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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세상보기

공기나쁜 한국. 삶의 질이 떨어진다.

by 격암(강국진) 2016. 5. 30.

한국이 언제나 공기가 나빴던 것은 아니다. 나는 서울에 살았었지만 저녁이면 빨갛게 노을이 들고 무지개뜨던 날들을 기억한다. 요즘 한국의 아이들은 세상이 원래 그렇다는 것을 잘 모를 것이다. 그들은 하늘이란 대개 뿌옇다고 생각할 것이다. 진짜 파란 하늘을 거의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요즘 미세먼지때문에 연일 기사들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디젤차량때문이라고 했다가 또 화력발전소때문이라고 하기도 하는데 사실 중국의 영향이 크기는 가장 큰 것같다. 서울에 비해서 인구가 적은 전라도에서도 공기는 좋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은 아직 일본에서 살다가 온 지 1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점을 생생하게 느끼고 있다. 중국 한국 일본을 모두 보여주는 미세먼지 지도를 보면 중국이 물론 가장 심하지만 한국도 상당히 심하고 일본은 훨씬 상황이 좋다. 바로 그런 곳에서 살다가 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심하게 차이를 느끼는 것이다. 


정상적인 날씨라는 것이 어떤 것일까. 우리는 어느새 별도 안보이는 하늘에 익숙해졌지만 일본에서는 날씨가 좋은 날이면 백킬로 미터 밖의 후지산도 또렷히 보일 정도였다. 서울에서 설악산까지가 130킬로미터다. 그러니까 서울에서 높은 곳에 올라가면 설악산이 보이는 식인 것이다. 조선시대쯤에는 우리나라도 그렇게 공기가 맑은 것이 정상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어느새 뿌연 날씨에 익숙해졌다. 그래서 오키나와나 호주같은 곳에 가면 깨끗한 공기에 새삼 놀란다. 


한통계에 따르면 미세먼지로 한해에 천명 이상의 사람이 죽는다고 한다. 물론 이런 통계는 추정이기는 하지만 나쁜 먼지가 우리 모두의 수명을 갉아먹고 건강을 나쁘게 하고 집중력을 흐리게 하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아이들이 불쌍하게 크게 만드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것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이 문제는 어떻게 보면 어려운 문제고 어떻게 보면 간단한 문제다. 공기오염의 원인을 알아내는 것은 무슨 노벨상을 받을 대단한 연구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원인을 알게 되고 나면 우리는 댓가를 치뤄야 한다. 청정기술을 개발하는 것에도 시간과 돈이 들지만 기적같은 기술이 당장 모든 것을 해결해 줄리가 없다. 결국 절제하고 더 돈을 들여서 오염을 방지하고 없애는 것이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어려운 부분은 댓가를 치룰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 특히 디젤 자동차는 공기오염의 주범인 것이 확실하다. 그런데 뭔가를 바꾸려고 하면 손해를 누가 볼 것인가, 그걸 결정하는 과정의 투명성은 보장될 수 있는 것인가 같은 것이 문제가 된다. 디젤차를 모는 사람들 중에는 정부가 부족한 세금을 더 받을 욕심에 미세먼지 핑게를 댄다고 말하는 경우도 많다. 국민의 의식도 문제지만 사회적 투명성 때문에 그 의지가 제대로 모여들 수 없는 것도 문제다. 결국 환경문제를 해결하는데에는 강력한 정치력이 필요하고 여기서 말하는 강력함이란 독재를 말하는 게 아니라 신뢰를 말하는 것이다. 사회적 신뢰없이 환경문제는 제대로 대처되지 못한다.  


사람들은 때로 복지나 환경문제를 도덕의 입장에서 접근하는 잘못을 저지르곤 한다. 그러나 이제 사회환경이건 자연환경이건 환경의 문제는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와 생존의 문제다. 21세기에 가장 수지 맞는 사업은 관광산업이라고 하는데 일년내내 공기오염으로 시달리는 나라에서 무슨 관광을 하겠는가. 그리고 국민건강이 공기오염으로 나빠지는 것을 나중에 돈으로 해결하려고 하면 그것은 쉬울까? 세상이 전기차 세상으로 바뀌는 것에도 환경문제가 관련되어 있다. 그러니 환경에 민감한 사람들이 환경에 관련된 기술을 개발하고 그걸로 돈을 버는 세상이기도 하다. 이런데도 환경이 그저 도덕의 문제이기만 한 것일까? 돈 좀 더벌면 신경 쓸 수도 있는 그런 사치일까?


한 때 우리는 사람많은 수도권을 벗어나서 강원도나 전라도로 오면 역시 시골은 공기가 좋아라고 말하고는 했었다. 그리고 이제 비 수도권도 공기가 안좋다. 어떤 변화가 없으면 10년 20년뒤에는 세상이 어떨 것인가. 전국민이 기관지 질병에 걸리고 눈병에 걸리는 상황이 되어야 할 것인가. 


내가 일본을 떠나기로 한 것에는 후쿠시마 원전이 계속 방사능 물질 유출을 하고 있다는 것이 큰 이유가 되었다. 공기는 맑지만 방사능을 걱정하는 방면으로 가면 또 달랐다. 그 방사능을 피해서 한국으로 오니 이번에는 뿌연 공기가 우리를 기다린다. 아마 반세기쯤 뒤에는 도망갈 곳이 어디도 없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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