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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 융합 과학 축제 한마당을 다녀와서

by 격암(강국진) 2015. 5. 17.

지난 5 16일에는 전주 실내 체육관에서 전북 과학 교육원의 추최로 창의융합 과학축제 한마당이라는 행사가 열렸다. 나는 그 행사를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행사는 로보트 춤과 국기에 대한 맹세 그리고 애국가 제창으로 시작되었다. 내빈의 소개와 연설이 있고 난 후에는 체육관주변으로 설치된 20여개의 부스에서 여러가지 체험이나 전시를 하게 되어있는 행사였다.

 

행사란 어떤 것이든 손이 많이 가고 돈도 많이 드는 법이다. 나는 이런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서 애쓴 여러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그러나 내 개인적으로는 아무래도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행사였다. 내게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해서 행사의 유익성이 없는 것은 물론 아니다. 게다가 행사를 준비하다보면 여러가지 물적 인적 제약이 있어서 알고도 하지 못한 것이 많았을 것이다. 이글은 다만 나의 다른 의견을 정리해 보고자 하는 것이고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것은 주로 많은 사람이 가지는 오해나 선입견에 대한 것이다.

 

이렇게 한번 생각해 보자. 만약 문학을 장려하기 위해 행사를 가진다고 말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우리는 체육관을 빌려서 사람들이 재미있다고 말하는 장르문학 작품을 발췌해서 포스터를 만들고 그걸 사람들에게 보게 할까?

 

일단 첫째로 작품을 전시한다고 해도 재미위주로만 작품을 전시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것도 명작일 수 있지만 일반인은 재미없어 하는 것이라도 명작이라고 생각되어지는 것을 소개할 것이다. 둘째로 애초에 작품을 전시하기 보다는 작가에 대한 강조가 많을 것이다. 세째로 작품도 작가도 아니고 직접 자신의 작품을 써보도록, 초라할지라도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자신의 글을 써보도록 권장할 것이다.

 

사람들은 문학은 과학과 다르지 않냐고 말할 테지만 그 부분은 일단 잠시 미뤄두자. 문학과 과학이 다르지 않다면 과학행사는 어떻게 행해질 것인가. 일단 재미위주의 여러가지 과학현상의 소개보다는 오늘날 과학계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어지는 분야를 소개할 것이며 과학이상으로 과학자에 대한 강조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래전에 이미 사람들이 이해한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라 비록 그것을 모든 사람들이 이해하는 것은 아니라도- 아무도 아직 풀지 못한 과학적 질문을 소개하려고 할 것이다. 즉 답을 주기보다는 질문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걸 거의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도 말이다. 여러분야의 과학자들에게 현재 그 분야의 난제로 생각되는 것을 물어보고 그걸 전시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면 생각을 하는 기회가 될 것이고 어린 아이들중에는 그런 것을 내가 풀어보겠다는 꿈을 가지는 사람이 나올 수도 있다.

 

초등학생이 아무래도 많이 올것이기 때문에 쉬운 것으로 했다는 말은 충분한 이유가 되지 못한다. 내 개인의 예가 강한 설득력을 가진 것은 아니겠지만 내가 과학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데 큰 영향을 끼친 것은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읽었기 때문이었다. 아인쉬타인이나 하이젠베르크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그런 식의 삶의 방식 즉 과학적 문화안에서 살아가는 것이 좋겠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다. 내가 상대성이론이나 양자역학을 이해했기 때문에 관심을 가진게 아니다. 그런데 왜 과학문화행사에 단한명의 과학자도 전시물로도 손님으로도 볼수가 없었을까? 왜 과학문화행사인데 어딘지 모르게 인간을 전혀 느낄 수 없게 느껴졌을까. 이것은 정말 과학문화를 위한 행사 일까?

 

오늘날 사람들이 많이 이야기하는 것은 생물학이나 뇌과학이다. 그런 것이 거의 없다. 우리는 IT의 세계를 살고 있다. 아이들은 중독이 걱정될 정도로 게임에 몰두하기도 한다. 그런 방면의 것도 하나도 없다. 게임이나 스마트폰의 앱을 만드는 것은 과학이 아니기 때문인가? 그럴수도 있다. 그럼 묻고 싶다. 로보트를 만드는 것은 과학인가? 로보트를 구동하고 인공지능을 실현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은 과학이 아니고 팔다리를 움직이는 모터를 조립하는 것은 과학인가? 스마트폰이 대개의 로보트보다 오히려 더 최신의 과학적 성취를 담고 있으며 사람들이 친숙한 물건이 아닐까?

 

좀 강하게 말하자면 많은 과학 행사는 완구 행사에 가깝다. 완구행사로서도 그리 최신의 것이 아니다. 요즘 별로 인기가 없는 장난감들을 위한 행사니까. 물론 완구행사로 준비된 것이 아니니까 완구산업의 미래에도 별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아이들은 아마 과학에도 완구산업분야로도 큰 도움은 받지 못할 것이다. 부모들도 별로 재미있게 생각하지 않으면서 이런게 과학이지라고 하면서 끌고 다니는 경우가 많다. 즉 과학이란 원래 이런 재미없는 장난감같은거라는 생각을 아이들에게 심어주기 쉽다. 이런 것이 정말 과학을 좋아하게 만들까?

 

이런 이야기를 들은 다음에 다시 생각해 보자. 과학과 문학은 물론 다르다. 그러나 이런 문맥에서 정말 다른 것일까? 이 행사에는 앞에서 말한 모든 것이 빠져있었다. 그런데도 정말 괜찮을걸까?

 

행사전의 연설에서 한 연사가 나와서 말하길 독일어로 학문과 과학은 같은 말이라고 지적했다. 이 지적은 좋은 지적이었지만 그런 말은 행사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 전북지역에도 대학이 여러개가 있고 초청을 한다면 와서 연설을 해줄 과학자도 있을 텐데 그런 것을 모두 미루고 행정가들의 행사로 만든 것은 아쉬운 일이었다. 한국 과학의 미래를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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