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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전기차에 관심이 많은 이유

by 격암(강국진) 2018. 12. 7.

내가 전기차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특정 차량에 대한 관심 때문이 아니다. 물론 새로운 전기차들의 기능들은 매우 흥미롭지만 그게 다라면 전기차는 그저 또다른 새 차 이외의 아무 것도 아닐 것이다. 나는 전기차의 보편화가 자동차나 핸드폰의 보편화처럼 사회와 사람들을 바꿀거라고 생각한다. 포드 자동차가 자동차를 대중화시키기 이전에 사람들은 자동차가 이렇게 보편화될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PC의 보편화때도 사람들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다. 

 

전기차의 대중화나 그 의미에 대해서도 아직 의심하는 사람이 있지만 세상은 이미 변해가고 있고 이미 우리는 전기차의 시대를 살고 있다. 아직 많은 사람들이 실감은 못하겠지만 10년쯤 지나서 전기차가 완전히 보편화되어 뒤를 돌아보면 아마 전기차의 보편화가 시작된 시기는 늦어도 올해가 아니면 내년이라고 여겨질 것이다. 2018년은 쉐보레가 볼트EV를 팔고 테슬라의 모델3가 양산되기 시작한 해이며 현기차의 니로 EV와 코나 EV가 양산 판매된 해였기 때문이다. 이 차들은 모두 조심해서 타면 서울에서 부산을 갈 수 있는 장거리 운행능력을 가진 차들이다. 이런 차들이 양산을 시작했다. 전기차는 대중화되었다. 생산이 수요를 쫒아가고 있지 못할 뿐이다. 올해 한국 전기차 시장에서 코나 EV는 사전예약으로 1만8천대가 판매되었다. 가격도 전기차 보조금을 합치면 3천만원 초반대이다. 

 

전기차는 내년에도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 틀림없다. 테슬라도 현대도 아직 렌트시장에는 제대로 접근도 하지 못했다. 생산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라. 휘발류차에 비하면 전기차는 연료비가 1/3 또는 1/5 밖에는 하지 않는다. 전기차는 조용하고 주행기능이 더 뛰어나며 무엇보다 이동중에도 핸드폰이며 노트북, 실내 조명이며 오디오를 위해 전기를 마음껏 쓸 수 있다. 사는 건 둘째치더라도 렌트를 한다면 이제 내연기관(ICE, Internal Combustion Engine) 차를 렌트하는 사람은 바보가 아닐까? 그렇다고 한다면 얼마나 많은 전기차가 렌트카시장에 팔리겠는가? 렌트카는 차량교체주기가 일반차량보다 훨씬 빠르다. 그렇다고 보면 5년후에는 렌트카 시장에 ICE 차가 얼마나 있을지 의심스럽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이 가져올 변화가 얼마나 큰가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10년뒤에는 대부분의 차가 전기차가 된다고 해보자. 이게 무슨 뜻일까? 이 말은 차의 수명을 10년으로 생각하면 지금 당장 올해부터 ICE 차는 단 한대도 팔리지 않을 거라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지금 있는 전세계의 거의 모든 자동차 회사들이 다 망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지금 공장을 가지고 있고 부품재고들이 있으며 근로자들도 고용하고 있다. 그것들이 순식간에 모두 쓸모없는 것이 된다. 그것도 지금 당장. 지금부터 해마다 모든 사람이 전기차만 사도 전기차로 전환하는데 10년이 걸린다. 그러니까 전기차로의 변화가 10년이라고 하면 그것만으로도 사실은 굉장히 과격한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뭐가 문제인가. 전기차로의 전환이 아마도 30년쯤 걸릴 모양이라고 우리는 생각할 수 있다. 지금도 ICE 차는 잘 팔리고 있는 것같다. 또 지금 있는 자동차회사들이 전기차를 만들게 될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런 생각은 물론 어느 정도 옳지만 또한 어느 정도 믿기 힘든 것이기도 하다. 30년전에는 우리는 인터넷도 쓰지 못했다. 스마트폰은 커녕 핸드폰도 없었다. 이렇게 세상이 빨리 변하는 시대에 ICE 차와 전기차가 정말 30년이나 도로를 공유하는 것이 가능할까? 심지어 10년도 너무 길게 느껴지지 않은가? 

 

전기차는 개선된 ICE차가 아니다. 전기차와 ICE 차는 쓰는 부품도 다를 뿐만 아니라 전기차는 그 부품의 수가 3분의 1밖에는 되지 않는다. 최근 테슬라공장을 방문한 투자가는 테슬라의 차가 조립되는 공정이 ICE차의 그것에 비해 3분의 1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경악했다고 한다. 이것은 산업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전기차의 생산이 생각보다 더 대량으로 빠르게 만들어 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고 그것은 ICE차의 몰락이 더 빠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ICE차의 진화는 실질적으로 끝났지만 전기차의 진화는 이제 시작한 단계에 불과하다. 전기차의 성능은 해가 다르게 좋아질 것이고 그 제조는 해가 다르게 빨라질 것이다. 엘론 머스크는 내년이면 대륙의 반대편에서 반대편까지 혼자 충전도 하면서 달려서 스스로 주인을 찾아가는 자율주행차가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데 정말 ICE차와 전기차가 30년이나 도로를 공유할까?

 

폴 포쎄는 모델3를 타고 있고 그 이전에는 니산 리프를 탄 사람이다. 그는 최근 우리가 전기차를 타야할 8가지 이유를 말했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다. (기사 링크

 

즉각적인 파워, 뛰어난 안전성, 집과 슈퍼차저시스템에서 충전하는 것의 편리함, 낮은 연비, 멋진 외관, 새로운 기술의 체감, 친환경성 그리고 캠핑에 훌룡함. 

 

이중에서 즉각적인 파워나 낮은 연비 그리고 친환경성같은 것은 이제 어느정도 널리 알려진 것이다. 전기차는 모터를 써서 가속성능이 뛰어나고 연료비가 적게 들며 매연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친환경차이다. 그리고 이 중에서 몇가지는 모델3가 아니면 논쟁의 여지가 좀 있다. 안정성과 외관에 대한 것이 그렇다. 

 

이것들을 제외하고 나면 우리는 우리가 전기차에 대해서 무시했거나 오해하고 있었던 것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항목들을 남기게 된다. 그것은 바로 충전의 편리함과 새로운 기술의 체감 그리고 캠핑에 훌룡함이라는 세가지 항목들이다. 잠깐 그런데 충전은 전기차의 약점이 아니었던가? 그리고 새로운 기술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굳이 캠핑따위 사소한 것을 언급할 필요가 있을까? 우리는 이것들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전기차는 엄청난 배터리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전기차시대의 시작은 어떤 의미로 배터리사회의 시작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정도다. 쉐보레 볼트 EV, 코나 EV 그리고 테슬라 모델 X의 배터리 용량은 각각 60KWh, 65KWh 그리고 95KWh이다. 그런데 이렇게 쓰고 나면 이게 얼마나 큰 건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2012년 기준 한국의 1인당 1년간 가정용전기 사용량이 1278KWh이다. 이걸 12로 나누면 1달평균이 되는데 이게 106.5KWh다.  그러니까 테슬라 모델 X의 전기용량은 1인기준 한달간 평균전기사용량과 맞먹는다. 800리터 이상의 대형냉장고를 코나EV의 배터리로는 2달간 테슬라 X의 배터리로는 3달간 쓸 수 있다.

 

몇년전만 해도 사람들이 전기차를 사면 겨울에 히터도 틀지 못할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배터리로 히터를 틀면 금새 배터리가 다 방전되고 말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전기차가 나오고 전기차 차박을 하는 사람들로 부터 데이터가 나오면서 이런 생각은 큰 착각에 불과하다는 것이 분명해 졌다. 밤새도록 히터를 틀어도 전기용량의 10분1정도밖에 쓰지 못한다는 실험이나 영하 36도의 혹한에서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코나 EV같이 작은 차에서 차박을 하는 것은 편할 수가 없다. 그런데 거기서 핵심적인 것은 잠자리가 불편하다는 사실이 아니라 겨울철에 밤새 히터를 틀어 놓고 온도조절을 하고 잤는데도 자동차의 주행가능 거리는 미미하게 줄어 들었다는 사실이다. 조건은 영하에 가까운 날씨였고 히터는 27도로 최고로 틀었으며 시간은 9시간정도였다. 그 결과 줄어든 배터리는 전체 배터리 용량의 11%였고 주행거리로는 71km였다. 이것은 하룻밤 전력을 쓰기에는 전기차는 아주 든든한 배터리 용량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기차의 배터리 용량이 어느정도냐 하면 한국에는 지금 2천2백만대 정도의 차가 있는데 이 자동차들이 모두 60kwh의 배터리 용량을 가진 볼트 EV였다면 이 배터리의 총용량은 1320GWh이다. 지금 고리원자력 발전소에서 발전하는 양이 하루에 14Gwh라면 이게 얼마나 큰 건지 상상이 가는가?  그나마 이것은 볼트 EV의 이야기다. 몇일전에 발표되어 화제가 되었던 새로운 전기 픽업트럭 리비안은 배터리 용량이 180kwh에 이를거라고 한다. 볼트 EV의 세 배다.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되면 우리는 차가 아니라 집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될 것이고 중요한 한가지 깨달음을 얻게 될 것이다. 

 

집이란 벽이나 지붕에 관한 것이 아니다. 집이란 전기다. 

 

전기차가 그토록 막대한 전기용량을 가졌다는 것은 우리가 어디를 가든지 거의 호텔이나 집처럼 편안한 환경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많은 가전제품을 전기로 돌린다. 그러니까 전기만 있으면 우리는 간단히 그 환경을 아주 쾌적한 것으로 만들 수 있다. 밥은 전열기로 하고, 난방은 히터나 온수매트로 할 수 있다. 컴퓨터와 핸드폰을 무제한으로 쓸 수 있고 누울 공간정도가 있다면 그곳은 그야말로 집처럼 편안한 곳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담과 지붕이 있어도 전기가 없으면 그것은 집처럼 편안한 곳이 되기 어렵다. 반면에 전기만 있다면 지붕과 벽이 부실해도 그것은 어느정도 집같은 역할을 한다. 그것이 현대인의 주거다. 

 

이런 개념은 이미 상품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최근 뉴욕 맨하탄의 뉴 뮤지엄에서 열린 호텔 업계 디자인 공모전인 2018 래디컬 디자인 공모전에서는 자율여행 트래벌 슈트가 대상을 차지했다. 그것은 호텔방이 통째로 자율주행을 통해 여행을 한다는 아이디어다. 

 

 

 

돌아보면 자동차도 핸드폰도 모두 그 의미는 자유에 있었다.  자동차는 기차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할 때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는 자유를 줬고 핸드폰은 내가 누군가와 연락하고 싶으면 언제든 연락할 수 있는 자유를 줬다. 전기차에 달린 거대한 배터리는 이제 우리에게 주거지로부터의 자유를 준다. 산 한가운데에 차를 세워도 그곳이 거의 집과 다를바 없는 환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를 가진 사람들이 차박에 대해서 열을 올리는 것은 괜한 것이 아니다. 그들은 바로 사적으로 독점하는 거대한 에너지원이 나를 어디나 따라올 때 가지는 자유를 처음으로 느끼면서 자신들이 속박되어져 왔었다는 것을 실감한 것이다. 우리가 핸드폰 배터리 충전때문에 고생할 때마다 어렴풋이 느끼던 그것을 말이다.  

 

전기차에 대해서 폴 포쎄는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는 반대의 말을 한다. 그는 오히려 충전시간이 오래걸리는 전기차에서 편리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냄새나고 위험한 주유소를 찾아갈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슈퍼차저같은 충전소는 따로 있지만 전기는 사실 이미 어디나 있고 위험한 것이 아니다. 그러니까 집과 직장에 어딘가 서있을 때마다 충전하면 된다. 포쎄는 우리는 이미 노트북과 핸드폰을 집에서 충전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냐고 반문한다. 익숙하기 때문에 그런가 하는 것이지 소음을 내고 엔진오일을 갈아줘야 할 뿐만 아니라 기름을 주유해 줘야 하는 화석연료차는 사실 불쾌한 것이다. 전기가 보편화된 현재 대부분의 가정은 등유히터를 잘 안쓴다는 것만 생각해 봐도 그걸 알 수가 있다. 우리는 곧 소음과 매연을 내뿜는 ICE 차들을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는 사람들처럼 불쾌한 시선으로 쳐다보게 될 것이다. 이제까지는 다른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참아왔지만 일단 대안이 생기면 급속히 ICE 차들은 몰상식한 구세대의 악습으로 여겨지게 될 것이다. 

 

전기차의 자유는 시스템으로부터의 자유다. 전기를 쓸 수가 있고 냉난방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쾌적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전기차는 어디를 가도 내 집안에 있는 것처럼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자유를 준다. 오늘날 문명의 도구의 상당부분은 전기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전기차의 대중화가 주는 또다른 깨달음은 자동차는 더이상 단순히 하드웨어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더이상 구매하면 거의 그대로 유지하면서 10년정도를 쓰는 기계가 아니다. 그것은 마치 스마트폰이나 PC를 업데이트 하는 것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좋게 만들어 쓰는 기계다.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할 뿐만 아니라 피씨 하드웨어 업그레이드처럼 집을 개축하는 것처럼 부품도 업그레이드 하는 기계다. 

 

테슬라는 이점을 여러모로 보여주고 있는 데 첫번째 예는 물론 오토파일럿이다. 테슬라는 업데이트를 통해 자율주행기능을 좋게 해왔고 그 결과 2년정도 전보다는 훨씬 더 기능이 좋아졌다. 게다가 테슬라는 내년에 자율주행을 처리하는 칩을 교체하겠다고 예고하고 있다. 머스크가 내년말까지 테슬라 자동차는 완잔자율주행이 가능할 거라고 말하는 배경에는 지금보다 화상처리속도가 10배가 빨라진다는 그 하드웨어 교체가 있다. 그리고 그 교체비용은 공짜다. 자동차가 이제는 PC부품갈아끼듯이 업그레이드 되는 것이다. 업데이트로 좋아지는 것은 단순히 오토파일럿같은 것만이 아니다. 테슬라는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 해서 브레이킹 능력을 고치고 코너링 능력을 업그레이드 하고 있다. 아직은 큰 이슈가 되고 있지는 않지만 웹브라우저 같은 것도 업그레이드를 통해 기능을 향상시키고 있다. 업그레이드를 통해 차가 좋아지는 것을 경험한 사람들은 자신들은 절대로 공장에서 출하되었을 때 그 성능이 고정되는 차는 다시 사지 않을거라고 말한다. 그건 당신이 업그레이드가 없는 스마트폰은 사지 않을 이유와 같다. 

 

앞으로 10년간은 전기차 사회로의 변환이 계속해서 큰 뉴스를 만들고 세계 경제를 이끌고 우리의 생활과 사고를 바꾸는 일의 중심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과거에 인터넷이나 핸드폰의 보급이 그랬듯이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종국적으로 우리의 주거 문화도 바꿀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예를 들자면 지금의 아파트는 전기차 시대에는 적합하지가 않다. 오늘날 스마트폰은 많은 사람들에게 매우 중요한 기계가 되었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에서 떨어지려고 하질 않는다. 앞으로는 전기차가 그렇게 될 것이다. 그것은 우리의 주거의 핵심적 부분이 될 것이며 우리는 전기차로부터 떨어지기 싫어할 것이다. 이미 테슬라 소유주 중에는 차에서 살다시피하는 사람들이 있고 장거리 여행을 차박으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의 아파트가 전기차 시대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스마트폰을 지하주차장에서 충전하도록 내버려두고 몇십층 위에 있는 여러분의 집으로 가고 싶은가? 전기차가 중요해 질수록 우리는 그것으로부터 떨어지기 싫어할 것이다. 미래의 집은 위에서 소개한 전기차 호텔같은 구조를 가져야 할 것이다. 미래의 주택단지는 거대한 주차장처럼 보이게 될 수 있다. 부자들은 단독주택으로 이사가려고 할 것이다. 그렇게 개조되는 것이 불가능한 집들은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집으로 여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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