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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탈 것에 대한 본질

by 격암(강국진) 2018. 10. 13.

요즘 인공지능 이야기가 많다. 그러니까 사람들은 영화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네트처럼 인간처럼 자아를 가진 인공지능에 주목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런건 변화의 핵심을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인공지능은 크게 보면 그냥 자동화기술에 더 가깝다. 그리고 바둑프로그램 알파고가 뛰어나도 자동차 운전을 직접하는게 아니듯이 문제마다 완전히 독립적인 것은 아니더라도 따로 개발되어 질 것이다. 즉 범용 지능개발이 핵심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인간의 지능이 범용이라는 것도 착각일 수 있다는 재미있는 질문이 있을 수 있다.) 다만 이런 자동화기술의 발전 결과가 '그냥'이 아닐 것이라는 것이 핵심이다. 

 

 

 

 

좋은 예가 자동차다. 요즘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이 눈부시다. 물론 이에 대한 회의론은 몇년전에 있듯이 지금도 있고 다가올 가까운 미래에 과연 완전자율주행 자동차가 나올런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여기에는 두가지 기억해 둘 방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자동차란 새로운 발명품이 아니라 보편화된지가 백년은 되는 것이라는 점이고 또 하나는 그 결과 탈 것의 핵심이 자율주행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탈 것의 본질이 바뀌는 것이다. 

 

자동차가 보편화되는데 크게 기여한 것은 포드의 T형 자동차였고 이 자동차가 나온 것은 1908년의 일이었다. 이 차는 1927년까지 생산되었는데 사용되기는 20세기 후반까지 사용되었으며 총 누적 판매댓수가 천만대를 넘었다. 이 자동차는 3000cc의 엔진을 가지고 시속 60킬로미터 이상의 속력으로 달릴 수 있었다. 이 당시의 자동차 속력을 짐작할 수 있게 해주는 한 자료는 1901년에 있었던 한 자동차 경주에서 시속 72킬로를 달려서 헨리 포드가 우승했다는 에피소드에서 짐작할 수 있다. 

 

이런 T형 자동차의 성능을 현대의 우리는 비웃을 지 모르지만 첫째로 이 자동차가 백년이상 전에 나온 것이며 이때가 자동차 산업의 초창기였다는 점 그리고 지금도 시내주행시 시속 60킬로미터는 그리 느리지 않고  고속도로에서도 법정 제한속력이 시속 100킬로미터나 110킬로미터에 불과하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런 걸 생각하면 우리는 자동차의 성능이 백년간 오히려 놀랍도록 성장하지 못했다는 점에 놀라야 한다. 2차세계대전에 쓰였던 차를 지금보면 이미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껴질 정도다.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기본 재료는 물이다. 물이 없으면 물을 구하는 것이 큰 일이지만 물이 흔해지면 아이스크림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물을 구하는 것이라고는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자동차 기술이 이미 백년간 존재해 온 결과 이제 단순히 달린다는 것이 탈 것의 본질이 아니게 될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중국은 자동차 산업에 뛰어든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벌써 꽤 좋은 차를 엄청 싼값에 만들고 있다. 이제 전기차 시대가 오면 이것은 더욱 더 그럴 것이다.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전기차는 그 구조가 훨씬 간단해서 만들기가 훨씬 더 쉽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탈 것의 본질이 달리는 기능이라는 생각은 바뀔 수 있다. 이것은 더 잘 달리는 자동차가 더 좋은 차라는 생각이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자율주행기술이 주목받고 있는 것은 이래서다. 우리는 여전히 테슬라의 전기차를 보면 그것이 전기차라는 점, 그것이 얼마나 빠른가 하는 점에 주목하지만 사실 그런 기술은 순식간에 보편화될 것이다. 그래서 많은 돈을 들여서 개발하는 것이 자율주행이다. 자율주행이야 말로 탈 것의 새로운 본질이 될 가능성이 있다. 다시 말해서 자동차 가격의 본질이 자율주행기능에 의존할 수도 있고 자율주행을 못하는 것은 아예 탈 것이 아니라는 것이 상식이 될 수도 있다. 

 

완전자율주행이 언제 나올 것인가는 잘못된 질문이다. 부분자율주행도 자동차의 가치를 크게 바꾼다. 예를 들어 이미 고속도로 운전에서 자율주행은 쓸만한 것이 되어가고 있다. 테슬라 자동차 자율주행 비디오를 보면 이미 자율주행은 고속도로에서 꽤 쓸만하다. 몇년 지나지 않아서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기능이 없는 차를 운전하는 사람은 불쌍한 사람으로 여겨질지 모른다. 4시간 5시간을 졸음을 참아가며 운전하는 것은 마치 지금 자전거를 타고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사람을 보는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

 

자동차 안전도 그렇다. 완전자율주행을 하지않더라도 인공지능 시스템은 자동차의 안전도를 지금보다 크게 올릴 수 있다. 그러면 운전자 부주의로 일어나는 사고를 막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좋은 예가 도로에 개나 사람이 나타나면 저절로 멈추는 기능 같은 것이다. 일단 안전을 위해 자율주행기술이 중요하다는 것이 알려지면 보험료는 전혀 달라질 것이다. 앞으로 자동차 보험은 사라질 거라는 말도 있다. 자율주행기술이 발전하면 사고률이 제로에 무한히 가까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물론 자율주행의 가능성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네비가 보편화되는 것처럼 자율주행이 보편화되면 우리는 훨씬 더 많은 변화를 볼 수 있다.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면 사소한 것처럼 보이게 될지라도 말이다. 

 

이런 걸 생각해 보자. 우리는 핸드폰이 보편화된 세상을 살고 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뭔가를 연락하려고 하면 이멜을 보내고 메세지를 보내고 전화를 건다. 그래서 바로 바로 사람들은 연결된다. 요즘 삐삐도 없던 30년전쯤을 돌아보면 우리는 한가지 질문을 던지게 된다. 도대체 저 시대에는 일을 어떻게 했을까? 사무실에 갔더니 찾는 사람이 없다. 그러면 그 사람에게 연락할 방도가 없고 우리는 하염없이 그 사람을 기다리거나 다음에 다시 그 사무실에 가야한다. 그로 인해 생길 에너지와 시간낭비를 생각하면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도대체 어떻게 그렇게 살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다. 지금은 그저 전화를 걸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자동적으로' '그냥' 서로에게 연결되고 있을 뿐인데 말이다. 

 

자율주행기술은 완전한 형태가 나타나기 이전에도 물류와 출퇴근 문화, 주거문화를 바꿀 것이다. 아니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전기모터와 배터리가 발명된 것은 오래된 일인데 왜 이제와서 드론이 그렇게 화제가 될까? 드론은 인간이 조종하지만 어느 정도는 이미 자율주행이다. 즉 제자리에 떠있는 호버링 기능이 보여주듯이 드론은 자기가 스스로 균형을 잡기 때문에 인간이 조정하기 쉽다. 마치 인간의 몸이 자율신경계가 있어서 심장이나 호흡이 알아서 해결되듯이 드론이 스스로 기본기능을 조정하니까 쓸만한 기계가 된 것이다. 스스로 작동하는 그 기본기능이란 이미 어느정도 자율주행이다. 주행에 필요한 기능의 일부를 자율로 하니까 말이다. 

 

자율주행이라고 하니까 자동차만 생각하지만 혼다에서는 2017년에 혼자서 균형을 잡고 주인을 혼자서 따라가는 오토바이를 선보인 적이 있다. 또 자이로기능을 갖추면 바퀴가 하나인 탈 것도 쉽게 탈 수 있는 전기차가 된다. 만약에 오토바이가 혼자서 사무실을 찾아갈 수 있다면 우리는 아침에 자동차처럼 무겁고 연비가 많이 나가는 기계 대신에 오토바이나 외발자전거에 앉으면 사무실까지 저절로 갈 수 있지 않을까? 핸드폰이나 들여다 보면서 말이다. 

 

 

물론 완전자율주행운전은 아마 4-5년안에 보편화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자율주행은 그보다 훨씬 더 오래걸릴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도 우리는 오해를 하고 있다. 우리가 완전자율주행을 원하면 그것은 이미 가능하다. 예를 들어 아마존의 창고로봇 키바는 사람대신에 창고에서 물건을 가져다 놓거나 물건을 가져오는 일을 이미 하고 있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우리가 창고라는 환경을 제한시켜 놓았기 때문이다. 거기에서는 다른 자동차들이 마구 달리거나 보행자가 돌아다니지도 않을 것이다. 

 

 

그런데 잠깐 생각해 보자. 지금은 뭐가 다른가? 사실 인간이 운전을 해도 교통법규라는 규칙을 세우지 않으면 자동차는 인구가 밀집된 도시에서 움직일 수 없다. 금새 견딜 수 없는 교통체증으로 난리가 날 것이다. 즉 이미 자동차는 어떤 특이하고 제한된 환경에서만 움직일 수 있는 기계라는 것이다. 우리가 만약 자율운전시스템이 너무나 좋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우리는 그것이 진짜로 통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도심의 일정 내부에서는 자동차 진입을 막아버리고 그 도로를 자동화된 로봇만 다니게 한다면 어떨까? 사람들은 의자처럼 생긴 1인용탈 것에 타고 자기가 갈 곳을 입력만 하면 그것이 자동적으로 그 사람을 자기가 원하는 곳에 데려다 줄 수 있다. 도시 하나를 거대한 아마존 창고로 만들고 키바가 사람들과 물건을 나르게 하는 것이다. 이건 지금 있는 기술로도 가능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적어도 그 도시 안에서는 사람들은 자신이 여기서 저기로 갈 때 어떻게 가야하는가는 잊어버릴 수 있게 될것이다. 말만 하면 저절로 간다. 교통체증도 없을 것이므로 10킬로미터를 가야 한다고 해도 20분이면 가지 않을까? 그런데 도시에서 차를 몰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20분에  지금 우리는 얼마나 멀리갈 수 있는가. 중간에 교통신호도 지키고 표도 끊어가면서 가야 한다. 게다가 도시의 얼마나 많은 면적이 움직이지 않는 자동차를 주차시키는데 쓰이고 있는가. 얼마나 많은 차들이 한사람만 태우고 움직이는가? 모두가 공유하는 키바같은 기계가 밤낮으로 움직이게 만든다면 도시공간은 훨씬 더 넓어지지 않을까? 

 

우리는 인간처럼 판단하고 모든 상황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한 그런 기계가 자율운전을 일상화시키기 위해서 필요없다. 시스템을 그렇게 만들면 된다. 예를 들어 지금의 고속도로를 조금만 손보면 고속도로 안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는 완전자율운전의 안정성을 쉽게  사용가능할 정도로 올릴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고속도로까지만 가면 그 다음에는 목적지까지 저절로 가는 세상은 그렇게 멀지 않다. 결국 우리의 의지와 판단에 달린 것일 뿐 가능한 미래는 우리 생각보다 훨씬 훨씬 더 가까이에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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