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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과 위험한 한국

by 격암(강국진) 2018. 2. 20.

요즘 GM의 행태에 대해 비난하는 뉴스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는 한국 GM과 해결책을 도출하려고 노력해야 하겠지만 아마도 사람들이 만족하는 답은 나오지 않을것입니다. 문제는 사실 GM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근원적 문제는 우리나라의 대마불사의 현실입니다. 결국 GM문제보다 이재용 재판이 훨씬 더 중요한 것입니다. 





거대한 회사들은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개인들은 감당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습니다. GM은 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장사꾼이라는 점에서는 동네 슈퍼와 마찬가지이지만 정부에게 돈을 달라고 협상을 합니다. 이 정도가 되면 이제 시장논리로 움직이는 단계를 훨씬 넘어선 것입니다. 사실 한국 GM이 과연 경쟁력이 있는가 없는가 하는 논의를 들어 봐도 이 점은 아주 분명합니다. 한국 GM은 제품 개발을 어떻게 하는지, 회사가 필요한 자금을 어떻게 구하는 지, 어떤 모델을 만들 것인지에 따라서 아주 경쟁력있는 회사가 될 수도 있고 적자만 보는 회사일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쉐보레 자동차가 잘팔리냐 안팔리냐와는 굉장히 약한 연결고리만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 거대한 회사는 지자체나 국가 그 자체와 대화하고 협상해야 하는, 뒤집어 말하면 지역 공동체나 국가 공동체가 견제를 해야만 하는 존재입니다. 그렇지 못하면 시장내의 참가자라기보다는 시장 그 자체를 파괴하고 왜곡하는 반칙 선수가 되고 맙니다. 선수가 심판보다 힘이 세서 반칙을 하고도 이건 반칙이 아니라고 우기면 그냥 반칙이 아닌 것이 되는 상황이 되는 겁니다. 그러면 제대로 게임이 이뤄질리가 없겠지요. 사기업이 수돗물을 독점해서 비싼 값으로 팔아도 되는 세상이라면 시장논리 운운은 헛소리가 되고 말 것입니다. 


우리는 GM의 행동에 분노하지만 사실 한국은 전세계에서 보기 드문 아주 이상한 나라이며 그래서 그만큼 아주 위험한 상태에 있습니다. 한국은 거대한 회사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삼성과 현대는 분명 세계적 기업이죠. 그런데 그 재벌을 사회적 권력이 견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려는 시도를 좌절시키고 사회적 권력을 무력화시켜왔기 때문에 체질이 대마불사 즉 가장 강한자는 결코 망하지 않는 사회로 굳어졌습니다. 재벌은 시장논리와 법 위에 있습니다. 심지어 국민여론보다도 더 위에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은 나쁜 것이지만 그 자체로는 위기랄 수 없습니다. 이러한 현실은 그저 한국이 재벌세력에 의해 지배받고 있다는 뜻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삼성집안이 북한의 김일성일가처럼 남한을 지배하는 상황이라는 겁니다. 세습도 똑같이 하지요. 거대 주식회사가 혈연에 따라 세습하는 일은 한국에서만 가능한 기이한 일입니다. 


이것이 나쁜 것이지만 위기가 아니라고 말하는 이유는 한가지 사실을 더해서 제가 말하고 싶은 진짜 위기를 소개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한국은 열린 사회이며 이 세상에 대마 즉 큰 손은 결코 삼성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GM을 보십시요. GM이 삼성보다 크냐 작냐를 따지기 전에 GM은 미국회사로 트럼프 행정부같은 곳을 뒤에 가지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GM을 처벌하고 GM을 한국의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 취급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분명합니다. 트럼프는 당연히 삼성이 처벌받지 않는다면 GM도 처벌받지 않아야 공평하다고 생각할 테니까요. 우리 기업이 중국에 진출해도 우리는 그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불공평한 경쟁이라고 생각하겠죠. 


재벌이 지배하는 사회 즉 재벌이 특혜를 받고 살아가는 사회가 유지될 수 있는 기본 조건은 뒤집어 말하면 재벌이 아닌 중소기업이나 월급쟁이들이나 자영업자들이 그런 특혜를 누릴 수 없도록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나마 재벌만 반칙을 해야지 모든 사람이 다 반칙을 한다면 그 사회는 그냥 무너질 테니까요. 지금 이순간 재벌들은 국민들의 눈앞에서 불평등한 일을 저지르면서 사법부와 언론에 영향을 미쳐서 자신들에게 덤비지 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뇌물형량을 보면 1억쯤 주고 받은 사람들은 실형을 사는데 100억이상 주고 받는 사람들은 풀려나는 이상한 통계가 존재하는 것이 한국입니다. 


분하지만 그래도 이것이 정의롭지 않은 일이라는 것은 일단 제쳐둡시다. 우리나라 사회는 1등이 국가 전체를 먹여살리고 있다는 논리를 국민들에게 세뇌해 오면서 이런 현실을 정당화해왔습니다. 재벌 가문의 사람들이 재판을 받으면 번번히 국가와 사회에 공헌했다라면서 풀어주는 일을 반복했고 많은 국민들은 삼성이 망하면 아니 이건희 집안이 망하면 한국이 망하는 것으로 압니다. 이 오래된 논리와 싸우는 진흙탕에 들어가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그 진흙탕에 들어가기 전에 다른 걸 한번 보라는 겁니다. 


재벌만 특혜받는 사회가 열린 사회가 되는 순간 한국 사회는 강도들에게 활짝 열린 사회가 되고 맙니다. 국가가 힘이 쎈 기업을 제어할 수 없도록 체질을 만들어 놓고 문을 열면 어떻게 됩니까? 세상에 힘쎈 권력이 삼성과 현대뿐입니까? 다른 회사들은 한국에서는 재벌이라고 해도 세계에서 보면 대개 중소기업들에 불과합니다. 


GM은 억울할 겁니다. 한국풍토에서 GM은 오히려 한국재벌들보다 신사적이었으니까요. 이재용은 실질적으로 재산을 상속받았다고 상속세를 낸 것이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현재 그는 세계적인 부자입니다. 그런데 그 돈은 다 어디서 나왔을까요. 최근에 삼성과 관련된 비자금이 발견된 이야기가 자꾸 터져나오는데 발견된 돈들만 해도 대개 몇천억 심지어 조단위가 넘어 갑니다. 그런데 그 돈은 다 어디서 나왔을 까요. 결국 이건 전부 삼성이라는 주식회사의 돈을 빼돌린 도둑질인 겁니다. 비자금이란 결국 도둑질입니다. 


그리고 한국 재벌들에게 그 도둑질은 일상화되어서 합법과 불법도 구분하지 못하는 경지가 되었습니다. 즉 재벌회사를 지배하는 가문의 사람들은 공금과 사적 재산을 구분도 안합니다. 자기 집 인테리어하는데 회사돈을 그냥 쓰죠. 공식적인 자기 재산만 해도 조단위가 넘어가는 사람들이 그렇게 합니다. 주가기준으로는 몇퍼센트밖에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 회사를 자기 개인 재산인 것처럼 운영합니다. 그래도 그들은 처벌받지 않습니다. 


이명박은 자신이 살아남는 방법은 오직 하나 재벌이 되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래서 그렇게 열심히 돈을 모았을 겁니다. 다스가 성장하는 방식이며 다스를 우회하여 이명박의 아들인 이시형씨에게 승계시키는 과정 자체가 재벌들의 행태와 똑같습니다. 일단 재벌 수준까지 가면 우리나라에서는 법위에 군림하니까요. 그러니까 백억 이백억 뇌물받는 것으로는 불충분 한 겁니다. 조단위 이상의 재산을 모아야 하는 겁니다. 그것이 공직에 있는 사람이 일가를 동원해서 땅을 사들이고 대형공사를 벌이고 재벌회사들과 협상을 해서 돈을 모으는 일이라도 말입니다. 일단 재벌로 인정되면, 엄청난 재산을 모으면 한국에서는 면죄부를 받으니까요.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볼 때 박근혜가 탄핵당하는 일이 없었더라면 그것이 성공했을 가능성은 아주 큽니다. 


노무현 아들이나 문재인 아들에 대해 보도하던 언론들은 이명박일가가 서울시장과 대통령직을 차지하고 있는 동안 이렇게 돈을 끌어 모을 때 뭐했을까요? 노무현이나 문재인 집안에 회사라도 하나 있습니까? 시골에서 개키우고 농사짓는 사람은 아방궁에 사는 부패한 인간이라고 쫒아다니면서 이명박은 세상을 그냥 활개치고 돌아다닙니다. 한명숙에게 유죄를 준 바로 그 판사가 이재용을 풀어주는데 반응은 그저 담담합니다. 물론 힘이 없어서 그렇겠지요. 하지만 부끄러운줄 알아야 하는거 아니겠습니까. 방송에 나와서 중립인체 말하고 있는 당신들은 정말 시대를 제 정신으로 보고 있습니까?


이게 한국의 현실인데 트럼프를 뒤에 가지고 있는 GM을 처벌하려고 하면 GM이 가만히 있을까요? 한국의 법이 GM을 처벌할 수 있을까요? 차라리 한국이 너무나 가난한 나라였다면 거대한 자본들이 한국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한국은 사실 이제 부자나라입니다. 나라는 부자인데 그 부자나라는 거대한 회사들을 사회적으로 견제할 힘을 증명하고 있지 못합니다. 


그런데도 한국의 문은 열렸지요. 삼성과 현대같은 재벌회사들은 더 부자가 되고 싶은 욕심에 한국의 문을 여는 것에 동의했을 것입니다. 김대중 노무현은 문을 여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며 한국은 개혁으로 살 길을 찾을 거라고 믿었을 겁니다. 일단 한국이 열린 사회가 되면 길은 죽든지 살든지 둘 중의 하나가 됩니다. 즉 거대 자본을 사회적으로 견제할 수 있게 되던지 아니면 온 세상의 거대 자본들이 마구 몰려와서 나라를 착취하는 상황이 되는 겁니다. 


이건 동네주민들 착취하는 동네깡패가 타지역 폭력배들을 초대해서 우리 동네 주민들 니들도 좀 괴롭히라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여기는 경찰도 없어서 니들 동네처럼 조심할 필요도 없어라고 하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국가를 자기 재산 불리기 수단으로 여기던 이명박이나 어둠속에서 사람도 안만나고 최순실에게 휘둘리던 박근혜 정권밑에서 9년을 보냈습니다. 그 세월동안 재벌을 통제해 보려던 김대중 노무현 정권때 되지 않던 재벌의 승계작업이 이뤄진 것은 자연스런 일입니다. 노무현 정부때까지 국가부채는 해마다 평균 5조정도씩 늘어났는데 이명박 박근혜 때는 거의 열배씩 즉 50조씩 늘어났습니다. 이것도 공기업에 전가된 실질적 국가부채는 포함하지 않은 겁니다. 지금도 이명박때 자원투자한 걸 갚아가고 있고, 지금도 이명박때 민자로 건설한 터널이며 도로에 돈을 물어주고 있습니다. 


과거를 돌아보면 사실 만약 박근혜가 조금만 더 상식적인 인간이어서 촛불혁명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어느 정도나 한국이 위기에 처해있었을지 두렵기만 합니다. 이미 한국은 위기이지만 그나마 그 위기를 탈출할 원동력이 생긴 것은 촛불혁명으로 정권을 교체할 힘을 한국사회가 가지고 있다는 것을 세상에 보였기 때문입니다. 도둑들이 약간 주춤하게 만든 거죠. 


이런 상황에서도 이재용은 풀려났습니다. 법정은 뇌물과 부패는 합법이라고 선언합니다. 박근혜가 무너지기 시작했을 때부터 답은 분명했습니다. 촛불혁명은 결국 재벌이 지배하는 기성질서와 충돌을 피할 수 없습니다. 이 싸움을 이기지 못하면 국내 도둑은 물론이고 세계의 도둑들이 계속 한국을 착취하겠죠. 안심하고 더 많이 몰려올 것입니다. 한국이 필리핀같은 가난한 나라로 변해서 더이상 큰 먹이가 되지 못할 때까지 말입니다. GM 문제의 가장 큰 의미는 우리의 이런 현실을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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