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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인테리어 쇼핑/음식과 가구,

일본의 허름한 가게에 대한 착각

by 격암(강국진) 2015. 8. 22.

15.8.22

얼마전에 심야식당이라는 일본드라마가 한국드라마로 각색되었는데 음식값에 대한 작은 소동이 있었다고 한다. 반찬까지 곁들여서 잘 주는 한상의 한식이 겨우 천원이었다는 것이다.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그 이야기를 들으니 생각나는 것이 있다. 그것은 한가지 착각에 대한 것이다. 

 

 

이미 10년전 내가 일본에 살기 시작할 무렵에 일본은 프랜차이즈 천지였다. 일본은 지하철 역앞에 상권이 발달하곤 하는데 그 역전에 가보면 어딜가나 풍경이 같아 보일 정도로 같은 프랜차이즈가 펼쳐져 있었다. 요즘은 한국도 여러가지 프랜차이즈 가게가 생겨났지만 그것은 일본의 20년전쯤을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그럼 일본에서는 개인들이 하는 커피숍이나 음식점은 다 죽었는가. 그렇지는 않다. 골목 여기저기에 살아남아서 커피를 팔고 우동을 팔고 돈까스를 팔고 초밥을 팔고 있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그런 가게들은 협소하고 초라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심야식당이라는 드라마에 나오는 가게처럼 말이다. 

 

그런데 그들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그리고 내가 말한 착각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앞에서 초라하고 협소하다라는 부분을 보고 많은 한국 사람들은 그들이 협소하고 초라한데도 살아남은 것을 보니 화려하고 세련된 프랜차이즈 가게들에 비해 더 저렴할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절대적으로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개는 개인들이 하는 식당들이 오히려 더 비싸다. 훨씬 더 비싼 경우도 있고 약간 비싼 경우도 있으며 비슷한 경우도 있지만 더 싼 경우는 본 적이 없다. 아마도 심야식당을 만드는 사람들은 그 식당이 허름하니까 가격이 더 싸야한다고만 생각했을 것이다. 

 

심야식당에 나오는 음식도 서민이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비싼 것은 물론 아니지만 단순히 싼 것만 원한다면 프랜차이즈 식당에 가는게 더 싸다. 라면가게나 햄버거 가게등 어떤 프랜차이즈 가게들은 24시간 하는 곳도 있다. 일본에 가서 허름하다고 여기가 더 싸겠지하고 들어가면 대개는 바가지를 쓴 것처럼 느끼고 나오게 된다. 

 

협소하고 초라한데도 더 비싼 가격으로 음식과 커피를 판다면 그들이 살아남는 것은 한국사람들에게는 더더욱 미스테리일 것이다. 그런데 왜 그런델 가?라고 질문을 던질 법하다. 일본의 개인가게들이 살아남는 것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그것은 개성과 역사 그리고 공동체다. 

 

개성과 역사는 지역에 가게를 오래 함으로서 만들어지는 것이고 프랜차이즈화된 가게가 아니라 주인이 직접 음식을 만들고 커피를 만드는 전문성이 높이 평가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보다도 더 중요한 이유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공동체다. 

 

일본사회는 한국과 다르다. 다른 사람의 삶에 간섭하지 않는 것이 훨씬 더 강조되는 사회라서 한국처럼 때로 외롭고 싶어도 외로울 수가 없게 단체로 끌고 가는 것과는 다르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밥을 혼자 먹는다. 그들은 만나고 싶어도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만날 사람도 가족도 없다. 

 

그런 사람들이 동네의 가게를 중심으로 작은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다. 즉 그들은 식당이나 커피숍에 혼자가서 그 주인이나 그 가게의 단골과 만나고 대화를 나누는 것에서 인간적인 온기를 느끼는 것이다.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사고 프랜차이즈 햄버거 가게에서 햄버거를 사면 더 싸지만 주인이 자기를 기억해주고 자기가 아는 사람들이 들어오는 제2의 가정같은 가게를 만들고 기꺼이 더 비싼 값을 지불하는 것이다. 

 

이것이 어떤 가게인가는 일본판 심야식당 드라마에 잘 그려져 있다. 그러니까 그 허름한 가게가 파는 것은 단순히 음식이 아니다. 공동체 서비스요 대화의 상대가 되어주는 것이다. 바건 커피숍이건 손님과 친구처럼 한정없이 대화를 나눠주고 인사를 던져준다. 그래서 어떤 개인가게는 당연하게도 프랜차이즈 가게보다 훨씬 더 비싸다. 일본은 인건비가 비싼 나라다. 당신이 대면접촉을 많이 하는 가게를 원한다면 낮은 가격을 기대할 수 없다. 

 

한국이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일본같아질런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다르다면 달라서 같다면 같아서 다 문제가 있다. 우리가 가게들이 가지는 인간적인 역할에 대해 무관심할 수록 한국 사회는 프랜차이즈 가게로 완전 중독될 것이다. 그런 나라에는 역사고 개성이고 없다. 교토를 스타벅스로 채우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그런데 한국의 한옥마을은 사실 이미 어느정도 그렇다. 개성을 스스로 죽이고 있다. 이런 나라에는 추억이 점점 사라질 것이다. 자기 고향과 마을에 대해 가지는 추억은 그 고향이 가지는 오래가는 가게들과 함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것이 모든 도시며 지역에서 말살될 때 한국 사람들은 뿌리없고 추억없는 인간들이 될 것이다. 

 

한국도 점점 일인가구가 늘어가고 모두가 그렇지는 않다고 해도 점점 어느 나라 부럽지 않게 외로운 나라가 되어 간다. 프랜차이즈 본점의 횡포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들린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장사를 시작하고 망하는 사람도 많이 본다. 그 이유중의 하나는 개인가게가 제공해야 하는 기능이나 상품에 대한 착각에 있지 않을까? 그냥 우리 치킨을 프랜차이즈 치킨보다 더 싸게 팔면 될 거라는 생각으로는 부족하다. 광고비에 인테리어에 기업식으로 메뉴를 개발하는 것이 아무 의미없는 짓은 아니니까. 

 

음식맛 커피맛 하나만으로 버티기는 힘든 시대다. 백종원이 마술처럼 이리저리 레시피를 가하면 일류 쉐프와 똑같지는 않아도 거의 비슷한 맛을 가지는 것이 쑥쑥 나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니까 초고가의 비싼 음식이 아닌 경우는 맛으로도 프랜차이즈와 승부하기 어렵다. 그 말은 프랜차이즈 가게를 하면 본점에 많은 돈을 줘야 한다는 뜻이다. 당신의 경쟁력은 프랜차이즈 본점에서 나오고 있으니까. 세상에 공짜는 없다. 

 

메뉴얼화 할 수 없는 부분 그리고 불행하게도 한국도 점점 외로워지면서 요구가 늘어갈 부분은 가족같은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는 단골식당의 부분이다. 그런 식당은 식당 자체이상으로 거기에 오는 손님들이 식당의 일부를 이룬다. 이런 부분에 공감이 없는 사람은 프랜차이즈를 만들 수 있을때까지 투자를 거듭하여 출혈을 하면서 노력해야 하는데 이것은 사실 개인이 기업과 쉽게 경쟁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따라서 프랜차이즈 시대에 가게란 무슨 역할을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없는 사람은 개인식당을 만드는데 극히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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