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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인테리어 쇼핑/음식과 가구,

커피 이야기 1

by 격암(강국진) 2016. 6. 4.

허영만의 커피한잔할까요라는 만화를 보고 있다. 요즘은 커피 만화도 커피 드라마도 있는 시대다. 길거리에 나가보면 커피숍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일본 사람들은 은퇴하면 라면집을 하고 싶다는 말을 종종하는데 한국 사람은 카페를 하고 싶다는 꿈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실제로 카페를 연다. 그런 세상이니까 세상에는 참 커피의 고수가 많다. 커피의 진짜 고수도 많고 잘난체 하는 가짜 고수는 더 많은 것같다. 


내가 왜 가짜 고수가 많다고 말하냐면 커피가 이렇게 흔한 한국이지만 사실 커피의 수준과 가격은 그렇게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내 외국 생활의 경험에서 말하건데 미국으로 보자면 커피 인심은 좋다. 양은 많이 준다. 반면에 한국은 리필도 안되고 양도 적게주는 커피를 팔았었다. 비록 최근에는 여기에 약간 변화가 일고 있지만 말이다. 백다방같이 양도 많고 값도 싼 커피가 늘고 있는 것이다. 


일본과 이탈리아 특히 이탈리아는 커피 맛이 참 훌룡하다는 인상을 준다. 일전에 이탈리아에 가서 커피를 몇번 먹었는데 무슨 특별한 맛집에 간게 아니라 그냥 호텔의 아침 부페에서 주는 커피나 자동 기계가 즉석에서 뽑아주는 커피인데도 그 향과 맛이 깊은 인상을 주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일본이나 미국의 레스토랑에서 김치 만들어 봐야 한국의 허름한 가게 김치나 가정집에서 마구 만든 김치보다 못하듯이 이탈리아의 커피는 수준이 다르다는 느낌을 준다. 이탈리아 사람의 커피맛에 대한 민감도나 기대치가 아주 높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이것은 나의 극히 제한된 경험에서 나오는 인상이기는 하다. 그러나 모든 게 그렇다. 우리는 우리가 본 만큼만 말할 수 있으니까. 


한국에 커피숍은 아주 많지만 맛있는 커피를 파는 커피숍은 아주 적다. 내가 가 본 대부분의 커피숍은 나같이 생각없이 커피를 만드는 사람의 커피보다 오히려 커피가 못했다. 백다방처럼 싸고 양이나 많으면 괜찮지만 4천원 5천원하는 커피가 그러면 어떤 때는 화가 난다. 명백히 커피에 대한 애정도 지식도 없는 사람이 메뉴얼을 대충 따라하고 원가를 아껴서 만든 커피라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일이 그렇게 흘러가는 것은 카페들때문만은 아니다. 커피맛이란 본래 따지자면 아무 것도 넣지 않은 소위 블랙커피가 진짜 커피의 맛인데 요즘엔 커피에 시럽이며 우유며 얼음이며 잔뜩 집어넣어서 먹는 것이 대세다.  그런데 그렇게 첨가물이 많으면 카누나 냉동건조커피 혹은 믹스커피를 써서 만든 것과 별로 차이도 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심하게 말하면 구정물같은 커피라도 별 차이가 없고 따라서 나같이 아메리카노를 시켜서 아무 것도 첨가하지 않고 먹는 사람이 마셔보면 너무 심하다 싶은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카페에서 일하는 사람도 커피 자체의 맛보다는 얼음이나 우유거품이나 시럽이나 크림을 올리는 것이 커피숍에서의 주된 일이라고 생각할 것같다.  


물론 나는 모든 카페가 다 이렇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그저 그런 카페들이 꽤 많다는 것이다. 나만 까다로워서 그런 것은 아니다. 어느 집에나 있는 냉동건조 커피만을 끓는 물에 넣으면 사실 많은 카페의 아메리카노와 별로 맛의 차이가 없다. 아메리카노 같은 느낌을 주려면 한스푼도 좀 많다. 한스푼 안되게 흐리게 커피를 타면 아메리카노와 비슷해 진다. 맛없는 카페의 아이스커피는 집에서 냉동건조커피로 탄 것보다도 맛없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냉동건조커피 한스푼이 얼마일까를 생각하면 4천원에 그런 커피를 판다는 것은 범죄수준이다. 


커피를 엄청나게 소비하는 나라면서도 한국 사람중에는 여전히 커피라면 솔직히 믹스커피맛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나도 믹스커피를 좋아한다. 그래서 종종 마신다. 식당에 가서 뽑아 먹는 자판기 커피도 좋아한다. 요즘은 집에서 간편하게 카페라테나 카프치노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거품기를 구한 덕분에 커피에 우유를 탄 커피도 자주 마신다. 굳이 드립커피나 아메리카노를 마셔야 커피의 참맛을 안다던가 그런 것이 더 고급스런 입맛인 것은 아니다. 뭘 먹든 자기만 좋으면 그만이다. 


다만 모든 커피는 당연히 아무 것도 집어 넣지 않은 물과 커피가루로만 만드는 커피가 기본이니까 에스프레소나 드립커피의 맛에 대해 민감해지고 나서야 거기에 뭔가를 더 첨가해도 그 맛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럴 때만이 한잔에 몇천원을 내는 것이 말이 되는 것이 아닐까. 


1년전에 내가 한국에 돌아왔을 때 집앞에 있는 롯데마트에 가서 커피 부분을 보고 나는 놀랬다. 세상에 커피숍이 그렇게 많은데 마트의 커피 부분을 가보면 결국 카누나 믹스커피만 있을 뿐 원두나 간편한 드립커피 제품을 파는 부분은 아주 작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와는 완전히 반대였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는 간편하게 마실 수 있는 즉석 드립커피 같은 것이 아주 다양한 제품으로 나와 있었는데 한국에는 달랑 하나밖에는 그런 제품을 전시해 놓지 않았고 그 제품도 실망스러웠다.



물부어 한잔을 만들어 먹는 즉석 드립커피는 아직도 나는 종종 마신다. 맛이 최고랄 것은 없지만 이런 저런 맛을 돌아가면서 마시는 것이 재미가 있다. 



그리고 1년만에 나는 다시 놀란다. 불과 1년만에 원두커피를 마트에서 다루는 양이 엄청나게 늘었다. 한국 사람은 참 뭔가 바꾼다고 하면 정말 순식간에 바꾸는 것같다. 이유야 뭐가 되든 한국의 카페들도 달라져야 하고 달라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제 커피에 애정도 지식도 없는 사람이 하는 카페는 설자리가 없어지고 있다. 싸고 맛있고 양도 많이 주는 체인점 카페가 늘고 그게 아니면 바리스타가 전문가의 솜씨를 자랑하는 곳이 늘고 있다. 캡슐커피기계를 이용해서 편의점에서 원두커피를 싸게 팔기도 한다. 한국의 커피시대는 지금부터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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