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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인테리어 쇼핑/음식과 가구,

우리 집에서 칭찬받는 부분, 가벽

by 격암(강국진) 2015. 7. 17.

한국에 와서 지금 살고 있는 집을 꾸민지 이제 몇달이 되고 이런 저런 손님들이 우리집을 방문했다. 우리집에는 그 손님들이 공통적으로 칭찬하고 있고 살아보니 참 잘했다 싶은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책꽃이로 가벽을 만든 것이다. 전에도 소개했지만 그 가벽의 모습은 아래와 같다. (보다 자세한 것은 http://blog.daum.net/irepublic/7888890에 있다.)



 

그리고 또하나의 가벽같지 않은 다른 가벽인 낮은 책꽃이를 우리는 아이들방에 각각 설치했다. 이 책꽃이는 높이가 낮지만 책상과 침대공간을 분리한다. 여기에 사진까지 올리지는 않겠지만 실은 우리집 거실도 소파를 이용해서 공간이 티비시청공간과 컴퓨터 책상의 공간, 둘로 나뉘어 있다.  



내가 보기엔 우리는 거대한 장롱은 버려야 하고 가벽이 꼭 필요하다. 그만큼 이 시스템에는 큰 장점이 있다.  좋고 나쁜 것은 취향의 문제라서 내가 보기에 아주 이상해 보이는 것도 다른 사람이 아 이건 너무 멋져 하면 할 말은 없지만 나름 거기에는 객관적인 문제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또한 서양의 취향을 그냥 따라하는 것에 대해 나 나름대로 비판하고 싶은 것이 있다. 그래서 이 가벽을 다시 소개하고 다. 


우선 이런 광경을 생각해 보자. 이케아의 광고 카탈로그나 북유럽도시 혹은 뉴욕의 어느 집을 방문해서 서구 사람들의 집을 보고 아 너무 멋져 나도 저렿게 살아보고 싶다라고 느끼는 것이다. 우리는 이와 비슷한 경험을 누구나 하게 되는데 첫째로 한국인들은 서양식으로 살고 있고 둘째로 이때문이기도 할테지만 인테리어 분야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한국이 굉장히 뒤져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우리는 한국의 판소리를 외국인이 흉내내는 상황의 반대상황에 있다. 서양식 삶의 본가는 외국이니까 외국 인테리어 카탈로그라도 보게 되면 기가 죽는다. 한국의 가구점들이 내놓은 상품들을 보면 좋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수입품 가구를 보게 되면 느낌이 아예 차원이 다르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돈만 있다면 이국적 분위기의 집을 꾸미고 싶어한다. 독일식 집, 스웨덴식 집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서양식 삶이라는 것의 특징 중 하나는 하나의 단일한 공간에 모든 물건을 다 가지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엄청 넓은 공간을 가진 부자의 집을 구경하고 있는게 아니라면 그렇다. 침실이나 아이들 공부방을 생각해 보자. 방에 침대가 있고 한쪽에는 책꽃이가 있으며 탁자나 의자가 있고 옷장이 있는 방이다. 우리는 이런 방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이것이 서양식이라는 것 자체를 느끼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 즉 이게 서양식이라고 생각하는게 아니라 방이란게 이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방에는 한가지 문제가 있다. 매우 정신이 없기 쉽고 정리정돈은 굉장히 자주 해야 하는데 청소는 어렵다. 물건이 사방에 널부러져 있으니 살다보면 섞이기 쉽고 일단 그렇게 되면 그걸 분류하고 다시 제자리로 돌리는 일이 힘들다. 물론 정신이 없다. 우리 가족이 맨하탄에서 살던 무렵 우리는 스튜디오 식의 방에 이케아 가구를 놓고 살았다. 아이들은 어려서 이런 저런 장난감들도 많았는데 그런 삶은 사실 보기 나름이지만 난민의 삶과 비슷하다. 


우리가 멋지다고 감탄하는 서양인의 집들은 깨끗하게 청소되고 가구들이 평범해 보여도 나름 고급이니까 그렇게 보이는 것일뿐 똑같은 스타일인데 싸구려 가구로 방을 채워보면 완전히 거지가 사는 집처럼 된다. 한국사람에게는 아직 이케아 가구가 나름 세련된 사람이 쓰는 가구수준이지만 서양의 부자나라에서는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쓰는 가구다. 그러니까 서양사람 스타일을 섯불리 한국에서 싸구려 가구로 흉내내면 집이 창고같아 진다. 결국 비싼 수입품 가구를 쓰지 않으면 안된다. 


이 문제는 굉장히 크다. 돈도 많이 들지만 관리도 힘들다. 굉장히 깨끗한 새집만 보면 차이가 없어보이지만 방바닥의 의미는 우리와 서양인에게 서로 크게 다르다. 우리의 방바닥은 본래 온돌바닥으로 그곳은 눕고 살을 대는 공간이다. 서양인들의 방바닥은 그런 곳이 아니다. 본래 운동화 신고 걸어다니는 곳이다. 우리의 방바닥은 서양인의 침대위하고 비교해야 하는 곳이다. 다시 말해 우리는 훨씬 더 청소를 잘할 필요를 느낀다. 그런데 정리정돈은 어렵고 어떤 의미에서 거의 포기되는것이 바로 그 서양식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물론 서양식 스타일에는 귀족버전이 있고 서민버전이 있다. 귀족버전은 부자니까 침실, 거실, 테라스, 식당, 서재등 여러가지 목적을 위한 공간을 각자 가지고 있고 그러니까 각각의 공간은 그렇게 붐비지 않는다. 서민버전의 궁극은 과거 우리집처럼 스튜디오 공간 하나가 침실겸 부엌겸 서재겸 거실인 것이다. 물론 후자의 경우는 붐빈다. 그런데 한국에서 도대체 몇퍼센트의 사람이 귀족버전의 스타일을 흉내낼수가 있겠는가. 이건 원래 성같은 집에서 살던 귀족 생활에서 유래한 것이다. 요즘 서양사람들도 대개는 이렇게 안산다. 애딸린 4인가족이 서양의 귀족 버전을 흉내내면서 살려면 집이 백평도 넘어야 할 것이다. 당신은 혹시 아이가 공부방, 침실, 놀이방을 다 따로 가지는 부자인가? 이것은 심지어 부자도 대부분 아파트에 사는 한국의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 그러니 결국 현실적인 서양식 스타일이란 서민버전인 것이고 내가 위에서 말한 문제가 있다. 


가벽은 이런 상황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가. 가벽은 공간을 분리한다. 완전히 공간이 분리되면 방이 좁아 보이지만 가벽은 그 부분을 완화시킨다. 즉 가벽이 있는 방은 그렇게 작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공간이 분리되어 있으니까 각각의 공간에 다른 역할을 부여할 수 있다. 한쪽은 침실이고 한쪽은 독서를 위한 공부방의 역할을 할 수 있거나 한쪽은 침실이고 다른 한쪽은 수납을 위한 창고의 역할을 할 수가 있다. 


일단 이렇게 공간이 각자의 목적을 위해 분리되면 집이 잘 어질러지지 않고 정리가 쉬우며 어질러져도 그렇게 복잡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정서적으로 훨씬 더 안정감이 있다. 왜냐면 침대쪽에는 침대밖에 없고 책상쪽에는 책상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잘 구획된 방이란 사실 내가 보기엔 한국 전통과 이어져 있다. 한국의 대표적 방이란 구들이 들어간 방이며 바닥이 구들이니까 그 방에 물건을 채우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러니까 물건과 사람의 구분이 생기는 것이 자연스런 일이었다. 침대위에 책상과 옷장을 올리지 않듯이 온돌방의 본래 정서는 텅빈 바닥을 가진 작은 방이다. 작은 방에는 꼭 필요한 것만 넣지 않으면 안된다. 안그러면 정신 사나우니까. 그런데 한국의 전통집이란 작은 방 작은 마루 다시 작은 방 하는 식으로 작은 공간들이 계속 이어붙어져 있는 집이었던 것이다. 




서양의 것이 멋져 보인다고 하기 전에 우리는 기능을 생각하고 생활을 생각해야 한다. 서양것이니 동양것이니 구분하자는 것이 아니라 겉을 대충 흉내내어 실속은 없는 일이 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이들방이 쑥대밭이 되어 있는 경우는 아주 많다. 그게 혹시 공간분리를 안해줬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방에서 공부는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거실의 한쪽 끝에 티브이를 놓고 다른 쪽 끝에 소파를 놓는건 다들 하는 짓이지만 왜 그럴까? 그게 티브이와 소파간의 적정거리인지 생각해 본적이 있는가? 최근에 자기집을 북유럽풍으로 꾸몄다는 한 사람의 책을 보고서 우리 부부는 입맛이 썼다. 공사를 하는 정보가 들어 있는 재미있는 책이기는 했지만 아이를 키워보고 수납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고민해 본 우리에게는 그 인테리어가 설득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집안 인테리어의 핵심중 핵심은 수납일 수 밖에 없다. 집이 대궐처럼 넓은 사람의 고민은 보통사람의 고민이 아니다. 짐도 아이도 없이 30평아파트에 사는 사람의 고민도 고민은 고민이겠지만 말하자면 그건 아주 풀기 쉬운 문제랄까. 보통 사람들의 고민은 그보다 풀기 어렵다. 그것의 중요한 부분이 수납이며 그것이 해결안되면 비싼 가구를 가져다 놓아봐야 쓰레기통처럼 된다. 


우리는 필요한만큼씩 공간을 잘라야 한다. 그럴때 재미있고 다양한 용도를 가진 집이 된다. 왜냐면 막연한 생각으로 집의 공간을 쓰고 있는게 아니라 한조각 한조각 용도를 고민해서 집을 쓰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 여러가지 가벽을 활용하는 것이 꼭 필요할 것이다. 벽의 한쪽 끝에서 공간을 차지하면 먹어들어오는 거대한 장롱같은 것은 그다지 매력적이 아니다. 그것은 공간의 낭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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