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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세력이 없는 정권은 미래가 없다.

by 격암(강국진) 2017. 5. 17.

돌아보면 노무현의 참여정부는 기묘한 정권이었고 그것은 바로 그 정권이 집권세력이 없는 정권이었다는 점이다. 지지자가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지지자가 없었다면 대통령에 당선되어 정부를 맡게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단순한 지지자는 집권세력과는 다르다. 집권세력은 공유하는 가치관과 이익을 가지고 집권 세력의 철학에 따라 나라가 운영되도록 압력에 저항하고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노무현은 집권세력이 없었다. 따라서 대선이 끝나자마자 노무현은 모두의 공격의 대상이나 요구의 대상이 되었을 뿐이다. 


현실적으로 한국에 다른 세력들은 있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보수세력만 있는게 아니라, 노동계건 진보정치세력이건 언론계건 학계건 재계건 사법부의 세력이건 우리나라에는 여러 집단들이 세력이라는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다못해 의사나 약사나 선생님도 다 세력으로 존재하며 다 나름의 논리를 개발하고 있다. 그런데 그 앞에서 유일하게 세력도 없이 대통령과 정부가 서있었으니 정말 거의 온 국민이 대통령과 참여정권을 공격하는데 안간힘을 다했다. 


그 결과로 나오는 것이 의혹이 될만하지도 않은 것들이나 통상의 경우 비리로 말해지지도 않을 만한 것을 가지고 공격을 당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가장 좋은 예에는 탄핵과 수도이전문제가 있었을 것이다. 노무현은 촛불집회가 있고서도 겨우 탄핵을 면했다. 하지만 정말 노무현을 탄핵결의할 정당한 이유가 있었을까? 그런 식이라면 이명박 박근혜는 왜 탄핵당하지 않았는가. 수도이전문제도 그렇다. 관습헌법이라는 초유의 논리가 등장한 것은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될 판결이었다. 


과거가 이미 오래전의 일이었다면 우리는 요즘의 언론이 문재인 정권에 대해서 말하는 것을 봐도 이에 대한  예들을 찾을 수 있다. 요즘 이낙연총리후보가 재산문제에 대해서 검증을 받고 있는데 언론들이 핵심쟁점중의 하나라고 말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상속토지의 누락이다. 이에 대한 해명도 거짓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만 들으면 무슨 대단한 일이 있나 싶지만 이 토지는 565평규모의 전남에 있는 농지로 현재 공시지가 1465만원가치의 토지다. 오백평이 넘는데 공시지가가 천오백이 안되는 땅이면 어떤 땅일까? 어떤 사람들은 말할 것이다. 전임 정권들이 부패해 있었다고 해서 지금 총리의 부패가 용서될 수는 없다라고. 크건 작건 그게 문제가 아니라고. 정말 그런가? 이유가 뭐건 우리나라의 부패수준이란게 1465만원짜리 시골땅을 숨기는 것을 핵심적 부패로 여기는 수준인가? 일년에 세금 몇만원 내지도 않는 땅? 어떤 집은 아이가 세뱃돈 모았다는 것이 수억인 나라에서? 대부분의 기사들은 이런 세부사정은 적지도 않는다. 누군가가 그냥 마구 던지면 언론이 키우고 그러면 나중에는 반정부적인 사람들은 그냥 무슨 큰 문제라도 있었던 것으로 믿고 넘어가는 일을 반복하고 싶은 것이다. 이것이 노무현 정부때 계속 반복되었던 일이다. 하지만 이거 다 말이 안되는거 아닐까? 만약 옛날의 새누리당에서 총리후보를 내놓았는데 그 사람이 천오백만원도 안되는 땅이 재산목록에서 누락되었다고 해서 그걸 핵심쟁점 운운하면서 떠들까? 기사화되기나 할까? 오히려 나는 오죽 문제가 없었으면 이게 핵심쟁점일까 싶다. 


여기에는 상식과 기본적 믿음에 대한 실종이 있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노무현 정부와 마찬가지로 문재인 정부도 집권세력이 없는 정권이라는 판단을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다는 현실이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노무현 정권이 그랬듯이 문재인 정권도 무슨 짓을 해도 그냥 당하고만 있을거라는 것이다. 대통령을 노씨라고 부르건 국회에서 망신을 주건 별 시답잖은 이유로 모든 일들을 방해하건 이 정권은 아무 것도 못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레이저 쏘면서 기억해 두었다가 꼭 보복하고야 마는 박근혜와는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집권세력없는 정권이란 고아나 마찬가지니 빽없는 고아는 어찌해도 뒤탈이 없을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때려서 혹시 통하면 이득이고 안통해도 손해볼 것없다면 패는게 국민스포츠가 되는게 당연하지 않은가?


이제까지 쓴 집권세력에 대한 지적을 이쪽 편과 저쪽 편을 다르게 보는 패거리 논리에 대한 옹호로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옳다. 이것은 분명 패거리 논리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세상에 세력이 가득하고 자신들은 그 세력을 바탕으로 정부에 압력을 행사하면서 정부는 집권세력을 가져서는 안된다고 말하는 것은 합리적일까? 이것이 합리적으로 보이는 사람은 현정부의 뻔한 실패를 원하는 사람뿐일 것이다. 세력이 없이 결국 휘둘리다가 아무 일도 할 수 없어지면 실망했다고 말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옛날에 노무현을 지지하던 사람들은 노빠로 불렸다. 나는 이런 행위를 빨갱이 딱지 붙이기와 같은 것으로 본다. 빠라는 말을 붙임으로써 집권세력의 형성을 막는 것이다. 반정부 시위하면 전부 다 빨갱이 공산주의자라고 부르는 것도 바로 같은 이유다. 그래서 세월호사건의 피해자가족도 빨갱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빨갱이 소리 싫컷 들었을 진보 세력도 노무현의 지지자들을 노빠로 부르는 것에는 주저함이 없었으며 지금도 문재인 패권이니 문빠니 하고 떠들고 있다. 오죽했으면 유시민이 나는 진짜로 공평한 비판을 하겠다고 말하면서 그 말미에 어용언론인이 되겠다고 했겠는가. 왜냐면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말할 것을 미리 알고 있기 때문이고 이는 바로 현정부도 집권세력이 없기 때문이다. 빠소리 듣고 어용소리들어도 지킬 것은 지키겠다는 것이다. 


집권세력이라는 단어를 가볍게 봐서는 안된다. 그것은 그저 한무리의 사람들이 아니라 조선을 세운 사대부들처럼 나름의 논리와 역사관을 갖춘 사람들의 집단이어야 한다. 그리고 세종대왕에게 집현전이 있었고 사대부들이 서원을 통해서 새로운 사대부를 길러내었듯이 새로운 시민들을 키워내는 노력도 행해져야 한다. 문화적 중심을 이룰 곳도 필요하다. 새로운 집권세력을 위한 언론과 방송과 문학과 영화가 필요하다. 이것이 어떤 문화인지 그 핵심을 말할 수 있는 사상가와 철학자도 필요하고 지식인도 필요하지만 그것을 온 나라에 퍼뜨릴 행동가도 필요하다. 이것은 어떤 개인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김대중-노무현-문재인으로 이어지는 정부에 대한 지지이며 그들이 공유하는 합리성과 가치에 대한 지지이다.  노무현 정부가 하지 못했던 것은 바로 이것이다. 그래서 노무현정권은 이명박 정권을 탄생시킨 것이다. 현정부가 성공하려면 그리고 이 민주정권이 계속되려면 이런 집권세력의 탄생이 꼭 필요하다. 


민주당은 자연스럽게 이런 운동의 중심역할을 하고 싶어할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적어도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오늘날 정당이라는 틀은 지나치게 거추장스러운 면이 있다. 게다가 과연 민주당의 문화가 철학적 문화적 지도자의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만한 어떤 선진성이 있는가에 대해 나는 확신하지 못한다. 시민으로부터 배워야 하는 쪽은 오히려 그쪽일지 모른다. 비슷한 이유로 노무현 재단에도 기대를 할 수 있지만 그 역량이 충분치 않을 것이다.  그 역량으로 충분했다면 진작에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집권세력을 만든다는 것은 당연히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그래도 상당히 높은 기대는 하고 있다. 무엇보다 민주정부 10년과 이명박 박근혜를 거치면서 지금 뭐가 문제인지를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또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노무현이란 누구였던가라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것도 희망의 한 이유다. 여기서 말하는 노무현이란 개인으로서의 노무현이기전에 새로운 집권세력의 영혼이 될 상징으로서의 노무현이며 따라서 노무현이란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어떤 의미로 집권세력의 영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이 질문에 대해 어떤 사람은 말한다. 사람이 먼저다. 그렇다. 바로 이렇게 나오는 답이 철학적 중심이다. 사람사는 세상을 말하고 깨어있는 시민의 연대를 말했던 노무현은 무색무취한 말을 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그것에 대해 깊게 고민하고 철학을 가진 시민들의 연대를 촉구하는 것이며 바로 그런 시민의 연대가 이 나라의 집권세력으로서 정치를 이어가기를 바란 것이다. 이 나라에는 이 나라의 진정한 주인으로서 주인의식을 가진 집권세력이 필요하다. 국방은 외국에 맡기고 전쟁나면 도망가기 바쁠 것같은 사람들이 아니라 말이다. 나는 그렇게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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