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와 글쓰기/책 이야기

사이먼 싱의 페르마의 마지막정리를 읽고

by 격암(강국진) 2016. 8. 20.

16.8.20

17세기의 아마추어 수학자 페르마는 자신의 증명을 책의 여백에 적고는 했다. 그런데 그가 한번은 페르마의 정리라고 불리게 되는 정리를 남기고는 자신은 이것을 증명할 기막힌 방법이 있지만 여백이 작아서 여기 쓰지 못한다는 말만 남겼다. 그후 페르마의 정리는 1995년 앤드루 와일즈에 의해 증명되기까지 수백년동안 풀리지 않는 난제로 남게 된다. 

사이먼 싱의 이 책은 페르마의 정리가 어떻게 세상에 소개되었으며 누가 이 정리를 풀려고 했고 결국 최종적으로 앤드루 와일즈가 이 정리를 어떻게 증명했는가를 소개하고 있다. 그렇게 하는 가운데 현대 수학이 겪은 위기며 현대 수학의 풍경을 보여주는 책이다. 딱딱한 이야기를 방대한 자료조사와 재미있는 문제풀이와 함께 나열했기 때문에 매우 잘 쓴 책이며 나는 이 책을 아주 즐겁게 읽었다. 나는 이 책을 적극 추천하며 따라서 간단히라도 이 책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 

 

하지만 이 책이 참으로 흥미롭고 좋은 책이라는 것을 전제하면 나는 이 책을 내가 10대에 읽었다면 훨씬 더 좋아했을 거라고 생각했었던 것을 말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 이유가 뭘까 하고 생각해 봤는데 이 책은 미래지향적이지는 못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즉 이 책을 읽고 수학자가 되겠다고 꿈에 불타기에는 나는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린 것이다. 

 

많은 학문이 그렇듯이 수학도 오늘날 괴상한 상황에 빠져 있다. 그것은 점점 더 중요해지는 동시에 점점 더 사소해져 보이게 변한 것이다. 한 때 수학자들은 그들이 발견하는 것이 진리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자동차를 빨리 달리게 만든다거나 컴퓨터 통신을 더 빠르게 만드는 도구가 아니라 이 우주와 인생의 의미에 대해 가장 중요한 뭔가를 가르쳐 줄 어떤 것을 말했다. 

 

그런데 오늘날 수학자들은 그런 자부심은 가지고 있지 않다. 그리고 그런 자부심없이 순수한 호기심만으로 수학자가 되는 것은 참 쉽지 않은 일이다.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무엇보다 이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쉽지 않을 것을 해볼만한 것으로 느끼게 만드는 것이 바로 가치관인데 수학의 가치관이 현재는 무너져 있달까. 

 

그러는 가운데에도 수학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기만 하는 것같다. 그러므로 과연 젊은이들에게 수학분야에 뛰어들라고 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세상에는 더 소중한 것이 있을터이니 이렇게 가망성이 적은 분야에 뛰어들어서 복권당첨을 기다리는 일은 하지 말라고 해야 하는 것인지 애매하다. 답은 분명 자기 마음 가는대로가 되야할 것이다. 

 

책을 읽고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어떻게 증명하는지를 알아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수학계의 일면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나는 만족스럽게 읽었고 다시한번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