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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글쓰기/영화 드라마 다큐

영화 암살을 보고

by 격암(강국진) 2015. 8. 25.

암살이 이미 천만을 넘긴 이때 나는 영화관으로 암살을 보러 갔다. 사실 큰 기대는 안했는데 그래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는 영화는 그게 뭐건 어떤 미덕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라는 생각으로 봤다. 





나에게 있어서 눈에 들어오는 것은 배우들의 좋은 연기와 균형잡힌 스토리 그리고 무엇보다 어색한 곳이 없는 액션이었다. 암살은 스토리와 상관없이 액션영화로 즐기기에도 손색이 없는, 앤션신의 연속으로 이뤄진 영화였다. 옛날일이긴 하지만 자동차 추격씬만 나와도 어색하기 짝이없던 한국영화를 생각하니 한국 영화 참 많이 발전했다는 생각이 든다. 인디아나 존스처럼 가볍지는 않지만 인디아나 존스를 연상시키는 면이 조금은 있을 정도로 액션신은 계속 이어졌고 여배우인 전지현에게 많은 점수를 주고 싶었다. 아마 한국에서 앤션영화 찍어서 그만큼 해낼수 있는 여배우가 거의 없을 것이다. 


나중에는 영화가 좀 길게 느껴졌던 것을 빼고는 나는 영화를 꽤 재미있게 봤다. 지금와 무엇이 나를 영화에 집중시켰을까하고 생각해 보니 무엇보다 역시 나라 없는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잘한 것은 상을 주고 못한 것은 벌을 받아야 한다. 역사는 사실을 기록해야 한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면서 인간은 미워하지 말자는 생각도 들었다. 친일파는 친일파의 사정이 있었다. 그들을 봐주자는게 아니라 그들도 이해할 부분은 있었다는 것이고 그래서 우리는 변절하지 않은 독립투사들에게 더더욱 큰, 무한한 존경심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말이 좋아 36년이지 해방무렵의 청년들은 본 적도 없는 조선이었다. 게다가 일본은 한없이 잘나가기만 했다. 그 시대에 자동차와 비행기를 만들고 노벨상을 타는 일본이었지 않은가. 그 일본이 무너지고 조선이 다시 해방 될거라는 믿음을 가지는 일은 참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아주 많은 사람들은 분하지만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모두가 저격수나 장군은 아니니까. 모두가 충분히 미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니까. 도시락폭탄을 던지고 죽는 일보다 결국 나 죽고나면 언젠가는 해방이 될것을 확신하는게 더 힘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확신없는 일에 목숨바치는 일은 진짜 힘들었을 것이다.  


언제 새벽이 올런지 알 수 없는 시대를 살아가다보면 우리는 남들이 잘못된게 아니라 내가 미친게 아닌가 하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가 없다. 친구가 죽고 외로운 삶을 살고 가족이 굶고 거지꼴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도 어렵지만 무엇보다 어려운 것은 새벽이 오긴 오는가 하는 생각이 괴롭히는 것일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저 잘나가는 사람들의 말마따나 내가 괴상한 사람이고, 내가 괜히 분란을 일으키는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역사적 사실성은 알수 없으나 해방이 왔을 때 김구는 내가 미안하다라면서 운다. 역사적 사실성은 알 수 없으나 정말 그럴법한 일이다. 내가 괜한 청년들을 괴롭히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심지어 죽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은 김구를 내내 괴롭혔을 것이다. 그런 괴로움은 몇달은 참을 수 있지만 몇십년을 참는다는 것은 죽기보다 더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상상도 안된다. 


그토록 올지 안올지 몰랐던 광복의 반대편을 우리는 살고 있다. 이제 우리는 역사를 알고 있으면서 일제시대를 본다. 우리는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고독과 회의를 이해할 수가 없다. 다만 우리가 가지는 비슷한 고독과 회의에 비교해 볼 뿐이다. 


영화를 보면서 몇번 울었다. 별로 슬픈 장면인것도 아닌데 울었다. 역사에 제대로 기록도 못되는 사람들의 고독이 느껴질 때가 있어서다. 영화에 안나오는 사람들때문에 더 울었다. 우리는 때때로 우리가 사는 시대에 대해 투덜대지만 이만큼 누리고 사는 것에 대해 감사해하는 마음도 잊지 말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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