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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을 제대로 안다고?

by 격암(강국진) 2017. 7. 30.

아침에 이리저리 웹서핑을 하다보니 경제학에 대해서 10권의 추천도서를 올리는 사람을 발견했다. 이미 수천명이 읽은 인기글이었는데 나같이 경제에 대해 더 잘 알고 싶은 사람이 세상에는 많은가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글의 서두에 나오는 내용을 읽고 나는 그 글에 대한 신뢰를 상당부분 거둬들였다. 그 이유는 거기서 나는 전문가의 오만을 어설프게 느꼈기 때문이다. 그것뿐이면 상관없겠는데 그 글을 수천명이 본다는 사실이 나를 찜찜하게 했다. 세상사람들이 저런 태도를 배워서는 안되는데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는 스스로 자신이 경제학 전문가가 아니라 얼치기라고 말한다. 경제학을 스스로 공부했다는 것이다. 10권의 추천도서를 말할 수 있으려면 경제학 책을 백권은 읽어야 하지 않을까? 경제학 책을 100권을 읽었다면 그 사람은 경제학 전문가거나 적어도 경제학 오타쿠쯤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경제학을 독학했다고 고백하면서도 그는 스스로 이렇게 말한다. 공부를 혼자하다보면 한번 오해가 생기면 그걸 풀기가 어렵다. 공부를 제대로  하려면 고등학교 경제부터 시작해서 대학교 경제학 기본 교재를 보고 그 안의 연습문제도 상당히 풀어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사실 그는 스스로를 부정하는 말부터 시작하고 있다. 


나는 이걸 내 전공분야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나는 물리학 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다. 그러니 나는 어느정도 스스로를 물리에 관한 전문가라고는 부를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대단한 사람이라고 자랑하려는게 절대 아니다. 다만 세상 사람들 모두가 물리학분야를 전공하고 그 분야나 그 분야와 관련된 분야에서 2-30년씩 공부하는 것은 아니니 이정도면 물리학에 대해서 조금은 전문가인체해도 되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런 내 관점에서 말했을 때 과연 그가 말하는 것에는 일리가 있다. 물리학을 제대로 알려면 고등학교 물리부터 시작해서 대학교 물리교재를 보고 그 안의 연습문제도 풀어보는 정도는 해야 한다. 솔직히 말하면 학부 물리학 교재 읽고 그 안의 연습문제좀 풀어봤다고 어디서 나는 물리가 뭔지 안다고 스스로 말하는 사람도 진짜 물리학 전공자나 박사학위 소지자들에게는 약간 가소로운 면이 있다. 대학원 공부에 연구 생활도 하고 강의도 하면서 물리를 오랜간 접한 사람들에게 그정도의 공부는 시작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있을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대학원에 다닐 무렵 나는 세상에는 아직도 제대로 전공도 하지 않고 집에서 책만 읽어서 물리를 공부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이 가끔 아인쉬타인의 상대성이론은 틀렸다는 편지를 대학에 보낸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물리학 전공자는 그들을 상대하지 않는다. 전문가적인 토론은 전문가적인 훈련을 받은 경우에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는 그런 편지를 궁금해서 읽어 본적이 있는데 몇줄 안지나서 기본적인 개념이 물리학과에서 말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도 나를 포함해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가진 사람이 물리학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전공자처럼 공부해야 한다고 말하는 일은 별로 없다. 그건 어느정도 전문가의 오만이기 때문이다. 그건 위에서 말한 정도의 경력을 쌓지 않은 사람은 물리가 뭔지 안다고 말할 자격도 없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그러니 철학박사건 생물학박사건 법학박사건 어디서 물리 운운하려면 입닥치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진짜 배운 사람은 겸손하다. 자기가 어느 봉우리를 올랐다고 해도 그리고 그 봉우리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해도 그게 작은 봉우리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기에 다른 붕우리에서 말하는 관점도 나름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엔 경제학에 대해서는 전문가의 오만을 말하는 것은 훨씬 더 말이 안된다. 현대에 들어와 물리학을 학위도 없이 발전시키는 사람은 내가 들어본 적이 없고 설사 있다고 해도 그건 정말 드물고도 드문 경우다. 게다가 물리학은 양자역학이나 상대성이론이 나오기는 했지만 그 기본적 내용이 지난 몇백년간에 누적되어 발전되어 왔다. 다시 말해 뉴튼의 연구도 현대에는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미사일이나 우주선 쏘면서 쉬뢰딩거 방정식 풀지 않는다. 


하지만 세계 경제를 뒤흔들 정도로 영향을 미친 사업가 중에 경제학 전공을 한 사람은 얼마나 되는가? 다시 말해 세계 경제는 경제 비전공자들의 손에서 주로 좌지우지 되어 왔다. 게다가 경제학자들이 실제로 사업을 성공시키거나 공공정책부분에 관여하기만 하면 그 나라를 일으켜 세울 수 있다는 주장은 미심쩍다. 자연을 연구하는 물리학자 앞에서 자연은 그냥 그대로 있다. 하지만 어떤 사회의 경제는 인간의 의지에 상당히 의존하는 것같다. 그렇기에 경제학을 우울한 학문이라고 부르는거 아닌가, 경제란 그게 뭔지가 매순간 새롭게 정의되는 분야다. 케인즈라고 해서 전자상거래에 대해 뭘 알았겠는가. 우리는 여전히 뉴튼방정식을 신용할 수 있다. 하지만 과연 케인즈의 관점에 대해서 현대인들이 같은 말을 할 수 있을까? 거기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러니 누적된 지식으로서 물리학과 경제학은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뉴튼 방정식도 모르면서 물리학자 운운하는 것은 말도 안되지만 케인즈 모른다고 경제학자가 되는 것이 반드시 불가능한지 나는 잘 모르겠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어떤 관점에서는 경제학은 아직 학문이 아닐지도 모른다. 심리학은 오랜간 철학같았고 과연 그 안에 우리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존재하는 법칙이 있는가에 대해 자신을 가질 수 없었다. 최근에 들어와 뇌과학이 발달하기전에 프로이트가 말한 이드같은 개념은 워낙 세상에 알려져서 과학적 개념같지만 사실 그게 뭔지 과학자들은 이제 알 수가 없다. 과학자들이 돌아보면 그건 마치 철학자들이나 시인 혹은 무당의 신비한 관념처럼 들린다. 경제학은 이와 얼마나 다를까? 백년뒤 지금의 경제학은 얼마나 가치가 있을까? 그때 뒤돌아보았을 때 지금의 경제학이란 마치 무당의 신내림같은 것처럼 보이지 말라는 법이 있는가? 


이런 상황에서 경제학에 대해 말하려면 고등학교 교과서 부터 읽고 대학교 경제학 교재 연습문제부터 풀어야 한다는 말이 말이 되는가? 내가 말한 그 사람은 집에서 스스로 경제학 공부를 했다고 하지만 실제로 경제학을 전공한 사람도 한국에는 많다.  경제학과 사회정책간의 거리는 물리학과 사회정책간의 거리보다 훨씬 가깝다. 그러니까 경제학에 대해 말하려면 이정도 공부는 해야지라는 식으로 자격론을 세우기 시작하면 상당히 위험하다. 결국 경제는 경제학 전공하신 그분들이나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니 개념이 불명확한 비전공자들은 그냥 집에 가서 연습문제 풀이나 하라는 말이 되기 쉬운 것이다. 


그러므로 경제학같은 사회적 정책에 관련된 학문을 하는 사람들은 지극히 겸손해야 한다. 누구나 겸손해야 하지만 그들은 더 그렇다. 물리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이 지구상에 정말 얼마 안되는 천재들 외에는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경제학을 그런 지식으로 생각하는 것자체가 큰 오류다. 경제는 사회적 현상이고 인간의 의지의 산물이기도 하다. 경제학 공부를 전문가적 오만에서 시작한다는 것 자체가 공부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증거다. 결국 그런 사람은 인간의 의지나 전에 없는 새로운 사회적 현상에는 무지해지고 기존의 개념에 매몰되어 세상을 바라보게 되기 때문이다. 부동산 공부 책 몇권읽고 자신이 장관하면 한국의 부동산 문제 단숨에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처럼 되는 것이다. 그게 경제학을 제대로 아는 것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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