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죽음에 아주 익숙하다. 전세계에 이 순간 죽어가는 사람의 수가 얼마인가라던가 이번주에 교통사고로 죽은 사람의 수가 얼마인가를 따지다보면 한두명의 죽음은 그다지 의미가 없어 보인다. 암에 걸리거나 폐렴에 걸려서 죽는다고 할 때 그런 세상을 원망하고 비판할 것인가 아니면 그것을 그저 어쩔수 없는 일로 여기고 체념할 것인가. 현실적으로 우리는 우리가 보고 듣는 대부분의 죽음에 대해 체념하지 않을 수없다. 즉 우리는 이유가 있는 죽음과 이유가 없는 죽음으로 죽음을 구분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이유가 있는 죽음만 비판하고 처벌한다. 예를 들어 살인은 가장 중대한 범죄다. 반면에 흔한 질병에 의한 사망을 가지고 누구를 원망하고 비판하고 처벌할 사람을 찾자고 생각하면 이 세상에 살인이 아닌게 없다. 만약 온 세상의 모든 죽음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이유를 찾아 헤매려고 한다면 그런 사람은 도저히 현대를 살 수가 없을 것이다. 이유가 있는 죽음과 없는 죽음을 구분 해도 우리의 마음은 상처입고 바쁘다.
죽음들을 이유가 있는 죽음과 이유가 없는 죽음으로 구분할 수 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는 어디서 어디까지를 이유가 있는 죽음으로 여길 것인가에 따라 우리의 태도를 극단적으로 바꾼다. 그리고 그것은 종종 또다시 커다란 사회적 분란과 상처의 원인이 된다.
지난번에 세월호 사건이 일어나서 어린 학생들이 수백명이나 죽었을 때도 그런 분열이 있었다. 어떤 사람들의 눈에는 이것은 명백히 이유가 있는 죽음들이다. 이것은 그저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진다던가 해일이 일었다던가 같은 천재지변에 의한 사고가 아니다. 이것은 이유가 있다. 그래서 그 이유를 제공한 사람들에 대해 분노하게 되고 정의를 요구하게 된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그것을 그저 이유없는 사고로 말하려고 한다. 그것은 그저 한해에도 수없이 죽어가는 교통사고 사망자의 일부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것들은 이유가 없는 죽음들이다. 그러므로 그 죽음들에 대해서 누군가를 비판하기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은 그저 사회적 분란을 일으키는 반사회적 인물이라고 파악된다.
지금 메르스가 한국을 흔들고 있다. 우리는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 먼저 인터넷에서 최근에 메르스 확진자가 확산되어 가는 것을 그래프로 그린 그림을 보자. (여기서 구했다. http://linkis.com/m.clien.net/cs3/KBk8W )
그래프를 보면 두주 정도만에 환자의 수가 열배가 된다. 그리고 최근들어서 증가세가 줄어들기는 커녕 증가하고 있다. 이 글을 쓰는 6월 11 아침현재 사망자는 9명이고 확진자는 122명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나는 그렇게 되지 않기를 정말 바라며 그렇게 믿고 싶지만 객관적으로 말해서 다시 말해 우리나라가 아니라 남의 나라의 일이라면 지금의 추세그래프를 보았을때 비극적인 미래가 벌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라고 말할 것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넉넉잡아 말해도 두주안에 확진자의 수가 천명을 넘어가며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메르스 환자 보유환자를 가지게 될거라는 것이다. 일단 확진자의 수가 많아지면 전파속도는 더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격리가 무의미하게 되니까 그렇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백명이 죽을지 사우디처럼 4백명이 죽을지 모른다. 사우디보다 치사율이 낮다고 아무리 말해도 현실적으로 말해서 이렇게까지만 되고 사태가 수습된다고 해도 백명은 사망할 것이다. 정말 이렇게까지 될 것인가. 거듭 말하지만 나는 당장 내일부터 극적인 변화가 있기를 정말 바란다. 그러나 가능성의 차원에서 말하면 이것도 지극히 희망사항적인 긍정적인 전망일 뿐이다. 더한 비극은 입에 담기 싫다.
앞에서 나는 현실적으로 우리는 이유가 있는 죽음과 이유가 없는 죽음을 구분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유가 있을 때 단한명의 어린이, 단한명의 청소년, 단한명의 임산부, 단한명의 아버지나 어머니라도 그 죽음은 사회적 공포와 분노를 일으킨다. 그런데 이유가 있는 수백명의 죽음은 어떤가. 우리는 그것에서 불과 두주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도 점점 더 사라져가는 느낌이다.
이 글은 지금 우리가 서있는 장소가 무엇인가를 말하기 위한 것이다. 그걸 알 때 우리의 행동의 원칙이 분명히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상황은 심각하다. 상황이 이러한데 정부의 반응은 언제나 그랬듯이 참으로 한가하다. 아침뉴스를 보니 미국방문을 취소한 것을 전격적이라는 말까지 써가면서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지난 3주간의 일을 보면 수백을 넘는 생명이 사라지게 될 확률이 엄청나게 크다. 우리는 점점 더 강력하게 한가지 질문에 부딪힐 것이다. 이것은 이유가 없는 죽음들인가 이유가 있는 죽음들인가.
확진자가 늘어나는 그래프는 지수함수라고 말해진다. 3일에 두배로 늘어난다는 식이다. 즉 열명이 사흘후에는 20명이 되지만 6일후에는 40명으로 늘어서 점점 더 빨리 늘어난다. 우리가 지불해야할 댓가는 일단 확진자의 수가 어느정도를 넘으면 상상할수 없이 늘어날수 있다. 이 산수를 이해하는 사람은 확진자의 수가 열명정도일때 벌써 크게 놀랐어야 정상이다. 문제는 사회적인 지위를 가진 사람도 이 산수를 다 이해하는 것같지 않다는 것이다. 아주 높으신 분들을 포함해서. 이일로 벌어지는 상처가 정말 수습될 수 있을까? 또 이유없는 죽음운운하면서 상처를 더 키우지나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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