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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 회담을 보고

by 격암(강국진) 2018. 4. 27.

4월 27일 남북 판문점 정상회담이 끝났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많은 사람들이 상상하던 것과 다르지 않았지만 매우 긍정적인 행사였다. 적어도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두번쯤은 가슴 뭉클한 순간이 있었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느낌을 가지는 것을 신파라던가 쑈에 넘어간 것이라고 매도할 필요는 없다. 감정만으로는 일이 안되지만 결국 모든 것은 감정에 따라서 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회담에 있어서 핵심적인 부분은 결국 신뢰다. 북한은 한국을 믿을 수 있을까? 중국이나 미국은 어떤가. 그것이 단순히 숫자로만 결정나는 일인가?




분단으로 인해 여러가지 피해를 받아온 한국 사람중의 하나로써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 나온 여러가지 반응들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외국인들과 한국인들의 인식의 격차였다. 미국인들이나 유럽인들같은 외국인들은 한반도 분단과 위기의 원인을 주로 남북한 두 국가의 감정싸움쯤으로 이해하는 면이 큰 것같다. 그래서 남북정상회담을 말하면 '이제 당신들이 평화롭게 살기로 합의했으니 그렇게 하세요. 싸우지 말고.'하는 식으로 이해하는 측면이 큰 것이다. 자신들의 역할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사람인 나로서 보자면 사실 한반도 위기의 더 큰 책임은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에 있고 특히 미국이나 중국같은 나라들에게 있다. 지금도 우리의 국력은 열세이지만 조선말엽이나 일제 말기에 한반도에 사는 우리에게는 국력이랄게 없었다. 그런 가운데 열강들이 자기들 입맛에 맞게 영향력을 발휘해서 오늘의 정세를 만들고 그걸 유지시켜 온 것이 아닌가. 


지금 당장만 해도 CNN같은 외신은 이번 선언은 매우 긍정적이기는 하지만 구체적인 일정같은 부분이 없는게 아쉽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핵포기를 하기 위해서 협상해야 하는 당사자는 바로 미국이다. 미국과 합의 없이 북한이 핵포기를 할 리가 없지 않은가. 그러니까 구체적인 일정이 나올 수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 


미국은 북한과 비핵화합의를 해놓고 북한을 못믿겠다면서 그 합의를 뒤집어 버린 전례가 있다. 과거에 대한 책임이 미국 혼자에게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거기에는 북한은 물론 남한과 중국같은 다른 나라의 상황도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이명박 박근혜를 당선시켜놓고 왜 한반도에 평화가 안오냐고 미국만을 원망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하지만 그래도 미국 몫의 책임은 있다. 그리고 한반도의 상황에 대해서 미국도 책임이 있다고 느낀다면 위에서 말한 저런 평가는 나올 수가 없는 것이다. 미국은 아무 죄가 없는데 북한만 혼자서 미친 짓해왔다는 식의 인식이 상당히 널리 있는 것이 바로 한반도에 평화가 오지 않는 중요한 이유다. 


혹자는 합의는 이미 이번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했으니 그것을 빨리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문재인대통령은 그 점을 인식하고 있는 것같다. 비록 대북제재 때문에 이번 합의에서는 경제적인 부분을 말하지 않았지만 종전선언과 비핵화 그리고 대북제재의 끝과 함께 빨리 한국이 북한과 경제적인 협력을 해야 할 필요를 알고 있는 것이다. 하루빨리 깨기 어려운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또 누군가가 이 판을 뒤집으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과 북한 스스로를 포함해서 말이다. 


예를 들어 중국은 북한이 한국과 가까워지는 것이 반갑지 만은 않을 것이다. 미국도 한국에 대해 그렇지만 한반도에 평화가 오면 별로 힘들이지 않으면서도 북한에게 영향력을 쓸 수 있었던 입장이 사라진다. 한국은 물론 미국의 자본이 북한에 들어갈 수 있으며 그걸 중국이 좋아할리만은 없다. 이번 정상회담 이후 중국이 환영의 뜻을 표시했지만 사실 그걸 단순하게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자유한국당 이외의 당들은 이번 회담을 성공적이라고 평가했지만 자유한국당은 이번 회담을 쑈라고 여기는 것같다. 하지만 사실 북한은 물론, 한국도 정의를 이룩할 방법은 국제적 보편 정서에 호소하는 것밖에 없다. 즉 어차피 모든 국가는 이기적이라는 식의 인식이 정말 옳다면 북한이나 우리같은 작은 나라는 우리보다 큰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같은 나라에게 모든 것을 빼앗기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비록 언제나 그것이 지켜지는 것은 아니라고 해도 세계에는 국제적 질서라는 것이 있고 그것은 일본이나 중국은 물론 미국같은 초강대국도 간단히 어길 수 없다. 그렇지 않다면 한국인이 몇사람 죽던 북한을 공격해서 초토화 시키는 것으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미국은 아무런 부담도 느낄 필요가 없을 것이다. 


확실히 이번 회담은 쑈였다. 선언은 본래 쑈다. 우리 국민에게 보여주기 위한 쑈를 넘어 세계에 보여주기 위한 쑈다. 남과 북은 친하게 평화롭게 살기로 했으니 앞으로 그 평화에 문제가 생긴다면 각자 자기 몫의 책임은 느끼면서 그걸 보라는 쑈다. 전 세계가 한반도 위기의 종결을 바라게 된다면 이때 미국이 억지를 부려서 그걸 원점으로 돌리기는 더 어려울 것이다. 한반도 위기에 우리가 무슨 책임이 있냐고 말하는 강국들의 시민들이 자신의 책임을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여러가지 어려움과 불신을 극복하고 그런 회담을 성사시키고 세계에 깊은 인상을 주는데 성공한 한국의 대통령은 물론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도 자신의 몫들을 훌룡히 해냈다. 이제 그간의 노력에 박수를 치면서 그것이 진짜 결실을 맺기를 기대하는 것이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의 태도일 것이다. 아니 인간으로서 당연한 태도랄까. 


내년 이맘때 쯤에는 길이 다시 열리고, 개성공단이 다시 돌아가고 그걸 넘어서는 교류가 있기를 바란다. 속도가 중요하다. 우물쭈물 하다가는 또 한반도의 위기를 이용해 먹는 세력들에게 당하게 될 것이다. 문재인 정권의 말엽으로 접어들 것이다. 언제까지 과거에 묶여 살 수는 없다. 언젠가 좋은 날이 온다면 한국인들은 뒤를 돌아보면서 지금의 한국인들은 참 인간답지 못하게 살았다고 말할 것이다. 감옥에 갇혀 살고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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