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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갤럭시 폴드에 대한 단상 (리뷰나 사용기가 아님)

by 격암(강국진) 2019. 9. 27.

첨단기기를 좋아하는 나지만 내가 삼성에서 나온 기기에 큰 흥미를 보인 적은 한번도 없었던 것같다. 그런데 이번에 예외가 생겼다. 그건 바로 갤럭시 폴드다. 미리 말해두지만 240만원이나 하는 이 기기를 나는 살 예정이 없고 써 본적도 없다. 대중적이기에는 아직 너무 비싼 폰이고 나에게도 그렇다. 다만 관련된 기사와 비디오는 많이 봤으며 지금도 날마다 보고 있다. 갤럭시 폴드가 아주 중요하고 새로운 기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세상 그 자체에 관심이 있다. 안경이나 시계 또는 태블릿의 도전이 있기는 하지만 들고다니는 대표적인 스마트 기기는 역시 스마트폰이다. 그리고 스마트 기기는 세상을 많이 바꾼다. 예를 들어 이제는 전화기를 네비로 쓰는 사람이 많다. 사진은 전문가가 아니면 다들 스마트폰으로 찍고 예전에는 mp3 플레이어를 따로 가지고 다니는 사람도 많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SNS로 소식을 전하는 일이 많아진 것도 스마트폰때문이고 모텔예약을 하거나 기차표를 끊을 때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이 많다. 전화번호를 외우는 일은 이제 거의 없어졌다. 스마트폰이 알아서 외우고 정리해주기 때문이다. 요즘은 명함같은 걸 알아서 정리해주는 일도 많다. 이것도 세상이 변한 측면의 일부일 뿐이다. 그래서 나는 스마트 안경이나 스마트 시계에도 관심이 많았다. 그런 기기의 발전이 세상을 또 어떻게 바꿀까를 상상하는 일이 즐겁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새로나온 아이폰 11을 보면 더 절실하게 느끼는 일이지만 스마트폰이 진화를 멈춘지는 꽤 되었다. 그에 따라 나의 전자기기에 대한 관심도 조금씩 떨어졌다. 그런데 이번에 폴더블 폰이 나온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세상에는 폴더블 폰이 두개가 있다. 하나는 삼성 갤러시 폴드고 또 하나는 화웨이의 메이트x다. 하지만 메이트x는 유행을 바꿀 힘이 없어 보인다. 반면에 갤럭시 폴드는 다르다. 이미 한국과 유럽에서 완판행진을 보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스마트 기기의 기준을 바꿀 가능성을 크게 보이는 것같다.


그런데 폴더블 폰이라는 게 왜 그렇게 내 관심을 끌까? 이쯤에서 뒤로 돌아서 스마트폰의 등장에 대해 기억을 되집어 보자. 스마트폰이 등장해서 세상을 바꿨을 때 처음에는 한국은 그걸 무시했다. 덕분에 세상이 아이폰에 환호할 때에도 새로운 것을 좋아하고 IT 강국을 자부하는 한국에서만 스마트폰이 판매되지 않았다. 어떤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그저 터무니 없이 사치스러운 장난감이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바로 지금 어떤 사람들이 240만원짜리 갤럭시 폴드를 보면서 똑같이 말하고 있듯이 말이다.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아이폰 혁신의 중심에는 두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터치 화면이고 또하나는 이전보다 높은 해상도의 화면이었다. 물론 다른 많은 차이점들도 있지만 그 전의 폰에 비해 이 두가지가 내게는 두드러져 보인다. 그리고 이 두가지는 모두 인간과 기계의 인터페이스에 대한 것이다. 


우리 손의 감각에 따라 반응하는 전화기는 나에게는 전혀 다른 사용감을 주었다. 아이폰의 화면에 두 손가락을 대고 벌리면 화면이 그에 따라 죽 늘어나는 것을 보고 나는 아이폰에 매혹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실제로 아이폰이 독주했던 가장 큰 이유는 적어도 초기에는 아이폰의 터치 반응을 다른 회사들이 쫒아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터치감을 따지자면 아이폰은 대충 말해도 잘 알아듣는 똑똑한 기계같았는데 다른 터치스크린은 정확하게 만지지 않으면 자꾸 오작동을 일으키고 반응이 어딘가 한박자 느린 골치아픈 물건들이었다.


그 이후 스마트폰은 점점 커졌다. 아이폰이 삼성에게 추격당하게 된 한가지 요인은 꽤 오랜동안 애플이 소형화면을 고집했기 때문이다. 사실 초기 스마트폰 크기에 익숙했던 시절 큰 화면의 스마트폰은 벽돌같아 보였다. 나는 광고를 위해서 큰 화면의 스마트폰을 들고 나온 여배우를 보고 웃었던 기억이 있다. 처음에는 너무나 큰 화면때문에 스마트폰이 마치 작은 여배우의 얼굴을 모두 가리는 것같아 웃겨 보였기 때문이다. 태블릿을 얼굴에 대고 통화하는 걸 보는 느낌이었다. 사실 대형화면의 폰은 실제로 약점이 많다. 스티브 잡스가 반대했을 만하다. 내 아내는 대형 화면이 보편화된 이래 스마트폰 액정을 깨먹는 일이 아주 많이 늘었다고 지적한 적이 있다. 화면이 크다보니 떨어뜨리면 더 잘깨지기도 하는 모양이지만 그 이전에 너무 크니까 손에 꽉 잡히지가 않는다. 그래서 놓치고 떨어뜨리는 일이 많다. 이건 손이 작은 여자에게는 더 큰 문제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형화면 스마트폰은 대세가 되었다. 아이폰 1세대는 화면크기가 3.54인치였고 해상도가 320X480에 불과했다. 올해 나온 갤럭시 노트 10 플러스는 화면 사이즈가 6.8인치이고 해상도가 1440X3040이라고 한다. 면적으로 보면 요즘 스마트폰은 4배가까이 화면이 커진 것이고 화소수로는 거의 30배가 늘어난 것이다. 이런 현실은 수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더 큰 화면을 원했다는 증거다. 오랜간 베젤을 없애는 것이 혁신이었고 요즘은 화면을 몇밀리미터라도 늘리려고 핸드폰 옆으로 화면을 꺽어서 연장시킨 워터폴 화면 스마트폰까지 나왔다. 스마트폰을 써 본 사람들은 조금 더 큰 화면에 익숙해 지면 작은 화면으로 돌아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러니까 전에 쓸 때는 별 문제가 없었는데 큰 화면을 쓰다가 작은 스마트폰을 보면 저 화면에서 뭘 보고 썼는지 이해가 안가는 것이다. 


폴더블 폰은 이제까지의 한계를 넘는다. 물론 갤럭시 폴드를 펼쳐도 그 크기가 7.3인치이니까 어찌보면 갤럭시 노트 10 플러스보다 별로 큰 것도 아니지만 더 큰화면을 가지고 싶어서 무리했던 한계를 접는 것으로 극복한다는 차이가 있다. 게다가 폴더블 폰은 이제 첫제품에 불과하다. 폴더블 폰은 아직 더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반면 6.8인치의 스마트폰이란 어쩐지 억지스러운 제품이었고 갈 때까지 가버린 제품이었다. 


화면이 더 커진다는 것은 그 자체로 중요하다. 그것은 더 많은 것이 보인다는 뜻이고 터치할 곳이 더 많다는 뜻이며 갤럭시 폴드가 보여주듯이 멀티태스킹이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역시 중요한 것은 기계와 나의 소통이다. 인간의 동작에 따라 인간의 의도대로 움직여주는 기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그러자면 화면이 크다는 것은 장점이다. 


게다가 무시할 수 없는 것은 접는다라는 행동 그 자체다. 그러니까 예전의 스마트폰은 화면을 터치한다라는 입력만 있었다면 폴더블폰은 화면을 펴고 접는다라는 입력이 더 있는 셈이다. 대단한 입력은 아닌 것같지만 갤럭시 폴드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것이 작은 화면으로 보다가 화면을 펼치면 그 내용이 큰 화면에서 보여지는 것이다. 당연한 것같지만 '펼치면 내용을 더 자세하고 크게 보여달라'라는 의사소통이 인간과 기계간에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통화를 하거나 시계나 알람으로 쓰고 문자확인용으로 쓸 때는 작은 화면이 효율적인 면도 있다.   


일단 접고 편다는 행동이 입력장치로 보편화되면 스마트폰은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예를 들어 터치로 화면을 두번 두드리듯이 가볍게 스마트폰을 살짝 두번 접었다 펴면 화면이 바뀐다던가 하는 기능을 만들면 어떨까?  이게 꼭 좋은 아이디어라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으로 접으면 달라진다'는 특성이 발전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삼성은 최근에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리고 스마트폰은 날로 강력해지고 있는데다가 휴대용 모니터라던가 핸드폰을 노트북처럼 만들어 주는 장치들이 요즘은 나오고 있다. 이런 장치에 스마트폰을 연결하면 스마트폰이 노트북이나 PC의 본체처럼 작동한다. 윈도우가 돌아가고 실질적으로 내 노트북의 역할을 하는 핸드폰은 또 어떨까? 바깥에서는 아쉬운데로 접고 펴는 방식으로 작게 노트북처럼 쓰고 집에 가서 꼽기만 하면 노트북이 되는 것이다. 


스마트폰과 노트북의 생태계를 갈랐던 결정적 차이는 화면크기일 수 있다. 애플도 태블릿인 아이패드를 노트북처럼 만들려고 하고 있다. 접는 폰이 화면크기의 한계를 극복했을 때 스마트폰과 피씨의 경계가 무너지고 스마트폰 OS와 피씨 OS의 경계가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 


'화면을 접을 수 있다'는 것은 단순하지 않다. 단지 접는다는 행위가 세계를 바꿀 수 있다. 사실 터치하면 반응하는 폰을 만든 애플은 불과 몇년만에 세계에서 가장 주가총액이 큰 회사가 되기도 했었다. 그러니 접는다라는 폰이 삼성을 그렇게 만드는 것도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삼성뿐만이 아니다. 접는 폰의 핵심은 당연히 디스플레이인데 OLED는 한국이 타국가에 비해 5년정도 기술이 앞서 있다고 한다. 이러니 폴더블 폰이 한국인인 나에게 상상력을 더욱 불러 일으킬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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