하되 그것에 압도되지는 말아야 한다. 세계를 보고 세계를 알고 나서 우리는 그것을 자기를 발견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우리가 깨달아야 하는 것은 다시 세계가 아니라 우리 자신이다. 한국이 이런 나라구나, 이런게 좋은거구나 하고 말이다. 우리가 외국의 음식을 먹어보고 알아야 하는 것은 먼저 우리의 음식의 가치고 외국의 학문을 배우고 알아야 하는 것은 먼저 우리의 사상이요 생각이어야 한다. 


한국 사람이 외국에 나가면 김치 찾고 고추장 찾느라 바쁘다. 짜장면을 먹고 싶어서 그리워 하고 김밥이나 쫄면같은 것도 그리워 한다. 냉면이 그립고 불고기와 돼지갈비가 그립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서도 그런 것들이 세계적 가치를 가진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드문 것같아 보인다. 뉴욕사람이나 동경사람이나 북경사람이 먹는 거리의 음식들은 식문화로 인정하고 세계적 음식인 것처럼 생각하면서 우리가 먹는 것은 하찮게 여기는 것같다. 그렇게 해서 그것들을 발전시키고 상품화 시키는게 당연하다는 생각을 잘 하지 못하는 것이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전에만 해도 많은 한국 사람들이 김치는 한국 사람이나 좋아하는 것이요, 한국 사람이 좀 이상한 사람이라서 좋아하는 음식이라는 식으로 말하곤 했다. 이제 김치는 정말 세계의 음식이 되어가고 있다. 일본아이들 중에는 김치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꽤 많이 있다. 서양사람들도 김치를 먹는다고 한다.  


짜장면이나 쫄면이나 김밥이나 떡복기나 칼국수 그리고 땅콩빵 같은 것이 세계적 음식이다. 한국을 돌아보면 이것을 알아차린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많은 것같다. 소비자도 생산자도 말이다. 


먼저 그렇게 깨닫지 못한 생산자는 우리가 가진 것의 가능성을 너무 무시하고 그것을 개량하고 상품화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그깟 쫄면, 그깟 땅콩빵 대충 이렇게 만들면 된다는 식으로 만들면 생활수준이 달려졌는데 계속 좋기만 할리가 없다. 게다가 시대가 바뀌면 제품이 그대로라도 포장이나 청결도 같은 것에 대한 요구가 달라진다. 또 재료가 옛날 것을 그대로 하기가 어려워서 전보다 더 저질로 하게 되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고민없이 그냥 대충만들다가 나는 붕어빵 안만들고 타이야키 만들련다하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소비자는 또 소비자로서 깨달아야 한다. 소비자가 우리 것을 너무 천대한 나머지 땅콩빵이나 붕어빵이라고 팔면 그것을 개량하여 그 품질이 훌룡한데도 알아주지 않고 그저 와플이니 타이야키니 하고 외국식으로 포장을 하면 좋아한다면 우리 것이 살아남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 것을 개량하면 싸고 품질이 좋으며 나아가 우리가 외국에도 내다 팔 수 있는 재산이 된다. 뭐든지 우리 것이라고만 하라는 뜻은 아니다. 그 것은 그저 독단일 뿐이다. 그러나 우리도 꽤 긴 시간 들여서 생각하고 소비한 역사가 있다면 그 역사와 체험을 소중히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것을 내버리고 그저 얄팍하게 외국의 어디 것이라고 포장하면 열광하는 식이라면 우리는 계속 가난할 것이다. 우리의 머리, 우리의 눈, 우리의 혀를 안믿고 자꾸 외국의 그것들에만 휘둘리기 때문이다. 음식에 있어서 그렇게 한다면 우리는 음식문화적으로 가난할 것이고 옷이건 학문이건 사상이건 그렇게 한다면 우리는 그 분야에서 계속 가난할 것이다. 한국사람은 한국을 봐야 하고 서울을 바라보고 사는 지방사람들이 있다면 지방은 자기 지방을 봐야 한다. 우리 것도 괜찮다는 것을 발견해야 한다. 


다행히 이제는 세상에 이런점을 깨닫고 있는 분들이 꽤 많은 것같다. 그러나 앞에서도 말했듯이 그저 몇사람의 한국사람이 이것을 아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이것을 깨닫는 것이 필요하다. 문화란 몇몇 사람의 생각이 아니라 그 집단의 집단적 정신상태, 생활방식이기 때문이다. 좋은 것도 소비해주지 않으면 계승해주고 발전시켜 주지 않으면 아깝게 사라진다. 


지난번 곰소항으로 드라이브를 가면서 나는 한국에 흔하게 있는 풍경들이 새삼 아름다워 보인다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내가 미국이나 일본이나 이스라엘의 풍경을 눈에 담고 왔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우리 풍경도 좀 더 아름다워 보이고 귀해보인다. 그 귀하고 아름다운 것들이 지켜지고 발전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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