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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이 아이를 망친다

by 격암(강국진) 2016. 3. 3.

애정이 아이를 망친다


세상의 많은 말은 말도 옳고 반대말도 옳다. 말중의 하나는 애정이 아이를 키운다라는 말일 것이다. 반대말인 애정이 아이를 망친다는 말도 맞기 때문이다. 


문제는 애정이 뭔가가 애매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그러나 애정이 무엇인지 논하지 않더라도 사람은 익숙한 것에는 적응하여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안다라는 것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다. 여기에 애정이 아이를 망친다는 말의 의미가 있다. 


우리가 아이를 사랑하면 아이에게 많은 것을 주고 싶다. 그래서 좋은 옷을 입히고 좋은 음식을 주고 비싼 학원에 보내거나 비싼 여행을 보내 준다. 무엇보다 우리가 아이를 사랑하면 아이에게 가능한한 많은 관심을 준다. 


문제는 아이는 이런 것에 익숙해 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많은 것을 받는 것에 적응하고 점차로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된다. 진짜 애정이 있다면 절제를 가르쳐야 한다면서 위에서 말한 욕망을 자제할 것을 사람들은 말한다. 이러니 애정이 아이를 키운다는 말이나 애정이 아이를 망친다는 말이나 모두 옳은 말이 되는 애매함이 생기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진짜 애정이 뭐냐는 말가지고 토론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맛난 것만 먹으며 자란 아이는 맛난 것이 아니면 먹지 못하게 되고 맛난 것을 먹는 것의 고마움을 모른다. 깨끗한 환경에서만 자란 아이는 조금만 주변이 더러워도 몸에 병이 생기고 집을 자기가 치워야 한다는 생각이 없다. 언제나 부모가 알아서 치워주기 때문에 집이 깨끗한 것인데 그것을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부모의 관심도 그렇다. 부모의 관심을 듬뿍 받으며 자란 아이는 계속 해서 그런 관심을 받아야만 하고 그런 관심에 대해 고마워하거나 목말라하지도 않는다. 그건 마치 공기처럼 언제나 내곁에 자연스럽게 있는 것이다. 


결과 아이는 오히려 자기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 어떤 타인의 영향을 쉽게 받고 부모로 부터는 멀어지기 쉽다. 왜냐면 타인의 관심에 대해서는 갈망을 느끼지만 부모의 관심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부모도 인간이기 때문이겠지만 부모의 관심과 기대도 언제나 자식들에게 균등한 것은 아니다. 이러는 가운데 흔한 막장드라마 같은 경우가 많이 생긴다. 부모는 아들이나 막내에게 계속 해서 투자를 하지만 결과는 오히려 별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자식쪽이 좋은 경우다. 그렇게 해서 부모에게 효도를 하는 쪽도 관심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아이인 경우가 많은 것같다. 그런 아이는 커서도 부모의 관심을 받고 싶어하기 때문일까? 부모에게 애정을 듬뿍 받고 자란 쪽은 오로지 부모가 드디어 실망해서 자신에 대한 애정이 줄어든다고 생각할 때만 어떤 반응을 보일 그전에는 부모에게 아무런 관심도 주지 않은 일이 종종 있는 것같다.


아이는 뭐가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그래서 이런 문제는 부모 자식간에 심각하게 일어난다. 그러나 적응의 문제는 부부간에도 친구간에도 정치가와 시민간에도 일어난다. 사람들은 금새 모든 것에 익숙해진다. 배우자의 사랑이나 친구의 우정에도 익숙해져버리는 일이 많다. 정치가는 국민 고마운 줄을 모르게 되고 국민은 정치가가 고마운 줄을 모르게 된다. 


관심이나 애정같은 것은 금이나 돈처럼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변하면 가치가 한없이 변하기도 한다. 이렇게 해서 황금을 똥과 바꾸는 어리석음을 저지르는 인간이 탄생하는 것이 아닌가. 어떤 사람의 관심과 사랑과 봉사는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황금같은 것인데 정작 그걸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것을 취급한다. 그래서 정말 똥같은 사소한 것과 맞바꾸고 만다. 


사람의 삶에 고통이 따르는 이유는 인간은 그걸 필요로 정도로 어리석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뭔가를 잃고 나서야 그것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뭔가를 어렵게 얻어 놓고는 그것을 쉽게 잃어버리고 다시 그것을 대체할 것을 어렵게 얻는다. 그러니 인생에는 고통이 따르고 삶에는 평안함이 있기 어려운 것이다. 어른도 그런 실수를 평생 반복하면서 사는데 아이가 그렇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니 애정이 아이를 망치는 일은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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