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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아집

by 격암(강국진) 2017. 7. 10.

지금의 한국은 후련하면서도 답답하다. 이제 다른 나라에 부끄럽지 않고 당당할 수 있는 나라가 되었다는 생각이 드는가 하면 온갖 적폐세력들이 한국의 발목을 잡고서 과거로 돌아가자고 안간힘을 다한다. 그들은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이제 새로운 게임을 할 자세가 없다. 그저 화려했던 그들의 과거만 곱씹는다. 


그런 사람들중의 1등은 박근혜다. 따지고 보면 지금 정국의 상당부분은 박근혜가 만들어 냈다고도 말할 수도 있다. 박근혜가 탄핵이 시작하기 전에 사과하고 자진 사퇴하고 역사속으로 잊혀지는 것을 택했으면 나는 이번 대선도 반드시 문재인이 이길지 어쩔지 몰랐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박근혜는 끝까지 나는 한 점의 잘못도 없다는 것을 주장하면서 오히려 대다수 국민들을 비웃었다. 사기다 기획이다 운운하면서 깔깔거리는 모습이나 계속 보여줬으며 그러는 가운데 최순실 일가의 행태가 계속 파헤쳐졌으니 국민들의 분노가 끝없이 올라간 것이다. 문재인당선의 1등공신은 박근혜다. 


박근혜의 이런  아집은 정도가 심해도 너무 심하다. 지금 이순간만해도 그렇다. 언론은 연일 박근혜측의 전술은 재판지연이라고 말하고 있다. 10월까지 판결이 나지 않으면 박근혜는 불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기 때문에 그것을 노린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전략이야 말로 정말 어리석기가 짝이 없는 것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감정적인 것을 제외하고 나면 결국 이나라가 상식적인 국가가 되기를 원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저 일상으로 돌아가 평온하게 살고 싶어한다. 그 상식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서는 물론 개인간의 의견차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이 나라를 보면 박근혜가 그 상식싸움에서 진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있다.  여론도 나쁘고 증거도 쌓여있다. 게다가 박근혜가 그것을 인정하고 처벌을 받아들이고 자신을 이제 과거로 잊혀지게 만들면 한국 사회도 편해질 뿐만 아니라 본인도 편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박근혜는 포기하지 않는다. 그녀는 마치 무슨 인권운동이나 민주화운동하는 양심수처럼 행동한다. 이 목숨 다해도 투쟁을 계속하겠다는 식이다. 그 투쟁의 결과 우리나라가 다시 과거로 돌아갈 가능성이 하나도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미래는 모르는 것이니까 말이다. 그러나 그런 모든 것을 거는 투쟁은 박근혜 개인의 인생보다도 훨씬 더 큰 것을 투쟁의 판위에 올라가게 만든다. 예를 들어 이미 박근혜는 박정희 신화의 상당부분을 파괴했으며 자신이 속한 정당인 새누리당 혹은 그 후예인 보수정당들에 치명상을 입혔고 지금도 그걸 계속하고 있는 중이다. 삼성도 박근혜라는 태풍에 휘말려 추락하고 있는 중이다. 박근혜가 일으킨 국민의 분노가 태풍처럼 커졌기 때문이다. 아마 보수세력중에는 박근혜가 죽어줬으면 하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10월에 박근혜가 풀려나면 정국은 다시 탄핵정국때처럼 되기 쉽다. 다시 말해 약간의 불꽃만 있어도 촛불집회가 다시 시작될지 모른다. 사실 국민정서를 생각하면 박근혜와 최순실 그리고 그 일당들에게 내려질 선고는 높은 확률로 불만족스러운 것이 되기 쉽다. 나중에 감형도 가능할 수 있다는 점과 최순실 일당이 숨겨놓은 재산이 어마어마하다는 추정이 가능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최순실이나 박근혜가 5년이나 10년형쯤 선고받을 때 국민들이 속시원하다고 만족할까? 나라가 초토화되도록 난리를 친 사람들인데 무슨 단순폭행사건하고 비슷한 정도인가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하물며 10월에 박근혜를 풀어놓고 국민감정이 악화된 가운데 판결이 나오면 그 판결은 더더욱 불만족스러운 것이 되기 쉽다. 상황이 이런대도 시간끌고 불구속 재판을 유도하는 것이 과연 본인에게는 유리할까? 나빠진 국민여론은 희생자를 찾을 것이다. 보수정당의 선거패배로 징벌을 내릴지, 삼성같은 대기업을 더 강하게 두들겨 패는 것으로 징벌을 내릴지, 지금의 정권에게 더 강력한 적폐청산을 요구할지 그게 뭔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런 일들이 일어날 것이다. 이게 본인에게는 유리한 일이란 말인가?


아마도 박근혜는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 박근혜가 신뢰하는 그녀의 근처에 있는 사람들도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광신도와 비슷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면 그럴 수록 비극은 더 커지기만 할 것이니 보는 사람은 안타깝고 지치고 화가 난다. 박근혜 태풍은 어쩌면 이명박에게까지 이를 수 있다. 그녀는 끝없이 적폐청산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상징이 되었다. 


사실 문재인을 지지했던 대다수의 국민들은 나라가 이제 평안하다면 정치따위는 잊어버리고 자기 생활에 파묻히고 싶어할 것이다. 그러는 가운데 언론들과 정치세력들 그리고 재벌들은 또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다. 팟캐스트같은 방송들도 이제 선거철이 끝났으니 인기가 줄어들기 쉬울 것이다. 그런데 적폐세력들은 스스로 그런 일이 일어나지 못하게 한다. 그들은 마치 대선불복세력처럼 굴고 있다. 그런 흐름의 얼굴역할을 하는  상징이 바로 박근혜다. 그녀는 오늘도 역사속으로 흘러가기를 거부하고 있다. 우리는 덕분에 마치 끝나지 않는 대선을 치루고 있는 것같이 느끼게 된다. 


박근혜-최순실 환란은 끝나지 않았다. 그렇기는 커녕 2차 촛불정국이 일어날 가능성도 매우 크다고 느껴진다. 박근혜는 자신이 한 일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야당들은 정치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 어리석게도 그들은 자꾸 극한대립을 하는 쪽이 이득일거라는 생각에 빠진다. 극한대립이란 더 많은 것을 판위에 올리고 하는 도박이다. 촛불로 자심감을 얻었고 80%가 국정수행을 지지하는 정권에게 계속 극한투쟁을 지속해서 과연 그들은 기적적인 승리를 거둘까 아니면 괴멸의 길을 갈까? 박근혜식의 어리석은 아집은 끝나지 않고 계속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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