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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의 라디오

by 격암(강국진) 2016. 5. 23.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라디오를 듣는 일이 많지만 우리집에는 3대의 라디오가 있다. 



가장 왼편의 티볼리 모델원 라디오가 가장 고가이고 가장 소리도 좋다. 모습도 예뻐서 여기저기 인테리어 하는 사람들이 집안 장식용으로 가져다 놓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백불정도에 팔았지만 한국에서는 2-30만원씩  줘야 하곤 했었다. 티볼리 라디오는 가장 좋은 소리를 가졌지만 항상 전원에 연결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었다. 미국에서 직구하는 경우는 볼트가 110볼트라서 아답터를 따로 사야 한다. 그러니까 티볼리 라디오는 어떤 곳에 고정시켜 놓고 듣는 라디오다. 


가장 오른 편의 Muse sd 1000은 이 때문에 사게 된 라디오다. 뮤즈는 충전식이라 한번 충전하고 하루에 한두시간 듣는 정도라면 몇주정도는 이리저리 들고 다니면서 들을 수 있다. 게다가 이 라디오는 위에서 보여준 라디오 중 가장 저가의 라디오로 만오천원정도 한다. 이 라디오도 그 가격을 생각하면 예쁘다. 1-2만원사이에서 파는 라디오는 시중에 많이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깔끔해 보여서 샀다. 


뮤즈 라디오는 가장 싸기 때문에 역시 세개의 라디오 중에서는 소리가 가장 안좋은 편이다. 하지만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 나는 한동안 티볼리보다 뮤즈라디오를 훨씬 더 많이 들었다. 아무래도 장소를 이동할 수 있다면 편의성이 그렇게 만든다. 


소리에 대해서는 약간 웃긴 일이 있었다. 생각하면 그다지웃긴 일은 아니지만 말이다. 하루는 뮤즈 라디오를 듣는 방으로 티볼리를 가져왔다. 두 라디오를 번갈아 들으면서 소리를 비교하다가 문득 두대의 라디오를 동시에 켜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티볼리의 소리는 저음을 강조하는 편이고 뮤즈는 그에 비해 고음쪽이 세다. 그래서 두대를 한꺼번에 켜면 아주 단순한 이퀄라이저 시스템처럼 되는 것이다. 두대의 라디오로 같은 방송을 동시에 켜고 양쪽의 소리를 조절해 밸런스를 맞추니 마치 엄청 고가의 오디오처럼 소리가 난다. 이렇게 소리가 좋을 수가 없다. 이렇게 해놓고 재미있어서 웃고 있으니까 아내가 이젠 라디오로 별 짓을 다한다며 핀잔이다. 


뮤즈라디오는 USB나 SD카드를 꼽으면 mp3 재생을 해준다. 그렇지만 매우 간단한 mp3 플레이어이며 기계가 곡을 선택하거나 주파수를 세밀히 조정하는 것이 어렵게 되어 있기 때문에 그저 곡을 여러곡 넣어두고 순서대로 듣는 것에 적합하다. 제공되는 리모콘으로 곡번호를 누르면 곡이 바뀌지만 그 리모콘은 연결이 안좋아서 사실상 무용지물에 가깝다. 나는 한동안은 쓰지않던 작은 용량의 SD카드를 마치 테이프레코더 시절의 테이프처럼 썼다. 하나의 SD카드에 한 앨범이나 한 종류의 음악만 담으면 SD카드를 바꿔서 꼽으면 음악이 바꿔서 나오는 시스템이 되는 것이다. 테이프나 CD바꿔 꼽듯이 말이다. 어찌되었던 별로 편한 시스템은 아니지만 그래도 적응하면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 


나는 이 두대의 라디오에 매우 만족 했다. 주변에 선물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자전거때문에 브리츠의 BA-U2 retro를 하나 더 사게되었다. 위 사진중 중앙에 있는 녀석이다. 자전거를 타고 인근의 저수지까지 달리다보니 라디오나 음악을 듣고 싶어졌는데 아무래도 뮤즈를 들고 나간다는 것은 비현실적이었기 때문이다. 


브리츠의 BA-U2라디오는 5만원정도하는 라디오다. 당연히 충전하는 라디오지만 뮤즈보다는 베터리 용량이 작아서 한번 충전하고 몇주를 쓸 수는 없다. 그래서 보조배터리를 같이 샀다. 작은 크기를 생각하면 꽤 좋은 스피커를 가졌다. 적어도 스마트폰 스피커로 듣는 음악보다는 훨씬 좋다. 이어폰으로도 들을 수 있지만 사람이 드문 곳에서 라디오나 mp3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라디오다. 캠핑용 라디오로는 음질만 생각한다면 티악의 R1-SE라는 라디오도 좋지만 그건 티슈박스만한 크기고 이건 작은 핸드폰 크기니까 아무래도 똑같이 놓고 비교하기는 어렵겠다. 비슷한 성능의 라디오중에 더 저가의 라디오도 있다. 하지만 정이 더 가는 녀석이 이쪽이라 이쪽을 구매했다. 뮤즈보다 방송국 선택이나 음악 선택에 있어서 훨씬 편리하다. 


내장 안테나 상태로만 비교한다면 라디오의 수신 성능은 어느 것이나 비슷한 것같다. 가장 싼 뮤즈도 라디오 방송은 잘 잡는다. 다만 뮤즈는 스캔으로 방송국을 잡지만 내가 주파수를 지정해서 틀 수가 없다. 잡아주는 라디오 방송국들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을 뿐이다. 티볼리는 아날로그식으로 주파수를 조절하다보니 주파수 잡는게 힘들 때도 있다. 주파수를 기억도 해야 한다. 방송국 변경하고 주파수 변경하기는 브리츠가 가장 편하다. 


뮤즈도 그런 기능이 있지만 티볼리도 외부입력을 받아서 스피커처럼 쓸 수 있다. 그래서 브리츠 라디오를 외부입력으로 해서 티볼리에 연결해 봤다. 그랬더니 가장 깨끗한 소리를 내는 라디오가 되었다. 아내는 너무 깨끗한 것보다는 티볼리 특유의 저음이 더 좋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아날로그방식으로 주파수를 잡는게 영향을 좀 미치는가 보다. 어느 경우던 mp3를 들을 때는 브리츠의 스피커보다 훨씬 소리가 좋다. 브리츠 자체스피커도 나쁘지는 않다. 그러나 티볼리랑 비교하면 아무래도 역부족이다. 모든 방식에는 일장일단이 있지만 어쨌건 스피커로 쓰면 좋은 티볼리를 활용하는 또한가지 방식을 발견했다는 점에서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


라디오는 여러모로 스마트폰보다 구식의 물건이다. 때로는 그 물건들을 잘 쓰려고 하는 것이 구질구질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장점도 많다. 일단 그다지 비싸지 않고 조작이 간편하다. 하나의 목적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스마트폰 쓰는 사람들은 베터리와 통신비 걱정을 많이들 하는데 이건 그럴 필요가 없다. 때로 낡은 물건들이 우리에게 해방감과 낭만을 준다. 라디오들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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