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비트코인이야기가 워낙 뜨겁다. 비트코인에 대해서 정부가 강력한 규제를 하려다가 반발이 생겨서 뒤로 물러서는 모양을 보이기도 한다. 현재 비트코인의 시장규모도 5백조가 넘는다는 말이 있는데 그것도 물론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고등학생들도 비트코인에 뛰어들정도로 비트코인 투자가 뜨겁다.
그런데 과연 비트코인은 사기일까. 비트코인은 사기가 아니다. 투기와 도박이 비트코인 시장에 없냐고 하면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 부동산과 주식시장도 다 사기라고 해야 한다. 사실 어떤 면에서는 부동산이나 주식사장이 더 사기다. 왜냐면 어떤 시장이 사기냐 아니냐를 따질 때 중요한 것은 그 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공평한 위치에서 시장에 참여하는가가 핵심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적어도 한국시장에 대해서 말할 때 부동산과 주식시장이 언제나 그렇게 공평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거대 건설사와 재벌들과 증권사들과 국가가 그 시장에서 돈을 쉽게 번다. 개미투자자들은 항상 아주 불리한 입장에 있다. 요즘 재벌들이 돈을 세습하는 모습이나 다스가 돈을 버는 모습을 보라. 그게 사기가 아니면 뭔가.
반면에 비트코인은 투자자들이 모두 수학적인 지위를 가진다. 다시 말해서 누군가가 불투명하게 일을 하지 못한다. 수학과 네트웍이 위조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이 사기라고 하는 사람은 부동산과 주식과는 달리 비트코인은 실체가 없으므로 사기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같다. 그러나 부동산과 주식이라고 해서 그 실체가 확실하다는 생각도 한계가 있고 비트코인이 하는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도 확실한 것은 아니다.
부동산이건 주식이건 지금의 시장가격이 정말 그것의 사용가치만을 반영하는가?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에게는 그래서 아무리 가격이 출렁이고 올라도 거품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거품은 존재하고 오히려 그 가치의 상당부분은 추상적이다. 한국에서 부동산과 주식은 그냥 화폐의 역할을 한다. 그것은 말하자면 1억짜리 혹은 10억짜리 수표나 마찬가지다. 거래하기 쉬운 표준적 모양의 아파트가 인기가 있지만 다양한 모습을 가질 수 있는 단독주택이 인기가 없는 것은 이래서다. 수표나 지폐가 어떤 가치를 가지는 것은 그냥 사람들이 그렇게 믿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부동산과 주식의 가치도 상당부분 그렇다. 실질적 사용가치는 적어도 엄청나게 부풀려 있다.
이렇게 보면 부동산도 주식도 허공에서 돈을 만드는 마법을 행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삼성주식이 주당 천만원이라고 믿으면 삼성주식은 주당천만원짜리 화폐가 된다. 누군가가 현찰을 주고 천만원짜리 삼성주식을 사면 세상에는 또 다른 천만원이 생기게 된다. 즉 실질적으로 시중 통화량이 증가하는 것이다. 부동산과 주식시장의 호황은 시중에 돈이 흔하게 만들고 특히 앞에서 말한 것처럼 특정 계층이 더 부자가 되게 해준다.
이런 의미에서 나는 요즘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것도 가상화폐 열풍의 결과가 아닌가 의심한다. 가상화폐가 시중의 실질 통화량을 증가시켜서 결국 부동산 시장까지 활황세로 만든 것이 아닌가 생각하는 것이다.
비트코인이 하는 일이 없는가? 있다. 나는 비트 코인 투자를 하지 않는다. 위험하다고 생각해서다. 사기가 아니라도 위험은 하다. 가상화폐의 물결은 피할 수 없다고 믿지만 비트코인이 영원할지는 모르겠다. 그걸 전제로 말하자면 비트코인은 오히려 우리 시대의 문제점을 정확히 때리고 있는 기술이다.
이 세상에는 사실 비트코인이 아니더라도 가상화폐가 있다. 그것은 바로 정이라는 이름의 가상화폐다. 당신이 집안을 하고 부모님을 돕고 친구를 도울 때 이 가상화폐는 작동한다. 가정이나 친구들 사이에서 돈을 받지 않고 서로를 도울 때 그걸 경제적으로 보면 지역화폐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가 가정을 포함한 공동체를 파괴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한가지 이유는 모두 세상을 정부가 발행하는 돈의 기준으로 보는 경향이 있어서다.
어떤 전업주부가 집에서 일을 하면 그녀는 그저 소비생활을 하는 것이고 생산이 없는 것으로 경제통계에 잡힌다. 자식에게 밥을 해주고 옷을 수선해 준 것은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녀가 가게를 차려서 타인에게 돈을 받으면서 정확히 똑같은 일을 해주면 그녀는 사업가가 되고 그녀의 노동은 경제적 가치가 큰 것으로 여겨진다. 누군가가 사업을 하고 직장을 가지는 것에 대해 나는 반대하지 않지만 그것이 어떤 삐뚤어진 평가방식 때문이라면 문제다. 그런 행동을 통해서 오히려 삶의 질과 안정성이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정과 지역공동체를 파괴하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는 지적은 요즘은 너무나 흔하다. 개발이라는 이름아래 어떤 동네를 파괴하면 지역공동체가 파괴되고 거기에 사는 사람들은 위험해 질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이 모든 것을 공식적 화폐의 입장에서만 보기 때문이다. 정이나 지역공동체의 경제적 가치에 눈이 멀어있었기 때문이다. 돈이라면 가족이라도 팔아먹는 것이 이득이라고 경제학 계산이 가르쳐 주고 있는 것같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
새로운 시대의 기술은 이제 새로운 신용거래를 거능하게 한다. 마치 뉴욕에 친구가 있어서 내 집을 공짜로 쓰는 대신 나는 네 집을 공짜로 쓰겠다는 방식의 삶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우버택시가 그렇고 에어비앤비가 그렇다. 이것은 기존의 택시산업과 호텔산업과 물론 충돌한다. 그들은 우버택시나 에어비앤비를 기존 규제에 집어넣으려고 한다. 세상이 변하는 과도기에서는 정답이 없다. 급격한 변화는 사람들에게 치명적인 해를 끼칠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래는 어느쪽에 있을까? 언제까지 규제만 할 수 있을까? 또 계속 그렇게 하는 것이 정말 사회에 도움이 될까? 그것은 마치 축음기가 시대에 뒤진 기술이 되었는데도 축음기 장사가 망하는 것은 시장경제에 악영향이므로 축음기를 계속 쓰라고 압력을 넣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더 좋은 예는 아마도 스마트폰이었을 것이다. 세계가 아이폰을 쓰는데 우리나라만 장벽을 세워서 이런 저런 핑게로 스마트폰을 늦게 쓰게 하는 것이 과연 한국에 좋은 일이었을까?
비트코인같은 가상화폐는 새로운 시대가 가능하게 한 신용거래의 핵심이다. 우리는 비트코인을 맹공격해서 그것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고 장기적으로 봐서 의미가 있는 것인지는 생각해 봐야 한다. 옹호론자도 많겠지만 오늘날 각국이 발행하는 화폐가 가지는 문제도 많다. 달러나 원은 믿어라 가상화폐는 사기다라는 말이 과연 10년후에도 설득력이 있을까? 국가가 통화기능을 포기할리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그것이 국가를 위기에 빠뜨린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도 거기에 동의한다. 하지만 인터넷이 국가에 위험하다고 인터넷을 규제하는 중국과 그 생각이 뭐가 다른가. 비트코인은 사기가 아니다. 나는 위험하지 않다고 말하지는 않으며 최종적으로 비트코인말고 다른 가상화폐가 비트코인을 폭락시킬지도 모른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비트코인은 사기가 아니라 새시대의 기술이 가능하게 만든 미래의 핵심이라고 봐야 한다. 국가도 적절한 수준에서 양보가 필요하다.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미래를 죽이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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