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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무분류 임시

나는 너의 마음을 알고 있는가

by 격암(강국진) 2015.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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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7.7

만약 어떤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그 사람에게는 상대방의 생각이 하늘에서 누군가가 말하는 것처럼 들리는 것이다. 이 사람을 편의상 독심녀라고 부르자. 우리는 여기 마음을 읽는 한 여자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 독심녀의 첫번째 문제는 자기가 미치지 않았는가하는 질문에 답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질문에 답하는 것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누군가의 생각을 읽는다고 하면 우리는 이런 걸 상상한다. 어떤 남자가 지나가는 여자를 흘끗 본다. 그리고 생각하는 것이다. 야 몸매죽이네. 그래서 독심녀가 존재한다면 그녀에게는 하늘에서 목소리가 들릴 것으로 생각한다. 야 몸매죽이네 하고 말이다.

 

당연한 것같은 이 생각에는 실은 사실이 아닐 수 있는 가정이 깔려 있다. 그것은 우리가 생각을 할 때 마치 빈 종이에 글을 쓰는 것처럼 한줄씩 한줄씩 완전한 문장을 이룬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생각이란 언어인가? 왜 시각적 패턴은 아닌가? 고양이를 생각하는 것은 고양이라는 단어를 읽는 목소리를 말하는 것인가 고양이의 사진이 떠오르는 것인가. 혹시 우리의 마음속에는 수십 수백명의 인격이 동시에 존재해서 그 각자의 존재가 각자의 생각을 하고 있는거 아닐까? 게다가 그 생각들이란 우리가 일부러 집중을 하지 않는다면 명확하게 문법적인 구조를 이룬 형태를 지니기 보다는 고장난 라디오가 단어를 가끔 뱉어내듯 뒤죽박죽의 형태를 가지는 게 아닐까?

 

실제로 다중인격의 경우나 좌뇌와 우뇌가 갈라져 있는 사람의 경우를 보면 우리의 머리안에 단 하나의 통일된 인간이 존재한다는 생각은 사실이 아닌 것처럼 들린다. 적어도 근거가 약하다. 우리는 물론 하나의 통일된 자아를 인식한다. 그러나 그 말이 우리의 내부에 무의식적으로도 단 하나의 자아가 존재한다는 뜻은 아니다. 의식된 자아와 무의식적인 행동간에 차이가 있는 사례, 예를 들어 나는 저 남자가 정말 싫어라고 말하지만 왠지 그 남자에게 관심을 보내고 그 남자에게 끌리는 경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너무 순진한 것이다.

 

그런데 그렇다면 독심녀가 마음을 읽는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그녀에게 하늘에서 저 여자 몸매 죽이네 라는 소리가 들려올 때 그녀는 이 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것일까? 나는 미니스커트같은 것을 입는 헤픈 여자는 정말 싫어합니다라고 말하는 남자가 있다고 하자. 그런데 그때 야하게 입은 예쁜 여자가 지나갔다. 그리고 독심녀에게는 하늘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저 여자 몸매 죽이네하고 말이다. 그 말을 들은 독심녀가는 이 말이 저 남자의 마음의 소리라고 판단한다. 저 남자는 위선자다. 말과 행동이 다르다. 그러나 확인해보니 그 남자는 자신은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 남자는 아마도 거짓말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이 남자는 자신의 무의식이 내는 마음의 소리를 자기도 듣고 있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프로이드식의 억압같은 설명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그것도 아니면 이 남자의 마음속에 있는 여러개의 인격중에 그저 하나의 인격이 그런 생각을 한 것뿐일지도 모른다.

 

독심녀는 자신에게 들려오는 목소리가 100% 확실하게 타인의 마음을 반영하고 있다고 믿을 수도 있고 혹은 반대로 자신이 미쳤기 때문에 의미없는 환청을 듣고 있다고 믿을 수도 있다. 가장 현실성있는 상황은 그녀의 독심술은 상당히 정확하지만 항상 맞지는 않거나 상대방의 내부적 통일성의 문제때문에 행동으로 100%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고 현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를 생각해 보자. 어떤 남자가 독심녀에게 다가 온다. 그런데 하늘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이 여자한테 거짓말을 해야겠다라는 목소리다. 만약 독심녀가 자신이 듣는 목소리에 대해서 100% 확신한다면 그녀는 그 남자를 무조건 사기꾼으로 거짓말쟁이로 취급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행동에는 어떤 결과가 따른다. 예를 들어서 다른 사람들은 독심녀를 가르켜 별 증거도 없이 남을 의심하는 사람으로 비웃거나 배척할 것이다.

 

독심녀가 자신이 듣는 목소리를 무시하는 경우에도 결과는 따른다. 그녀가 거짓말에 속는 경우가 발생하면 그녀는 스스로를 자책할 것이다. 나는 알았는데, 나는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줄 알았는데 결국 거짓말에 속고 말았다고 스스로를 원망할 것이다.

 

정리해 보면 독심녀에게는 두개의 변수가 있다. 하나는 독심술의 정확성이고 또 하나는 스스로가 자신의 독심술이 어느 정도나 정확하다고 믿는가 하는 자기 믿음이다. 우리는 독심녀의 독심술이 어느 정도나 정확한가하는 정확성만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리고 독심녀가 여러 사람을 만나다보면 자기의 독심술이 얼마나 정확한지 알아내기가 쉬울거라고 생각한다. 즉 정확성과 자기 믿음이 같다.

 

실제로는 주변 환경에 따라 그리고 독심녀가 우연히 겪게 되었던 과거에 따라 상황은 구구절절 나오게 될 것이다. 매우 정확한 독심술을 가진 독심녀가 자신의 독심술은 완전히 미친 소리라고 생각하고 자신을 미친 사람으로 생각할지도 모른다. 즉 정확성은 상당히 높은데도 자기믿음은 바닥이다. 반대로 정확성이 상당히 떨어지는데도 자신은 100% 확실한 독심술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녀의 독심술이 틀리는 경우는 물론 세상사람들이 자기 마음을 자기도 모르기 때문이라고 해석될 것이다.

 

이만큼 이야기를 진전시키고 나면 우린 한가지를 지적해야 하고 한가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우리가 지적할 수 있는 한가지란 바로 우리 모두가 어떤 의미에서 독심녀라는 것이다. 우리는 얼굴 표정이나 손발의 움직임 그리고 상대방에 대한 기억등을 통해서 서로의 마음을 읽는다.

 

우리는 때로 세상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는다. 우리는 자신의 독심술을 상당히 믿는데 그렇게 읽어낸 인간의 마음이란 종종 불완전하고 편협하고 이기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울한 사람이 되지만 동시에 오만한 사람이 되기도 한다. 자신의 독심술을 상당히 정확하다고 믿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우리는 때로 자기가 한없이 연약한 존재라고 느낀다.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읽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즉 스스로의 독심술에 대한 믿음이 바닥수준이다. 그렇게 되면 세상이 무서워진다. 스스로가 바보같고 연약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자기가 정말 자기 자신의 독심술 수준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가는 확실하지가 않다. 자기가 바보라고 믿는 사람에게 자기가 바보인 증거는 아주 쉽게 찾아진다.

 

우리가 던질 수 있는 질문이란 이것이다. 우리가 어떻게 행동할 때 우리의 독심술들은 가장 정확한 것이 되고 그렇다고 믿어지는가. 모두가 남의 마음을 잘 읽는 사회란 숨기는 것이 없고 남을 믿고 살아가는 사회다. 세상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는 알고 있고 나도 내 생각이 읽혀지고 있다는 것도 안다. 그런 상태다. 이것이 바람직할까? 아니면 바람직하지 않을까? 이런 상태는 안정적일까 아니면 쉽사리 깨어지는 불안정한 상태일까? 그 상태의 안정성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다른 극단은 모두가 서로에게 완전한 신비로 남는 것이다. 모두는 모두의 독심술을 포기한다. 따라서 모두는 모두에게 완전한 괴물이나 신비로 남는다. 이것은 분명 좋은 일은 아닐 것같다. 그러나 상황이 대칭적이라면 어쩌면 완벽한 신뢰는 완벽한 불신만큼이나 나쁜 것일지도 모른다.

 

이 두 개의 중간은 어느 정도의 독심술을 믿고 어느 정도는 신비로 남는 것이다. 소통은 가능하지만 유리처럼 투명하지는 않은 상태이며 환상과 선의의 거짓말이 통하는 세상이다. 우리는 이게 적당하다고 말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어떨지 모른다. 예를 들어 이런 상태도 불안정한 상태로 유지하기 어려운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쉽사리 어떤 극단으로 달려가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세상에는 자기가 세상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믿는 폭군이 등장하고 그 폭군의 마음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알 수 없다고 포기하는 양같은 백성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폭군의 등장을 막고 민주주의를 유지하려고 하는 노력은 모두가 모두에게 타인이 되는 세상, 이기적 괴물이 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수많은 마음들이 연결되고 그 마음들은 끊없는 변화를 계속해 간다. 그 변화를 이해하고 싶은 것은 나하나 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이미 이런 것들에 대해 알만큼 알고 있을까? 아니면 우리는 거대한 무지 앞에 서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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